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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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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377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1.01.21 18:00
조회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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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1쪽

무엇을 잊었는가?

DUMMY

어제 늦게 잔 것도 아니었고 아침이 이상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이었다.


“어제 그 일 때문인가?”


마녀척살단, 그 기묘한 집단을 만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몸 상태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체한 것 같이 가슴이 답답했고 뭔가를 잊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후우~ 검이라도 휘두를까?”


자꾸만 잡념이 드니 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검을 들고 마당으로 나갔다.


“하앗!”


약간의 따갑다고 생각되는 햇빛 아래에서 검을 휘두르며 땀을 흐르니 자연스럽게 잡념이 사라져가고 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야!”


시겔을 놀라게 해줄 생각이었던 것인지 에밀리가 뒤에서 큰소리를 내며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 왔어?”


하지만 시겔은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별 반응 없이 평범하게 인사했고 에밀리는 무안한지 아무 말도 안 했다.


“왜 무슨 일인데?”


그런 에밀리의 상태를 모르는 시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아...그... 보여 줄게 있어”


결국 에밀리는 무안함에 괴로워하다가 말을 돌려버렸다.


“뭔데?”


“따라와 봐”


어디로 가는지도 알려주지 않은 채 에밀리의 뒤를 따라가서 도착한 곳은 저택 뒤편에 있는 정원이었다.


“어때?”


에밀리는 굉장히 자랑스럽다는 듯이 표정과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우와”


그런 에밀리의 모습에 부응하듯이 시겔의 눈은 커져 있었고 상당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단하지?”


그 모습에 흡족해하며 조금 전의 무안함은 완전히 잊어버렸다.


“저택에 이런 곳이 있었어?”


평소 저택의 뒤편에 올 일이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곳이 있었다면 그동안 살면서 몰랐을 리 없었다.


“몇 달 전부터 내가 부탁해서 가꿨어.”


다양하고 많은 꽃이 만발해 있는 모습에 놀랐고 이런 곳을 에밀리가 부탁하고 직접 가꿨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물론 나 혼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실직고하듯이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든 에밀리의 손끝이 닿았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너에게 이런 재주가 있는지 몰랐어”


함께 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에밀리의 많은 모습을 알고 있었지만, 꽃을 만지는 모습을 본 것은 외출했을 때 본 게 다였다.


“이런 것쯤은 별거 아니지”


자신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시겔이 반응을 해주니 에밀리는 기쁜 표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자 따라와 봐”


시겔의 손을 잡고서 다짜고짜 끌어서 어디론가 급히 향했다.


“어디 가는 데?”


“가보면 알아”


갑자기 끌어당겨져 균형을 잃을 뻔했으나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고 에밀리의 이끌림에 따라갔다.


“여기야”


이번에도 꽤 자랑스럽다는 듯이 손을 펼쳐 보였고 에밀리가 자랑스럽게 내보인 것은 돌로 만들어진 작은 정자였다.


두 사람 정도가 들어가면 딱 맞을 정도로 작은 크기에다가 돌로 만들어진 벤츠 또한 두 사람이 앉으면 꽉 찰 것 같은 크기였다.


“오”


시겔의 입에서 작은 감탄이 흘러나왔다.


“내가 직접 고른 디자인이야.”


“네가 직접 골랐다고?”


정자는 섬세한 양각이 들어가 있었고 깎여져 있는 부분들도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었다.


이런 것에 무지한 시겔이 봐도 대단한 실력자가 만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상당히 비싸 보이는 데 부탁했다고 이런 걸 해주는 거야?”


“응 바로 들어주던데”


별거 아니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이걸 그냥 들어줬다는 것이 시겔은 여전히 믿지 않는 듯 보였다.


“앉아 보자”


에밀리가 먼저 정자 안에 있는 벤치에 앉고 나서 옆의 빈자리를 가볍게 두들겼고 시겔은 가볍게 미소를 한 번 짓고는 옆에 앉았다.


“이걸 진짜 그냥 해줬다고?”


“응”


그냥 보기만 한 것보다 직접 만져보니 더 대단했다.


“돌 좀 그만 만져보고 정원을 한 번 봐봐”


“정원?”


이 위치를 일부러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자의 기둥 사이로 보이는 정원의 꽃들의 모습은 명화 하나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같이 아름다웠다.


거기에 봄바람 불듯이 따뜻한 바람이 살랑하고 부니 꽃들이 흔들거리며 잎을 날렸고 순간적으로 천국에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와...”


그 풍경에 영혼을 빼앗긴 것 같이 시겔은 말을 잃은 채로 눈을 떼지 못했고 에밀리는 그 모습을 옆에서 흡족해하며 바라보았다.


“자 이제 다른 곳으로 가자”


이미 충분히 감탄하고 감동했음에도 아직 뭐가 더 남은 것인지 에밀리는 감상에 빠져 다른 세상에 가 있는 시겔을 억지로 끌어냈다.


“또 어디가?”


“잔말 말고 따라와 봐”


이번에 도착한 곳은 하나의 꽃이 다양한 색으로 물들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저 색만 다를 뿐이었는데 전혀 다른 꽃들이 나란히 있는 것만 같았다.


“이건 저번에 시장에서 본 꽃 아니야?”


“맞아, 그때 마음에 들어서 여기에 따로 심어놨어.”


어지간히 마음에 든 것인지 다른 꽃들의 세 배 정도 되는 공간에 꽉 채워져 있었다.


“향기 한 번 맡아봐”


자신의 머리만큼이나 붉은 꽃을 따서 시겔에게 건넸다.


시겔은 바로 받아들지 않고 에밀의 손에 들린 붉은 꽃과 자신을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를 번갈아 보았다.


“뭐해 빨리 받아”


에밀리가 조금 더 앞으로 꽃을 내밀자 자신의 코에 닿자 하는 수 없이 받아들고서 향기를 맡았다.


따뜻한 햇볕에 어울리는 싱그러운 향기


“역시 이상해...”


아침부터 느꼈던 무언가 잊어버린 듯한 이상한 감각이 꽃의 향기를 맡는 순간 다시 한번 되살아 놨고 이 모든 것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분명 처음 보는 곳 처음 겪는 일 처음 하는 행동임에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자꾸만 맴돌았다.


“향기가 이상해?”


“이상해...”


“이상하다고?”


혹시 꽃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어 시겔이 들고 있던 꽃을 뺏어서 에밀리는 직접 향기를 맡아 보았다.


“멀쩡한데?”


꽃에서는 당연히 기분 좋은 향기만 날 뿐 아무 이상 없었다.


“너 어디 아파?”


아침에 봤을 때부터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꼈었는데 지금 보니 어딘가 멍한 것이 시겔은 진짜로 아파 보였다.


“야!”


“어...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에밀리가 뒤에서 깜짝 놀라게 해도 아무렇지 않더니 대놓고 부르니 시겔은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진짜로 어디 아픈 거야?”


“아니야 멀쩡해”


“근데 아까부터 아픈 것 같이 힘이 없어 보여?”


“진짜로 멀쩡해”


시겔은 애써 부정했지만, 에밀리는 미심쩍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정말로 괜찮은 거지?”


“응 정말로 괜찮아”


아까 전만 해도 이상하다고 느꼈었는데 지금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보였는지 에밀리는 의심을 거두고는 다시 정원을 안내했다.


정원은 생각보다 더 큰 곳이었고 꽃들이 없는 곳이 없었다.


에밀리는 열심히 정원을 안내했고 시겔은 계속해서 위화감을 느꼈지만, 표를 내지 않게끔 노력했다.


“여기가 끝”


길고 길었던 정원 구경이 끝나고 에밀리는 완전히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돌아가자”


정원을 벗어나 저택으로 돌아가기 전 시겔은 뒤돌아서 정원을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꺄우뚱 한 뒤 에밀리를 따라갔다.







“후우”


침대에 누워 정원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자신이 느꼈었던 위화감에 대해서 생각 보았지만 명확한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지금은 괜찮기는 했지만, 정원에 있을 때는 정말로 자신이 무언가를 잊고 있는 듯한 찝찝한 감각을 떨쳐낼 수 없었었다.


“그냥 기분 탓인가?”


답을 알 수 없으니 단순한 기분 탓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모르겠다.”


생각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져만 가니 시겔은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잠이나 잘까 싶었지만, 또다시 드는 알 수 없는 감각에 일어났다.


정원에서 느꼈던 위화감과는 다른 감각이었다.


누군가의 살기 같은 느껴졌고 동시에 불길함이 온몸을 관통하는 것같이 소름 돋았다.


“설마...?”


이 감각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불과 어제 느꼈던 감각이었다.


하얀 가면을 썼던 자와 대면 했을 때 느꼈던 감각이 지금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단순히 기분 탓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한 살기가 느껴졌기에 시겔은 검을 집어 들고서 방 밖에 나왔다.


달이 구름에 가려져 있는 것인지 한 줌의 빛도 찾아볼 수 없었고 복도는 한 치 앞도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항상 다니던 복도였으니 시겔은 조심스럽게 걸어갔고 장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때쯤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이 모습을 드러내며 복도에 서늘한 푸른 빛을 뿌렸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서인지 시겔은 잠깐 얼굴을 찡그리며 앞을 바라보았고 조금 떨어진 곳에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다.


에밀리의 방 근처였기에 에밀리인가 싶었지만,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는 결코 이 저택에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넌 누구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 질문이나 대답은 필요 없었다.


그 사람을 봤을 때부터 시겔은 이미 누구인지 알고 있었고 그 사람이 쓰고 있던 하얀 가면이 달빛을 반사 시켜 빛을 내는 것만 같았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약간의 거리가 있기는 했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시겔은 큰 소리로 말했지만 하얀 가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르릉


시겔은 검을 천천히 뽑은 뒤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왜 네가 여기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이곳에서 나가줘야겠어”


역시 상대방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 침묵은 거절이라 생각하겠다.”


타앗


시겔은 빠르게 하얀 가면에게 접근했지만, 자신을 얕잡아 보는 것인지, 싸울 의지가 없는 건이지 상당히 근접했음에도 미동조차 없었다.


“히얏!”


상대방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봐줄 생각은 없었고 시겔의 검은 정확히 하얀 가면의 몸을 향해 갔다.


끝까지 상대방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깔끔하게 목을 치면서 하얀 가면을 지나쳤다.


“뭐지?”


분명 목을 베었지만 마치 허공을 벤 것 같은 느낌에 시겔은 뒤를 돌아보았고 떨어져 있어야 할 상대방의 머리는 멀쩡하게 붙어있었다.


“어떻게...?”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시겔은 눈이 커져 상대방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하얀 가면은 슬쩍 뒤를 바라보았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겔은 일단 여전히 자신을 등지고 있는 하얀 가면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이얏!”


다시 한번 빠르게 접근하여 검을 휘둘렀지만, 이번에도 검은 허공을 벤 것 같은 감각이었고 하얀 가면은 멀쩡하게 서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분명 확실하게 베었음에도 쓰러지기는커녕 상처 하나 없는 상대가 조금씩 두려워졌다.


“끝난 건가?”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이 눈빛만 보내던 상대는 대뜸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


감정이라는 것이 있는지 의심되는 차가운 목소리였다.


“넌 누구지?”


“알 필요 없다.”


“왜 여기에 온 거지?”


상대는 다시 침묵했고 주위의 분위기가 무겁게 변했다.


“너희들을 죽이러 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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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하얀 가면 21.01.22 80 0 11쪽
» 무엇을 잊었는가? 21.01.21 85 0 11쪽
43 마녀척살단 21.01.20 94 0 11쪽
42 괴한들의 습격 21.01.19 89 0 12쪽
41 은밀한 외출 21.01.18 8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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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왕의 부름 21.01.12 102 0 12쪽
36 뭐라도 해야겠어 21.01.11 101 0 12쪽
35 좀 더 강해지기 위해서 21.01.08 98 0 12쪽
34 마력을 느끼다. 21.01.07 99 0 12쪽
33 승리의 태양 21.01.06 10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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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예언을 따르다 21.01.04 101 0 12쪽
30 부탁할게요 21.01.01 105 0 13쪽
29 너를 기다리며 20.12.31 109 0 13쪽
28 내 친구들과 함께 20.12.30 122 0 14쪽
27 아이들 20.12.29 119 0 12쪽
26 자장가 20.12.28 1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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