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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하사담 님의 서재입니다.

무술 하는 늑대, 여우를 쫓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체프라
작품등록일 :
2015.03.26 01:47
최근연재일 :
2015.05.14 00:49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33,900
추천수 :
958
글자수 :
240,275

작성
15.03.30 16:41
조회
960
추천
38
글자
10쪽

1장. 집 나간 늑대, 새끼 쳐서 오다.(3)

DUMMY

7


C호텔, 저녁 8:20.


서둘러 객실을 나서는 린을 따라가기는 하지만 유민의 발걸음은 굼뜨기만 했다.


“빨리 좀 와요.”

“아, 가잖아요.”

재촉하는 린을 향해 유민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옷 사주고, 밥 사줬는데 이런 대접을 받는다는 게 유민은 마땅찮다.


호텔 로비를 나서자마자 린이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급히 탔다.


“빨리 타요!”

입을 삐죽대며 서있던 유민에게 린이 또 다시 재촉했다.


“스탠리 플라자.”

유민이 타자마자 린이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


‘스탠리?’ 유민은 폰으로 정보를 검색해본다. 벌써 30분은 더 달린 것 같다. 어두워 바깥 경치를 잘 볼 수는 없지만 꼬불꼬불 높은 계곡을 올라가는 느낌이다. 린은 계속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통화가 되지 않자 린은 한숨을 쉬며 창밖을 봤다.


유민과 린이 타고 온 택시가 정차했다. 멍하니 바깥을 보고 있던 유민이 지갑을 꺼내며 미터기를 보았다. 130달러.

‘오늘 완전히 빚잔치를 벌이네.’ 유민은 요금을 지불하고 자신의 지갑을 펼쳐봤다.



스탠리 플라자, 저녁 9시.


택시에서 내린 유민의 눈에 건물이 보였다. 건물 옆에는 ‘Stanley Plaza’라고 엄청 크게 써져 있다. 주변을 잠시 살펴보던 린이 건물 왼편으로 갔다. 유민은 린을 묵묵히 따르기만 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속 내려가니 너른 광장이 나타났다. 스탠리 플라자의 정문이었다. 1층 상가에는 세계 어딜 가나 있다는 커피전문 프랜차이즈도 보인다.


“커피 한 잔 할래요?”

“드세요.”


유민이 물었지만 린의 표정은 냉랭하기만 했다. 저 혼자 커피숍으로 들어간 유민이 커피를 주문했다.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유민은 가게 밖에서 통화를 하는 린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뭐가 잘못됐나?’ 유민은 은근이 걱정이 되었다.


“여기. 밤이 되니 쌀쌀한데... 따뜻한 거 한 잔 드세요.”

“고마워요.”

유민이 건네는 커피를 받으며 린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커피를 받아 든 린이 대로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유민도 그런 린을 터벅터벅 따랐다.


- C호텔 앞에서 그들에게 우리의 정체가 노출되었다. 우리 정부의 입장도 있고 해서 더 이상은 전면에 나서 당신을 도와줄 수 가 없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우리 정부와 우호적인 민간업체를 통해서 당신을 돕도록 하겠다.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


린은 방금 통화했던 내용을 다시 떠올려봤다.


“우와! 홍콩속의 작은 유럽이라고 하더니...”

린의 심정을 모르는 유민은 눈앞에 펼쳐진 경치에 탄식을 쏟아냈다.


유민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궁금해서 일까? 노천카페를 지나 파란 건물을 끼고 왼쪽으로 돌던 린이 뒤돌아봤다. 유민이 빠른 걸음으로 린을 쫓아갔다. 조금 더 걸어가다 보니 ‘Stanley Market Road’라고 적힌 표시판이 보였다. 시장에는 이미 문을 닫았거나 닫고 있는 가게가 많았다. 시장을 벗어나니 약간의 오르막이 나왔다. 린은 아무런 생각 없이 무작정 걷는 것 같다.


“저, 화장실 좀.......”

유민이 화장실이 있는 서비스 빌딩으로 부리나케 들어가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 여기 와서 화장실을 간 기억이 없다.


“네에? 아, 아니...”


익숙한 한국말이었는데 잠시 나다가 말았다. 복도에서 나는 소리가 유민이 있는 화장실까지 들려온 것이다. ‘여기도 한국 관광객들이 제법 오는 모양이네.’ 유민은 오랜만에 듣는 고국어가 반가웠다. 유민이 화장실을 나오니 린이 서비스 빌딩 안에 들어와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 온 건가? 유민을 보자 밖으로 나가는 린을 따라 유민이 뛰었다.


“늦었으니 일단 숙소부터 먼저 정하죠. 가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린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어, 같이 가요.”

여기 와서 유민은 린을 따라가기에 바빴다.


파란 건물을 지나 피자가게가 있는 건물에 호텔이 보였다. 스탠리베이가 보이는 곳이다. 린과 유민은 건물 옆 통로로 들어갔다. 다른 곳을 더 알아보기에는 시간도 늦었고 몸도 지쳐 있었다.


S 호텔, 저녁 9:50.


“아이고, 힘들어. 이게 무슨 고생이람.”

객실로 들어 온 유민이 침대에 누우며 절로 한국말이 나왔다.


“미안해요, 괜히 저 때문에.......”

린이 갑자기 사과를 했다. 당황한 유민이 손을 부산하게 저었다.

“아, 아니에요.”


‘한국말을 알아들었나?’ 유민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조심스러워졌다.


린이 테라스 쪽으로 걸어가 바깥을 한 번 보더니 돌아서며 말했다.

‘여긴 홍콩섬 남부 쪽이라 그들이 쉽게 찾진 못할 거예요. 아 참, 이전 호텔엔 연락하지 마세요, 혹시 모르니.’

“아, 네.”


대충 씻고 나니 밤이 깊었다. 하지만 유민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린도 마찬가지인지 계속 뒤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유민이 침대에서 일어나 부스럭거리자 린이 묻는다.

“어디 가시게요?”


“네... 밖에 구경이나 하고 오려고요.”

유민이 배낭에서 바람막이 점퍼를 꺼내들며 말했다.


“.......같이 가요.”

린이 일어나 거울을 보고 모자를 눌러 쓰며 말했다.


스탠리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해변가 길을 따라 늘어선 노천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는 관광객들의 모습. 스탠리베이를 따라 산책하는 연인들. 모든 것들이 여유로워 보였다.


“여긴 부자가 많데요.”

린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요? 그쪽도 개만 끌면 여기 사는 사람인 줄....... 하하하”

유민이 트레이닝복 차림의 린을 아래위로 훑으며 말했다.


“옷... 고마워요. 난생 처음 받아보는 선물이라........”

“아, 뭘.......”

유민은 겸연쩍은 듯 린의 말에 웃음으로 답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을 다른 연인들처럼 해변가를 따라 걸었다.


“저기 잠시 앉았다가 갈래요?”

유민이 가리킨 곳은 바닷가가 보이는 노천카페였다.


“.......”

린이 무언의 긍정을 했다.


두 사람이 들어서자 직원이 바닷가가 보이는 자리로 안내를 했다. 맥주랑 시저 샐러드를 주문하고 나란히 바닷가를 쳐다본다.


“참 좋다, 그쵸?”

유민이 린의 느낌을 넌지시 물었다. 린은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주문한 맥주와 샐러드가 나왔다. 유민은 맥주병을 들어 린에게 건배하는 시늉을 하고는 벌컥벌컥 마셨다. 꿀맛이었다.


“캬아. 그래 이 맛이지.”

유민은 자신이 한국말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 채 탄식을 해댄다.


“맛있나 봐요? 이게.”

린이 감탄하는 유민에게 물었다.


“아, 네. 맛있죠... 그쪽은 별론가요? 그럼 다른 거라도.......”

“아, 아뇨, 됐어요. 이거 마시면 돼요.”

린이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누가 봐도 잘 마시는 사람 같지는 않다. 어느덧 파도소리가 그들의 귀에 가까이 들리기 시작했다.


서양인 노부부가 해변가를 따라 걷는다. 두 마리의 개를 끌며.


“보기 좋죠? 나도 저렇게 늙어야 할 텐데....... 인생 별 것도 없는데... 죽어라 일하고, 남 못 잡아먹어 안달이고... 왜들 그렇게 사는지? 이해가 안 돼요, 그쵸?”

유민이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모두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린이 유민의 말에 공감하지는 않았다.


“저마다 열심히 사는 것이 그쪽에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살아도 다들 행복해 하지 않을까요?”

린이 싸늘하게 반문했다. 이건 뭐 웃자고 한 얘기를 죽자고 덤벼드는 모양새다.


“그럴지도... 근데 자기만 행복하면 뭐해? 다 같이 행복해야 좋지. 안 그래요?”

유민은 괜히 린에게 지기가 싫었다.


“그러세요?”

린은 더 이상 말대꾸가 하기 싫다는 표정이다.


“히... sorry. 그냥 한 번 억지 부려봤어요. 그쪽 말이 맞아요. 하하하.”

백기를 든 유민의 말에 린의 표정도 밝아졌다.


“이제 들어가죠, 늦었는데.”

린이 힘든 듯 유민에게 말했다.


객실로 들어 선 린이 욕실로 들어갔다. 유민은 TV를 켜고 볼륨을 조금 높였다. 리모컨을 쥔 채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반쯤 누웠다. 욕실에서 나온 린이 이불 끝을 들치더니 이불속으로 쏙 들어갔다. 유민은 트윈 침대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TV 끌까요?”

“.......”

유민의 말에 아무런 대답이 없는 린. 금세 잠이 들었나? 유민은 TV볼륨을 낮추었다.

유민은 채널을 돌리며 잠시 보다가 또 채널을 돌린다. 빨리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이다.


-부스럭.


“그쪽은 너무 감정을 억누르는 거 같아요.”

린이 덮고 있던 이불을 들치며 뜬금없이 말했다.


‘얘가 자다 말고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유민은 리모컨을 쥔 채 멍하니 린을 쳐다봤다.


“여자랑 단 둘이 있는데도... 그쪽은 별 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나 봐요?”

“아... 난 또. 저 그럴 나이는 지났어요. 감정 따라 살진 않아요.”

유민은 린의 말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TV채널을 돌렸다.


“어머머... 그럼 그쪽은 절 가지고 싶은 뭐... 그런 감정도 생기지 않는다는 거예요?”

어이없다는 듯 린이 침대에 반쯤 일어나 앉더니 따지듯이 유민을 보며 물었다.


“정말 대단하시다. 얼마나 이런 경험이 많기에....... 어쩜 날 보고도 꿈쩍도 안 해?”

린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열변을 쏟아냈다.


‘얘가...취한 건가?’ 유민은 당최 판단이 서질 않는다.

“피곤해 보이는데, 일찍 주무세요.”


“야! 너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겠냐고? ........나 같은 여잘 보고도 욕심이 안 생겨? 넌 욕심도 없냐?”

린이 유민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을 했다.


“많아요, 많아...욕심. 근데... 지금은 기력이 없어요. 기력이.”

유민은 대답하기도 귀찮은 듯 양 손을 펴 보이며 말했다.


“뭐, 뭐요? 기력? 풉...깔깔깔... 까르르르...”

린은 웃느라고 숨이 넘어간다. 그렇게 하루가 넘어갔다.


작가의말

정체불명의 그녀와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다가옵니다.

그녀가 누구인지... 끝까지 읽어주시길.^^

주인공의 어린시절, 2장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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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 하는 늑대, 여우를 쫓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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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9장. 독립한 늑대, 어미를 찾아가다.(완결) +10 15.05.14 916 20 17쪽
36 9장. 독립한 늑대, 어미를 찾아가다.(3) +2 15.05.12 759 17 15쪽
35 9장. 독립한 늑대, 어미를 찾아가다.(2) +4 15.05.11 598 17 14쪽
34 9장. 독립한 늑대, 어미를 찾아가다.(1) +2 15.05.08 802 20 13쪽
33 8장. 사냥 나간 늑대, 새끼를 잃다.(5) +4 15.05.07 731 17 21쪽
32 8장. 사냥 나간 늑대, 새끼를 잃다.(4) +2 15.05.06 821 19 20쪽
31 8장. 사냥 나간 늑대, 새끼를 잃다.(3) 15.05.04 708 16 16쪽
30 8장. 사냥 나간 늑대, 새끼를 잃다.(2) 15.05.03 762 20 15쪽
29 8장. 사냥 나간 늑대, 새끼를 잃다.(1) +4 15.05.01 779 21 17쪽
28 7장. 배고픈 늑대, 사냥을 나가다.(5) +4 15.04.29 638 22 17쪽
27 7장. 배고픈 늑대, 사냥을 나가다.(4) +4 15.04.28 819 22 12쪽
26 7장. 배고픈 늑대, 사냥을 나가다.(3) +2 15.04.27 723 19 17쪽
25 7장. 배고픈 늑대, 사냥을 나가다.(2) +2 15.04.26 826 21 13쪽
24 7장. 배고픈 늑대, 사냥을 나가다.(1) 15.04.24 849 22 16쪽
23 6장. 상처 입은 늑대, 광야에서 울부짖다.(3) 15.04.23 854 24 17쪽
22 6장. 상처 입은 늑대, 광야에서 울부짖다.(2) +2 15.04.22 898 27 15쪽
21 6장. 상처 입은 늑대, 광야에서 울부짖다.(1) 15.04.21 662 22 22쪽
20 5장. 길 잃은 늑대, 불빛을 보다.(3) +4 15.04.19 838 21 14쪽
19 5장. 길 잃은 늑대, 불빛을 보다.(2) 15.04.17 1,220 21 12쪽
18 5장. 길 잃은 늑대, 불빛을 보다.(1) 15.04.17 687 23 15쪽
17 4장. 노출된 늑대, 은신처를 찾다.(6) +6 15.04.16 1,028 26 13쪽
16 4장. 노출된 늑대, 은신처를 찾다.(5) 15.04.15 1,125 24 13쪽
15 4장. 노출된 늑대, 은신처를 찾다.(4) +4 15.04.15 822 24 11쪽
14 4장. 노출된 늑대, 은신처를 찾다.(3) +2 15.04.14 955 28 11쪽
13 4장. 노출된 늑대, 은신처를 찾다.(2) +2 15.04.12 1,080 28 14쪽
12 4장. 노출된 늑대, 은신처를 찾다.(1) +2 15.04.10 1,135 29 14쪽
11 3장. 철없는 늑대, 목줄에 묶이다.(3) +2 15.04.08 901 26 12쪽
10 3장. 철없는 늑대, 목줄에 묶이다.(2) +2 15.04.07 967 29 12쪽
9 3장. 철없는 늑대, 목줄에 묶이다.(1) +2 15.04.06 1,047 32 13쪽
8 2장. 어린 늑대, 산을 내려오다.(4) +2 15.04.05 929 33 15쪽
7 2장. 어린 늑대, 산을 내려오다.(3) 15.04.04 874 32 14쪽
6 2장. 어린 늑대, 산을 내려오다.(2) 15.04.02 1,078 30 11쪽
5 2장. 어린 늑대, 산을 내려오다.(1) +2 15.04.01 855 33 11쪽
4 1장. 집 나간 늑대, 새끼 쳐서 오다.(4) 15.03.31 997 34 10쪽
» 1장. 집 나간 늑대, 새끼 쳐서 오다.(3) +2 15.03.30 961 38 10쪽
2 1장. 집 나간 늑대, 새끼 쳐서 오다.(2) +2 15.03.28 1,285 56 16쪽
1 1장. 집 나간 늑대, 새끼 쳐서 오다.(1) +8 15.03.26 1,969 4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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