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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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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웨느
작품등록일 :
2014.03.04 18:12
최근연재일 :
2014.03.04 18:16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490
추천수 :
30
글자수 :
37,397

작성
14.03.04 18:14
조회
219
추천
3
글자
11쪽

DUMMY

율이 리쉘드라의 방을 나오자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던 루크가 튀어나왔다. 루크는 율의 얼굴에 남아있는 눈물자국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어머님이 너 혼냈어?"


"울었어요."


"에?"


"리쉘드라 누나는 많이 아픈 걸 까요?"



루크는 씩 웃었으나 그것은 결코 유쾌한 미소가 아니었다.



"뭐, 내가 좀 속을 썩여서 그렇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 내가 싫다고 안 해도 되는 게 아니니까."



율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루크를 바라보았다. 율의 뚫어지는 시선에 루크는 화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어머님보고 누나가 뭐냐. 어머님이 27세이시긴 하지만… 너랑은 7세 밖에 차이가 안 나는가."



루크는 스스로 말해놓고 허탈감을 느꼈다.



"아, 재미없다. 너 언제 갈 거냐?"



루크는 케스가 마스터 없이 살 수 없는 종족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율이 마스터를 찾아 떠난다고 하면 좋은 마음으로 헤어질 생각이었다. 비록 두 번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은 없을 지라도—.



"루크랑 리쉘드라 누나가 다 나을 때까지요."


"너 농담 하냐?"



순간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루크는 이성을 유지했다. 루크의 머릿속에 율은 이미 바보로 인식되었기에 뭣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뭐, 나야 좋지. 마지막에 너라도 곁에 있어 준다면."



하지만 이 울보는 울겠지, 왠지 그건 싫었다.


루크는 어두운 생각은 떨쳐보이고는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 네겐 특별히 내 연구소를 보여주지."


"연구소?"


"응, 나만의 실험실. 완성품은 몇 개 안 되지만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어지간한 거라면 다 줄 수 있으니까."



루크는 계단 아래로 내려가며 쾌활하게 말했다.


지하 1층에 있다는 루크의 연구소는 2/3은 책으로 가득 매워있었다. 율은 유독 의학서가 많은 책꽂이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 많은 책들 중에서도 루크와 리쉘드라의 병을 낫게 해줄 방법은 없을 걸까.



"아, 맞다. 아무거나 건들지 마, 여기에는 폭발하는 것도 있으니까."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루크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율은 창백하게 질려서 바들바들 떨며 뒤로 물러났다.



"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


"거기 서!"



루크가 사나운 얼굴로 소리치자 율은 더욱 놀래서 뒷걸음질 치다 뭐에 부딪쳤다. 와르르 쏟아지는 책 한 무더기. 루크는 떨어지는 충격으로 끈 제본이 풀려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종이 중 하나를 낚아채어 와락 구겼다.



"율—무니르 슈——운!!"



루크에게 한동안 잔소리를 듣고 연구소에서 내쫓김 당한 율은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올라오는 루크에게 말했다.



"루크, 저도 치우는 거 도울 게요."


"넌 가만있는 게 돕는 거야."



짧은 시간에 율을 파악한 루크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됐어, 널 데리고 간 내 잘‥이라고 하기엔 좀 열 받는데."



죽어도 자기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는 루크였다.



"자, 어차피 연구소라 해봤자 건들면 위험한 물건에다 네가 봐도 모를 수식어만 가득 있을 테니 완성품 몇 가질 가지고 왔어."



고작 10세 주제에 위험한 물건을 다룬다든가 어려운 수식 좀 쓴다고 거드름 피우는 루크를 대단하다는 듯이 올려다보는 율이었다.



"이건 탈출용 로프 벨트야, 어제 첫 시용을 해봤는데 속도가 좀 빠른 것 같더라고. 구슬 조임을 아이템 사용 중에도 바꿀 수 있도록 개조해야겠어. 이건 벨트의 이 부분을 이렇게 틈에다 걸치거나 박아 넣고-나무 같은데- 높은 곳에서 몸을 던지면 이 안의 철 구슬들을 얼마나 조였느냐와 떨어진 사람의 몸무게의 비율에 의해 줄이 내려가."


"와- 이걸 직접 만들었어요?"


"부품만 있으면 이런 건 쉬워. 다음은 망원경, 시초는 내가 아닌데 돋보기를 보니까 대충 어떻게 만든 건지 짐작이 가더라고. 내가 만든 건 3km 내지 밖에 못 보는 것 같지만 정확히 재보진 않아서 몰라."


"대단해요!"


"별로, 그 정돈 다들 알 거 아냐. 다음은 버너, 네가 아까 연구실에서 봤을지도 모르겠네. 기체 중에는 가열하면 폭발하는 것들이 있어. 그 기체가 이 통 안에 들어있는데 너 만지지 마. 이거 폭발하면 너 죽고 나 사는 거다. 아무튼 여길 열고 이 부분을 누르면 불이 피어오르는 거지. 야외용으로 만들어 봤는데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은 안 되는 것 같아. 뭐, 펑 터트리면 바비큐 구이 정돈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율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다음 발명품을 기대했다. 하지만 루크는 빈손이 무안한 듯 오히려 율을 노려보았다.



"나머진 아직 실험 중이라 딱히 보여 줄 게 없어. 이 거 말고 다른 완성품도 있긴 하지만 그건 약이거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체험해 보고 싶으면 먹여 줄 요량이 있는데 먹을래?"



율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리고 물었다.



"어쩐지 밖이랑 연관이 많이 된 물건들이네요."


"집안에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당연히 밖에 대해 연구하게 되는 거지. 난 의사나 과학자가 될 거야. 그래서 병을 고치고 싶어."



루크는 자신의 작품들을 내려다보며 쓸쓸히 말했다. 3년 전 그날, 그 캄캄한 암흑 속에서 루크는 미래를 빼앗겼다. 하르에가 순간적으로 생산이 중지되고 한꺼번에 빠져나간다는 것은 잠시 죽는 것과 마찬가지 일. 루크의 발작은 매번 생명의 고비이자 죽음에 치닫는 것이었다.



"고칠 수 있어요!"



율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루크는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빙긋 웃는 율을 보자 마음이 편해졌다. 약간은 죽음의 그림자가 가신, 그런 느낌.



"루크라면 꼭 고칠 수 있어요, 제 이름을 걸고 맹세 할 수 있어요."


"아아,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루크는 피식 웃으며 율의 말에 약속했다.



개인 실험실에서 나오던 루크는 방문 밖에 놓여있는 투바테를 보고 쿡 웃었다. 연구소에 절대 출입 금지라고 해놓았더니 들어오진 못하고 문 근처를 배회하다 돌아갔을 율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히 그려졌다.



‘소형 방패와 투바테가 맞지 않는 건가.‘



루크는 율이 투바테를 소형 방패에 결합 시키는 걸 떠올렸다. 투바테는 케스에게 중요한 물건, 근시일 내에 소형 방패를 고치든지 바꾸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루크는 손님방으로 갔다. 방 안에는 율이 없었다. 테라스 쪽의 창문이 열린 것을 보고 루크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테라스에는 율이 난간에 매달린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한없이 꿈꾸는 그 표정에 루크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곧 평소대로 돌아오며 입을 열었다.



"아주 푹 빠지겠다? 어디다 정신을 놓고 다니는 거냐, 칠칠맞게 흘리고 다니기는."


"어? 투바테?"



루크의 목소리에 뒤돌아보던 율은 루크의 손에 들려있는 투바테를 보고 놀라서 소형 방패를 꺼내들었다. 루크는 손목에 착용 할 수 있도록 개조되어 있는 방패를 장착하지도 않으면서 왜 들고 다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검집 대용이라면 차라리 진짜 검집을 하나 만드는 게 부피도 작고 무게도 덜 나갈 텐데 말이다. 율은 방패에 투바테가 없다는 걸 알고 당황했다. 루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게 네 거잖아. 간수 좀 잘 해, 이번이 벌써 두 번째야."



머리카락을 잘리기 전에도 저랬을까. 궁금했지만 기억이 없으니 물어도 답이 없을 터.



‘나 만날 때까지 가지고 있던 것만으로 용하다는 생각이 드네.‘



머리카락이 잘리고 나선 율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이 백지가 되어버린 느낌은 절망적이었을까? 아니면 애초에 없던 기억이듯 아무런 상관없었을까.



"……처음 눈을 떴을 때 본 게 뭐야?"



루크는 말하고 나서 후회했다. 바보 같은 율이지만 바보라 해서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다. 티내진 않아도 내심 고민하고 있을 텐데- 이미 심한 말을 늘어놓고 난 터라 더 가슴이 찔렸다. 하지만 율은 막말을 퍼부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선뜻한 미소로 대답해주었다.



"머리칼을 잃고 처음 눈을 떴을 때 본 건 하늘같아요. 파란 하늘이 무척 예뻤어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났지만 하늘을 보는 순간 제가 살아있다는 걸 느꼈죠. 그래서 마리 누나가 말을 걸어 줄 때까지 울고만 있었어요, 하늘을 계속 쳐다보면서…"


"마리 누나?"


"웅, 마리 누나는 먹을 걸 줬어요. 너저분한 머리도 다듬어줬어요. 마스터를 찾아 떠날 때까지 누나가 많이 도와줬어요. 그런데 어떻게 말은 알아들었지만 그때 당시엔 언어를 하나도 몰라서 누나한테 고맙다는 말도 못 했어요."



루크는 단정한 율의 머리칼을 보았다. 확실히 투바테로 잘랐다고 하기엔 깔끔 단정했다. 그와 동시에 율이 케스라 주장하지만 사실 혼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아무리 투바테가 아닌 일반 가위로 썼다지만 머리칼을 자르는데 순순히 머리를 내미는 케스가 어디 있단 말인가.



‘바보 중의 바보겠지.‘



루크는 율의 본성을 다시 한 번 단정 지었다.



"나가자."


"어딜요?"


"마당에."



루크는 저택을 빠져나와 주변의 들판을 뛰어다니고 있는 사냥개들을 보았다. 루크의 냄새를 맡은 개들은 루크와 율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우와, 멍멍이!"


"아, 낯선 사람한텐 사나우니까 함부로 손 뻗지 마‥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손대냐?!"



루크는 짜증을 왈칵 내며 준비했던 육포 봉투를 들어올렸다. 사냥개들이 율에게 덤벼들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그런 루크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사냥개들은 율과 잘 어울렸다. 심지어는 발랑 누워 배까지 보이며 복종의 표시를 보였다. 그러고 보니 율은 지난밤 이 넓은 저택을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루크의 방에 들어왔었다. 마당에 풀어놓고 자유롭게 기르는 사냥개들이 율을 눈치 채지 못 했을 리가 없는데도, 율은 위협 받은 흔적조차 없었다.



"뭐냐, 이건."



루크는 심술 가득한 얼굴로 사냥개들과 율을 노려보았다. 사냥개들은 율의 발등에 코를 비비거나 옷을 물어 당기고 얼굴을 핥는 등 다양한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육포로 타협을 해야 했던 루크와는 천지차이가 느껴지는 대우였다. 도대체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지.



"까하하, 간지러워요. 그만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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