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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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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웨느
작품등록일 :
2014.03.04 18:12
최근연재일 :
2014.03.04 18:16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491
추천수 :
30
글자수 :
37,397

작성
14.03.04 18:15
조회
189
추천
3
글자
10쪽

DUMMY

퍼거슨은 필사적으로 자신이 겁먹어서 비명을 질렀다는 걸 감추려고 애썼다. 루크는 킥킥 웃으며 고개를 까닥했다. 해보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퍼거슨의 눈빛이 심각해졌다. 아인하르츠家하면 아인하르츠군의 제 1귀족이라고만 생각했지 그렇게 무시무시한 유령들이 살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퍼거슨은 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난 이 아인하르츠 군[郡]-시헬 면 안다스 리의 퍼거스네 집 뒷골목-을 다스리는 퍼거슨으로서 내 부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 누가 저 건방지고 비루먹은 자식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있는 영광을 갖겠는가?!"



한 마디로 자신을 대신해 저택으로 들어가라는 소리였다. 그러자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주저했다. 루크의 말에 퍼거슨만 겁먹은 게 아니었다.



"있지, 있지 그러고 보니까 나 이런 말 들은 적 있어. 아인하르츠家의 현 후계자는 귀신의 저주를 받아서 아픈 거래."


"나도, 나도 들은 적 있어. 여태까지 한 번도 밖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이유가 저주 때문에 끔찍한 모습으로 바뀌어서라며?"


"응, 머리카락은 쭈뼛쭈뼛 등골이 설 만큼 새하얀 데다 두 눈은 피가 흐를 듯 새빨갛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하면서 야위어서 거의 귀신 꼴이래."


"그거 아냐, 후계자가 한 3년 전까지는 아인하르츠 공작 소유의 다른 영지에서 지냈다잖아. 날 때부터 저주 받아서 꼴 보기 싫어한 아인하르츠 공작이 다른 도시에 버려두었는데 저주가 후계자 주변의 사람한테까지 영향을 미쳐서 그 도시 일대가 망했대."


"난 눈치 백단에 입담 만만치 않은 시녀가 무서워."


"아, 너희 누나도 만만치 않지?"



루크는 본의 아니게 자신의 험담을 눈앞에서 하는 어린애들을 보고 피식 웃었다. 육포 사건을 겪었던 율로서는 절로 웅크려 들게 만드는 미소였다.



"입만 산 녀석이 누군지 모르겠군."



훗-하고 웃는 루크의 모습에 퍼거슨은 어버어버 거리다 또 다시 손가락질했다.



"쨔사! 우리는 언제라도 들어갈 수 있어, 단지 순서를 못 정했을 뿐이야. 그런데 넌 들어갈 수는 있냐? 우리 다 들어가고 나면 꽁무니 치려고 그러는 거지?!"



그렇게 자신 있으면 어디 한 번 네가 들어가 봐 라는 말에 루크는 어깨를 으쓱였다. 별로 어려운 요구는 아니었지만 자신은 밖으로 놀러갈 생각이었지 안으로 숨어들 생각은 없었다.



"내가 왜?"


"하하핫! 역시 너도 겁나는 구나."


"너도?"



저도 모르게 본심을 밝히고 만 퍼거슨이 황급히 말을 수정했다.



"아아닛! 말실수야, 계집애들처럼 말머리 붙잡고 늘어지기는. 아무튼 넌 역시 못 들어가겠다 이거지?"


"내가 왜 들어가야 하는데?"



루크는 같잖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퍼거슨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희야 너희 담력을 증명하기 위해서라지만 우리는 우리 갈 길 따로 있거든. 내가 왜 내 볼 일 놔두고 시간 낭비까지 하며 저 저택 안을 들어갔다 나와야 하냔 말이다."



논리 정연한 루크의 말에 퍼거슨은 입을 열지 못했다. 루크는 피식 웃으며 퍼거슨 패거리들을 훑어보았다.



"정 사정한다면 못 들어가 줄 것도 없지."


"누가 사정한대?!"


"그럼 나 갈 길 가도 되냐?"



으윽, 이대로 보내기엔 사나이의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가 남는다. 퍼거슨은 최후의 최후의 발악을 해보기로 했다.



"좋다, 지는 놈이 이긴 놈 밑에 들어가기로 하고 대결을 펼치자! 대신 팀 전이다. 우리 편 2명이 저택 안에 들어 갈 테니 너도 너뿐만이 아니라 저 녀석도 들어가야 해! 먼저 다 들어가는 쪽이 이기는 거야!"



퍼거슨은 척 보기에도 순댕이 같은 율을 보고 자신만만했다. 필시 저 녀석은 겁쟁이라고 여긴 탓이다. 율은 자신을 지목하는 퍼거슨을 보곤 루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헤에, 루크. 다시 돌아가는 거예요?"



승낙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응. 좋아, 너희는 너 말고 누가 또 들어가는데?"



루크가 퍼거슨을 향해 물었다. 퍼거슨이 무리를 향해 뒤돌아서서 눈을 부라리자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부대장 꼴인 잭을 앞으로 밀었다.



"나랑 잭이 나간다. 자, 그럼 누가 먼저 들어갈지 가위바위……"


"제가 먼저 들어갈 게요."



율이 번쩍 손을 들었다. 퍼거슨이 헉 하고 신음을 흘렀다. 루크는 아무래도 좋다는 얼굴이었고 잭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반대자가 없었으므로 율은 자신 있게 개구멍으로 기어들어갔다.



"원 스코어인가."



1:0


루크가 씨익 웃었다.



"내가 먼저 들어가면 뒤늦게 너희 둘 다 들어온다 한들 우리 쪽 승리겠지. 왜냐구? 이건 누가 먼저 다 들어가기 시합이니까. 그러니까 공평성을 위해 양보해 주지. 누가 들어갈 거냐."



여유 만만한 루크의 미소에 퍼거슨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었다.



"내가 들어가지!"



그러면서 뒤따라 네 놈이 안 들어오면 죽여 버리겠어, 라는 눈빛으로 잭을 쏘아 봐 주곤 퍼거슨이 개구멍으로 기어들어…가다 꼈다.



"푸훗!"



루크가 폭소를 터트렸다. 퍼거슨의 졸병들도 애를 썼으나 웃음이 흘러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담벼락 안에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퍼거슨이 외쳤다.



"그만 웃고 좀 밀어봐라!!"



그러자 잭을 비롯한 두 명의 아이들이 퍼거슨의 엉덩이를 열심히 밀기 시작했다.



"추하군."



간신히 들어간 퍼거슨의 모습을 보며 루크가 중얼거렸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저도 모르게 끄덕였다. 루크가 퍼거슨이 지나간 자리를 찜찜하게 내려다보았을 때다.



"으아아아악!!"




퍼거슨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루크는 의아한 얼굴로 담벼락 위를 올려다 보다 잭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가 먼저 들어갈 테냐?"



퍼거슨의 비명에 이미 사색이 질릴 대로 질려버린 잭이다. 잭이 열심히 고개를 휘두르자 루크는 담 윗부분을 잡고 발부터 가볍게 밀어 넣어 쏜살 같이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남아 지켜보던 아이들이 벌벌 떨고 있는 잭을 보다 다시 시선을 저들끼리 맞추었다.



‘멋지다!‘



한편 개구멍을 통해 다시 아인하르츠 저택으로 돌아온 루크는 배가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퍼거슨은 으르렁대는 그레이하운드에게 겁먹어서 오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늑대다, 늑대야! 사람 살려!!"



루크는 퍼거슨이 너무 심하게 떠들어 대자 근처에 순회하는 경비병들이 다가올 까봐 걱정되었다. 퍼거슨을 진정 시키기 위해 다가가던 루크의 발끝에 무언가 채였다. 투바테였다. 루크는 이마에 혈관이 불뚝 솟은 상태로 율에게 다가갔다.



"율! 간수 잘 하라 했지."


"어라?"



눈앞에 있는 투바테를 보고 자신의 품 안을 뒤지는 율과 놀라 연신 비명을 지르는 퍼거슨, 으르렁 대다 못해 컹컹 짖는 그레이하운드. 난장판이었다. 루크는 골치가 아픈 걸 느꼈다.


율은 그레이하운드에게 육포를 던져주곤 율의 손에 투바테를 쥐어준 뒤 퍼거슨에게 명령했다.



"자, 돗자리 깔아라."


"내, 내가 왜!"



그레이하운드가 육포를 쫓아 저 멀리 가버리자 좀 안정 된 퍼거슨이 대꾸했다. 그러나 이미 못 볼 꼴 다 보이고 난 뒤라 그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루크가 아무 말 없이 쳐다보자 퍼거슨은 어깨가 축 쳐져선 시키는 대로 돗자리를 깔고 바구니의 통을 열었다. 바구니 안에는 평민인 퍼거슨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음식들이 가득 차 있었다.



"어디 경치 좋은 데서 먹으려고 했는데 누구 때문에 좋은 시간만 다 날려서 집 담벼락 앞에서 피크닉하게 되는군."



루크는 손수건에 물을 묻혀서 손을 닦고는 율의 손도 닦아주었다.



"자, 먹자."


"나도 머, 먹어도 돼?"


"먹기 싫냐?"



채찍 다음에는 당근인가. 과연 귀족가 도련님은 사람 다루는 법도 날 때부터 배우는 모양이었다.

루크는 칠리소스와 샐러드가 버물려 있는 샌드위치 하나를 삼키고는 말했다.



"난 대장 자리엔 관심 없다."



루크의 말뜻을 알아들은 퍼거슨의 얼굴이 붉어졌다.



"나도 관심 없어, 쨔사. 그냥 다 같이 놀려고 하는데 애들이 떠받혀 주니까. 뭐, 그런 거지."



퍼거슨은 뭔가 더 말하려다가 한마디도 없이 음식을 먹어치우고 있는 율을 보곤 음식으로 입을 돌렸다. 루크는 도시락에서 손을 떼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르다. 그때의 하늘도 푸르렀다.



‘저주라…… 몸이야 선천적으로 약했던 거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게도 보였나. 후.‘



그리고 시꺼멓게 물드는 것도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몸이 약했던 후계자를 요양 차 공기 좋은 시골에 보냈던 아인하르츠 공작은 죽음의 선고를 받고 7년 만에 아인하르츠 저택으로 돌아온 후계자에게 등을 돌렸다. 병약했던 아인하르츠의 안주인은 자책하며 신경쇠약증에 걸렸다. 늘 빈 아버지의 자리와 눈물을 그치지 않는 어머닐 보면서 루크는 빨리 자라고 싶었다.



"루크 더 안 먹어요?"


"어서 자랐으면…해."


"에? 그러니까 많이 먹어야죠. 루크는 분명 대단한 과학자가 될 거예요."



그런 의미가 아니건만. 너무나 예쁘게 웃는 푸른 눈동자를 보며 루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가 본 하늘은 푸르렀어?"


"네. 오늘만큼 좋은 날이었어요!"



그래, 대충 알 것 같았다. 저 푸르름을 율은 눈동자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루크는 자라고 싶었다. 어서 자라서, 20세가 지난 뒤에도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어서 늙어 주름 진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살아서, 이때의 걱정은 쓸 데 없는 짓거리였다고 저 푸른 하늘을 보며 웃으며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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