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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오적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백야
작품등록일 :
2013.10.29 23:42
최근연재일 :
2013.11.14 14:51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08,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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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233

작성
13.11.12 10:20
조회
4,053
추천
120
글자
8쪽

무림오적 1권 16화

DUMMY

6장. 밤은 내 세상이거든


-목숨의 가치는 언제나 같은 법이다. 경중(輕重)도 고하(高下)도 없는 게 목숨이다. 하지만 함부로 살아가는 자가 느끼는 목숨과 매일매일 치열하게 사는 자가 생각하는 목숨의 가치는 다른 법이다.

어쩌면 소독아는 이날 하루 동안 그걸 느낀 것일 수도 있었다.

산다는 것의 즐거움.

살아간다는 것의 행복.











1. 돈이 있으니 행복하구나.


깨끗한 옷 한 벌을 사고 그간 공짜로 먹었던 외상값을 내고 동전 한두 푼씩 빌렸던 걸 갚고 나서도 소독아의 은자는 칠십 냥이 넘게 남아 있었다.

소독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요 몇 년 동안 내가 먹고 사는데 들었던 비용이 모두 서른 냥도 안 된다는 거야? 야, 정말 싸게 산 인생이네, 소독아.”

겨우 그깟 은자 서른 냥 때문에 그토록 아등바등 살아왔다니, 생각할수록 초라하기 그지없는 삶이었다. 이제 이런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은자 한두 냥 정도는 아깝지도 않았다.

그래서였다.

우연히 마주친 꼬마들이 그를 보고 놀라 도망치는 걸 억지로 불러 세운 것은.

“이거 가지고 가서 네 패거리들이랑 함께 나눠써라.”

소독아는 은자 다섯 냥을 꼬마들에게 주었다. 꼬마들의 눈이 커졌다. 소독아는 짐짓 으름장을 놓았다.

“나중에 확인해볼 테다. 제대로 나눴는지.”

꼬마들은 대답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소독아는 그걸 보며 다시 웃었다.

‘돈이 있으니 정말 행복하구나.’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나눠준다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도 처음 알게 되었다.

소독아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저잣거리를 빠져 나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옷까지 새로 산 마당에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몰골로 그 옷을 입어봤자 별 볼일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예 시원한 물에 목욕하고... 그래, 이 참에 객잔의 별채라는 곳에서 잠을 자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소독아는 객잔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거기에다가 백건아가 아닌 비싼 죽엽청(竹葉靑)도 한 잔...

소독아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조금 전 들렸던 그 객잔으로 되돌아갔다.

객잔 문 앞에서 호객하던 점소이가 그를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소독아도 손을 흔들었다.

“이번에는 무슨 일로 왔어?”

점소이가 묻자 소독아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별채라는 곳에 한 번 묵을까 해서.”

“아하! 좋지, 별채. 이런 더운 날에는 별채의 나무욕조에 찬 물 받아놓고 푹 쉬는 맛이 별미이거든. 뭐, 생각 있으면 계집아이더러 등을 밀어달라고 할 수도 있어.”

점소이는 손을 비비며 말했다.

소독아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몇 마디 말로 사람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걸 보면 확실히 호객 행위에 능한 녀석이었다.

“그래, 안내해 줘.”

소독아는 흔쾌히 말했다.


*


객잔 후문으로 들어가면 조그맣게 꾸민 가산(假山)과 연못이 있었다. 그 주변으로 각각 독립된 구조를 가진 별채가 여러 채 있었는데, 소독아는 그 중 가장 경치가 좋은 별채에 묶게 되었다.

헤엄을 쳐도 될 정도로 커다란 나무 욕조에 방금 퍼 올린 우물물이 가득 채워졌다. 소독아가 그곳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을 때, 그보다 한두 살 많아 보이는 계집아이가 들어와 소독아의 등을 밀어주고 때를 벗겨냈다.

그가 다시 객잔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 식사 때가 되어 있었다.

점소이는 알아서 한 상 가득 요리를 가져왔고 또 향이 끝내주는 죽엽청도 한 병 내왔다. 소독아는 생전 처음으로 먹어보는 요리와 술에 마냥 즐겁고 행복해 했다.

배가 터질 정도의 식사를 마친 후, 소독아는 다시 별채로 돌아갔다. 정말이지 오늘 같은 날만 있으면 평생 더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한 날이었다.

그는 객청 차탁(茶卓)에 앉아 다리를 쭉 뻗었다. 차탁 위에는 객잔에서 마시다 가져온 죽엽청과 간단한 안주거리가 놓여 있었다.

소독아는 한 잔 술을 따라놓고, 열린 문 사이로 달을 쳐다보며 잠시 감상에 젖었다.

“그래. 다들 이렇게 사는 거야.”

소독아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깨끗하게 씻고 맛있는 거 먹고 즐겁게 취해서 놀다가 잠자는 거. 그것 말고 더 좋은 삶이 어디 있겠어?”

그는 달을 향해 술잔을 들어 홀로 건배했다.

열두 살 어린나이치고는 상당히 성공한 셈이 아닌가.

문득 그런 생각에 소독아는 저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바로 그때였다.

별채 쪽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보인 것은

“응?”

소독아는 술잔을 내려놓고 눈을 가늘게 떴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이의 모습이 보였다. 한 명? 아니었다. 그 뒤로 몇 명의 그림자들이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소년의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그는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냐?”

소년은 여차하면 도망칠 준비를 하며 물었다.

“어, 나야.”

태연스레 들려오는 대답에 소독아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손을 흔들며 객청으로 걸어 들어오는 이는 다름 아닌 점소이 아호였다. 그는 실실 웃으며 다가왔다. 소독아도 웃으며 그를 보고 있다가 문득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왜 그가 지금 여기에 오는 거지? 그리고 그 뒤의 그림자들은 또 뭐야?’

왠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소독아는 재빨리 객청의 문을 닫고 걸어 잠그려 했다. 하지만 아호가 한 걸음 더 빨랐다.

그는 막 닫히려는 객청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 뒤를 이어 검은 그림자들이 재빠르고 들어와 문을 걸어 잠갔다.

소독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검은 그림자들, 험상궂게 생긴 네 명의 사내들은 하나같이 무지막지하게 생긴 칼을 들고 있었다.

그 칼을 본 순간 소독아는 알 수 있었다. 저들이 누구인지, 왜 이 시간에 느닷없이 들이닥쳤는지를.

“개자식!”

소독아는 아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날 흑방 사람들에게 팔아 넘겨?”

그랬다.

대감도를 들고 서 있는 네 명의 흑의인(黑衣人)들은 이 마을 뒷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흑방의 사람들이었다. 그 중 한 명은 소독아도 안면이 있는 자였다.

“무슨 소리야?”

아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흑방 사람인데 누구에게 팔아 넘긴다고 그래?”

이런 젠장.

소독아는 아호를 노려보다가 문득 웃으며 물었다.

“돈 때문에 이러는 거지?”

아호는 부인하지 않았다.

“물론이지.”

“남은 돈 다 주지. 아, 이 별채 값만 남겨줘.”

“누구를 바보로 아냐?”

아호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겨우 은자 몇 십 냥 때문에 내가 동료들을 불러왔을 것 같아?”

소독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솔직히 불어. 어디서 한 건 한 거야?”

“한 건?”

“그래. 보아하니 전표 한 장이 전부가 아닌 것 같은데. 얼마나 돼? 열 장? 백 장?”

아호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물었다.

소독아는 그제야 아호가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착각이, 평소 그답지 않게 펑펑 돈을 쓴 자신 때문임을 알아차렸다.

젠장.

소독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돈이라는 게 있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한 것만은 아니구나.’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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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림오적 1권 2화 +2 13.10.29 6,960 16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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