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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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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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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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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일본과의 밀무역

DUMMY

진원성이 관찰한 바에 의하면 관주님의 표정은 작년 12 월 이후 좀 힘들어 보였었는데, 이번 사건이 마무리 되자 다시금 편안한 얼굴로 돌아왔다. 4 월부터는 다시 직방의 베틀 들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으며, 남32방의 직공들은 일이 없어 쉬었던 중에도 관주님이 쌀 말이라도 담아주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또 공동으로 저지른 잘못을 갈성이 혼자 걸머지는 희생을 해줘서 직공들이 다시금 일을 하고 생계를 이을 수 있었기에 소주부성 안의 직공들은 남32방이라면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이러한 것들이 작용하여 남32방 비단의 질은 흠결하나 없는 최상품이 쏟아져 나왔으며, 생산량도 예전보다 거의 삼 할 이상이 증가하였던 것이다. 이로써 6 월 말이 되자 이미 일을 못하였던 것으로 부족해진 할당량을 초과하고도 남게 되었다. 오히려 관주님이 너무 직공들이 힘이 들어 하지 않을까 (사실은 생산량이 많은 것이 알려지면 세금이 다시 가증될 것이 염려되었을 것이다.) 염려하여 작업량을 줄이도록 지시를 따로 하셨다.


아무튼 관주님이 편해지신 것은 진원성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진원성이 고민하는 일이 따로 있었다. 그것은 키가 거의 크지 않는 일이었다. 아홉 번째 자리를 찾아내고 그리고 열여덟 번째 자리를 찾아낸 다음에야 키가 클지도 모른다는 그 생각을 하게 되면, 난쟁이가 될까 봐서 마음이 초조했다. 얼마 전에도 또 장원 앞에서 길목을 지켜보다가 어떤 난쟁이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지금의 진원성보다 주먹 서 너 개 쯤 정도 키가 더 컸을 뿐이었다. 난쟁이가 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법문을 다시 한번 곰곰이 살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너무도 익숙해져서, 의미 하나 하나를 잘 따져 보는 것을 오히려 등한시 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자세하게 음미를 해보았지만 잘못된 점이라는 의심이 되는 것조차 찾아낼 수 없었다.


정문 아저씨들이나 가마꾼 아저씨들이나 자주 찾아 오시는 손님들에게 한마디 씩 듣는 것도 하나 씩의 괴로움이 되었다.


"잘 먹고, 좀 커야 되겠다. 그렇지?" 라든가,


"작년에 봤을 때하고 똑같구나. 어쩌면 그렇게 그대로냐?" 라든가,


"다른 아이들이 키 클 때에 너는 뭐하고 있었냐?" 혹은,


"이관주 님, 이 애한테 키 크게 하는 것 좀 찾아서 먹여주셔야 할 것 같네요."


"키 가지고 너무 말씀 마세요. 본인도 고민일 텐데요. 나중에 한꺼번에 자라나는 경우도 많으니 그리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원성아 너무 걱정할 거 없다. 알았지?"


저자의 과자가게에서 작년에 봤던 아이들도 한 치 쯤 씩 자란 것을, 지나치기만 해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작년에 보았던 난쟁이의 모습이 떠오르면 고개가 절로 내저어졌다. 밤에 잠자는 것도 포기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벌써 8 개월째인가, 9 개월 째인가, 그것이 얼마가 걸리든지, 진원성에게는 끝까지 포기할 수가 없는 문제였다.


뜨거운 여름도 막바지, 7 월이 되었다. 길가의 나무들도 한여름 더위에 시달려서 모두 축 늘어지고 말았다. 관주님이 장기(長期)로 출타하신다고 말씀을 하셨다.


"이번에 일이 있어 항주로 해서 영파에 다시 갔다와야 한다, 한 달이나 한 달 반 남짓 걸릴 거다. 그리고 총관 아저씨도 동행할테니 원성이 네가 좀 더 할 일이 늘어날 게다. 사흘 후에 출발하니까 그리 알고 있거라."


"예, 알겠습니다."


진원성은 오히려 그것이 반갑게 느껴졌다. 이제는 소주부성 안은 웬만큼 익숙해져서, 눈을 감고서도 길을 찾아갈 정도는 되었기에, 어떤 새로움이 그리워졌던 것이다. 물론 집 나서면 고생이라고, 매일 아침에 세숫물 심부름에, 세탁 심부름에, 차 심부름에, 필묵 심부름, 신발 심부름에 쉴 참이 없을 만큼 바쁘지만, 진원성에게는 그런 일 들이 몸으로 하기에 힘들다는 느낌이 없었으며, 진원성 자신도 호흡공부 때문에 이렇게 몸이 가볍고 일이 힘들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진원성은 키만 크면 될텐데 하고 속으로만 생각하였다.


관주님과 총관님과 진원성 일행 3 명은 소주부에서 화물선을 타고 운하를 통해 항주로 향했다. 이번에 같이 가는 배는 모두 3 척이었고, 휘주 상단이 어디론가 판매한 비단 만 필을 배 3 척에 나누어 싣고 항주로 가는 것이었다. 비단을 실은 배는 천선(淺船 운하 통행에 맞춰서 지은 평저선 平底船 임)이라고 하는 운하를 탈 수 있는 배였는데, 크기는 쌀을 400 석 실을 수 있는 크기라고 하였다. 이윽고 10 일이 걸려서 항주에 도착하였다. 항주에 가서 보니 휘주상단이 준비한, 잔뜩 미곡 섬을 실은 중형 첨저선(尖底船 = 밑바닥이 날카로운 배) 25 척이 항주에서 관주님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항주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미곡 섬을 싣고 있는 3돛의 배는 바다로 갈 수 있는 큰 범선이었으며, 한 척당 미곡을 2천 석 실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 미곡선을 보니 진원성은 산동에서 타고 왔던 밀무역선이 얼마나 큰 배였던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미곡선보다 적어도 두 배나 아니면 다섯 배 이상 더 될 성 싶었던 것이다. 이번에 장사하는 상대는 진원성은 물론 처음 들어보는 나라, 점성국이라고 하였는데 진원성은 나중에 잘못 들었던가 하고 생각하였다. 미곡선과 함께 가기 위해서, 비단을 천선 3 척에서 큰 배 1 척으로 옮겨 실었다. 두 배의 높이가 차이가 많이 나서, 선착장에 큰 배와 비단실은 배 들을 나란히 세워 놓고서, 일단 선착장을 이용해서 비단을 옮겨야만 하였다. 수부들 100 명을 고용하여 하루 종일 걸려서 날랐다. 진원성도 객점에만 있기가 답답하여 따라 나서서 여러 가지 신기한 일들을 보게 되는 셈이었다.


총 26 척의 배는 항주에서 운하를 타지 않고, 동쪽을 향해 바다로 나갔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육지를 오른편에 두고, 천천히 내려갔다. 그렇게 6 일 낮과 밤을 가다가 아침이 되어 앞을 보니 섬들이 있었고, 그 곳은 지난 번에 진원성이 밀무역선을 타고 도착하였던 바로 그 곳이었다. 배들은 진 밖에서 일단 멈추었고, 관주님과 총관과 진원성이 탄 배 한 척만 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서 너 시진이 지났을 때에, 신호가 전해졌는지, 나머지 배들도 모두 진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수 백 명의 각부(脚夫)들이 바로 미곡과 비단을 내려서 다른 쪽에 정박한 대형선에 싣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곡과 비단을 옮기는 데에 7 일이 걸렸고, 그 다음에는 관주님 일행이 타고 왔던 배에 나무상자 160 개를 실었다.


그리고 배 26 척은 다시 북쪽으로 출발했다. 물건을 싣고 갈 때는 바람이 반대여서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돌아올 때에는 바람 방향이 맞아서 사흘 만에 항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항주에서 일행은 객점을 잡아서 머물고 있었다. 아직 나이 어린 진원성이 옆에서 보기에도 이것은 분명 정상적인 무역이 아니고 밀무역이었다. 그리고 점성국이라고 했는데, 점성국이 아니라, 2 년 반 전에 해적선과 만나서 치렀던 전투 할 때와 그 때에 포로가 되었던 왜나라 해적들이 말했던 것과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또 통역을 하여 주는 사람은 명나라 사람이었고, 두어 달 전에 장원으로 관주님을 찾아온 적이 있었던 손님이었던 그 사람이었다.


왜나라는 재작년에 큰 전쟁을 치렀고, 동서로 갈린 양 편이 수십 만의 군병을 동원하여 전쟁을 하였으며 많은 장정들이 죽어서 그로 인해 왜나라는 쌀 생산이 부족하여 쌀 값이 엄청나게 올랐음을 들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 왜나라 무역선들이 쌀을 사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진원성은 이 거래가 밀무역이고 그래서 모든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짐작하였다. 그러나 결코 아는 척하거나 신경을 쓰는 척하는 것조차,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진원성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 정도는 알만한 사람은 오고 가는 사람들의 눈빛만 보아도 다 알게 되는 것이다.


[1600 년 일본은 토요토미히데요시 사후 본격적으로 조왜전쟁 패퇴 후유증을 앓고 있었으며, 세키가하라 전투로써 동군과 서군으로 나눠서 남은 전쟁능력을 국내에서 소모시키고 있었다. 양군은 조총부대를 주력으로 구축하고 있었으며, 총합 이십만 명으로 그 중에 절반 즉 십만 명의 인력손실이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일본은 병농일치제로 군병들이 평상시에는 농군이었고, 조왜전쟁에서 조선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장정 20만 명과 그 이후 내전으로 죽은 장정 20만 명으로 국가경제가 몹씨 피폐하였다.]


**


항주에 돌아와서 이리저리 바쁘게 일을 치른, 사흘 째 되는 날 저녁에 관주님과 총관님이 객점의 2 층에서 어쩌면 이번 거래가 무사히 잘 끝난 것을 축하라도 하려는지, 술을 한잔 하려는지 자리를 잡으셨고, 진원성도 방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을 기다리다가, 끝내 말씀이 없어서, 그냥 옆에 서서 시중을 들어야 했다. 요리를 몇 가지 시키시더니, 진원성의 몫으로도 밥 한 그릇(제일 값이 싼 것으로 그릇에 밥과 반찬이 한꺼번에 들어있으며, 거기에 젓가락을 꽂아서, 손님에게 주면, 손님은 선채로 또는 앉아서 얼른 먹고 가는 것이 보통이었다.)을 시켜주시고, 건너편에 있는 자리에 앉아서 먹고 가라고 하셨다.


진원성은 빨리 먹고 방으로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라, 음식이 나오자 고개를 처박고 먹는 일에만 열심이었고, 서 너 번 젓가락을 움직였나 하는데, 갑자기 어깨를 만져 오는 손이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보았다.


"야, 꼬마야, 지금 자리가 여기 밖에 없는데, 너 좀 일어나 봐라."


"누구신지? 지금 밥 먹고 있는 거 안보여요?"


"쨔쌰 이렇게 밥만 한 그릇 딸랑 먹을 때는 1 층에서 후다닥 먹고 가는 거야. 여긴 비싼 요리를 시켜서 먹고, 술도 마시는 2 층이란 말이다. 자 일어나서, 밥그릇 들고 1 층으로 얼른 가라. 어서 꺼져."


"에이 씨..."


"요런 쥐부랄 만한 새끼가 빨랑 움직이지, 지금 뭬라구 씨브리는 거냐?"


이 때에야 점소이가 뛰어왔다. 그리고 진원성에게 눈을 껌벅껌벅 했다. 이때에 진원성의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불이 품어져 나왔다. 어쩌면 지난 1 년 반 정도의 험한 여정에서 쌓였던 어떤 억눌림에 대한 반발이었는지, 아니면 키가 작아서 고민하는데, 쥐부랄 만하다고 하는 욕을 들은 것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진원성은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내밷고야 말았다. 얼마 전에 새로 들어오신 정문 아저씨가 진원성에게 이야기 해준, 무뢰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었는데, 그 이야기 중에서 한 부분이 말이 되어 나오고 있었다.


"등치만 커가지고, 나하고 일대 일로 붙으면 한방 깜도 안되는 것들이 까불고 있네. 재수없게...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에이 내가 그냥 간다."


"뭐야, 이 쥐새끼가 ... "


진원성은 자기도 모르게 들고 있던 밥그릇을 말하고 있는 놈의 얼굴에다가 던져버렸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그들 일행 두 명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이미 뜻하지 않은 반격에 당황하고, 분노를 폭발하는 얼굴은 두 손을 뻗어, 두 어 걸음 앞에 서 있는 진원성의 머리통을 잡아왔다. 진원성의 키가 작아서 처음에는 허공을 잡을 뻔 했는데, 얼른 두 손을 내리니 머리통을 잡으려는 것 같이 되었던 것이다.


이 때에야 2 층 좌석 들에서 식사를 즐기던 사람들의 놀라운 반응이 나왔다. 한 쪽은 아직 7 살 밖에 안되어 보이는 아이이고(실제로는 8 살이지만), 그 상대는 체격이 보통 어른보다 훨씬 건장한 어른 두 명인 데다가, 허리에는 칼을 차고 있었고, 게다가 그 두 명은 이 근처의 악명을 날리는 무뢰 들이었던 것이다. 점소이가 눈을 껌벅껌벅 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으리라. 처음에 어른 들이 하는 말은 못 들었을지라도, 아이가 나중에 하는 말은 다들 똑똑하게 들었던 것이다. 그 말은 어린아이가 뱉을 수 있는 말이라고는 생각하기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얼굴에 밥과 반찬이 범벅이 된 사내는 갑자기 너무도 뜻하지 않은 반격을 받고서, 아주 황당한 감에서 헤어 나오려고 하는 듯, 얼굴에서 밥 조각과 반찬 조각들을 부지런히 떼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2 층 안은 그 모양을 본 사람들 중에 통쾌하다는 듯 아니면 웃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듯한 웃음 소리가 터지기 시작했고, 금방 전염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2 층은 실제 분위기와는 전혀 무관한 웃음바다가 되고 만 것이었다. 이 때에 잡아오는 두 손을 피해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선 진원성이 다시 큰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성큼 성큼 걸어서 1 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뒤돌아보면서 말했다.


"너희 두 놈 지금 바로 따라 내려와,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흐 - 윽, 저 개 썅노무새끼 오늘 갈아버려야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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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과의 밀무역 15.04.24 1,688 53 14쪽
10 민란(民亂) 15.04.23 1,398 29 10쪽
9 무서운 세금(稅金) 15.04.23 1,430 32 11쪽
8 통증(痛症)과 원망(怨望) 15.04.22 1,490 34 16쪽
7 견직경연(絹織競演) 15.04.22 1,681 52 11쪽
6 소주(蘇州) 휘주회관(徽州會館) 15.04.21 1,699 54 13쪽
5 노예(奴隸)로 팔리다 15.04.21 1,497 40 10쪽
4 밀무역선(密貿易船) 15.04.20 1,542 33 17쪽
3 기공(氣功) 15.04.20 1,827 31 13쪽
2 구원(救援) +3 15.04.20 1,635 40 13쪽
1 가몰(家歿) +3 15.04.20 2,782 4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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