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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오적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백야
작품등록일 :
2013.10.29 23:42
최근연재일 :
2013.11.14 14:51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08,977
추천수 :
2,737
글자수 :
72,233

작성
13.11.08 20:44
조회
4,853
추천
151
글자
10쪽

무림오적 1권 14화

DUMMY

2.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그녀의 이야기는 매우 길었다.

그리고 전문적인, 소독아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많이 나왔다. 소독아가 모르는 단어를 매번 물어볼 때마다 야래향은 귀찮아하지 않고 가르쳐 주었다.

덕분에 소독아는 빠르게 강호무림(江湖武林)이라는 곳의 이야기에 적응할 수가 있었다.

그는 야래향의 이야기에 흠뻑 빠졌다. 이야기 중간에 추임새처럼 탄식하기도 하고 감탄을 터뜨리기도 했으며 또는 자기 일처럼 분개하기도 했다.

이윽고 야래향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을 때에는 소독아 어느새 또한 강호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정말 나쁜 놈들이네, 태극천맹은.”

소독아는 한숨을 쉬며 투덜거렸다. 야래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우리 입장에서 보면 정말 나쁜 놈들이다.”

“아니, 어느 편을 들지 않더라도 그래. 마도(魔道) 사람들이 먼저 시비를 건 것도 아니잖아. 그저 자기네들보다 강하다는 게 불안해서 세력을 만들고 공격을 한 거잖아, 정파 사람들이.”

소독아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구파일방(九派一幇), 신주오대세가(神州五大世家), 거기에 오대가문(五大家門)까지 합세해서 만든 게 태극천맹이라구? 개개인의 힘이 약하니까 사람 수로 밀어붙여? 그거야말로 진짜 나쁜 놈이고 나쁜 짓이지.”

며칠 전,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매타작을 당한 게 기억나는 모양이었다.

“여러 놈이 한 놈 패는 건 무조건 잘못된 거야. 일대 일로 붙어야지, 사내라면 말이지.”

소독아는 주먹을 휘두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꼭 마도 사람들을 없애야 하는 거야? 그렇게 마도인들이 나쁜 사람이야? 그건 아니잖아?”

야래향은 감격한 얼굴이었다.

지금껏 이렇게까지 마도인들을 비호하고 태극천맹을 욕해주는 이가 없었다. 마도인이라면 다들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는 게 일반 사람들이었으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소독아 또한 마도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고, 성질 참지 않고, 원한은 몇 십 배로 갚으며 남의 도움은 공짜로 즐기는 것.

그게 바로 마도인의 본질이 아니던가.

“어쨌든 그렇게 꽤 오래 싸웠단다. 비록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었지만 우리 마도 사람들도 힘을 합쳐 잘 싸웠지. 하지만 중과부적(衆寡不敵)은 어쩔 수가 없었다.”

‘중과부적이라... 기억해둘 만한 말이구나.’

소독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야래향의 말을 들었다.

“정파의 합공 앞에 사마외도(邪魔外道)는 결국 무너져 내렸고... 뿔뿔이 흩어져 도주하고 말았단다. 그게 육 년 전의 일이지.”

“흥! 그런데 아직까지 당신 뒤를 쫓는 거야? 이미 육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소독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콧방귀를 끼면서 말했다.

“정말 집요하고 지독한 놈들이네, 태극천맹이라는 작자들은. 나 같으면 그냥 승자의 여유를 즐기겠다.”

“그건 아니란다.”

야래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렇게 패배하고 물러날 우리들이 아니라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 후환이 두려워서 끝까지 우리를 쫓고 있는 거란다.”

“흠... 그럼 당신도 태극천맹에 복수할 생각이구나.”

“그래. 그래서 네 녀석이 복수 운운할 때 마음이 끌렸던 거다.”

“아하, 그랬구나. 그러니까 우리는 동료였던 거네, 애당초부터.”

“훗.”

그녀는 피식 웃고 말았다. 소독아도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 사부와 제자보다는 동료가 낫지. 서로 위아래가 없는 게 편해.”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소독아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들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그들은 사마외도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실력이 뛰어난 열두 명에게 공적십이마(公敵十二魔)라는 별명을 붙여줬지. 그리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열두 명은 반드시 해치워야 한다며 뒤쫓고 있는 거야.”

일순 소독아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어어? 설마 그 열두 명 중의 한 명이야, 당신?”

야래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그 열두 명 중의 한 명에게 당신 운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너밖에 없을 거다.”

“와아,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소독아는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야래향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이내 어두워졌다.

“그 열두 명 중에 지난 육 년 간 세 명이 당하고 말았지.”

“으음.”

소독아는 신음을 흘렸다. 거기에 대고 뭐라 해줄 말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야래향은 잠시 눈을 감고 옛 기억을 회상했다. 소독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움막 뒤쪽으로 갔다. 한참 무언가를 뒤지던 그는 호리병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마셔.”

소독아는 자기부터 한 모금 마신 후 야래향에게 건넸다.

“이게 의외로 괜찮더라구. 잡생각을 없애는 데에는.”

“술이라... 정말 소귀(小鬼)가 못하는 게 없구나.”

야래향은 피식 웃으며 호리병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호리병에 입을 대고 한 모금 크게 마셨다.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가 눈에 부실 지경이었다.

“크!”

야래향은 눈살을 찌푸리며 술병에서 입을 뗐다.

“백건아네.”

가장 싸면서 또 가장 독한 술. 그래서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게 바로 백건아였다.

“응, 좋지?”

소독아는 헤헤, 웃으면서 호리병을 받아 다시 한 모금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재촉하듯이 말했다.

“아까 복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계속 이렇게 도망만 다니는 건 아니겠지? 뭔가 생각하고 준비하는 게 있겠지?”

‘역시, 이 녀석...’

그녀는 새삼 감탄했다.

어린 나이치고는 너무나도 영활하게 돌아가는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육감도, 직감도 뛰어난 놈이었다. 잘만 키운다면 충분히 한 사람의 몫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맞아.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어.”

“그럴 줄 알았어!”

소독아는 흥분하여 말했다.

“만약 나라면 말이지. 당신이나 몇몇 공적들로 저들의 이목을 집중하게 한 다음, 뒤에서 아무도 몰래 힘을 기르겠어. 그래서 당했던 그대로, 놈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거지. 이렇게, 꽝! 하고 말이야.”

소독아는 호리병을 휘둘렀다. 술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 미안. 흥분하다가 실수했네. 젖지 않았어?”

소독아의 말에 야래향은 고개를 저었다.

“그 술에 젖을 정도였다면 지금껏 살아 있지도 못했어.”

“그래. 당신 실력 대단해.”

불과 두 모금만 마셨을 뿐인데, 소독아는 꽤나 흥분하고 있었다. 이야기에, 분위기에 먼저 취한 탓인지 술의 취기가 금세 올랐다.

“좋아. 나도 도와주지. 당신이 태극천맹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말이야.”

“네가?”

“그래. 왜, 못 믿겠어?”

“아니,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해줄 줄은 몰랐거든.”

“왜 이래, 우린 동료잖아.”

소독아는 낄낄거리다가 꿀꺽 꿀꺽 술을 마셨다. 그리고는 똑바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 첫 여자가 되어줄 상대고.”

“이런...”

“빼지 마. 분명히 약속했어. 내 고추에 털 나면...”

야래향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실수한 걸까.’

의외로 약속에 민감한 녀석이었다.

괜히 나중 일이라고 대충 이야기한 게 아닐까. 그게 실수가 아닐까.

‘뭐 어떻게 되겠지.’

야래향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래, 빼지 않아. 비록 불알 달린 사내는 아니지만 명색이 공적십이마 중의 한 명이니까.”

“헤헤헤! 맞아. 공적십이마 중의 한 명이 약속을 깰 리 없겠지. 그럼 이제 넌 내 마누라다!”

소독아는 크게 웃으며 말하다가 흠칫 놀랐다. 그녀의 눈빛이 변했던 것이다.

‘이크, 너무 나갔나 보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된 거, 더 끝까지 나가는 게 나았다.

‘물론 맨 정신으로 그러면 안 될 테니까...’

소독아는 다시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끄윽.”

트림까지 하면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에게 걸어가는 발걸음이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소독아는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리 와, 마누라야. 뽀뽀 한 번 해 보자.”

소독아는 두 팔을 벌리면서 엉뚱한 허공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인상을 찡그리며 야래향을 노려보았다.

“왜 피하지? 내가 싫어?”

야래향은 한숨을 쉬었다.

술에 취해 스스로 허공을 끌어안는 모양새를 보고 있으려니, 거기에 정색하고 화를 내려던 자신이 우스워지는 것이다.

“자, 이것만 마시고...”

소독아는 술이 떨어질 때까지 호리병에서 입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는 거칠게 입술을 훔치더니 그녀를 노려보며 한 걸음씩 다가왔다.

야래향은 가만히 그가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소독아는 바로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와 씨익 웃고는 두 팔을 벌렸다. 하지만 그는 결국 그녀를 껴안지 못했다.

두 팔을 벌린 상태 그대로, 소독아는 천천히 뒤로 나가떨어졌다.

이내 코고는 소리가 움막 안에 가득 찼다.

“아쉬운 걸.”

야래향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회춘을 하나 싶었는데 말이지. 그깟 술 한 병에 취하는 남편 따위는 필요 없단 말이다.”

그녀는 가볍게 소독아의 이마를 톡 치고는 움막을 빠져 나갔다. 소독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눈치 채고 있었나?’

그는 행여 그녀가 바라보고 있을까, 아픈 척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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