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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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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383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0.12.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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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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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반드시 돌아오기를

DUMMY

동굴에서 나오자마자 함성이 들렸고 쓰러져있는 웜의 위에 올라가 검을 높이 치켜든 앨런의 모습이 보였다.


“웜을 죽인 건가요?”


“그런 것 같네”


어리둥절한 헬렌과 에밀리는 여전히 함성을 내지르는 병사들 쪽으로 다가갔다.


“헬렌 님?!”


헬렌이 먼저 말을 걸기도 전에 앨런이 먼저 발견하고는 말을 하고는 웜에서 내려와 다가갔다.


“헬렌 님 무사하셨군요!”


“네”


“동굴 쪽에서 폭발 소리가 나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나오던 도중에 ‘그것’과 마주쳤습니다.”


“역시 그쪽을 지키고 있었군요”


우려했던 모든 일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다행히 저번과는 전혀 다른 결과로 저번 일을 만회했다는 것에 앨런은 만족했다.


“화명은 병사들에게 맡기시고 이제 돌아가시죠”


“네”


앨런은 병사 두 명을 불러 화명을 부축시켰고 헬렌은 그제야 어깨를 펼 수 있었다.


“귀환한다!”


“네!”








“화명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요”


앨런의 물음 답하는 헬렌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저택으로 돌아오고 나서 바로 의사를 불러 화명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특별한 외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곧 눈을 뜰 겁니다.”


“그렇겠죠”


애써 밝은 표정을 짓고는 있었지만 힘없는 목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


“그럼 저는 보고를 해야 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앨런이 돌아가고 헬렌은 곧바로 화명의 방으로 향했다.


“헬렌 님”


“어떤가요?”


노인은 대답 대신에 고개를 저었고 그 모습에 헬렌은 실망감과 아쉬움이 가득 담긴 표정을 했다.


“곧 깨어날 테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앨런과 똑같은 위로를 노인이 했지만, 지금의 헬렌에게는 그다지 위로의 역할 하고 있지 못 했다.


“네 그러겠죠”


깨어날 것이다.


그렇게 믿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그렇게 믿고 싶기도 했다.


헬렌은 천천히 눈을 감고 있는 화명의 곁으로 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살며시 손을 올려 화명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헬렌 님 피곤하실 텐데 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곳에 갔다 오고 나서 헬렌은 쉬지 않고 화명의 상태만을 확인하고 있었다.


“전 괜찮습니다.”


무사히 돌아오기는 했어도 그 정도 일을 겪었다면 분명 피곤했을 터였다.


하지만 헬렌은 좀처럼 쉬려고 하지 않았다.


“제가 곁에 있을 테니 안심하고 눈 좀 붙이시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헬렌은 분명 무리하고 있었고 휴식이 필요했다.


“후우~ 알겠어요.”


마지못해 일어난 헬렌은 미련이 가득한 표정으로 화명을 내려다보고는 몸을 돌렸다.








“헬렌 님! 헬렌 님!”


한참 잘 자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급한 목소리를 내며 자신을 거칠게 흔들어 깨웠다.


“왜 그러죠...?”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 헬렌은 비몽사몽 한 상태로 좀처럼 눈을 뜨지 못했다.


“헬렌 님! 그자가 깨어났습니다!”


“화명이 일어났다고요?!”


“네!”


화명이 깨어났다는 하녀의 말에 정신이 확 들면서 졸음을 완전히 밀어냈다.


“어서 가요!”


“잠시만요!”


당장이라도 뛰어가도 시원치 않을 판에 하녀는 뛰어나가려는 헬렌을 붙잡았다.


“헬렌 님 잠시만 말 좀 듣고 가세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하녀는 말하기를 망설였다.


“중요한 말 아니면 나중에 얘기해요”


도저히 기다릴 수 없었기에 다시 방을 박차고 나가려 했지만, 또다시 하녀가 붙잡았다.


“왜 그래요?!”


헬렌은 짜증 섞인 조급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고 망설이던 하녀는 겨우 입을 뗐다.


“그자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니?”


하녀는 또다시 망설이며 말하기를 주저했고 인내심이 바닥난 헬렌은 곧바로 방을 뛰쳐나가 화명의 방으로 향했다.


방이 가까워질수록 뭔가 소란스럽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불길함이 엄습했다.


문에 다다르고 손잡이에 손에 올렸을 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문을 열어 제겼다.


“끄아아아악!”


짐승의 울음소리, 난장판이 된 방


“이게 무슨?”


지금 상황이 헬렌은 이해가 가지 않았고 혼란스러웠지만, 다음에 볼 상황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쪽을 막아!”


“물리지 않게 조심해!”


짐승몰이하는 것 같은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행동들


그리고...


“끄아아아악”


구석에 몰려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면서 이빨을 드러내고 팔을 휘두르며 사람들이 다가오게 못 하게 하는 화명의 모습은 영락없는 겁먹은 짐승이었다.


“헬렌 님!”


헬렌을 발견한 노인이 곤란한 얼굴을 하며 헬렌에게 다가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갑자기 눈을 뜨더니 짐승처럼 날뛰면서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몇몇 하녀들은 화명을 둘러싸서 붙잡으려 하는 듯 보였지만 워낙에 저항이 거셌기에 도망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전부였다.


“여기는 위험하니 방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자를 붙잡으면 그때 찾아가겠습니다.”


돌발상황에 충격을 받은 헬렌은 순순히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끄아아악”


다시 들려 온 구슬픈 울음소리에 헬렌을 멈칫하더니 화명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잠깐만요!”


방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한 헬렌의 목소리가 들려 오자 모든 사람이 뒤를 돌아보았다.


“다들 물러나세요”


“헬렌 님 여기는 위험합니다. 어서 돌아가세요”


노인 다가오는 헬렌을 막아섰다.


“전 괜찮으니 다들 뒤로 물러나 주세요”


“그럴 수 없습니다. 지금 저자는 헬렌 님이 알던 그자가 아닙니다.”


노인은 극구 만류했지만, 헬렌은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괜찮을 겁니다.”


무엇을 생각하고는 있는 것인지 헬렌의 붉은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이 남기는 했지만, 그 눈을 믿기로 하고 노인은 물러났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도 길을 비켰다.


“그으으으”


헬렌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지 화명은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화명...”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흘리며 헬렌은 조심스럽게 화명을 향해 손을 뻗었다.




화명은 빠르고 강하게 자신을 향해 뻗어진 헬렌의 손을 쳐냈다.


“헬렌 님!”


깜짝 놀란 노인이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려 했지만, 헬렌이 얼른 손을 들어 올려 막아섰다.


화명의 손에 맞고 붉어진 손을 어루만지며 가슴 한켠에 쓰라림을 느꼈다.


“화명 나 못 알아보겠어?”


“그으으으으”


자신에게 손을 뻗으려고 했던 행위 때문인지 화명의 경계심은 한층 더 강해졌다.


“화명... 제발...”


아련하게 떨리는 목소리를 하며 헬렌은 다시 손을 뻗었다.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헬렌의 손이 볼에 닿아 쓰다듬어질 때까지 화명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윽!”


머리로 손을 올리려는 순간 가만히 있던 화명은 돌변하더니 손을 물어버렸고 헬렌은 입술 깨물며 버텼다.


“헬렌 님!”


노인이 큰소리로 외치며 다가오려 했지만, 이번에도 헬렌은 물리지 않은 손을 들어 올리고는 아픔에 촉촉해진 눈을 한 채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노인은 인상 구기며 뒤로 물러났다.


노인이 물러나는 것을 본 헬렌은 다시 화명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물린 손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분명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지만, 헬렌은 얼굴만 살짝 찡그렸을 뿐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오히려 반대 손을 내밀어 화명을 품 안으로 끌어당기고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이제 걱정할 필요 없어...”


차분한 목소리로 달래며 상냥한 손길로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물고 있는 힘이 약해져 가더니 손을 완전히 놔주었다.


“그래 잘했어”


물린 손에는 이빨 자국이 선명했고 생각보다 출혈이 심했다.


노인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화명을 속박시키고 헬렌의 상처를 치료하고 싶었지만, 꼭 붙어있는 둘의 사이를 차마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상태는 화명이 헬렌의 무릎을 베게 삼아 잠들고 나서야 끝이 났다.


“헬렌 님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행여나 잠든 화명이 깰까 봐 둘은 조용하게 속삭이며 말했다.


“어서 상처를 치료해야겠습니다.”


“네”


마법으로 자가 치료를 하면 될 일이었지만 화명이 이렇게 있는 이상은 힘들었다.


“화명을 옮겨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조심스럽고 천천히 화명을 들어 침대에 옮기는 데 성공했고 그제야 헬렌은 손을 치료했다.


“많이 아팠니?”


지금까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에밀리가 이제야 말을 걸었다.


“아뇨 버틸 만했어요”


“미안해 난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에밀리가 진심으로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헬렌은 괜찮다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상처가 완전히 치료되자 헬렌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화명이 어째서 이렇게 된 걸 까요?”


“글쎄...”


침대에 누워 있는 화명을 내려다보며 고심하는 듯 에밀리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 검을 이 애 위에 올려놔 볼래?”


“검을요?”


“응 그렇게 해야 내가 이 애의 마력에 간섭해서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알겠어요. 바로 가져올게요.”


헬렌이 검을 가지러 방을 나가고 홀로 남은 에밀리는 가만히 화명을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넌 또 이렇게 가슴 아프게 만드는구나”


아련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목소리를 말하고 있을 때 헬렌이 검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냥 올려놓기만 하면 되나요?”


“응 그러기만 하면 돼”


살포시 화명 위에 검을 올려놓았고 에밀리가 다가와 양손을 뻗자 검집에 붉은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곧이어 에밀리의 몸에서도 붉은빛이 감돌기 시작했고 붉은 머리카락이 천천히 떠올라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사방으로 나풀거렸다.


범접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헬렌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붉은빛이 사라지고 머리카락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나서 에밀리는 살며시 눈을 떴다.


“하아~ 이런...”


에밀리가 눈을 뜨자마자 한숨을 쉬었고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 그러세요?”


“이 애...”


가만히 화명을 내려다보는 에밀리의 얼굴에 여러 감정이 드러났다.


분노 슬픔...


“에밀리?”


“미안”


헬렌이 부르는 소리에 에밀리는 정신을 차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신이 무너졌어”


“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헬렌이 다시 물었지만, 에밀리는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고개를 돌렸다.


“동굴에서 네가 상대했던 ‘그것’은 아무래도 어느 곳이든 마법진을 심을 수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걸 이 애한테도 썼고”


“그 말은...”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애 머릿속에 직접 마법을 쓴 거야”


무언가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면서 머릿속이 멍해지는 것만 같았다.


에밀리의 말은 머릿속에 직접 그러니까 뇌에 직접적으로 마법을 썼다는 이야기였고 마법으로 인한 충격을 고스란히 뇌에 받는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정신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그 충격으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 새끼들...”


이제 에밀리의 목소리에는 증오만이 남아 있었고 마력을 사정없이 방출했다.


“진정하세요!”


헬렌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화명은 그럼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건가요? 치료 마법을 써도?”


“물리적인 상처는 치유 마법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마법은 없어”

“말도 안돼...”


절망에 빠져버린 헬렌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딱하나 방법이 있기는 해”


“방법이 있다고요? 어떤 건가요?”


헬렌은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다.


“정신이 무너질 때 일부는 의식의 깊은 곳으로 도망쳐 버려 그걸 찾아내기만 한다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설명은 들었으나 이해하기 힘든 방법이었다.


“그걸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


“내가 직접 저 애의 정신으로 들어가서 찾아야 해”


“그게 가능한 건가요? 위험하지는 않고요?”


“가능은 하지만 얼마나 깊게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 없고 잘못하다가는 이 애의 정신에 집어 삼켜질 수도 있어”


얼핏 들어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위험한 이야기였다.


“잘못하다가는 헛된 희생이 될 수도 있어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잖아?”


“하지만...”


너무나도 막연하고 힘든 방법에 헬렌은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괜찮을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에밀리는 미소 지었고 그 모습에 헬렌은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알겠어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그리고 반드시 돌아오셔야 해요.”


“그래 알겠어 반드시 그 애와 함께 돌아올게”


에밀리는 화명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는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에밀리의 몸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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