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청정수입니다-!

Shift UP : 광속여고생의 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스포츠, 로맨스

청정수
작품등록일 :
2020.05.20 12:45
최근연재일 :
2020.07.11 16:4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004
추천수 :
108
글자수 :
245,184

작성
20.07.09 16:40
조회
8
추천
0
글자
12쪽

# 5. 탑 6 결정전 7

DUMMY

“올해는 제로가 맥을 못 추는군요- 아무래도 제로의 신화도 올해로 끝나는 걸까요?”

테일러는 육중한 제로로 9위에 머물고 있었다. 만만하게 봤던 건이 자신보다 앞서 나가면서 테일러는 하위권의 선두로 서게 되었다. 그간 탑 6 결정전에 참여해왔던 제로의 굴욕이었다.

화가 나면 날수록 제로는 중심을 못 잡고 이리저리 날뛰기 일쑤였다.

“으으으....!”

15번 코너를 빠져나와 직선주로에 들어섰다. 제로의 야성은 여기서부터 발휘된다. 숙성된 머슬카의 맛은 쭉 뻗은 직선주로에서 나오는 법이다. RPM을 6000까지 쭉 올리면서 뒷 타이어가 아슬아슬하게 출력을 버텨낸다. 시속 200km을 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 육중한 중량으로 270까지 대차게 넘기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282...295... 300에 도달하기 직전에 테일러는 힐엔토를 구사하면서 엔진 브레이크와 일반 브레이크를 동시에 잡아가며 속도를 줄였다. 워낙 덩치가 크다보니 속도 줄이는데만도 체력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아무리 빠르게 달리더라도 코너에선 다시 따라잡힌다. 아무리 직선에서 빠르다 한들 다른 차들에 비해 무겁고, 앞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있는 특성이 테일러의 발목을 잡았다.

“가라가라가라...!”

그런 이유로 1번 코너는 테일러가 가장 싫어하는 코너이기도 하다. 여기서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이었다. 중위권인 8위와의 차이는 1.5초 남짓, 이 차이를 어떻게 매꾸냐가 테일러의 성적을 좌우한다.

힘겹게 1번 코너를 빠져나오자 10위가 테일러에 따라붙었다. 하지만 속도를 낼 수 있는 직선만 있다면 그 정도는 어림도 없었다. 뒷바퀴 굴림이더라도 속도를 낼 때 만큼은 그 어떤 차에도 지지 않는 가속성능은 제로의 자랑이다.

“죽일 듯 밀어붙이자!!”

테일러는 더 이상 차이가 벌어지기 전에 스퍼트를 감행했다. 앞으로 3랩을 더 남겨둔 상황에서 이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미카엘에 밀려 2위로 달리고 있던 이와타니는 애가 타 죽을 지경이었다. 한 번 따라잡힌 미카엘은 죽어도 자신을 앞으로 내보내려 하지 않았다. 절대 잡을 수 없는 최강의 머신을 상대로 절대 우위를 점하는 미카엘이 존경스러워 질 지경이었다. 게다가 뒤에서 미친 듯이 쪼아대는 크리스토퍼는 이와타니의 정신을 아득하게 했다.

“5번...!”

미카엘과 똑같은 라인으로 돌입해, 똑같이 탈출하면서도 예덴엔 여유가 없었다. 어째서인지 미카엘의 비터는 어떤 조건에서도 이와타니의 예덴보다 불리함에도 날카롭게 코너를 돌파했고, 이와타니보다 빠르게 코너에서 뛰쳐나갔다. 6번을 통해 8번까지 쭉 돌아나가는 코너에서도 한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이와타니를 때어내려 난리를 쳤다.

“저 쪽은 전력이야. 그럴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 정도 스피드로 공략을 해댈 리가 없어.”

그녀가 2학기 기말고사 전까지 1위를 점했던 최우수 학생임을 이와타니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만들어낸 최강의 자연흡기, 2행정 엔진이 최고의 묘수라고 생각했다. 교수님들이 그 엔진을 들고 왔을 때만 해도, 탑 6 결정전이 시작되기 전까지도 자신이 최고임을 결정짓고 자신의 우월함에 어깨에 바짝 힘을 주고 다녔던 그였다. 그런 그가 지금 진땀을 뻘뻘 흘리며 8번 코너, 항아리 헤어핀의 입구까지 미카엘의 라인을 따라 들어갔다. 미카엘은 8번 코너의 클리핑포인트 보다 안쪽에 있는 연석을 밟고서 항아리 헤어핀에 돌입했다.

연습 주행이였다면 콧방귀나 꼈을 법한 무모한 라인이 지금에 와서는 자신을 옥죄는 상대의 전략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예덴의 가벼움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차가 연석을 밟고 붕 떠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된 공략도 불가능했으며, 오히려 제어불능이 되어버릴 차를 어떻게든 달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순간 크리스토퍼가 예덴의 후미를 들이받았다. 서로의 PCB가 깨지면서 충격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와타니는 어떻게든 스핀을 막으려 했으나, 와이드바디킷까지 달고 출전한 브레인의 중량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충돌 상황에서 이와타니의 예덴을 힘으로 밀어내버린다. 이와타니의 예덴은 항아리 헤어핀의 바깥쪽 벽까지 튕겨져 나가며 전면 PCB까지 깨지고 말았다. 벽을 들이받은 체 항아리 헤어핀에서 멈춰버린 이와타니. 그는 자신이 실패했다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


“미카엘의 과감한 라인을 이와타니가 그대로 카피, 아! 가벼운 무게가 독이 된 걸까요!”

연석을 밟고 훅 떠버리고 마는 이와타니의 예덴에 사회자도 술렁였지만, 관중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와타니는 이번 탑 6 결정전에서 1위 유력후보였다. 미카엘을 막을 수 있는 보루라고 생각하고 모두가 관전했기 때문에, 이와타니의 예덴이 연석에 의해 공략라인에서 벗어나버린 것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다행히 PCB 덕에 큰 손상 없이 끝난 것 같습니다. 아니, 뒤에서 크리스토퍼가 예덴을 들이받....!”

벽에 들이받아 속도가 죽어버린 예덴을 크리스토퍼는 개의치 않고 추돌했다. 그는 예덴을 PCB로 충돌하고 나아가는 게 타임로스가 덜하다고 판단하고 그의 차를 밀어버린 것이다. 가뜩이나 무거운 편인 브레인은 예덴을 밀고 나가도 큰 타격이 없었다. 충돌의 순간, PCB가 격돌하는 소리가 서킷에 울려퍼지면서 이와타니의 예덴은 항아리 헤어핀의 바깥쪽 격벽으로 도진해 정측면을 추돌했다. 세 번의 추돌로 예덴을 감싸고 있던 PCB 결계는 완전히 사라졌고, 차를 감싼 PCB가 사라진 걸 눈치 챈 관중들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크리스토퍼가 미카엘을 추격합니다, 이와타니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요. 정말 안타까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와타니의 뒤로 중위권은 선수들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4위부터 시작해서 8위까지, 건은 여전히 6위로 자신의 순위를 굳히고 있었다. 이와타니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이는 관중 뿐 아니라 경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도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와타니는 리타이어를 선언했다.


**


건이 이와타니를 지나치면서 눈이 휘둥그래질 수밖에 없었다. 건 역시도 이와타니가 이번에 1위를 거머쥘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미카엘과 크리스토퍼는 예상 외로 엄청난 수완가들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1위가 유력했던 이와타니를 아예 아웃시킬 수 있었던 걸까. 그리고 그 둘은 중위권인 학생들과 점점 차이를 벌리고 있었다.

“상위권으로 들려면 죽을 준비를 하고 들어오란 건가....”

이와타니의 사건으로 인해 모든 참가자들에게 공포가 각인되었다. 그 둘에게 맞서 싸운다는 것은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걸 본보기로 보여준 것과 같았다. 이와타니가 리타이어를 한 덕분에 건은 5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건 모두의 이득이었기에 별반 상관없었다.

“4위를 차지해야 해.”

3랩째를 끝내고 4랩째로 들어선다. 이제 상위권은 아예 꿈도 못 꿀 만큼 거리가 벌어졌다. 미카엘이 자신의 순위를 탈환할 것인지, 크리스토퍼가 자신의 순위를 유지할 것인지의 대결이었다. 그 곳은 완전히 그들만의 세계가 되었다.

“최대한 좋은 성적으로...!”

1번 코너를 들어서면서 4위에 따라붙었다. 4위는 크리스토퍼와 같은 브레인을 타고 있었지만 튜닝 방향은 정반대인 차량이었다. 불필요한 바디킷은 모두 때어버리고 경량화를 꽤한 브레인이었다. 원래부터 차체가 무거운 브레인에겐 필요없을지 몰라도 4위는 저력을 보이며 건의 차를 따돌렸다. 고속으로 가면 갈수록 그 저력은 확연했다.

“배기량도 이 쪽이 우위일텐데...!”

태생이 머슬카였다고 해도 눈 앞의 브레인은 엄청난 코너링 머신이었다. 고속코너에서 날카롭게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 저속코너를 맞딱뜨려도 빈 틈없이 속도를 줄이고, 빠져나와선 풀 쓰로틀로 완벽하게 속도를 붙였다. 건이 따라붙을 순 있어도 추월하기는 버거워보였다. 간신히 따라가는 정도였다.

“이 쪽은 지금 여유가 없는데...!”

건은 이게 한계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4위로 앞서고 있는 그는 자신보다 한수 위의 상대로 보였다. 그가 조금씩이나마 3위에 따라붙는 것이 눈으로 보이는 게 그 증거이다. 건은 운을 바랬다. 5랩째에 들어서기 전까지 TCI-1 이 버티기를, 자신이 집중력을 잃지 않기를. 아직 비장의 무기는 남아있었다. 앞에서 바짝 리드해주는 브레인을 끝까지 잡고 가면 마지막 랩에서 두 명을 한 번에 잡고 3위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 판단했다. 건은 없는 집중력까지 잔뜩 끌어올려서 4위를 쫓는데만 주력했다. 2번 고속코너에서 아슬아슬하게 연석 옆을 지나치고 3번코너를 위해 아웃으로 빠지는 걸 쫓았다. 순간 속도가 170km/h 가 넘을 정도로 위험한 속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고 있었다. 3번 코너를 돌기 위해 브레이킹을 해서 저속코너로 진입할 때는 건이 쫒아갈 수가 없었다. 그의 브레이킹 실력이 한 수 위였다. 겨우 따라가지만 0.05초 정도 차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후우... 죽을 것 같아....!”

안 그래도 더운 차 안에서 자기 분에 차는 차를 쫒으려니 죽을 맛이였다. 건의 눈 앞에는 두 대가 줄지어 달리고 있었다. 0.4초 가량 차이나던 걸 한 랩 만에 줄일 정도이니 앞 차 역시 죽을 맛인 것은 똑같을 터였다. 한계 아슬아슬할 정도까지 차를 몰아붙이고 있을 것이었고, 그건 건도 마찬가지였다. 슬슬 타이어가 위험해지기 시작했다.

“젠장할.......”

똑바로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타이어까지 난리였다. 아무리 쫓아도 조금씩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하자 건의 집중력이 조금씩 박살나기 시작했다. 이번에 놓치면 기회가 없었다. 항아리 헤어핀에 도달하기 전까지 브레인과의 차간 거리는 약 10m 정도까지 벌어졌다.

“여기서 써볼까...!”

건은 효영이 알려준 PCB 결계로 벽을 타는 공략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승부를 결정 짓는 다음 랩에서 시도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일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타이어가 죽어가는 지금, 괜한 짓으로 타이어를 완전히 죽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걱정한대로 항아리 헤어핀에 돌입한 이후로 4위와의 격차는 상당한 속도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아무리 빨리 달리려고 해도 점점 차이는 벌어져만 갔다. 0.2 초차이가 0.3초 차이로, 0.5초 차이까지 벌어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건이 고전하는 사이 반대로 치고 올라오는 차도 있었다. 바로 테일러의 제로였다. 출전 차량중 가장 무거운 바디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단 것도 대단한데, 중위권까지 꾸역꾸역 올라와 6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미 죽을 대로 죽은 타이어에 미련을 버린 게 성공적인 전략이였다. 그립으로 밀릴 게 뻔하니 저속헤어핀이나 저속코너에서 드리프트로 차를 미끄러뜨리며 야금야금 다른 차들을 추월해온 것이다. 타이어가 맛이 가기 시작한 건 다른 차들도 똑같았고 이 상황에서 그립 주행을 고수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이었다. 타이어를 버리고 차를 미끄러뜨리면서 달린다면 타이어는 작살이 나더라도 기록은 낼 수 있다. 일반적인 모터스포츠 경기와 다르게 각 차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변칙적인 결과였다.


작가의말

간신히 다음 부분을 씁니다. 몇 년을 바친 비참한 결과를 볼 때 마다 머리가 띵해지고, 그 날 하루 의욕이 다 사라지네요. 이런 기분을 아실련지 모르겠지만요... 처음으로 우울증이라는 걸 제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실패가 유독 심하게 아리네요. 지금까지 봐주시는 분들은 아마 공모전 탓이 아니라 진심으로 제 글이 맘에 드시는 분들이겠죠.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hift UP : 광속여고생의 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분이 날아갔습니다. 20.07.14 40 0 -
공지 Shift UP을 읽기 전에 한 번 봐주세요! 20.05.24 108 0 -
48 # 5. 탑 6 결정전 8 20.07.11 18 0 14쪽
» # 5. 탑 6 결정전 7 20.07.09 9 0 12쪽
46 # 5. 탑 6 결정전 6 20.07.06 9 0 11쪽
45 # 5. 탑 6 결정전 5 20.07.02 9 0 13쪽
44 # 5. 탑 6 결정전 4 20.07.01 13 0 11쪽
43 # 5. 탑 6 결정전 3 20.06.30 16 0 11쪽
42 # 5. 탑 6 결정전 2 20.06.29 21 0 12쪽
41 # 5. 탑 6 결정전 20.06.28 15 0 10쪽
40 # 4. 입학 10 20.06.27 14 0 13쪽
39 # 4. 입학식 9 20.06.26 17 0 12쪽
38 # 4. 입학 8 20.06.25 15 0 11쪽
37 # 4. 입학 7 20.06.24 16 0 11쪽
36 # 4. 입학 6 20.06.23 17 0 10쪽
35 # 4. 입학 5 20.06.22 19 0 11쪽
34 # 4. 입학 4 20.06.21 14 0 11쪽
33 # 4. 입학 3 +4 20.06.20 19 2 11쪽
32 # 4. 입학 2 +4 20.06.19 27 2 11쪽
31 # 4. 입학 +2 20.06.18 33 1 13쪽
30 # 3-1. 면접 5 +2 20.06.17 21 1 12쪽
29 # 3-1. 면접 4 +2 20.06.16 18 1 11쪽
28 # 3-1. 면접 3 +2 20.06.15 18 2 11쪽
27 # 3-1. 면접 2 +1 20.06.14 21 1 11쪽
26 # 3-1. 면접 +1 20.06.13 24 1 11쪽
25 # 3. 일상, 그리고 결심 2 +4 20.06.12 30 2 11쪽
24 # 3. 일상, 그리고 결심 +4 20.06.11 24 2 13쪽
23 # 3. 일상, 그리고 결심 +3 20.06.10 25 3 12쪽
22 # 2. 보레대 캠퍼스 여행 -끝- +6 20.06.09 30 3 11쪽
21 # 2. 보레대 캠퍼스 여행 13 +3 20.06.08 30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