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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수입니다-!

Shift UP : 광속여고생의 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스포츠, 로맨스

청정수
작품등록일 :
2020.05.20 12:45
최근연재일 :
2020.07.11 16:4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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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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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글자수 :
245,184

작성
20.06.1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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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 3-1. 면접

DUMMY

시간이 늦어 언니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홀로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와중에도 건 오빠가 대한민국 대표가 되었다는 말이 귀 주변에서 어슬렁거려서 좀이 쑤셨다. 뭘 안하곤 못 배길 이 기분, 뭐라도 하고 싶었다. 핸드백에서 작은 메모장을 꺼냈다. 외워야 할 영어단어를 빼곡이 적어놓은 메모장이였다. 신기하게도 글자 하나하나가 생기 있게 보였다. 내가 글씨를 예쁘게 쓴 탓은 아닐 거다. 콕콕 박혀드는 단어들 덕분에 오늘은 공부하는데도 기분이 좋다.

건 오빠와는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가. 오빠가 큰 무대에서 데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단 생각에 주먹을 콱 쥐고 대학생이 되어보리라는 의지를 불태웠다.


**


노란 햇빛이 초록에 알알이 스며들어가는 초여름의 어느 날, 요즘 가장 날 힘들게 하는 건 살을 2kg 이나 찌우고 말았다는 자책감이었다. 남자 만나러 다닐 땐 항상 예뻐야 한다는 나만의 논리에 따라 몸매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공부에 집중하면서도 게을리 하지 않긴 했는데, 하도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 어느센가 2kg 이 추가된 내 몸무게를 보고 최근 동공지진이 멈추질 않는다.

... 브레지어 컵이 바뀌지 않았으니까 변명조차 할 수 없어. 크흑. 이제 곧 바다의 계절인데 어쩔 거야. 뱃살이 손에 찝힌다. 전에도 군살이야 쪼금은 있었지만 이렇게 탱글탱글하게 늘어나진 않았다구. 공부는 여자의 적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면서 다시 영어회화 책을 들여다보았다. 그간 이 책 한 권을 다 때었고 최근엔 단어만 잔뜩 있는 책을 하나 사서 단어 외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 쌓아서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대화에서 써먹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됐다.

“그러니까 나도 당당하게 가슴을 펼 수 있단 이야기야!”

살이야 다시 빼면 되잖아. 공부의 댓가로 찐 2kg 라고 생각한다면 달게 받아들일 테다.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메시지가 왔다. 교수님에게서였다.


[지영씨 그간 잘 지내셨죠? 면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6월 14일 10시까지 아래 쓰여진 장소로 와주세요.]

메세지 아래쪽엔 꼭 가정통신문처럼 장소, 시간, 오는 방법 등이 리스트처럼 적혀있었다.

“면접...!”

아싸... 겉으론 티를 안 내겠다고 열심히 표정을 굳히곤 있는데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걸. 입꼬리가 멋대로 올라간다. 드디어 고대하던 날이 찾아왔다. 면접을 잘 보고 그토록 원하던 대학교에 입학해주겠어. 나의 의지는 불타오른다.

“아차, 정장... 정장이 있나?”

그러고 보니 정장을 아예 사지도 않았었잖아 ㅠㅠ 어마어마한 옷더미에 어떻게 정장치마 한 벌 없는 거야?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정장을 입을 일이 딱히 없었으니까 없는 게 당연하기야 한데...

“정장 어쩌지......?”

엄마한테 말하면 해줄 돈 없다고 단박에 거절할 것이다. 엄마는 준서 입시 때문에 물심양면으로 신경 쓰느랴 바쁘다. 준서는 ‘뭐? 누나가 정장?’ 하면서 비웃기 바쁠 테고. 그렇다고 내가 직접 사기엔 돈이 없다. 이 때 생각나는 사람은 딱 한 명, 내 절친 민희 뿐이다..

“민희는 분명 대학교 면접을 봤을 테니까. 정장 있겠지?”

기대를 걸고 휴대폰을 바로 뒤져 민희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뚜- 뚜- 신호음이 왜 이리 길게 느껴질까. 한 번의 신호음이 갈 때 마다 가슴이 철렁거린다.

[뚜크- “여보세요-?”]

민희가 전화를 받았다!

“민희야! 학교야?”

[“공주님~ 무슨 일이야.”]

민희는 살갑게 내 별명을 불렀다.

“그으.... 부탁이 하나 있는데 말야-”

[“부탁? 먼데?“]

“너 혹시 정장 있으면 하루만 빌려줄 수 있어?”

[“정장? 사이즈 괜찮을라나?]

“왜. 체육복도 서로 잘 빌려입고 했잖아.”

[“갑자기 정장은 왜?”]

“아니거든. 학교 면접 봐야 해서.”

[“면접?! 진짜, 그 학교 가는 거야?”]

민희는 매우 놀랍다는 듯 목소리 톤을 엄청 높였다. 농담인 줄 알았냐고 뭐라 하니까 민희는 짐짓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아니- 남자밖에 모르던 공주님이 작심하고 공부하니까 믿기지가 않잖아....”]

설마 진짜로 일을 칠 줄 몰랐다는 듯한 정적이 감돈다.

“그래서 빌려줄 거야? 말 꺼야?”

[“오늘 우리 집 와서 가져가. 준비해둘게.”]

“땡큐-!”

민희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하곤 전화를 끊었다. 지금 시간은 오후 2시쯤. 적당히 점심을 챙겨먹고 민희네 집에 갈 준비를 해야겠다.

민희는 나처럼 남자들이랑 놀길 좋아했지만, 나랑 그렇게 어울리면서도 이상하게 공부 하나는 정말 잘했다. 떡하니 상위권에 들어버리는 민희를 보면 나는 최고의 마술사의 마술트릭을 눈 앞에서 멀뚱멀뚱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 만큼 민희가 공부를 잘하는 것은 학교 내에서도 미스테리 그 자체였다. 나는 민희를 가히 외계인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 탓에 민희에게 공부를 알려달라고 해본 적이 없었다.


밥을 깨작깨작 먹고 하얀색과 옅은 파란색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3부 바지를 입고 위에는 적당히 얇은 후드 티만 입고 집을 나섰다. 조금 넉넉한 후드티를 뒤집어 쓴건 살짝 부푼 뱃살을 감추기 위함이였다. 또 괜히 잘 입고 나가면 남자 만나러 갔다고 오해 할 엄마의 착각을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세린언니 만나러 갈 때 예쁜 레이스 치마에 멋을 한껏 부리고 나갔더니 엄마가 그렇게 매번 공부 안하고 남자 만나고 온 거 아니냐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대충 패션이다.


민희는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쯤인 세상이 다른 아파트 단지였다. 우리 집은 세련된 맛이라곤 조금도 없는 오래된 주택인데 반해 민희네는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다. 거짓말 좀 보태서 타워펠리스에 들어간 느낌이다.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 할 것만 같은 타일 바닥에, 네모네모 반듯한 우리집과는 공간 자체가 원형과 유리로 둘러져있어 미래주택 같은 느낌이 물씬 든다.

“공주님- 얼른 들어와.”

민희가 손을 까딱거리며 나를 자기 방으로 안내했다. 좁은 방 한 켠에 검은색 정장이 걸려있었다.

“공주님 살 쪘어?”

“묻지 마.”

내가 잔뜩 심통난 표정으로 바라보자 무심한 듯 정장의 매무세를 다듬으며 옷을 꺼낸다.

“사이즈는 안 바뀐 거지?”

“응.”

“함 입고 나와봐- 맞으면 그거 입구 가면 돼.”

나는 정장을 입었다. 치마는 괜찮다. 제 것인 양 핏도 제법 잘 산다. 문제는 블라우스. 가슴팍의 단추가 살짝 위태위태하게 소매를 받치고 있었다. 동시에 허리아래로 내려오는 소매도 좀 짧다. 신경 안 쓰고 있다간 크롭티마냥 입게 될 지도 모른다.

“블라우스는 내 꺼 입어야 할 것 같아”

“으. 공주님 지금 가슴 크다고 자랑해?”

“무슨 소리야- 가슴 사이즈는 별로 차이 안 나잖아.”

“공주님이 나보다 한 치수 더 크거든요- 부러워. 우리 공주님은 정말 부럽다니까. 남자였으면 지금 덮쳤을 거야.”

“웃기지 마.”

민희는 킥킥킥 웃으며 안 속아서 재미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에이- 일케 나오면 공주님 놀리는 재미가 없는데.”

“놀림 당하기 싫거든!”

나는 민희의 정장을 다시 벗었다. 민희는 옷 가게에서 받아왔을 법한 종이 백에 정장을 고이 개어 넣어주었고, 면접 잘 보고 좋은 소식 알려주라며 듣기 좋은 소리도 붙였다.

“합격하면 나한테 한 턱 쏘는 거다?”

“응-”

“화이팅!”

민희는 활짝 웃으며 나를 보내주었다. 민희에게 정장도 빌렸겠다, 이제 면접을 볼 준비만 하면 되겠다. 벌써부터 꽃이 만발한 대학생활을 건더기 삼아 김칫국을 마시는 나는 반드시 학교에 들어가겠노라고 각오를 꽉꽉 다진다.

집에 못 보던 정장이 있는 걸 안 엄마가 퇴근하고 와서 나를 불러냈다. 그간 엄마가 하도 싫은 소리만 해서 대학교 간단 이야기 외에 다른 말을 아예 하질 않았더니 갑자기 나타난 정장이 황당했던 모양이었다.

“정장 뭐야.”

나는 드디어 말해야 한단 생각에 주먹을 꾹 쥐었다.

“그래. 요즘 화장품에 돈 쓰지도 않고, 네일도 안하고, 옷이랑 신발에도 통 돈을 안 써서 열심히 공부하나보다 생각했어.” 엄마는 한 숨을 쉬었다. “면접 보러 가니? 서류 통과한 거야?”

“응...”

“그래? 잘도 합격했네.”

엄마의 말투에는 놀람과 비아냥이 녹아들어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엄마에게 뭐라고 하고 싶은 충동을 꾹 참는다.

“내일 면접 보러 가. 면접 잘 되면 이제 나도 대학생 되는 거야.”

“네가 대학 가는 건 좋은 일이지만 어느 대학교인지 말도 안했잖아. 제대로 된 데 맞아?”

“이제 와서 그걸 의심하면 뭐해. 제대로 된 대학교 맞아.”

마법이 존재하는 비상식에 차는 날 수 없다는 상식의 공존이 양심에 찔린다. 차라리 호그와트였다면 이질감이라도 덜 들었을 텐데. 엄마는 내 말을 듣고 숨을 내뱉으며 동생 준서는 일부러 국립대 간다고 난린데 나는 유학이나 가서 돈만 축낸다고 툴툴거렸다. 엄마의 말에 내가 뭐라 할 자격도 없지만 기분이 나쁘다 못해 마음이 쇳물마냥 녹아내리는 듯한 이 분노를 추스르기는 힘들었다. 여태껏 남자나 만나러 다녔던 내가 다 자초한 일이기에 꾹꾹 눌러 폭발하지만 않게 주먹을 꽉 쥐어 참는다.

“넌 우리가 돈을 땅 파서 버는 줄 아니. 갈 거면 적어도 준서처럼 학비 부담 없는 곳을 골라서 가란 말야. 하여간 넌.......”

엄마가 내 표정을 본 건지 말을 하다 중간에 끊었다. 분명 핏대가 잔뜩 섰을 것이다.

“됐다. 네가 처음으로 정신 차리고 공부하니까 엄만 너 믿어줄 거야. 면접 잘 봐.”

우리 두 사람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엄마가 날 믿어준단 소리에 잔뜩 차올랐던 분노가 사그라들었다. 여전히 소용돌이치면서 열심히 공부해야겠단 마음을 박박 긁어대긴 했지만. 내일 면접을 위해 진정해야지. 난생 해본 적도 없는 명상을 흉내 내면서 마음을 추스렸다.


작가의말

면접이 다가왔습니다. 곧 지영이에게 고난이 찾아오겠군요. 작가는 사탄이므로 지영이를 철저하게 굴릴 겁니다. 진심으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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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4. 입학 2 +4 20.06.19 2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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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3-1. 면접 5 +2 20.06.17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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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3-1. 면접 3 +2 20.06.15 18 2 11쪽
27 # 3-1. 면접 2 +1 20.06.14 21 1 11쪽
» # 3-1. 면접 +1 20.06.13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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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 3. 일상, 그리고 결심 +4 20.06.11 24 2 13쪽
23 # 3. 일상, 그리고 결심 +3 20.06.10 25 3 12쪽
22 # 2. 보레대 캠퍼스 여행 -끝- +6 20.06.09 30 3 11쪽
21 # 2. 보레대 캠퍼스 여행 13 +3 20.06.08 3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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