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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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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웨느
작품등록일 :
2014.03.04 18:12
최근연재일 :
2014.03.04 18:16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489
추천수 :
30
글자수 :
37,397

작성
14.03.04 18:15
조회
227
추천
4
글자
10쪽

DUMMY

순식간에 찬밥이 된 루크의 입가에 새파란 미소가 어렸다. 루크는 고민 할 것 없이 육포의 봉지를 뜯더니 그것을 율의 머리 위에 쏟아 부었다. 그 순간, 율에게 한창 애교 떨던 개들의 눈빛이 돌아갔다.


잠깐의 소란 후, 여기저기를 물린 율이 엉엉 울며 베키에게 치료 받았다. 루크는 나무그늘에 안치되어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육포를 던지신 건 너무했어요."



베키가 야박하다고 잔소리하는 걸 귓등으로 넘겨들은 루크는 생과일주스를 삼키며 피식 웃었다.



"난 누가 나 무시하는 거 못 참아."



새하얗게 빛나는 은발 사이로 붉은 눈동자가 어둡게 반짝거렸다. 괜히 오싹해진 베키는 속으로 마저 투덜거렸다.



‘치- 자기만 내버려두고 놀았다는 걸로 삐진 거면서.‘


"베키 누—— 읍."



딴 생각하느라 뺨에 갖다 붙여야 할 반창고를 입에다 갖다 댄 베키는 율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반창고는 이미 입술을 가로 막아버렸다. 베키는 당황해서 허둥지둥 반창고를 떼었다. 율은 반창고의 점성이 떨어져나가면서 피부가 딸려나가는 고통 때문에 또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우- 써어."



게다가 반창고에 함유 된 고약을 핥은 건지 쓴 맛까지 본 율이었다.



"베키, 우는 게 시끄럽다고 입까지 막는 게 더 너무한 거 같은데?"



그 걸 본 루크는 큭큭 웃으며 베키를 놀렸다. 율은 정말이냐고 묻는 눈동자로 베키를 올려다보았다. 그 순진무구한 푸른 눈동자와 짓궂은 붉은 눈동자에 베키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외쳤다.



"모, 못 됐어어!!"






"즐거워 보이시는군요."


"아? 아무래도 바보가 한 명 있으니까. 안 웃으려야 안 웃을 수가 없잖아?"



루크는 빙글 웃으며 귀븐의 말에 대답했다. 귀븐은 세월 따라 깊어진 눈동자로 도련님을 바라보았다. 도련님이 이렇게 웃으신 적이 언제였던가. 그것은 병을 얻기 전에도 없었던 것 같았다. 대 아인하르츠家의 외동으로 태어난 루크는 태어날 때부터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져야 했다.


"글쎄, 어제는 세퍼트-사냥개의 일종-에게 물어오라고 던진 접시를 그 애가 달려가서 주어오는 거야. 세퍼트들이 물어오는 걸 보고 던지고 주워오는 놀이인 줄 알았대. 아하하, 정말 안카라면 생각하지 못할 발상이지. 그래서 오늘은 부메랑 던지기를 하기로 했어."



밝은 루크의 모습에 귀븐도 부드럽게 웃었다. 주인마님께서도 이 모습을 보신다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실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또한 수도에 가서 내려오지 않는 아인하르츠家의 주인 역시.








"그러고 보니 너 저택엔 어떻게 들어온 거야."



루크는 저택에서 탈출 할 때 상인의 마차를 이용했다. 이 저택은 담을 뛰어넘는 걸 걱정하기 전에 저택부터 입구까지 먼 거리를 준비해야 했다. 어른도 30분은 넘게 걸어가야 하는 정원을 순찰대의 눈을 피해 들어오긴 힘들었다.


율은 고개를 기울이며 빙긋 웃었다.



"걸어서요."


"헤에, 진짜? 뭐, 정원이야 그럴 수 있다 치고 담은 어떻게 뛰어넘은 거야?"


"안 넘었는데요?"


‘그럼 어떻게 안 넘고 저택에 들어 올 수 있었는지를 말하란 말이다!‘



짤막한 율의 대답에 자신을 놀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루크는 붉은 눈동자로 노려보았다. 율은 전혀 겁 먹어하는 기색 없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개구멍이 있었어요."


"………"



루크는 말없이 율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율은 의아한 얼굴로 루크의 시선을 받다가 곧 생글 웃어버렸다.



"진짜?"



이윽고 무거운 입술이 열렸을 때 루크는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루크와 율은 베키에게 산책을 나가겠다는 명목으로 도시락을 싸 달라 주문했다. 사냥개들을 데리고 좀 멀리 갔다 올 거라는 말에 베키는 아무 의심 없이 호화찬란한 도시락을 준비했다.



"베키."


"예?"


"내 실험실이 요새 좀 더러운 것 같다?"



루크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왠지 모르게 오한이 든 베키는-그러나 너무 귀여웠다- 마찬가지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 그럼 안 되죠, 상전을 깨끗한 곳에 모시는 것이 시녀의 본분! 전 가서 청소를 해야겠습니다. 두 분께선 즐거운 시간 보내다 오세요~"



루크는 생각 외로 너무나 쉽게 놓아주는 베키를 보고 어라, 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 여기고 등을 돌렸다.



"……야…."



그 사이를 못 참고 그레이하운드-사냥개의 일종- 등 위에 올라타 있는 율을 보고 루크가 머리를 짚었다.



"좋은 생각이다."



루크는 1시간 정도 걸을 체력을 아꼈다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형견은 성인의 키만큼이나 컸고 아직 덜 자란 루크와 율을 태우기에 무리가 없었다. 둘은 정글소년이나 된 듯 개를 타고 정원을 달렸다. 그 와중에 루크나 율이 낙견(?)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크게 다치진 않았다.


둘은 옷에 약간 풀물이 배고 들풀이 달라붙은 행색으로 개구멍 앞까지 갔다. 루크는 승용견(?)을 타고 오는 것만으로 벌써 녹다운 중이었다.



"루크, 체력이 없군요."


"시끄러."



율이 발견한 개구멍은 정말 개들이 파놓은 듯 무거운 담 아래로 반원의 구멍이 파여 있었다. 담 근처에는 자객이나 도둑이 들 때 도움이 될 까봐 키 높은 나무 대신 키 작은 식물들을 심어놨기에 여태껏 방치되어 있던 것이다.



‘나 원 참, 경비들은 뭘 하는 거지. 율도 찾아내는 것을 발견 못하고.‘



루크는 율의 뒤를 따라 개구멍을 빠져나갔다.



"아아, 옷이 다 더러워졌군."


"나중에 빨면 되잖아요?"



그레이하운드가 둘의 뒤를 따라가고 싶은 듯 개구멍 안에서 낑낑 거렸지만 덩치가 너무 커서 길쭉한 주둥이 밖에 내밀지 못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루크가 말했다.



"안 되겠다, 넌 여기서 기다려."


"깽~"



돌아 갈 때 타고 가야 하니 돌려보낼 순 없었다. 이기적인 주인의 말에 그레이하운드는 심심형-심심하게 한 자리에 죽치고 앉아 기다려야 하는 형벌-을 선고 받았다.


율은 이 도시가 처음이었고 루크는 이 도시에서 산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밖을 나가 본 일이 한 번 밖에 없었으므로 둘 다 저택 바깥세상의 지리에 대해선 무지하다고 할 수 있다. 율은 둘째 치고 루크는 두 번째 가출 감행임에도 계획 없는 자기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꼈다. 그때였다.



"어라, 네 녀석은!"


"호오."



곁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루크가 고개를 돌렸다.



"아는 사이세요?"



갑자기 나타난 퍼거슨(13, 인하르츠 군 시헬 면 안다스 리의 퍼거슨네 집 뒷골목 대장 임기 이틀째) 패거리에 어제 그 자리에 없었던 율만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루크는 담담히 대답했다.



"처음 보는데."


"야!!"



모르는 척하는 루크를 보고 열 뻗친 퍼거슨이 대뜸 손가락질을 했다. 루크는 손가락질이 기분 나쁜지 살짝 상체를 기울어 주는 센스를 보여주었다.



"어제의 그 모욕을 잊었단 말이냐?!"


"아, 그러고 보니. 어제 눈시울 붉히며 부모한테 달려간 꼬마가……"



자기보다 연상인 퍼거슨을 꼬마라 부르는 루크였다. 그렇다면 그보다 3살 어린 루크는 뭘까? 루크는 정신 연령으론 자신이 퍼거슨을 훌쩍 상회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다, 닥쳐!"



퍼거슨이 허겁지겁 말꼬리를 끊었지만 그렇다고 멈출 루크가 아니었다. 루크는 말을 다 잇는 대신 질문으로 바꿨다.



"그런데 네가 여긴 웬 일이지?"



루크는 마침 지리를 모르는 참에 바깥 세상에 대해 알고 안내해 줄 먹이들이 나타나서 잘 됐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훑어보았다. 사악한 붉은 눈동자의 시선을 받은 아이들은 이유도 모르고 뱀의 시선을 받은 개구리처럼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흥, 너 같이 비리비리한 녀석은 알아도 못 할 일을 하러 가는 중이지!"


"내가 할지 못할지는 해봐야 알지 않을까."



으윽! 말싸움으론 상대가 안 된다. 퍼거슨은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도 연패해 대장으로써의 권위가 떨어질 것이 걱정되었다. 안 그래도 루크를 바라보는 졸병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우리는 말이야, 오늘 대 아인하르츠家의 저택에 잠입 할 거라고. 너 같은 소심쟁이는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담력을 요구하는 일이지!"



방금 그 집에서 나온 사람이 나다, 라는 생각에 루크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어마어마한 담력을 요구하는 일이긴 하네. 그래서, 들어가서 뭘 할 건 데?"


"에……?"


"가서 뭘 할 거냐고.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겠어? 아인하르츠군을 대표하는 가문, 아인하르츠家의 저택에 들어갔으면 뭐 하나라도 증거물을 가지고 나와야 진정한 객기, 무대포지. 아인하르츠 가주의 하나뿐인 레이디 리쉘드라 아인하르츠의 손수건을 가지고 나올 거냐? 아인하르츠 기사단의 자랑거리인 피르아닌 단장의 성호의 검을 가지고 나올 거냐? 뭐, 아인하르츠家의 적자인 뷔휀루크의 발명품을 가지고 나오는 것도 나름 괜찮은 일이지. 하지만 쉽지 않을 걸. 정원에는 수백의 경비원뿐만 아니라 수 십 종의 사냥개들이 지키고 있고, 저택에는 눈치 백단에 입담 만만치 않은 시녀와 집사가 지키고 있고 방 여기저기에 설치 된 함정과 오래 된 가문에서만 있을 수 있는 유서 깊은 물건들엔 정체를 알 수 없는 울음소리와 그림자가 있어서 몰래 저택에 침입한 자들에겐 가차 없는 손길을……"


"으아아악!"



괴담에 약한 퍼거슨이 고성을 질렀다. 퍼거슨의 비명소리에 깜짝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퍼거슨에게로 쏟아졌다. 퍼거슨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입만 산 녀석이군! 더 이상은 못 들어주겠다, 크악! 들어가서 뭔 가 가지고 나오면 될 거 아냐! 크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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