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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더 팔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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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11.30 22:01
최근연재일 :
2014.03.0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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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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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268

작성
13.02.1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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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18쪽

더 팔라딘(The Paladins)-52화: 악의 군대가 움직이다.

DUMMY

“조용히 하는게 좋을 걸? 주인님은 가장 시끄럽게 구는 녀석을 먼저 죽이실 테니까 말이야…….”

끈적끈적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매우 차분하였으나, 노움들은 그녀의 목소리에 금새 입을 다물고 말았다. 기가비어턴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애너리스(Anerith)…… 이곳을 지키면서, 그동안 문제는 없었느냐?”

기가비어턴의 아래에는 검은색 빌로드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검은 드레스와 대조적인 백색의 얼굴을 들어올리며 대답하였다.

“주인님. 당신의 알은 언제나처럼 무사하나이다. 하지만 제물들 중 몇몇은 죽었군요.”

그녀가 말하는 제물은 노움을 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기가비어턴이 전혀 두렵지 않은 듯, 붉은 입술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기가비어턴은 애너리스에게 다시 물었다.

“무엇 때문에 죽었느냐?”

애너리스는 울타리에 갇힌 노움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검은색 단발머리가 찰랑거리며 붉은 색 눈동자가 노움들을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아름다웠으나 노움들은 그녀를 무척이나 두려워하는 듯 하였다. 그녀의 손가락은 구석에 웅크린 노움을 가리켰다. 한편, 울타리구석에 웅크린 노움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저렇게 겁에 질린 자들이 스스로 자살을 했나이다. 그리고 몸이 쇠약해진 노움들 또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했는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기가비어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철가면을 쓴 마법사 제로무스가 서 있었다.

“제로무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제로무스의 주변에는 반투명한 초록색 보호망이 둘러싸고 있었다. 때문에 그의 몸에는 화산재 하나 묻어있지 않았다. 그는 기가비어턴에게 머리를 숙여 예를 갖추며 대답하였다.

“주인님의 아량 덕분에 충분한 실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신선한 실험재료(?)가 더 쌓인면 분명 주인님께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드시 주인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소서.”

기가비어턴은 그의 노란색 눈동자를 굴려 갇혀있는 노움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기다란 동공이 노움들을 훑자 노움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도 못하였다.

“흐흐흐. 나는 노움들이 더 빨리 죽기를 원하노라. 하지만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조금 더 기다려보지. 제로무스. 앞으론 허약하여 먼저 죽어갈 것 같은 노움들부터 실험대 위해 올리거라.”

그의 말에 노움들은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버렸다. 제로무스는 기가비어턴의 말에 고개를 더욱 조아리며 감사의 말을 할 뿐이었다.

“주인님의 보우하심에 감사드릴 뿐이옵니다.”

한편, 애너리스는 제로무스가 한손을 로브 속에 숨긴 것을 발견하였다.

“제로무스. 왜 손을 숨기고 있지?”

제로무스는 움찔하였다. 그리고 철가면 속의 푸른 눈은 애너리스를 쏘아보았다. 철가면 때문에 그의 표정은 확인할 길이 없었으나, 눈동자에는 냉정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애너리스. 네가 알 바가 아니다.”

애너리스는 붉디 붉은 입술에 미소를 머금으며 팔짱을 끼었다. 때문에 상반신이 훤히 드러난 드레스 윗족 그녀의 젖가슴이 풍성하게 올라왔다.

“후후후. 과연 그럴까? 주인님. 저자가 손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혹시라도 주인님께 해가 가는 것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로무스는 그녀가 기가비어턴과 자신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을 알아챘다. 한편 기가비어턴은 애너리스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말이 옳도다. 제로무스, 로브 속에 숨긴 손을 보여라.”

제로무스는 머리를 조아리며 기가비어턴에게 말했다.

“주인님. 애너리스는 저의 충정을 의심하는 발언을 하고 있나이다. 부디 통촉하소서.”

“그렇다면 더더욱 그 손을 가려선 안되겠지. 나에 대한 충정을 그것으로 증명해 보거라.”

이 천년을 살아온 드래곤의 설득에는 거역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제로무스는 어쩔 수 없이 로브 속에 숨겼던 손을 꺼냈다. 애너리스는 그의 손을 보며 웃기 시작했다.

“꺄하하하하. 주인님. 저 누더기 같은 손을 보소서. 마법사가 손을 다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로군요.”

제로무스의 손바닥은 길게 꿰메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예전, 헤론 네스트여관에서 히아신스에게 당한 상처였다.

기가비어턴은 제로무스에게 물었다.

“어쩌다 손이 그렇게 되었느냐? 내게 거짓말을 해서는 아니될 것이니라.”

제로무스는 기가비어턴의 추궁에 애너리스를 다시금 힐끗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경멸의 빛이 담겨있었다.

“주인님. 제 실험실에 한 모험가 무리가 들이닥쳤었나이다. 그들과 전투를 하다가 손에 작은 상처를 입었을 뿐입니다.”

기가비어턴은 제로무스의 손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의 손을 이어붙인 듯, 손바닥과 손가락부분의 색이 달랐다. 제로무스는 생명을 조작하는 흑마법의 달인이었는데, 그 흑마법기술로 타인의 손을 갖다붙인 것이었다.

“제로무스 너도 알다시피, 난 무능하고 약한 자를 싫어하느니라. 손을 이어붙인 것으로 보아 큰 상처를 입은 것이 분명하렸다.”

제로무스는 황급히 손을 다시 로브 속에 집어넣고는, 머리를 조아렸다.

“하지만 침입자들은 모두 저의 살인구름마법에 죽임을 당하였나이다.”

“그래? 그렇다면 그 침입자들은 어찌하여 너의 실험실에 침입한 것이냐?”

제로무스는 기가비어턴의 추궁에 다소 당황하였으나, 철가면에 가려진 그 표정은 기가비어턴에게 감지되지 않았다. 사실 그는 히아신스일행이 죽은 것을 확인하지 않고 달아났었다.

“그들은 제 마법에 죽어버렸기에 그 이유를 묻지 못했나이다. 통촉하소서.”

그의 대답을 듣자, 기가비어턴은 과거의 아픈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예전부터 이 아픈 기억을 잊어버리려 했으나 드래곤의 뛰어난 두뇌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가비어턴은 한 사내를 땅속에 묻고 밟아버렸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땅속의 움직임이 완전히 정지한 것을 느낀 기가비어턴은 사내가 죽은 것으로 간주하고 그곳을 떠났었다. 그리고…… 그 땅속에선 에뎁세스의 반지를 낀 브런트라는 사수가 살아나왔다.

“크르르르르르…….”

제로무스는 기가비어턴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있음을 깨닫고는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가버어턴은 분노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아픈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기가비어턴은 브런트에게 볼트를 연이어 맞고 죽음 직전까지 갔던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죽음 직전에 자신이 만들어놓은 봉인주문에 뛰어들어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던 것이었다. 이 아픈 기억은 기가비어턴의 머릿속을 사정없이 휘젓고 있었다.

한편, 애너리스는 웃고 있었다. 그녀는 기가비어턴이 그 무지막지한 꼬리로 제로무스의 몸뚱아리를 부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작은 일에도 철저히해야 하느니라…… 너에게 죽임당한 그 모험가들은 어떤 자들이었느냐? 그 모습은 확인 했겠지?”

“키, 키가 큰 야만인 여자였습니다.”

사실 제로무스는 히아신스일행을 모두 확인하지 못했다. 기둥 뒤에 몸을 숨겼던 일행에게 거미줄마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가 모습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적은 히아신스 한명이었던 것이었다.

“보물을 노린 멍청이로군. 잘 죽였도다.”

기가비어턴이 납득을 하자, 제로무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순간 기가비어턴의 연이은 질문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기사단을 뒤흔드는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

기가비어턴은 라이온하트기사단이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로무스가 대답했다.

“주인님. 기사단의 존경받는 기사 바란에게 파라텍터를 입혔나이다. 주인님이 만드신 파라텍터는 기사단을 파괴할 것이니이다.”

저주받은 갑옷, 파라텍터는 기가비어턴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조심성 많은 기가비어턴은 그것마저 확인하려 하였다.

“그의 몸에 파라텍터가 붙는 것을 확인했느냐?”

제로무스는 애너리스로 인해, 자신이 기가비어턴으로부터 얻은 신뢰에 금이 갔음을 알아챘다. 제로무스는 언젠간 이것을 갚아주리라 생각하며 그의 질문에 대답하였다.

“물론입니다. 검은색 액체는 그의 몸을 잠식하는데 성공하였나이다.”

그때 남자의 두꺼운 목소리가 높은 곳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것이 들렸다.

“제로무스의 말이 맞습니다. 기사단의 멍청이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돌더군요.”

애너리스와 제로무스는 하늘을 올려보았다. 그리고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그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화산너머로 거대한 인간의 형상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애너리스는 비웃듯이 입을 열었다.

“아…… 우리의 화염거인(Fire Giant)이 도착하셨군.”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의 거대한 검을 한손에 든 거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 거인의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자루가 들려있었다. 전신의 불끈거리는 근육은 무쇠처럼 검었으며,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아나크(Arnarch). 왔느냐?”

이 화염거인의 이름은 아나크였다. 아나크가 대답하자 그의 불타는 듯한 수염이 펄럭였다.

“주인님.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애너리스는 아나크가 들고있는 부대가 꾸물거리는 것을 발견하였다.

“호오…… 이번엔 수확물이 적은 걸? 배고파서 중간에 잡아먹은건가?”

아나크는 그녀의 말에 휘말려선 안된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그는 대답없이 부대자루를 울타리에 부었다. 그러자 붙들려온 노움들이 포획된 짐승처럼 쏟아져내려왔다. 개중 몇몇은 질식했는지 이미 죽어있었다. 아나크가 그 커다란 손을 휘두르자 노움들은 겁에 질려 달아났다. 그러자 죽은 노움들만이 드러났고, 아나크는 손가락으로 그 시체들을 꺼내 용암속에 던져넣었다.

제로무스는 아나크에게 물었다.

“바란이 벌써 프란치아로 돌아갔나? 기사들을 그곳에서 죽이고 있어?”

아나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컴피어락의 시민들을 죽였고, 비엘즈에서 수 자신을 추격하던 기사들을 모조리 수장시켰다.”

제로무스는 그제야 웃기 시작했다.

“흐흐흐. 계획대로 진행되고있군. 그 정의의 가면을 쓴 위선자들은 모두 고통 속에 죽어야만해.”

기가비어턴은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되고있음을 확인하고는 애너리스에게 말하였다.

“애너리스. 난 상처를 치료해야만 하니 이곳의 상황을 당분간 그대에게 맡기겠노라.”

애너리스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벌써 침소로 돌아가시렵니까? 애너리스는 주인님이 그리울 것입니다.”

그때 한 사내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치료는 이 바하가르(Bahagar)에게 맡기심이 좋을 듯 하옵니다.”

검붉은 판금갑옷을 전신에 두른 이 거한의 이름은 바하가르였다. 기가비어턴이 쳐다보자 바하가르는 말을 이어갔다.

“약탈신 아이타로스께서 주인님의 상처를 치료해주실 것이니이다.”

바하가르의 목소리는 마치 가래가 낀 듯, 걸걸했으나 그 말투는 무척이나 공손하였다. 하지만 기가비어턴은 바하가르의 치료를 거부하였다.

“흐흐. 아이타로스의 대사제가 제공하는 치료는 필요 없느니라. 내 몸을 치료할 자격을 가진 자는 나 뿐이다.”

사실, 기가비어턴은 바하가르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지 않았다. 바하가르가 치료의 주문을 거꾸로 돌려 자신의 몸에 부을까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편, 애너리스는 바하가르의 갑옷을 바라보며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사제. 어찌하여 그대는 입지않던 갑옷을 입고있는 것이지?”

바하가르는 붉은 면갑을 들어올렸다. 그 안에선 민머리의 허연 얼굴이 드러났다. 그의 눈동자는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나의 충성스러운 종 프렌시오가 죽었기 때문이오. 난 복수의 길을 떠나기 위해, 주인님께 허락을 맡으러 왔소.”

애너리스는 다소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 아이타로스의 대사제가 복수를? 대체 누가 그런 겁 없는 짓을 한 거지?”

바하가르는 기가비어턴에게 말하였다.

“나의 종을 죽인 자의 위치를 찾았으니 복수하러 가고 싶습니다. 허락하소서.”

“그가 누구인가? 자네의 적은 나의 적이기도 하니까.”

물론 그의 말은 거짓이었다. 기가비어턴은 바하가르의 적에 대해선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한편 바하가르는 허리가방에서 해골문양의 성표를 꺼냈다. 그것은 약탈신 아이타로스의 성표였다. 바하가르가 성표를 비취자 성표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허공에 영상을 그려내는 것이 아닌가?

“나의 파수꾼이 보내오는 영상이니이다.”

애너리스는 영상 속의 남자를 보고는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잘생긴 남자네?”

영상 속에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필론이었던 것이다. 필론은 그의 말 투스텝을 몰고선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기가비어턴은 필론을 알아보고선 그제야 바하가르의 적이 자신의 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로메리온의 스폰이로군. 바하가르!”

바하가르가 머리를 조아리자 기가비어턴은 말을 이어갔다.

“허락할테니 자네의 군대를 끌고 저 애송이를 쳐버리거라. 저번에 겁도 없이 나에게 도전했던 자이니라.”

“감사하나이다. 약탈신의 군세를 이끌고 주인님의 적을 쳐버리겠나이다.”

그때 영상 속의 필론이 갑자기 활을 꺼내드는게 아닌가? 필론은 재빨리 시위를 당겨 영상을 겨누었다. 그리고 영상이 흔들리더니 하늘을 비추고 말았다. 파수꾼이 활에 맞아 땅에 드러누운 것이었다.

“바하가르. 그대의 파수꾼이 당했군. 위치를 놓치기 전에 어서 추격하도록…… 우리의 계획에 작은 실수도 있어선 안되느니라.”

기가비어턴은 다른 부하들을 둘러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모두들 다음 계획은 알고 있겠지?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하라.”

애너리스와 아나크, 제로무스, 바하가르 그리고 고블린들은 기가비어턴에게 예를 갖추며 대답했다.

“알겠나이다!”

애너리스는 고개를 들며 미소를 지었다.

“위대하신 주인님은 반드시 신위를 차지하시게 될 것이니이다.”


× × × × ×


카노트는 깜짝 놀라 수레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적, 적입니까요!?”

하지만 광야 저편에는 활에 맞은 까마귀가 누워있을 뿐이었다. 카노트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까마귀일 뿐이로군요.”

한편, 필론은 활을 거두며 대답했다.

“단순한 까마귀가 아니에요. 아마도 누군가의 파수꾼일 겁니다.”

“네? 파수꾼이요?”

필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방금 우리는 죽은 소를 지나쳐왔는데, 까마귀는 고기를 뜯지 아니하고 우릴 따라오더군요.”

수레에 앉아있던 셀로나는 갑자기 까마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저길 보세요! 까마귀가…….”

까마귀의 시신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그 모습이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카노트는 떨리는 입술로 말하였다.

“기…… 기가비어턴이 보낸 것일까요?”

“확신할 수 없지만, 기가비어턴 아니면 아이타로스의 교단에서 보낸 파수꾼일 겁니다. 프렌시오를 제가 처단했거든요.”

셀로나는 위협이 다가옴을 느끼고는 한차례 몸서리를 쳤다.

“이봐요 필론…… 경.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말해주실 수 없나요? 목적지를 알 수 없으니 더 두렵군요.”

셀로나를 필론의 이름에 경을 붙이는 것을 어색해하였다. 한편 필론은 그녀를 돌아보며 대답하였다.

“저를 경이라고 안 불러도 되요. 그나저나 파수꾼이 우릴 따라오고 있는걸 보니 이미 우리의 위치는 발각된 것 같군요. 이 상황에서 더 숨길 필요는 없겠지요. 로메리온님께선 저에게 브런트 밀러라는 사람의 거처로 가라고 했습니다.”

셀로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브런트? 그가 누구죠.”

“사실은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두루마리에는 그가 기가비어턴에게 대적할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씌여 있습니다. 때문에 그가 있는 협곡으로 우리는 가야만 합니다.”

한편 카노트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브런트!? 지금 브런트군을 찾으러 가는 길이었습니까? 왜 진작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요?”

필론은 카노트의 반응을 보고서는 다소 놀란 듯 하였다.

“카노트할아버지도 브런트라는 사람을 아세요?”

“알다마다요. 지금 생각해보니 브런트에겐 에뎁세스의 반지가 있습니다. 그 반지가 있으면 기가비어턴에게 대적할 수 있을거에요. 네.”

필론은 투스텝을 출발시키며 카노트에게 물었다.

“에뎁세스의 반지? 그게 뭐죠?”

투스텝은 먼지를 일으키며 황야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카노트는 흔들거리는 수레를 붙잡으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넵. 그야말로 대단한 마법반지입죠. 상대가 무슨 마법을 걸던 그것을 흡수해버리는 반지입니다요. 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말이죠.”

“가만히 있어도요? 그것 대단한데요? 홀리어벤져 디펜더보다도 강력할 듯 싶군요.”

홀리어벤져 디펜더의 경우, 사용자가 정신을 집중하고 있어야 했으나, 에뎁세스의 반지는 그럴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카노트는 입술에 침을 발라가며 말을 이어갔다.

“그것뿐만이 아닙죠. 흡수한 마법을 그대로 상대에게 되돌려줄수도 있고요, 물속이나 땅속에 갇혀도 질식되지 않게 해줍니다요. 아…… 그 반지를 우리가 브런트군에게서 얻을 수 있다면 흩어진 동료도 금방 찾게 될 것입죠.”

필론은 카노트의 말에 솔깃했는지 투스텝을 멈추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아. 네. 에뎁세스의 반지로는 알고있는 사람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답니다. 대단하죠? 쉽게 말해서 기가비어턴이 숨어도 금새 찾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요. 그러니까 우리가 그 반지를 얻게되면 흩어진 동료들을…….”

카노트는 말을 멈추었다. 광야 저편에서 익숙한 그림자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필론 또한 그 그림자를 보고서는 놀라고야 말았다.

“블랙 사부님……!”

광야 저편에서는 히아신스일행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저번 편에서 히아신스가 구리드래곤을 구라드래곤으로 소개한 거 있잖아요? 사실 저 별의 사람들이 지구언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한국어는 더더욱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히아신스가 구리드래곤을 구라드래곤으로 말한 부분은 저 별의 방식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영어였다면 카퍼드래곤(Copper Dragon:구리드래곤)을 쿠퍼드래곤(Cowper Dragon:정액드래곤)으로 말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저 별의 방식으로 엉뚱한 소리를 했다고 간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편에는 기가비어턴의 추종자들이 등장했습니다. 애너리스와 마법사 제로무스, 그리고 대사제 바하가르와 화염거인의 왕 아나크입니다.

제로무스는 D&D방식으로 네크로맨시 마법학파입니다. 생명을 다루는 마법사죠. 그래서 손을 잘라붙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대사제 바하가르는 성직자고, 아나크는 전사입니다. 기가비어턴에게도 파티가 있는 셈이죠. 게임으로 말하면 중간보스들…….^^;


다음편에 뵙겠습니다. 이번엔 정말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다음 편엔 더 빨리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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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더 팔라딘(The Paladins)-51화: 에뎁세스(Edepses)의 반지 +26 13.02.13 2,609 42 25쪽
51 더 팔라딘(The Paladins)-50화: 지옥의 몽둥이 +31 13.02.11 2,605 32 24쪽
50 더 팔라딘(The Paladins)-49화: 드래곤과 만나다 +17 13.02.08 2,328 41 16쪽
49 더 팔라딘(The Paladins)-48화: 남쪽 동굴 +18 13.02.05 2,770 39 17쪽
48 더 팔라딘(The Paladins)-47화: 두루마리의 글자 +13 13.02.02 2,515 38 17쪽
47 더 팔라딘(The Paladins)-46화: 동방의 무술 +12 13.01.31 2,512 44 26쪽
46 더 팔라딘(The Paladins)-45화: 잡화상 아벤(Aben) +9 13.01.30 2,237 33 18쪽
45 더 팔라딘(The Paladins)-44화: 손님, 손님, 그리고 또 손님 +12 13.01.29 2,344 36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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