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igelKim 님의 서재입니다.

사경[四境]-인경편[人境篇] : 무영[無影]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RigelKim
작품등록일 :
2013.06.22 13:57
최근연재일 :
2019.10.31 00:4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8,694
추천수 :
198
글자수 :
240,878

작성
13.12.20 23:22
조회
570
추천
30
글자
12쪽

동쪽에서 빛나는 별 6

DUMMY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듯이 쓰러져버리는 영롱. 청룡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너무나 당황스러워 그녀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때. 청룡은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자신의 앞에 쓰러진 영롱에게서 어떤 바람이 느껴진다. 미약하게 사그러들던 그녀의 혼력이 영문을 모르게 점차 커져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게 점점 그 존재를 드러내는 그 힘은 바람의 형태로 더욱 강해져 청룡의 앞을 가로막는다. 청룡은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명 처음에 그가 영롱을 보았을 때 그녀의 혼력을 담은 그릇은 이정도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서 불어오는 바람은 그의 앞을 가로막아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게 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바람은 더욱 거세져 청룡의 몸을 뒤로 밀어내는 지경에 이르고, 청룡의 얼굴엔 어느새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지금 그의 앞에 휘몰아치는 이 힘은 단순히 별의 세 개에 해당하는 힘이 아니다.





불안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던 현월의 눈에 하늘을 가로지르는 빛 세 개가 보인다. 그 희미한 세 개의 빛은 순식간에 하늘 저 편으로 사라져버렸다.


“...별이 졌다. 그 애의 별이 져버렸어.”


현월이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청관유무는 자신의 그 밝은 눈을 이용해 하늘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별의 주인의 생명이 다했거나...아니면 저 별이 그 성주의 힘을 감당하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이겠지요.”


현월은 그 언덕을 내려와 어슴푸레한 하늘 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뒤를 청관유무가 뒤따랐다.




청룡은 말했다.


“좋다. 한번 해보자.”


청룡은 자신이 가진 힘을 차츰 개방하기 시작했다. 그의 힘을 개방하기 시작하자 영롱의 힘이 잠시 주춤한다. 그러나 이내 그녀의 힘은 마치 청룡의 모든 힘을 다 감싸버릴 듯이 더욱 솟구치기 시작한다. 청룡은 더욱 자신의 힘을 개방했다. 그러나 그녀의 강한 바람은 그 기세를 수그러뜨리지 않고 더욱 거세게 청룡을 향해 몰아친다. 청룡은 더욱 자신의 힘을 개방하고 결국엔 모든 힘을 개방했다. 그러나 영롱의 그 흘러넘치는 힘은 더욱 세차게 청룡의 힘에 맞서기 시작한다. 이윽고 청룡은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영롱의 혼력이 청룡의 모든 천력을 아우르고 있음을.

청룡은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자신조차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멋지게 자신의 눈 앞에 있는 한 인간 여자에게 져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확실하게 져버려서 인정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렇게 통쾌하게 져버리니 그저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청룡은 강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의 한가운데에 서서 하늘을 우러렀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이것입니까...? 당신께서도 보고 계시겠지요.... 당신이 보낸 이 인간 여자.... 이것이 당신이 보낸 최후의 보루이겠지요. 모든 것이 이 아이를 위한 일들이었겠지요...이렇게까지 나를 궁지에 몰아넣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나이다. 당신이 이런 괴물을 만들어낸 만큼. 나도 이 모든 일들을 믿어보겠습니다.”


청룡은 쓰러져있는 영롱에게 다가갔다. 희미하게 숨을 붙들고 있는 영롱. 곧 생명이 꺼질 듯이 위태롭다. 청룡은 그녀의 왼쪽 가슴에 정확히 꽂힌 자신의 송곳니를 바라보았다. 청룡은 조용히 앞발을 영롱의 머리에 얹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영롱이 희미하게 눈을 뜬다. 청룡이 그녀에게 말했다.


“네 심장은 이미 손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나의 심장을 너에게 주겠다. 여리서 나의 육체는 다시금 기나긴 잠에 빠지겠으나 그것은 더 이상 나의 죽음이 아닐 터. 내 심장은 네 안에서 뛰게 될 것이니, 너는 나의 심장을 받아 너에게 내려진 너의 사명을 다하도록 하여라.”


영롱은 더 이상 정신을 유지하지 못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몸에 기분 좋은 온기가 느껴진다. 영롱은 마음 속 깊이 잔잔히 밀려오는 평온함 속에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는 정신을 잃었다.



영롱이 눈을 떴을 때엔 그녀는 이미 불주의 태허환경, 그리고 그 어슴푸레한 하늘 밑 폐허가 된 신전이었다. 영롱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황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저 큼지막한 눈을 꿈뻑꿈뻑 거릴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현월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정신이 들어요?”


영롱이 놀란 표정으로 현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중얼거리듯이 물었다.


“나...살아있는건가요?”


그리고는 자신의 왼쪽 가슴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그러자 느껴지는 심장 박동. 조금은 이질감이 느껴지는 심장의 박동은 그것이 원래 영롱의 심장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그리고 현월 역시 그 박동을 느꼈는지 표정이 금세 굳어버린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그...심장은....”


영롱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요. 차갑게 굳어버린 청룡의 마음을 설득하려면 이 방법 밖에...없었어요.”


영롱의 말에 현월은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영롱은 조금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찬찬히 살폈다. 이제야 느껴지는 그의 존재. 그는 어떻게 이 땅에 있을 수 있는 것일까. 그는 어째서 이 모든 일을 알고 있는 것 같이 보일까. 저 멀리 청관유무 거인이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 더욱 그녀로 하여금 그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의문들을 순식간에 잠재워 버리는 한가지.


“왜...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거죠? 우리 지난번에 만난 적 있지요? 그 때도...지금도...”


지난번 사원에서 그를 만났을 때에도 그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의 얼굴을 본 영롱역시 마음에 어떤 알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영롱의 푸른 눈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도 슬픔이 느껴지고, 그 슬픔은 영롱의 마음 속에 또 다시 밀려 들어오는것만 같다.


“당신의 슬픔은 내 마음도 젖어오게 하는군요...”


영롱은 그의 짙은 검정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현월은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 슬프지 않습니다. 내가 해내지 못한 것을 직접 해낸 당신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보십시오. 당신이 해낸 결과를.”


현월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영롱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손을 잡았고 현월은 그녀를 부축하여 일으켰다. 신기하게도 청룡과 사투를 벌여 다친 곳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일까.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의문의 답을 찾기도 전에 그만 놀라움으로 그 자리에 굳어져버린 듯이 섰다.

현월이 손으로 가리킨 하늘을 바라보자 거기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매우 선명하고 찬란한 7개의 별이 늘어서 있었다. 푸르고 영롱하게 빛나는 그 별은 앞으로 영롱이 사용하게 될 별들이었다. 길고 긴 세월을 비워 둔 하늘의 높은 보좌. 수많은 별들의 위에 군림하는 4개의 보좌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의 별.

드디어 그 별들이 그 아름다운 빛을 되찾은 순간이었다. 그 별이 다시 빛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되었는지. 영롱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과 그 부모의 노력만은 알고 있기에. 그것도 영롱이 자신의 사명을 이끌어 나가기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청관유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일곱 개의 별을 바라보며 말했다.


“ 내 다시 청룡의 별을 볼 수 있다니...다시는 저 하늘이 빛을 발할 수 있으리라 생각지 못했었는데...”



한참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영롱은 뒤돌아 현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영롱의 물음에 현월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청룡의 별을 사용 할 수 있게끔 훈련을 하셔야 합니다. 당신이 팔목에 지니고 있는 그 푸른색 제왕석 팔찌... 우리는 그걸 동령(東鈴)이라고 부릅니다. 그 동령이 당신의 혼력과 청룡의 별의 천력을 연결해 줄 도구죠. 그 동령엔 강한 마법이 걸려있어 당신의 그 강한 혼력을 다른 사령들이 감지할 수 없게 가려주는 역할도 합니다. 그러니 절대 그 동령을 몸에서 떼어놓으면 안됩니다.”


그의 말에 영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는 현월에게 물었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다른 성주들은 동령이 없어도 자신의 별의 천력을 이용할 수 있었고 저도 이 전에 아무런 도구가 없이 제 별의 힘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왜 우리는 이 팔찌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까?”


“그것은 사신들의 힘이 무분별하게 사용될 것을 제어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사신들의 힘은 이 인경의 그 어떤 성주들의 힘보다도 더욱 월등합니다. 그리고 성주들이 사용할 수 없는 다른 특수한 능력들도 사용할 수 있죠. 그렇기에 사신들의 힘이 남용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동령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의 말에 영롱은 조금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청룡의 부서진 여의주도 그 중 하나였겠군요.”


영롱은 아까 청룡과 대치했던 상황에서 본 환상을 떠올렸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한 남자가 긴 검을 이용해 붉게 빛나는 구슬을 부숴버린 그 장면. 그 순간 영롱은 왼쪽 가슴에 미약한 통증을 느꼈고 그 바람에 살짝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영롱의 말에 현월 역시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건 정말로 최후의 방법이었던 것이죠.”


영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제게 앞으로 어떻게 할지 성현께서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영롱의 말에 현월은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성현... 그 호칭이 편하신가보군요.”


그의 말에 영롱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사원에 있을 때 거기 계신 모든 분들이 성현이라 불렀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저도 그 호칭이 편합니다. 비록 제가 성현의 본명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현월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지었다. 현월이 그녀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말씀드리는 대로 따르시겠습니까?”


“예. 대주녀님께서 제게 당부하시기를, 성현을 믿고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그 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저도 성현을 믿고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현월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이제부터 당신은 인경으로 돌아가 사신으로서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청룡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적응과 훈련이 필요한데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인경에서는 한계가 있고, 그러다보면 훈련의 기간도 길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걸 기다리기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 곳에서 훈련을 하고 나중에 되돌아 가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완전히 청룡의 가장 첫 번째 별 각(角)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상태에서 하경의 세력에 노출이 되면 위험하기도 하구요.”


영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청관유무가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힘이 닿는 데 까지 도와드리지요.”


영롱은 거대한 그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어차피 전 인경에 돌아간다 해도 지금 당장은 있을 곳이 없거든요.”


말을 마친 영롱은 다시한번 하늘의 일곱 개의 별을 올려다보았다. 푸르고 선명하게 빛나는 별이 바람에 스치우듯 일렁거린다.


작가의말

드디어 영롱의 첫번째 모험이 끝났네요! 다음편엔 다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경[四境]-인경편[人境篇] : 무영[無影]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일과 관련하여 (현재-ㄴㅇㅂ 연재분까지) 19.10.26 22 0 -
공지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19.10.22 34 0 -
공지 세계관 1 +3 13.06.24 787 0 -
32 迦樓羅[가루라] 6. 19.10.31 9 1 24쪽
31 迦樓羅[가루라] 5. 19.10.29 37 1 24쪽
30 迦樓羅[가루라] 4. 19.10.28 85 1 27쪽
29 迦樓羅[가루라] 3. 19.10.27 73 1 20쪽
28 迦樓羅[가루라] 2. 19.10.27 80 1 27쪽
27 迦樓羅[가루라] 1. 19.10.26 72 1 21쪽
26 각자의 자리에서 3. 19.10.26 59 1 26쪽
25 각자의 자리에서 2. 19.10.25 64 1 24쪽
24 각자의 자리에서 1. 19.10.24 69 1 17쪽
23 집결(集结) 2. 19.10.24 79 1 24쪽
22 집결(集结) 1. 19.10.23 73 1 15쪽
21 바다, 그 심연엔 빛 조차 들지 않는다 2 19.10.22 114 1 14쪽
20 바다, 그 심연엔 빛 조차 들지 않는다 15.07.04 190 3 12쪽
19 두 날개는 사슬에 묶인 채 하늘을 바라보다 2 15.06.25 173 3 13쪽
18 두 날개는 사슬에 묶인 채 하늘을 바라보다 15.06.23 157 1 15쪽
» 동쪽에서 빛나는 별 6 13.12.20 571 30 12쪽
16 동쪽에서 빛나는 별 5 +2 13.12.18 176 1 15쪽
15 동쪽에서 빛나는 별 4 -畵龍點睛[화룡점정] 13.12.15 226 10 12쪽
14 동쪽에서 빛나는 별 3 -畵龍點睛[화룡점정] +2 13.07.13 441 7 16쪽
13 동쪽에서 빛나는 별 2 -畵龍點睛[화룡점정] +2 13.07.06 295 7 9쪽
12 동쪽에서 빛나는 별 1. +1 13.07.01 335 9 12쪽
11 서쪽에서 빛나는 별 2. +2 13.06.29 372 12 16쪽
10 서쪽에서 빛나는 별 1. +8 13.06.25 362 8 17쪽
9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4. +5 13.06.22 551 9 18쪽
8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3. +2 13.06.22 430 9 16쪽
7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2. +4 13.06.22 334 9 16쪽
6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1. +4 13.06.22 711 1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