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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님의 서재입니다.

무영창의 마법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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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작품등록일 :
2023.10.31 19:07
최근연재일 :
2024.05.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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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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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0화 변하지 않는 것들 2

DUMMY

한참의 대화가 끝난 후, 아이샤 주변의 정령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뭐래?"


아이샤는 정령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내게 전달했다.

무슨 일이 있었고 여기에 있는 모두가 무엇을 겪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한 상황 묘사는 안 할게."


아이샤의 조심스러운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궁금한 것은 원인과 결과였다.

이 많은 시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마나 괴롭게 죽어갔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것까지 감당할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네가 마법으로 알아본 것처럼······.

저택에 있는 사용인 중 살아남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아."


"······그렇구나."


말그대로 전멸.

얼핏 본 시체의 수는 내가 알고 있는 사용인의 총 인원과 비슷했다.

그러니 살아남은 사람이 없는 거겠지.


"전투······, 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

거의 일방적인 것 같았어."


"그런 것 같네.

······습격자들의 정체는?"


"수는 일곱. 검 다섯에 도끼 하나, 하나는 마법사였던 모양이야.

차림은 용병같은데 잘 훈련된 검술을 쓴 것 같아."


겉보기만 용병처럼 꾸민 놈들이라는 거군.

아이샤의 말을 들을수록 점점 의혹이 확신이 되어간다.


"놈들 중에 인상을 특정할 수 있는 놈은 없었대?"


"검을 쓰는 놈 하나의 왼쪽 뺨에 흉터가 있대.

다른 놈들은······, 딱히 없나 봐.

정령들한테 부탁해서 추적을 해보려고 했는데······, 하나 있는 마법사가 그런 흔적을 지우는 데 익숙한 모양이야.

놓쳤어."


아이샤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미안해. 큰 도움이 안된 것 같네."


"아니야, 충분해."


진심이었다.

흔적을 지워버린 바람에 정령이 쫓지 못했다면, 추적 마법을 사용해도 큰 의미가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왼쪽 뺨에 흉터가 있는 검잡이라.

카달리우스가 부리는 놈 중에 비슷한 놈이 있던 걸 떠올렸다.

그놈이 들어간 무리라면 짐작가는 바가 있었다.


좀 더 떠오를 게 없나 고민하는데 덧붙인 아이샤의 말은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다행히 이제르바이잔 님은 사건 당시에 저택에 계시지 않으셨던 모양이야.

목적지는 알 수 없지만, 전날 저택을 떠나시는 걸 봤대."


"마법? 아니면 말이나 마차?"


"말을 타고 가신 모양이야."


마법을 사용해서 이동하신 게 아니라면 할아버지가 향한 곳은 가까운 곳이 아니다.

게다가 마차가 아닌 말을 타고 가신 거라면, 적어도 마차를 타고 가실 정도로 공식적인 장소가 아닐 확률이 높았다.

할아버지는 말은 직접 몰기 불편하단 이유로 잘 타시지 않으시니까.


개인적으로 말을 타고 가야하는 곳.

어딜까.


"아, 그리고······."


아이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벽 한쪽을 가득 채운 책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위에서 네번째 책장에 꽂힌 책 중 하나를 정확히 짚어 꺼냈다.


"유젤, 이걸 네게 남기신 것 같아."


아이샤가 내민 책은 내게 익숙한 것이었다.

이전 생에서 할아버지의 유품을 뒤지다가 발견했던 할아버지의 일지.


"······할아버지가?"


그것을 아이샤가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었던 것은 정령들이 알려준 덕분일 것이다.

나는 아이샤가 내민 책을 받아 들어 가볍게 훑었다.

책장을 빠르게 넘기자, 책장 사이에 끼워진 할아버지의 편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얕은 바람이 아이샤의 귓가의 머리카락을 흩어뜨리는 것이 보였다.

아이샤는 그 바람에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고개를 기울이더니 내게 말했다.


"이걸 네가 발견할 거라 확신하신 모양이야."


난 곧장 편지를 펼쳤다.

익숙한 필체로 빼곡히 적힌 편지.

나는 그 편지를 빠르게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유젤에게.


줄곧 네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보였지만, 그 이야기를 내가 먼저 꺼낼 수 없기에 계속 망설였단다.


시간이 넉넉했으면 그것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구나.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거든.


너는 내가 모를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만, 우리 카이샤르 가문에는 시조부터 대대로 가주에게만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단다.


어떤 내용인지 적기에는 내용이 너무 길구나.

간단히 말하자면, 가주에게만 내려오는 그 내용은 예견된 멸망과 '대적자'에 대한 이야기다.]


할아버지의 편지에서 발견한 뜻밖의 단어에 나는 순간적으로 호흡을 잊었다.

대적자?

할아버지가 대적자에 대해······, 아셨다고?


[처음에는 내 누님이 시조가 말한 '대적자'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누님이 대적자라는 짐작이 아예 틀린 건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

누님 또한 내게 아무것도 설명해주시지 못하시고 무언가를 감내하다 돌아가셨으니까.


하지만, 누님조차 깨우지 못한 가문의 신수를 유젤 네가 깨워서 데려왔을 때 나는 확신했단다.

시조가 이야기했던 때가 도래했음을.]


"······."


역시 가문에 내려오는 이야기가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이전 생에서도 내가 찾지 못한 것이 있을 테니, 거기에 적힌 거겠지.


시조 이누에타나 카이샤르는 나와 미뉴, 티마이오스테를 만나게 했다.

그런 시조가 가문의 후손에게 대대로 진실을 전해주었다는 이야기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래, 오히려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지.


[기억하느냐?

작년 여름 방학의 어느날부터, 너는 갑자기 변해버렸지.


너는 그때부터 갑자기 철이 든 것 같기도 하고, 며칠 사이에 무척 나이를 먹어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단다.]


······역시 알고······, 계셨구나.


[이전과 달라진 네 모습이 의아했지만 단순히 철이 든 모습이라고 믿고 싶었단다.

네가 미뉴를 데리고 올 때까지는.]


"······."


[미뉴를 본 순간 깨달았다.

시조가 이야기하던 때가 도래했음을.

그래서 나는 안타까웠단다.

세계에 멸망이 가까워진 것보다 너무 어린 네가 짊어져야 하는 짐의 무게 때문에.]


"······."


[네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싶지만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또한 시간이 넉넉하다고 할 수 없어 그럴 수 없구나.

다만, 한 가지만 당부하마.]


편지의 마지막 문장을 읽은 내 손에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갔다.

덕분에 편지는 무참하게 구겨졌다.


[카달리우스와 엘스티야 황가를 조심해라.]


"······대체 어딜 가신 거예요······."


그렇게 중얼거리는 내 어깨를 아이샤가 단단히 붙잡는 게 느껴졌다.

왜일까.

그것만으로도 작은 위안이 되었다.

이 피비린내 나는 지옥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온기가.


"이제르바이잔 님은 무사하실 거야.

쉽게 일을 당하실 분은 아니시잖아."


아이샤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난 동의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를 노리는 것은 드래곤이었으니까.

아무리 할아버지라고 해도 카달리우스가 작정하고 나선다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다.


"······아브네힐로 가야겠어."


"아브네힐이면······, 수도?"


"응."


정황을 보아하니 할아버지가 카달리우스에게 잡혀가신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내가 할 일이 바뀌는 건 아니었다.

단지, 할아버지가 무사하실 가능성이 높아져 내 초조함이 조금 덜어졌을 뿐.

오히려, 이제 카달리우스 놈에게는 할아버지를 제외한 저택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목숨값이 더해졌다.

저번 생의 빚이 아니라, 이번 생의 빚이.


"일단······, 밤이 늦었으니까 내일 해가 뜨면 출발해야겠어.

본채는 멀쩡한 곳이 없으니까 별채로 가자."


본채에서 필요한 것을 모두 확인한 우리는 별채로 자리를 옮겼다.

평소 사용인이 출입하지 않기 때문일까.

별채의 상태는 최근 내가 마지막의 다녀갔을 당시와 똑같았다.

생지옥이 펼쳐진 본채에 비하면 별채의 상태는 쾌적할 정도로.


"평소에 쓰지 않는 곳이지만 노숙보다는 나을 거야."


별채는 빈 방이 몇 개 있었지만, 우리는 빈 방을 찾아가는 대신에 별채 거실에 모여 앉아 짐을 풀었다.

봄이라곤 하지만 아직 밤공기는 서늘했고, 별채의 각 방에 갖춰진 벽난로의 상태가 영 시원찮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거실에서 야영하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건물 안에서 하는 야영은 완전한 야외 야영보다는 훨씬 쾌적했다.


"그러고 보니······,

미뉴가 봉인되어 있던 곳을 살펴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잠자리를 펼치다가 떠오른 사실에 입을 열었다.

아이샤가 내 본가까지 따라온 목적은 '미뉴가 봉인되어 있던 장소를 살펴보고 싶다' 였다.


"······그렇긴 한데, 괜찮을까?"


참사를 겪은 내게 원하는 것을 말하기엔 아이샤는 배려심이 높았다.

그래서 이제껏 입을 다물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우리가 자리를 펼친 곳은 가문의 별채.

즉, 우리가 있는 자리 지하에 아이샤가 보길 원했던 장소가 있었다.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인데······, 혼자도 괜찮다면 다녀올래?"


가문 사람이 아닌 아이샤에게 무작정 별채 지하를 공유할 수는 없었기에, 아이샤에게는 내가 함꼐 있는 지금이 별채 지하를 살펴볼 유일한 기회다.

원래는 아이샤에게 별채 지하를 살펴볼 여유를 며칠 줄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바뀌어 내일 해가 뜨는 즉시 떠날 생각이었으므로 아이샤에겐 오늘 밤만이 그녀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괜찮다면."


아이샤는 무척 미안해하는 기색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가진 마법사 특유의 호기심은 억누를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해한다.

별채 지하를 조사한 아이샤에게 일생의 연구에 큰 진척이 있을 테니.

난 아이샤가 더이상 미안해하지 않도록 웃었다.


"미뉴랑 다녀와.

나는 같이 가기 어려울 것 같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지하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었다.

문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고, 아이샤는 망설이다가 결심한 것처럼 그곳으로 향했다.


"최대한 빨리 올게."


"아냐.

날이 밝기 전에, 출발하기 전에만 와."


어차피 본가로 올 때처럼 가르누달의 등을 타고 수도로 향할 생각이다.

가르누달의 등에 타는 것은 내 컨디션만 멀쩡하면 가능한 일이니 내 등 뒤에 올라탈 아이샤의 컨디셔는 만전을 기하지 않아도 좋았다.


아니, 사실 아브네힐에 아이샤를 데려갈지 말지도 고민 중이다.

아이샤의 힘은 무척 도움이 되었지만, 그녀를 끌어들이는 게 옳은 일인가 고민이니까.

황궁에 쳐들어갈 때는 당연히 혼자 갈 거긴 하지만, 아브네힐에 도착해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 아이샤의 힘은 분명히 도움이 될 테니까.


"······일단 그건 수도에 도착한 다음에 할 일이지."


어차피 잠이 달아난지 오래다.

나는 잠을 청하는 대신 내면의 세계로 가라앉았다.



*



"두 번째군."


아무리봐도 자다 깬 것 같은 얼굴의 란기트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뭐가?"


"이렇게 한밤중에 자다가 불러낸 것."


아, 그랬던가.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인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란기트 쪽은 자고 있으란 생각 말이다.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내 표정이 심상치 않았는지 란기트가 덩달아 심각해진 얼굴로 물었다.

나는 그런 란기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카이샤르 본가가 습격 당했다."


"······피해가 심각한가?"


"전멸이야."


란기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당황해 입을 몇 번이나 여닫았던 란기트가 한참만에 물었다.


"······이제르바이잔 님은?"


란기트는 아이샤가 했던 것처럼 내 기분을 살폈다.

가족을 잃은 게 아닐까 싶은 거겠지.


"다행히 무사하신 것 같아.

정확히는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거지만."


난 최대한 차분하게 말하려 노력했다.

다시 떠올린 저택의 참상에 기분이 더러워졌기 때문이었다.


"······부탁할 게 있겠군."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예약을 걸어놨는데 날짜 설정을 잘못했었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화는 내일 올라옵니다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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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6화 두 번째 심장 4 24.04.23 156 10 12쪽
125 125화 두 번째 심장 3 24.04.21 172 11 12쪽
124 124화 두 번째 심장 2 24.04.19 172 9 14쪽
123 123화 두 번째 심장 1 24.04.17 187 10 12쪽
122 122화 장례식 5 +2 24.04.14 182 11 12쪽
121 121화 장례식 4 24.04.12 176 10 12쪽
120 120화 장례식 3 24.04.10 187 10 12쪽
119 119화 장례식 2 24.04.08 200 11 10쪽
118 118화 장례식 1 24.04.06 21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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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변하지 않는 것들 5 24.03.27 234 11 11쪽
112 112화 변하지 않는 것들 4 24.03.25 23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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