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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루 서재 입니다.

천마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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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몽글루
작품등록일 :
2024.05.08 18:50
최근연재일 :
2024.06.07 20: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18
추천수 :
14
글자수 :
147,086

작성
24.05.08 18:52
조회
78
추천
1
글자
11쪽

001. 염라대왕(閻羅大王)

DUMMY

달빛이 창가로 들어오는 모습이 아름다웠지만 나는 은은하게 비치는 천장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죽으면...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답은 뻔했지만, 천장을 보면서 한 번 중얼거려봤다.

그동안 수많은 전투와 싸움을 통해서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라는 과분한 칭호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강하다고 늙지 않는 건 아니었다.

누구나 그렇듯...

세월의 흐름은 피할 수가 없었다.

이제 노쇠해질 때로 노쇠해진 몸이었기에 살날이 며칠 안 남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단지...’


그게 오늘일지

내일일지

모레일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하면서 또 다시 눈을 감았다.


*


사부작-!! 사부작-!!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나는 눈을 슬며시 떴다.

그런데.


“....!?”


분명, 알 수 없는 미래를 그리면서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눈앞에는 알 수 없는 존재가 떡하니 앉아있었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사내였다.

그야말로, 신화 속의 거인(巨人)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의 용모는 매우 험상궂어보였고, 콧수염과 턱수염이 밑으로 자욱하게 자라있었다.

털이 워낙, 덥수룩해서 입이 안 보일 정도였다.

그런 그가 책상 위에 한가득 쌓인 종이를 훑어보면서 도장을 찍고 있었다.


“여긴 어디지?”


멈칫-!!


내가 말하자 그는 하던 행동을 중지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씨익-!!


웃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말할 거 같으면...인간들이 그토록 오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할 수 있지.”


“설마...”


“맞다. 여기가 바로 지옥이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그럼...’


눈앞의 사람은 선악(善惡)의 심판관, 염라대왕일 게 분명했다.

사람들이 종종 말했다.

죽으면 염라대왕이 그동안 해왔던 죄질(罪質)을 판단한다고.

그 말대로 그럴 모양인지.


화르륵-!! 화르륵-!!


그의 뒤로 불 중에서도 가장 뜨겁다는 청색불이 도깨비불 마냥 공중을 둥실둥실 떠다녔다.

그뿐만 아니라 용암도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기포가 멈출 새 없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마음의 준비는 어느 정도 하고 있었지만...그게 오늘일 줄은..”


“자~!! 어디 한 번 볼까.”


내 마음도 모른 채 그는 웃으면서 옆에 놓여있던 두루마리를 들고 쫘악 펼쳤다.


“그동안~ 사람을 참 많이도 죽였군. 다시 태어나려면 최소...50000년은 걸리겠어. 그것도 살인죄로만.”


‘5만년?!’


“그뿐만 아니라 거짓말, 납치, 협박, 폭행, 강탈...어휴~ 나열하려면 한참 걸리겠네.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얼마나 고통을 받아야할까.”


염라대왕은 웃으면서 나를 향해 두루마리를 풀었다.


“한 번 읽어봐.”


두루마리가 데굴데굴 구르면서 눈앞까지 왔다.

역시, 거인이 보는 두루마리답게 종이부터 시작해서 글씨도 엄청 거대했다.


절레절레-!!


내가 고개를 흔들자 염라대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정 못하겠나?”


절레절레-!!


“이미 벌어진 일을 다시 봐서 무슨 소용이겠나. 내 업보(業報)인 것을...”


“그 말은~ 모든 죄를 인정한다는..그 뜻인가?”


끄덕-!!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염라대왕은 웃음을 지었다.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좋군. 역시, 고금을 통틀어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업적을 이룬 천마(天魔)답구만. 아주 사내대장부야. 천하에서 가장 강한 자(者)로 불릴 뿐만 아니라 천하(天下)도 태평했으니.”


“이제 할 말은 다 끝난 거 같으니. 얼른 보내줬으면 좋겠군.”


“쩝.”


염라대왕은 입맛을 다셨다.


‘이대로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재인데...’


“그러지 말고...이참에 재능 기부한다는 셈 치고. 날 도우는 게 어떻겠나?”


“재능 기부?”


끄덕-!!


“자네의 적성에 딱 맞는 일이 있어서 말이지.”


“.....”


“별거 아니고, 내가 최근에 만든 부서가 있는데...사람이 좀 모자라서 말이야.”


“그게 뭐지?”


“만약, 해준다면...자네의 죗값도 감형할 수 있네.”


‘감형?’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어떤가? 의욕이 마구마구 샘솟지?!!”


크흠-!!


내가 주먹을 들고 헛기침을 하자 염라대왕은 웃었다.


“이곳에 지장을 찍으면 되네.”


염라대왕이 손가락을 튕기기 무섭게 내 눈앞으로 불씨 하나가 화르륵- 거리면서 나타났다.

그러더니 불씨가 두루마리도 변했다.

그런데


덥석-!!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그만...’


“뭐하고 있나? 얼른, 지장 안 찍고?! 생각을 너무 오래해도, 좋지 않아~”


염라대왕이 재촉했지만 나는 두루마리 줄을 풀고, 두루마리를 펼친 뒤 내용들을 찬찬히 훑어봤다.


‘헌터사자?’


저승사자인 줄 알았지만, 뭔가 미묘했다.

살면서 처음 보는 용어였다.


“‘셋’셀 때까지 안 하면 없던 걸로 하겠네.”


그 말을 시작으로 염라대왕은 재촉했다.


“하나.”


“둘.”


‘셋’을 말하려는 순간, 나는 손가락을 물어뜯고 지장을 찍었다.


꾸욱-!!


다행히 아무런 이상은 없었다.

그리고


화르륵-!!


지장을 찍기 무섭게 두루마리는 한 줌의 재로 순식간에 변했다.

그때.


딱-!!


계약이 끝나자 염라대왕은 손가락을 또 다시 튕겼다.


“계약도 끝났으니, 이제 보내주겠네.”


“어디를 보내...”


질문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나는 용암 아래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밟고 있던 바닥이 순식간에 용암으로 변화했다.


부글부글-!!


용암이 부글부글 끓자 염라대왕은 입 꼬리를 올렸다.


“무운(武運)을 비네.”


이로써, 헌터사자를 한 명 더 포섭했다.


*


“산모뿐만 아니라 아이도 무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생전 처음 듣는 언어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자 나는 눈을 슬며시 떴다.

그런데.


“...!?”


눈앞의 풍경을 보는 순간, 말문이 탁 막혔다.

웬, 여인이 나를 보듬고 있는 것도 모자라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말이 안 나왔다.

아니,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옹알이로 보였다.


옹알옹알-!!


“여보, 옹알이하는 거 좀 봐요!!”


“진짜?”


‘여기가 바로...말로만 들었던 사후세계(死後世界)인 건가?’


아내의 말을 듣기 무섭게 의사와 간호사에게 허리를 연신 숙이고 있던 남성은 허리를 벌떡 일으키고, 헐레벌떡 다가왔다.


“진짜네~”


“앞으로...너 이름은 한성이란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환하게 웃는 그들과 달리 나는 좁아진 시야로 주변을 훑어보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야말로,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


‘이곳이...대체 어디일까..’


복장도.

사람도.

환경도.

모든 것이 다 의문스러울 따름이었다.

지금껏 살면서 생전 처음 보는 것들 뿐이었다.


*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나는 이곳의 세계에 어느 정도 이해하는 나이에 다다랐다.

하지만


“아직도 왜 감감무소식이지?”


침대에서 눈을 뜨고 나는 상체를 일으켰다.

19년 동안 바뀐 게 하나도 없었다.

마치 꿈인 거 마냥, 염라대왕과 나눴던 얘기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네.”


날이 갈수록 머릿속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몸뿐만 아니라 방 이곳저곳을 살펴봤지만,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계약까지 한 마당에 아무것도 안 시킬 거면...이곳에 도대체 나를 왜 보낸 거야?”


말이 좋아서 학생이지, 그야말로 백수나 다름없었다.


“설마, 속은 건가?”


“엄마가 얼른 나와서 밥 먹으래.”


“알았어. 나갈게.”


동생이 부르자 나는 이불을 걷고, 거실로 향했다.


‘우선, 밥부터 먹고 보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는 말이 있듯이 배라도 두둑이 챙기기로 했다.

그야말로, 하루살이 목숨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뒤늦은 후회가 물밀 듯 들었다.

허송세월(虛送歲月)

괜히, 할 일 없이 시간만 허비하고 있었다.


*


달그락-!! 달그락-!!


밥과 국, 반찬은 한가득 있었지만, 젓가락과 숟가락, 식기 소리만 울렸다.

어떠한 대화도 없이 묵묵히 식사만 할 뿐이었다.


꿀꺽-!!


눈치를 슬슬 보면서 최수현은 젓가락을 입에 물었다.


“엄마.”


“잔말 말고, 밥이나 먹어.”


그녀가 듣기 싫다는 뉘앙스를 풍기자 나는 동생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툭 치고 고개를 내저었다.


절레절레-!!


“나 진짜로 하고 싶단 말이야. 헌..”


탁-!!


그녀가 젓가락을 탁 내려놓자 우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리 봐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헌터 소리 한 번만 더 내뱉으면 용돈이고, 뭐고 다 끊을 줄 알아.”


꿀꺽-!!


그녀가 선전포고를 날리자 동생은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야..’


‘내 이럴 줄 알았다.’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우리 집안에서 내뱉으면 안 되는 금지어가 딱 한 개 있는데 바로, ‘헌터’였다.

그도 그럴게.

아버지의 직업이 바로 헌터였기 때문이었다.

게이트, 던전을 Clear하고 보수를 받는 직업.

천문학적인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직업이었지만, 매순간마다 목숨이 위태로운 직업이었다.

그야말로, 현재의 나처럼 하루살이 인생이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

매순간마다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엄마~ 이렇게 부탁할게.”


동생은 끈질겼다.


“요즘은..내 친구들도 부모님 허락 받고 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허락해줘. 제발~!!!”


“좋게 말할 때 밥이나 먹어...”


하지만 어떤 누구도 한발 물러서지 않았다.

모녀(母女)가 그야말로 고집불통이었다.


‘매번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 같네.’


“아빠를 보고도 그걸 하고 싶니?”


“어! 하고 싶어.”


동생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하고 싶어.”


“최수현!!! 너~ 정말, 엄마 속 새까맣게 타들어가게 할래!!”


그녀는 식탁을 치면서 벌떡 일어났다.


“다른 부모님은 허락할지 몰라도 나는 절대 허락 못해. 엄마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그래?”


“알아, 엄마는 내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잖아.”


“알면서 왜 자꾸...”


“그런데 나는 그렇게 살기 싫어...살기 싫다고.”


그 말과 함께 동생도 벌떡 일어났다.


쾅-!!


화가 많이 났는지 방으로 들어가면서 문을 세차게 닫았다.


“누굴 닮아서 고집이 저렇게 센 거야?”


싱긋-!!


그녀의 말을 듣기 무섭게 나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습니다.”


“밥 왜 남겼어?”


“배불러서요.”


그 말을 끝으로 나도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펄럭-!! 펄럭-!!


창문이 열려있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닫혀있던 창문이 열려있자 커튼이 바람에 의해 마구 휘날렸다.

그런데


“...!?”


내 관심사는 열려있는 창문이 아니라 책상으로 곧이어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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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028. 헌터사관학교 24.06.03 11 0 11쪽
27 027. 염라대왕의 분노 +1 24.06.02 9 0 10쪽
26 026. XX 전쟁 24.06.01 6 0 9쪽
25 025. 나 VS 악마 사냥꾼 24.05.31 7 1 11쪽
24 024. 헌터사자 VS 헌터사자 24.05.30 6 1 11쪽
23 023. 나 VS 전생자 24.05.29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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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1. 꼬리 자르기 24.05.27 8 0 10쪽
20 020. 화귀(化鬼) 24.05.25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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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재회 24.05.20 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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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09. 도둑놈 24.05.13 1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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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7. 그림의 떡 24.05.11 2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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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원귀(寃鬼) 24.05.09 3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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