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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elKim 님의 서재입니다.

사경[四境]-인경편[人境篇] : 무영[無影]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RigelKim
작품등록일 :
2013.06.22 13:57
최근연재일 :
2019.10.31 00:4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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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5
추천수 :
198
글자수 :
240,878

작성
19.10.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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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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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迦樓羅[가루라] 3.

DUMMY

중경산의 정상에서 두개의 그림자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맞부딪쳤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가루라는 자신의 어깨에 있는 거칠고 커다란 날개를 이용하여 공중에서 굉장히 빠르게 움직였다. 굉장히 크고 긴 그의 검은 무게도 상당해보였으나 가루라는 그것을 너무나 쉽게 휘두른다. 무거운 검에 빠른 속도가 더해져 그 위력은 굉장했고 그 검에 진주의 적하쌍검이 부딪칠 때 마다 그녀의 팔에는 상당한 충격이 전해지고 있었다.


“쳇..”


진주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가루라는 너무나 여유 있는 표정으로 진주를 상대하고 있다. 그러나 진주의 얼굴에는 이미 지친 기색이 역력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가루라가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까지 나를 상대했다는 것은 인정하겠다. 그런데 많이 지쳐보이는구나!”


가루라의 말에 진주는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가루라의 검에 맞서 계속 방어하기 위해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가루라가 말했다.


“슬슬 지루해지려는데, 그만 끝을 내야겠다.”


그의 말에 진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으나 속으로 초조함과 답답함에 애가 타기 시작했다. 분명 가루라는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서 그녀를 상대한 것이 아닐 터였다. 그런데다가 진주의 눈에는 슬슬 뉘엿뉘엿해지는 서쪽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고 조금 있으면 진화가 풀릴 것이었다. 그렇게되면 가루라는 전혀 진화를 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었고 그녀의 정체가 탄로나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는 것만은 막아야했다.

그런데 그 때, 가루라의 공격 패턴이 바뀌며 순식간에 진주의 두개의 검을 강하게 쳐냈다.


-채앵!-


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그 바람에 진주는 잠시 주춤했고 그 틈을 가루라는 놓치지않고 발을 들어 진주의 배를 강하게 차버렸다.


-퍼억!-


“아아악!!”


진주의 몸이 순식간에 날아가 저만치에 있던 탑에 사정없이 부딪쳐버렸다. 그리고 그 바람에 낡은 탑이 무너져 그 파편들이 진주의 위로 떨어진다.


-쿠르릉..-


“으윽···”


다행히 그 파편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진주는 비틀거리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왼쪽 어깨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부딪치면서 왼쪽 어깨뼈가 어긋나버린 모양이었다. 진주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가루라는 어느새 그녀의 앞에 서 있었고, 그녀의 그 붉은 피를 매우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가 말했다.


“너의 피는 네 머리칼과 마찬가지로 매우 붉구나.”


진주는 의아한 표정으로 가루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피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어딘가 여태까지 보아온 표정과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얼굴을 보고 감정을 읽는 것에는 조금 서툴었지만 왠지 그의 얼굴에서는 어떠한 그리움 같은 것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그 때 가루라는 갑자기 진주의 몸에서 강한 혼력이 일렁이며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귀(二鬼).”


두번째 별인 귀(鬼)를 불러낸 것이었다. 가루라는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그 커다란 검을 들고 진주에게 빠르게 돌진했다. 그러나 진주는 여태까지 보였던 움직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빠르게 가루라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어느새 가루라의 뒤로 접근해 그의 등에 대고 적하검을 휘둘렀다.


-채앵!-


간신히 진주의 공격을 막은 가루라. 가루라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정말로 곱게 죽고싶지 않은가보구나.”


그러더니 이 전보다도 더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진주는 침착하게 그의 공격을 막아낸다. 그러나 가루라역시 전보다는 더욱 거세게 진주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차레 검이 맞부딪치기를 반복했다. 갑자기 가루라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오르고, 갑자기 진주의 왼쪽 어깨에 엄청난 통증이 느겨지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엄청난 고통에 진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다. 진주의 왼쪽 어깨를 가루라의 목에 감겨있던 뱀들 중 하나가 그 날카로운 이빨로 물고 있던 것이었다. 진주는 자신의 강화된 손톱을 이용하여 뱀의 목을 날려버렸다. 그러나 그 잘린 목에서 순식간에 두개의 목이 자라 다시 진주를 바라보며 위협한다.


“으윽···”


그 뱀의 이빨에서 떨어지던 강력한 산 때문에 진주의 맨살이 드러났고 화상을 입은 것같이 붉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가루라는 다시 한번 진주를 향해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으악!”


진주는 재빨리 반사적으로 그 검을 피했으나 워낙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만 옆구리를 스치고 말았다. 그녀의 옆구리에서 붉은 피가 흐른다. 그 바람에 진주는 중심을 잃고 쓰러졌고 가루라는 다시 발로 그녀의 몸을 사정없이 공격한다.


-콰앙!-


진주의 몸이 빠르게 날아가 탑 가운데 하나에 부딪쳐버린다. 탑은 힘없이 진주의 몸 위로 무너져내렸다.


-쿠르르릉···-


저만치 아래의 왕궁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창가로 나와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려했다. 그리고 경비를 서는 사람들과 성을 담당하는 경찰들이 산을 오르는것도 보인다.


진주는 자리에서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나 아무래도 더이상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두번째 별의 힘을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계속해서 싸우기도 힘든데다가 가루라를 상대하면서 몸에 너무 큰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으윽···.더, 더이상은···.”


진주는 몸 이곳 저곳에 느껴지는 통증에 잔뜩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계속 있다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과 가루라의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었고 가루라는 절대로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가루라의 앞에 서야 하는데 지금 공중에 날아 오르기는 커녕 탑의 잔해에 묻힌 다리가 움직이질 않아 서는것 조차 불가능했다.


“제발··· 제발 움직여!”


진주가 잔뜩 초조한 듯 외쳤으나 그녀의 다리에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때 가루라가 순식간에 진주의 앞에 다가왔다.


“이제 한계인가보구나.”


가루라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쭈그리고 앉아서 진주와 눈의 높이를 맞추었다. 그러더니 그는 그녀의 붉은색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가 말했다.


“그 옛날, 초대 주작의 사신 역시 남영국의 순혈족이었지.”


가루라는 천천히 손을 들어 진주의 붉은 머리칼을 쓰다듬는듯 하더니 갑자기 거칠제 잡아챘다.


“으윽..”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청룡의 사신이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해라.”


그러나 진주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커다란 눈으로 가루라를 노려볼 뿐이었다. 갑자기 그녀의 큼지막한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가루라가 말했다.


“죽음이 두려운가보구나.”


그러나 진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죽음이 두려운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마음 저 밑바닥에서 왠지 모를 분함과 억울함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주 스스로도 무엇이 억울한지 사실 잘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가루라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애타게 불렀는데도 나타나지 않은 현월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다. 현성과 영롱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억울한것은 아무래도 나약한 자신 때문이었다. 두번째 별을 완벽하게 다스릴 수 있었다면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럴 줄 알았으면 세번째 별까지도 도전해보는건데 하는 후회. 그런 것들이 한데 엉켜 눈물로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문득 진주의 눈에 온통 붉게 물든 하늘이 들어왔다.

하늘은 어째서 저렇게나 아름다운지!

이 상황에서조차 그런 생각을 하다니, 진주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우스웠다.


진주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러한 표정을 본 가루라는 조금은 당황한 듯 말했다.


“죽음이 임박하니 미쳐버린것인가?”


그러나 진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루라는 더이상 진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을 알고는 자신의 손을 높이 들었다. 그의 검고 커다란 손의 손톱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진주에게 내려 치려는 그 때,


-콰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주변에 남아있던 탑의 잔재가 산산조각나며 주변으로 퍼진다.

무슨일이 일어난 것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가루라는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서 피해 뒤로 물러났고, 진주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



“이누(二婁).”


진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호에게서 강력한 혼력이 주변으로 파동과 같이 퍼지기 시작한다. 진호의 혼력을 감지했는지 그 괴물은 잠시 주춤한다.

진호는 자신의 몸 안에 넘쳐흐르는 힘을 느꼈다.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향상된 모든 감각들을 잠시 적응하기 어려워 그는 그 자리에서 조금 비틀거렸다.


“크어어어어!!”


괴물은 진호를 위협이라도 하듯, 그 자리에서 더욱 크게 포효했고 곧이어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빠르게 진호에게 돌진했다.


진호는 그 전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로 괴물의 공격을 피했다. 그는 빠르게 공중으로 뛰어올라 괴물의 뒤로 접근하여 자신의 활백검을 휘둘렀다.


-푸욱!-


“크아아악!”


괴물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그자리에서 비틀거린다. 진호는 그 괴물에게서 떨어져 다시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 때, 괴물은 빠르게 진호의 발목을 붙잡았다.


“으악!”


그리고는 그의 몸을 사정없이 저만치에 던져버렸다.


-콰앙!-


진호의 몸이 바위에 부딪치며 바위가 산산조각난다. 그러나 진호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괴물에게 돌진했다. 괴물은 진호의 그 빠른 속도를 더이상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이 보였다. 진호는 다시 괴물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괴물이 진호의 칼날을 맨손으로 붙잡아버렸다.


“크르르르르···”


그리고는 다시 진호의 몸을 던지듯이 밀쳐냈고 진호는 뒤로 밀려나면서도 중심을 잡으며 그 괴물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 괴물의 가죽이 너무 두꺼워 검으로 상대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진호는 자신의 활백검을 다시 서령을 이용하여 숨겼다.


그리고 그는 빠르게 다가가 그 괴물의 등 쪽으로 올라탔다.


“크아아악!! 크르르릉!! 크아앙!!”


괴물은 진호를 떼어내려고 강하게 몸부림을 쳤으나 진호는 더욱 강화된 팔의 힘으로 그의 힘을 버텼다. 그리고 자신의 팔에 모든 혼력을 집중하여 괴물의 목을 강하게 조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크아아악!!”


괴물이 비명을 지르며 진호의 팔을 풀어내려 하였으나 진호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크르르릉!!”


괴물은 빠르게 달려 커다란 바위에 자신의 몸을 부딪쳤다.


-콰앙!!-


-쿠르르···-


바위가 산산조각이 나며 그 파편이 진호와 괴물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그러나 계속해서 괴물은 자신의 몸을 바위에 몇번이고 부딪치기를 반복했다.


-쿵!-


-쿵!-


“으악!!”


그럴 때 마다 진호는 괴물이 부딪칠 때의 그 충격으로 외마디 비명을 질렀으나 절대로 그 팔을 풀지 않았다.


“으윽.. 절대로 놔주지 않아!”


“크아아아악!!”


괴물의 비명소리가 해안가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괴물의 움직임이 뜸해지시 시작한다. 아무래도 숨을 쉬지 못해서 서서히 정신을 잃어가는 듯 했다.


“좋아.. 제발 이대로···”


진호가 중얼거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갑자기 진호의 머리가 아득해지면서 주변이 흔들리는 것 같음을 느낀다. 그리고는 머리가 띵 해지는 듯 하더니 이내 팔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으윽.. 안돼···”


태양이 수평선 밑으로 완전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안돼, 조금만 더···”


진호가 애가 탄다는 듯 간절하게 중얼거렸으나 점점 진호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것을 느꼈다.


자신의 목을 두르고 있던 팔의 힘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는지 다시 괴물의 호흡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크윽··· 크르르···”


괴물의 숨소리가 점점 더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안돼···”


진호는 그 괴물에게서 떨어졌다.

괴물이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정신을 다시 차린 모양이었다.

진호의 눈에 놀라움과 두려움이 스치기 시작했다.


-퍼억!-


워낙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진호가 깨닫기도 전에 자신의 몸이 붕 떠오르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동시에 오른쪽 옆구리 쪽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아악!!”


진호의 외마디 비명.


-철푸덕!-


진호의 몸이 힘없이 해안가의 모래로 떨어져 파묻혀버렸다.


“으윽···”


진호의 입술에서 붉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진호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다. 빨리 그 자리에서 괴물을 피해야했다. 그러나 이미 완벽하게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 진호는 너무나 큰 상처를 입어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커헉!”


진호의 입에서 붉은색 피가 쏟아져 흐른다.


“젠장··· 이렇게 꼴사납게 죽긴 싫었는데···”


진호가 중얼거리며 위를 올려다보자 어느새 괴물이 진호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진호와의 싸움으로 괴물도 많은 체력을 소진한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더이상 진호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괴물이 진호의 앞에 섰다.


진호는 그 괴물을 노려보았다.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든다. 괴물을 빨리 쓰러뜨리지 못한 자신에 대해서도 억울하고 또 한편으로는, 현성의 얼굴이 떠올랐다는 것에서도 억울함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런 인간이 생각이 났는지 하는 마음에 스스로 조금은 우스워지기도 했다. 진호는 중얼거렸다.


“자식도 없는데 내 뒤는 누가 잇지..?”


그리고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






진주는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잠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려 애쓰기 시작했다. 어느새 자기는 누군가에게 안겨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놀라서 움직이려 하였으나 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아악!


그녀의 비명에 계속해서 어딘가를 향해 달리던 남자가 말했다.


“정신이 들었군.”


진주가 놀라서 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현성이었다.


“대, 대체···”


그러나 현성은 그녀의 말을 자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 지금 최진호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 그녀석도 분명 진화가 풀렸을거다. 나머지는 내가 상대할테니 그녀석하고 다른데 숨어라도 있어라.”


진주는 곧이어 자신에게 여태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깨닫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살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아직까지도 그녀의 목을 조르는것 같이 느껴지는 그 검은 힘 때문이었다. 그녀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현성이 말했다.


“그런 녀석을 여태까지 상대하고 목숨을 부지했다는거 자체로 감사하게 생각해.”


현성의 말에 진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어느덧 해안가에 도착한 듯 했다. 그리고 저만치서 변형된 생력과 함께 요력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진호와 괴물이 있는 곳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인 듯 했다. 현성은 진주를 커다란 바위 위에 내려주었다. 진주는 자신의 왼쪽 어깨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현성은 아무 말 없이 진호에게 가려는 그 때 진주가 말했다.


“저기!”


그러자 그는 진호에게 가려다 말고 진주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표정도 없는 그의 얼굴. 진주는 조금 걱정되는 얼굴로 물었다.


“가루라는요?”


그녀의 물음에 현성은 조금은 어두운 표정을 짓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겠어. 그런데 지금은··· 청룡이 그 자리에 있으니 여기를 해결하고 바로 가봐야한다.”


그 말을 남기고 현성은 빠르게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진주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




“거기서 걸리적거리지 말고 비켜!”


낯익은 목소리에 진호는 놀라서 눈을 떴다. 그러자 그의 앞에는 현성이 자신의 커다란 혈흑검을 들고 진호의 앞에 서서 괴물을 가로막고 있었다.


“크르르···크아앙!!!”


눈 앞에 나타난 새로운 적에 놀란 괴물은 포효하듯이 현성을 향해 위협했다. 진호는 그저 눈을 크게 뜨고 꿈뻑거리며 현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평소에는 정말 재수없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의 뒷모습이 이렇게나 믿음직스럽게 보일 수가 없었다.


“빨리 해결하고 그녀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한다.”


현성의 말에 진호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생각보다 상처들이 심한 듯 했다. 몸 여기저기가 너무 아프고 중심을 잡고 서 있는것 자체가 너무 힘겨웠다.


괴물이 현성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쿠웅!-


괴물의 커다란 뿔과 현성의 혈흑검이 맞부딪쳤고 두 사람의 힘은 거의 대등하게 보였다.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그 순간.


“쳇, 어느정도 힘을 빼놨다고 생각했다만 여태 뭐한거냐!!”


현성이 외쳤고 진호는 굉장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 그를 반갑다고 여긴 아주 잠깐이 부끄럽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진호는 잔뜩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나름 열심히 싸웠거든요!!!”


“이얍!!!”


현성은 있는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고 그 바람에 괴물은 저만치 나가 떨어지며 고꾸라졌다.


“크아아악!!!”


-쿠웅!-


그 거대한 몸집이 엄청난 양의 모래를 주변으로 뿌리며 모래 속으로 파묻혀버린다. 현성은 진호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저쪽에 주작의 사신이 쓰러져있다. 생각보다 큰 상처를 입었어. 그러니까 너, 좀 움직일 수 있으면 그녀석을 보살펴주도록 해.”


현성의 짐짓 진지한 태도에 진호는 굉장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토록 무례하고 남을 깔보는 것 같았던 그가 이렇게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매우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 사태를 현성도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이는것 같았다.

진호는 그의 말에 그의 검정색 눈동자를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알겠어요. 저 괴물, 가죽이 너무 두꺼워서 검이나 당신의 수리도는 통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말에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뒤돌아 그 괴물에게 향하려는데, 진호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저기, 고마워요.”


그의 말에 현성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왠지 쑥쓰러웠기 때문이었다.


“뭐, 그래.”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다시 그 괴물에게 기세 좋게 달려들었다. 진호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생각했던 것 만큼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괴물이 현성에게 강하게 돌진했다.


-쿵!-

-챙!-


현성은 괴물의 뿔을 자신의 검으로 막고 버티고 서서 중얼거렸다.


“··· 저녀석의 본 모습을 본 이상, 너를 그냥 살려둘 수는 없지. 검도 안통하고, 수리도도 안통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더니 그는 다시 아까와 같이 검을 강하게 휘둘러 괴물을 뒤로 밀려나게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 괴물을 바라보며 뒤로 걷기 시작했다.


“크르릉···”


괴물은 뜨거운 콧김을 뿜으며 천천히 현성에게 다가왔다. 현성은 계속해서 그 괴물을 바라보고 서서 뒤로 걸었다. 그리고 그의 발이 물가에 닿았다.


-철퍽!-


파도가 그의 발을 훑고 지나간다. 그러나 현성은 계속해서 그 괴물에게서 시선을 옮기지 않고 뒤로 걸었다. 마치 그 괴물을 물로 유인하는 것 같았다. 괴물은 계속해서 현성을 따른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이 크르릉거리며 현성을 쫓았다.


작가의말

글자 수가 만자가 안넘네요. 뭐했냐 과거의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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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迦樓羅[가루라] 4. 19.10.28 85 1 27쪽
» 迦樓羅[가루라] 3. 19.10.27 74 1 20쪽
28 迦樓羅[가루라] 2. 19.10.27 80 1 27쪽
27 迦樓羅[가루라] 1. 19.10.26 72 1 21쪽
26 각자의 자리에서 3. 19.10.26 59 1 26쪽
25 각자의 자리에서 2. 19.10.25 64 1 24쪽
24 각자의 자리에서 1. 19.10.24 69 1 17쪽
23 집결(集结) 2. 19.10.24 79 1 24쪽
22 집결(集结) 1. 19.10.23 73 1 15쪽
21 바다, 그 심연엔 빛 조차 들지 않는다 2 19.10.22 114 1 14쪽
20 바다, 그 심연엔 빛 조차 들지 않는다 15.07.04 190 3 12쪽
19 두 날개는 사슬에 묶인 채 하늘을 바라보다 2 15.06.25 173 3 13쪽
18 두 날개는 사슬에 묶인 채 하늘을 바라보다 15.06.23 157 1 15쪽
17 동쪽에서 빛나는 별 6 13.12.20 571 30 12쪽
16 동쪽에서 빛나는 별 5 +2 13.12.18 176 1 15쪽
15 동쪽에서 빛나는 별 4 -畵龍點睛[화룡점정] 13.12.15 226 10 12쪽
14 동쪽에서 빛나는 별 3 -畵龍點睛[화룡점정] +2 13.07.13 441 7 16쪽
13 동쪽에서 빛나는 별 2 -畵龍點睛[화룡점정] +2 13.07.06 295 7 9쪽
12 동쪽에서 빛나는 별 1. +1 13.07.01 335 9 12쪽
11 서쪽에서 빛나는 별 2. +2 13.06.29 372 12 16쪽
10 서쪽에서 빛나는 별 1. +8 13.06.25 362 8 17쪽
9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4. +5 13.06.22 551 9 18쪽
8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3. +2 13.06.22 430 9 16쪽
7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2. +4 13.06.22 334 9 16쪽
6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1. +4 13.06.22 711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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