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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은은 님의 서재입니다.

딸깍 한 번으로 아포칼립스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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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은은
작품등록일 :
2024.02.26 01:36
최근연재일 :
2024.03.25 21:0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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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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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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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월 24일(1)

DUMMY

4월 24일(1)


이윽고 자정이 되자, 텍스트창이 떠올랐다.


+--------------------------------------+

방역 성적을 정산합니다.

현재 나의 방역 점수 = 11,400 (상위 1%)

+--------------------------------------+


상위 1%.

서진은 그 자리에 당당히 랭크되어 있었다.


‘···학교에선 꿈도 못 꾸는 순위였는데.’


무언가 기분이 밍숭맹숭했다.


+--------------------------------------+

당신은 상위 1%입니다.

상위 1% 전용 어드밴티지를 받습니다.


1. 에테르 풀 회복

2. 경매장 입찰 우선권

3. 경매장 수수료 없음

4. 방역 나침반 제공

+--------------------------------------+


떠오르는 여러 개의 글자들 중에서, 단연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1번 항목이었다.


‘에테르 풀회복?’


서진은 놀람과 함께 자신의 에테르를 확인했다.


+--------------------------------------+

에테르 3,400 / 3,400

+--------------------------------------+


‘정말로 전부 회복됐다.’


안 그래도 에테르 수급에 점점 어려움을 겪던 차였다.

심지어 격리 권한 복구는 에테르를 무려 1,000이나 잡아먹지 않던가.

에테르 수급처가 새로 생겼단 건 분명 서진에겐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상위 1%가 아닌 자들은 계속 에테르 부족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99%의 사람들에겐, 에테르를 회복할 수단이 업적이나 칭호 이외엔 없었으니까.

그리고 업적이나 칭호는 언젠간 메마를 게 분명했고 말이다.

혹은, 점점 더 과하고 무리한 행위를 요구한다던가.


‘상위 1퍼센트 안에 계속 들어야 겠네. 에테르 회복하려면.’


적극적으로 방역하는 자가 점점 더 유리해지는 구조였다.

교전을 피할 수록 에테르 수급 기회는 오히려 멀어지게 되고.

그럴수록 슬라임에게 맞설 힘도 줄어들게 된다.

힘이 약해진 사람들은 점점 더 슬라임과의 교전을 피하게 된다.

악순환이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나오는 소수의 용감한 인원도 분명 있겠지만.

서진은 대부분이 빠져나오지 못 하리라 생각했다.

당장 서진 자신만 해도, 에테르가 떨어질수록 교전을 피하려 하지 않았던가.


‘이런 식인가.’


서진은 방역당국의 의도를 어렴풋이 짐작하곤 입술을 깨물었다.


상위 1%에게 에테르를 몰아주는 판단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양극화를 가져올까.

서진은 잠시 그때의 미래를 상상했다.


‘빈익빈 부익부다. 한 번 밀리면 끝이야.’


그때, 도심 쪽에서 강한 폭발음이 들렸다.


콰앙-!


서진과 해린은 텍스트창을 보다말고 베란다를 내다봤다.


쌍문역 대피소 쪽에서 꺼무잡잡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검은 도화지 위에 빨간 물감을 찍듯 사방으로 불이 번졌다.


“······.”

“······.”


쌍문역과 서진의 집 사이엔 거리가 꽤 되었기에.

여기까진 불이 번지진 않을 것 같았다.


총성과 폭발음이 뒤이어 들려올 때쯤.

서진은 베란다 창문을 드르륵 닫았다.

커튼도 쳤다.


그 후 자리로 돌아가, 남은 어드밴티지를 확인했다.


‘두 개는 경매장에 관련된 거, 다른 하나는 나침반. 그런데 경매장이 뭐지?’


서진이 의문을 품으며 고개를 갸웃하던 순간.

바로 옆에 텍스트창이 추가로 떠올랐다.


+--------------------------------------+

제 1회 경매장 오픈!

매일 자정부터 한 시간 동안, 타인과 자유로이 경매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물품도 거래 가능합니다.

안심하세요!

모든 거래는 익명입니다.


[물건 사기 / 물건 팔기]

+--------------------------------------+


[물품 사기] 쪽을 클릭해봤다.


[물 500ml - 88,700 방역 점수] 현재 입찰자 0명

[쓰레기 종량제 봉투(20L) - 2,400 방역 점수] 현재 입찰자 0명

[해적단 레고 - 9,999,999,999 방역 점수] 현재 입찰자 0명


‘시장 같은 건가?’


옆에 있는 해린에게 물어봤다.


“정해린, 경매장 들어가봤어?”

“지금 보고 있는데. 목록이 꽤 많네.”


해린이 텍스트창을 아래로 스크롤하며 말했다.


“그리고 말도 안 되게 비싸.”

“그러게.”


서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가격을 확인했다.


‘방역 점수가 일종의 화폐로 쓰이는 건가.’


1만 점을 넘게 가지고 있는 서진이었지만.

이걸론 물 한 모금 마시기 힘들었다.


처음 열리는 경매장.

어느 정도의 가격이 적정선인지를 다들 모르니까.

일단 큰 수를 지르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9,999,999,999는 뭐야. 백 억? 이건 사라고 올린 게 아니네.’


경매장 물건들을 촤르륵 내려보며 스캔해봤지만.

별달리 건질 건 없었다.


서진은 이번엔 [물건 팔기] 쪽을 눌러봤다.


[어떤 물건을 등록하시겠습니까?]


“음···.”


잠시 고민하다가, 서진은 소파 밑에 있던 리모콘을 집어들었다.


[등록할 물건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서진은 ‘리모콘’이라 입력했다.


[‘리모콘’을 경매 물품으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예.’


[‘리모콘’의 희망 판매 가격을 설정해주세요.]

[희망 판매 가격의 5%를 등록 수수료로 내야 합니다.]

[상위 1% 방역자입니다. 등록 수수료가 면제됩니다.]


‘5%? 미친.’


등록하기만 해도 수수료를 내야하다니.


‘아까 백 억에 올린 사람은 수수료를 어떻게···아, 걔도 상위 1%구나.’


해적단 레고를 올린 사람은, 자신이 상위 1%라는 사실을 넌지시 밝힌 셈이었다.


‘익명이라 상관 없다 이건가.’


서진은 시험 삼아 리모콘을 등록해봤다.

진짜로 팔 생각은 없었기에, 서진 역시 터무니 없는 숫자를 입력했다.


[2,000,000 방역 점수를 경매 시작가로 설정하시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예’를 누르자, 순간 리모콘이 손에서 사라졌다.

경매장에 등록된 것이다.


살 수 있는 품목에 리모콘이 등록된 걸 확인하곤, 다른 괜찮은 물품이 있나 더 스크롤해봤다.


‘그러고보니 입찰 우선권도 있다 했는데.’


하지만 물자 구매를 섣불리 하는 건 지양하고 싶었다.


‘사는 건 좀 여유가 됐을 때 해보자.’


슥슥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내리던 그때.

경매장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을 본 서진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시체(신원미상,여자) - 1,200 방역 점수]


얼굴 쪽만 까맣게 그을린 시체의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었다.


‘미친 새끼-’


불쾌함을 느끼며 경매장을 나왔다.


‘시발···. 그래, 어떤 물건이든 된다 이거지.’


물건을 더 보려던 생각이 싹 가셨다.

어차피 첫날은 살 물건도 없기도 했고.


‘대강의 사이클은 이해했어.’


방역 점수를 얻어 생존 물품과 교환하라.

혹은.

생존 물품을 팔아 방역 점수를 얻어라.


‘어느 쪽이든, 밖을 열심히 돌아다닐 수록 유리하겠네.’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야겠다 생각하며, 서진은 4번째 어드밴티지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나침반 항목을 꾹 클릭했더니 서진의 머리 위에 화살표가 하나 떠올랐다.

붉은색 화살표였다.


‘이게 방역 나침반인가.’


서진은 화살표를 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봤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변하지 않았다.


‘근데···뭘 가리키는 거지?’


화살표는 북서쪽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그게 뭘 가리키는 지는 감이 잡히질 않았다.


서진은 집의 가장 북서쪽 가장자리까지 가봤으나.

화살표는 여전히 같은 방향을 가리킬 뿐이었다.


‘적어도 우리 집은 아니고. 더 멀리네.’


방역 나침반 이라고 했으니.


‘방역한 곳? 아니면 방역해야 할 곳?’


잠시 고민해본 서진은 후자가 좀더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추리했다.

방역당국은 슬라임을 방역하고 싶어하니까.


이 나침반 역시, 방역해야 할 곳을 가리키고 있으리라.


‘물론, 추리일 뿐이지만.’


만약 서진의 추리가 맞다면.

이 나침반은 꽤나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상위 1%를 유지하려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했는데.

이 나침반만 있다면 허탕칠 확률을 줄일 수 있었다.


대강의 어드밴티지를 확인한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 정도면 얼추 다 봤네.’


그 뒤로도 몇 가지를 더 시험해본 후, 텍스트창을 껐다.


“서진. 뭐 산 거 있어?”

“하나같이 너무 비싸서. 너는?”

“웨하스 하나 올렸더라 누가.”

“···웨하스?”


서진이 어이 없어하는 눈치로 물었다.


“얼만데?”

“팔천.”

“···산 건 아니지?”

“맛있어 보였어.”

“···?”

“배고파서 그만···.”


해린이 굶주린 배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아니 그걸 왜 사 이 미친-’ 라는 눈초리로 해린을 쳐다봤다.

해린은 배시시 웃었다.


“진짜 믿는 건 아니지?”

“···너 연기 소질 있네.”


그러고보니 해린이 웃는 건 처음 봤다.


줄곤 무표정하거나(표정을 감추려 하거나)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만 보였는데.

웃을 수도 있었구나.


‘하긴, 원래는 반장을 맡을 정도로 밝았으니까. 오히려 이쪽이 원래 성격인가.’


밥도 먹고, 샤워도 하더니.

이젠 어느 정도 장난기도 돌아온 모양이었다.


조금은 밝아진 해린을 보며 서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욕조에 틀어둔 물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샤워를 마친 후, 해린이 낸 아이디어였다.

언제 수도가 끊길 지 모르니 미리 물을 받아두자며.


서진은 욕실 안쪽을 확인했다.


쏴아아-


여전히 물은 나오고 있었다.

냉장고처럼 차가운 물이 욕조 안을 가득 담고도 넘치고 있었다.


끼익-


욕실 수도꼭지를 잠그곤, 그대로 돌아서 나가려던 찰나.

욕실 거울이 서진의 상반신을 투명하게 비췄다.


뻗어내린 흑발 밑을 차지하고 있는 검은 눈.

흥미라곤 전혀 깃들지 않은 듯 보이던 그 두 눈에.

순간 이채가 감돌았다.


‘아니, 잠깐만 그러고보니.’


거울에 비친 신체를 보며.

서진은 문득 자신이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에 대해선 알아보지 않았었네.’


마우스를 집어들곤 천천히 커서를 자신의 몸에 갖다댔다.


딸깍딸깍.


+--------------------------------------+

서진 - (인간)

대한민국의 고등학생.

지극히 평범하게 생겼다.


액티브 스킬

클릭

+--------------------------------------+


“뭐지.”


심플한 설명란.

근데, 틀린 설명이 들어가 있었다.


“나 정도면 충분히 잘 생겼잖아.”


그러자 텍스트창이 바뀌었다.


+--------------------------------------+

서진 - (인간)

대한민국의 고등학생.

자신이 잘 생겼다는 망상에 빠져 있다.


액티브 스킬

클릭

+--------------------------------------+


“······.”


아무래도 ‘방역당국’과 지구인의 미적 기준은 많이 다른가 보다.

서진은 그렇게 생각하곤 넘겼다.


이외에도 얻을 만한 정보가 떠오르나 살펴봤지만.

딱히 추가되는 정보는 없었다.

저 조그만 텍스트창이 서진을 설명하는 전부였다.


더블 클릭으로 자신을 확인한 후,

이번엔 우클릭을 해봤다.


+--------------------------------------+

관리자 모드로 진입합니다.

+--------------------------------------+


그러자 보였다.

서진의 왼쪽 눈이 푸르게 빛나고 있는 모습이.


“···관리자 모드로?”


의아함과 함께 마우스 커서를 눈쪽에 갖다대자, 텍스트창이 떠올랐다.


+--------------------------------------+

서진

관리자 권한으로 ‘서진’을 실행하시겠습니까?“

+--------------------------------------+


여기서 ‘나’를 실행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설마 죽진 않겠지···?”


해? 말아?


짧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해보자.


공격 스킬은 아니니까.

물리적인 피해는 입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잠시 심호흡한 후.

서진은 관리자 권한으로 자신을 ‘실행’시켜봤다.

그리곤 벙쪘다.


“뭔···이것들이 왜.”


+--------------------------------------+

언어 설정 ◀한국어▶

마스터 볼륨 ◀--□--------▶ [20]

해상도 ◀--□--------▶ [27]

감도 조절 ◀-□---------▶ [19]

밝기 ◀-----□-----▶ [50]

1인칭 시야 FOV ◀100▶

색각이상 모드 ◀일반▶

나침반 ◀활성화▶

거리 보기 ◀낮음▶

데스 캠 ◀비활성화▶

.

.

.

+--------------------------------------+


그 안에는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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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4월 24일(2) +1 24.03.21 46 2 12쪽
» 4월 24일(1) 24.03.20 4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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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4월 23일(13) 24.03.16 84 3 13쪽
12 4월 23일(12) +1 24.03.15 81 3 11쪽
11 4월 23일(11) 24.03.14 91 3 13쪽
10 4월 23일(10) 24.03.13 100 3 12쪽
9 4월 23일(9) +1 24.03.12 108 4 12쪽
8 4월 23일(8) 24.03.11 108 4 11쪽
7 4월 23일(7) 24.03.10 115 3 13쪽
6 4월 23일(6) 24.03.09 124 3 13쪽
5 4월 23일(5) 24.03.08 139 5 13쪽
4 4월 23일(4) 24.03.07 157 3 13쪽
3 4월 23일(3) 24.03.06 160 4 12쪽
2 4월 23일(2) 24.03.05 192 4 11쪽
1 4월 23일(1) 24.03.04 29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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