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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은은 님의 서재입니다.

딸깍 한 번으로 아포칼립스 제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은은은은
작품등록일 :
2024.02.26 01:36
최근연재일 :
2024.03.25 21:0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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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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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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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4월 23일(15)

DUMMY

4월 23일(15)


슬라임이 201호 남자를 끌고 들어가자, 그를 지켜보던 어른들은 깜짝 놀랐다.


“괴! 괴물!”


괴물을 같이 막기로 했던 당초의 계획은 까맣게 잊은 채.

2층 사람들은 허겁지겁 계단을 뛰어내려왔다.

서둘러 내려오다 발이 접질리는 바람에 몇몇 사람들이 계단에서 굴렀다.


한편, 주차장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사람들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매한가지였다.


ㅣ금빛 아파트를 대상으로 소독 방역을 진행할 예정이니, 옥상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소독···? 이거 소멸 아냐?”

“또 납작해지는 건 아니겠죠?”


다들 모르는 눈치로 서로를 흘깃 볼 뿐이었다.


서진 역시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메세지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정보를.


‘옥상으로 대피하라고 했어. 격리가 아니라. 슬라임을 물리칠 필욘 없는 건가?’


남은 에테르 수치를 확인했다.


+--------------------------------------+

에테르 800 / 2,900

+--------------------------------------+


‘에테르도 그렇게 많진 않아. 싸움은 웬만하면 피하자.’


이번 전투의 핵심은, 섬멸이 아니라 도망이었다.


‘옥상으로 대피···.’


옆에서 층수를 세고 있는 해린에게 말했다.


“15층. 그렇게 높진 않아.”

“아니, 높은 거 같은데.”


해린은 질린 표정으로 아파트를 올려다봤다.


“언제 다 올라가···.”


해린이 중얼거리는 사이, 몇몇 사람들이 다급하게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저, 저!”

“어서 뛰세!”

“우리도 어서 가요!”


세 사람 정도가 먼저 달려나가자, 나머지도 우르르 계단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서진! 우리도 빨리-”

“잠깐만.”


서진은 달려나가지 않았다.

누구보다 상황을 먼저 파악했는데도 말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계단을 밟을 때까지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슬라임들이 몇몇 집에서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사람을 사냥하러 나오듯이.


“2층에 한 마리, 3층에 두 마리. 5층에 두 마리···.”


적의 숫자를 하나하나 세어가며.

위치를 머릿 속에 입력했다.


슬라임들이 양옆 계단 중 어느 쪽을 향하는 지도.


서진은 양쪽 계단을 쳐다보며 대강의 루트를 짰다.


‘4층, 13층이 고비겠네.’


필수적으로 슬라임과 만나야 하는 층도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예상 루트일 뿐.

슬라임들의 움직임에 따라 얼마든지 계획은 변경될 수 있었다.


“너도 잘 봐. 슬라임 위치.”

“4층에 너무 많은데-”

“거긴 어떻게든 뚫어봐야지.”


상상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서진은 마우스를 집어들었다.

그가 노리는 방향은, 101호의 멀쩡한 쇠문.


드래그 스킬을 쓰자, 철문이 끼기긱거리는 소리와 함께 뜯겨져 나왔다.


‘이정도면 되겠지.’


뜯어낸 철문을 방패처럼 앞세우며 말했다.


“왼쪽 계단으로 갈거야!”


둘은 힘차게 계단을 밟아올라가기 시작했다.


2층 계단을 막 밟았을 뿐인데, 벌써 질척이는 바닥이 나왔다.


“피, 피.”

“으으···.”


해린은 눈쌀을 찌푸리며 피가 없는 계단만 골라밟았다.

서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올라가자 시체가 나왔다.

시체를 자세히 살펴볼 여유는 없었다.

둘은 시체를 무시하며 계속 달렸다.


3층을 밟을 무렵, 위층에서 한 남자가 계단을 굴러내려왔다.


“으아엑-”


피를 흩뿌리며 굴러떨어지다, 목이 기형적으로 꺽이며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남자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시체를 보며, 해린은 커터칼로 조용히 손바닥을 그었다.

약간의 핏줄기가 해린의 손목을 타고 흘렀다.


그때, 4층에서 또 한 명이 뛰어내려왔다.

슬라임을 물리칠 스킬도 없으면서.

행동력도 느린 바람에 선발대와 떨어져버린 사람이었다.


다급하게 계단을 내려오던 남자는 서진 일행을 발견하곤 더욱 발걸음을 재촉했다.


“학생! 사람, 사람 맞지? 그럼! 도와줘!”


서진의 철문을 마구 두드리는 남자.

남자의 뒤에, 붉은 점액질을 뽐내는 슬라임이 다가오고 있었다.


충분히 서진이 대처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앞에 있는 남자가 철문 근처에 있는 바람에 철문을 마음대로 드래그하기가 쉽지 않았다.


“에잇! 좀 비켜 봐요! 뒤에 슬라임 있잖아!”

“히익!”


겁 먹은 남자는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았다.

서진은 거세게 드래그해 철문을 던졌다.


챙-


슬라임의 가시가 철문에 닿는 순간 거친 마찰음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철문을 뚫기엔 가시의 위력이 부족했다.


철문으로 슬라임을 비비며 녀석이 움직이지 못 하게끔 막았다.

이후 해린이 슬라임을 찢어발겼다.


슬라임을 무력화시킨 후, 서진이 아저씨를 다그쳤다.


“아저씨! 일어서요! 바로 올라갈 거니까!”

“제길, 제길-”


욕짓거리와 함께 엉거주춤하게 일어서는 남자.

그 순간, 남자의 눈에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한 대는 이미 누군가 탄 모양인지 15층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다른 한 대는, 당장이라도 탈 수 있게끔 4층에 멈춰있었다.


“아저씨, 스톱. 그거 아냐. 타지 마요.”

“···제길, 알았다.”


남자는 순간의 유혹에 혹했다가 서진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빨리 가자. 학생들.”


서진이 앞장 섰고, 

해린이 바로 그 뒤를 따랐다.


7층까지 도착하자, 아래층에 있던 슬라임들이 뒤를 바짝 쫓아올라왔다.

그때마다 해린의 성난 촉수들이 슬라임들을 찢어발겼다.


한편, 일행의 선두를 맡은 서진은 갑작스레 슬라임이 공격할 때마다 미리 준비해둔 철문으로 기습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이후엔 해린이 슬라임을 처리해주던가, 그냥 아파트 밖으로 밀어내는 식으로 빠르게 적을 해결했다.


겁쟁이남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너희는 대체 뭐냐.”


벌써 여러 번의 전투를 겪은 서진은 슬라임을 봐도 겁을 먹기보단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운 좋게 다른 사람들이 처리해준 덕에 살아남고, 지금까지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겁쟁이남과는 극명히 대비되는 순간이었다.


“제길, 난 여태 뭘한 거지···.”

“아저씨, 말할 시간에 좀 돕지 그래요?”


서진은 땀을 닦으며 남자를 앙칼지게 째려봤다.


“안 그래도 존나 힘든데.”


서진은 숨이 슬슬 벅차는 걸 느꼈다.

이제 11층인데 기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뿐이다만···그래도 너희에게 써주마.”


겁쟁이남이 파란 카드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지연.”


남자가 둘을 향해 외치자 녹색 빛이 일행을 감쌌다.

녹색 빛이 그들을 감싸는 순간, 서진은 푹 쉬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한 느낌을 받았다.


“피로와 고통을 삼십분 뒤로 미뤘다. 적어도 그 안엔 옥상까지 가겠지.”

“아저씨, 쓸만한 스킬 가지고 있네요.”

“이따 미친 듯이 피곤할 거다. 한 번에 몰아치거든 이거.”

“상관 없어요.”


옥상에 도착하지 못 하면, 삼십분 뒤에 나는 없을 테니까.


서진은 고개만 삐죽 내밀곤 아래층을 확인했다.

계단과 계단 사이의 좁은 틈.

자칫하면 1층 까지 수직 낙하할 위험이 있는 그 좁은 틈새로, 슬라임들이 꾸역꾸역 올라오는 게 보였다.


‘점점 더 많아지는 거 같은데.’


서진은 둘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른쪽 계단으로 옮길 게요. 이제부터 달립니다.”


복도를 지나 오른편 계단을 타고 달렸다.


오른편 계단은 왼쪽보다 훨씬 더 많은 시체가 있었다.

이따금씩, 몇몇 사람들이 계단의 틈새 아래로 추락해내렸다.


“밀지 마, 으아아악!”


몇 층 아래로 수직낙하하는가 싶더니, 계단 바닥에 머리를 쥐어박곤 비명을 뚝 멈췄다.


“뒤로! 뒤로 갑시다! 일로 못 가요!”

“밀지 마요! 여기 못 올라간다고!”


13층에선 사람들이 서로 뒤엉킨 채 위로도 아래로도 못 가고 있었다.

위에도, 아래에도 슬라임이 포진해있었다.


푹푹-


“끄아아악!”


가시에 찔린 사람들이 비명을 토했다.

슬라임이 그들의 몸 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곤, 사람들은 서로를 더욱 강하게 밀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접착제처럼 서로가 엉키기만 했다.


푹푹-


슬라임에게 몸을 뺏긴 인간들도 뒤이어 다른 사람들에게 가시를 찔러넣었다.

계단이 순식간에 도살장으로 바뀌었다.


“빽! 빽!”


참혹한 광경을 목격한 서진이 다급하게 외쳤다.


“왼쪽 계단으로 가요!”


세 명은 서둘러 복도를 통과했다.

그러나 왼쪽 계단에서 슬라임 무리가 뭉쳐내려오는 걸 보곤, 달리던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어림 잡아도 여덟 마리는 되보였다.


“빽, 빽···.”


다시금 오른쪽 계단 쪽을 돌아봤다.

이미 슬라임에게 감염된 네 명의 사람들이 서진 일행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미친, 양각이다.’


좌우에서 모두 슬라임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디가 그나마 뚫을만 하지?’


잠시 고민하다, 사람들 쪽을 택했다.

사람들 쪽이 숫자가 적기도 했고.

손에서만 가시를 뽑아낸다는 점에서, 가시가 튀어나올 위치를 예상하기 쉬웠다.


서진은 철문을 드르륵 던지며 네 명을 볼링핀마냥 넘어뜨렸다.


“이 틈에!”


길을 뚫어낸 서진이 서둘러 이동하라고 외치려던 순간.

넘어진 네 사람의 뒤에서 다섯 명이 더 튀어나왔다.


제길.

철문을 도로 회수했다.


“학생···.”


겁쟁이남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린은 왼쪽 계단에서 슬라임 무리가 오지 못 하도록 열심히 터뜨려대고 있었지만.

핵을 처리하지 못 하니, 숫자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었다.


한편 오른쪽에선 이젠 아홉 명으로 불어난 슬라임 인간들이 가시를 이쪽에 찔러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만 있어봐요. 생각 중이니까.”


왼쪽과 오른쪽을 휙휙 번갈아 봤다.

어딜 봐도 뚫긴 쉽지 않아 보였다.


어쩔 수 없나.


서진은 1305호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와요!”


서진은 그렇게 말하곤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겁쟁이남이 후다닥 뒤이어 들어왔고,

해린이 왼쪽 슬라임을 잘게 다져놓은 뒤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


쾅쾅쾅쾅!


문 밖에서 슬라임들이 힘을 합쳐 문을 잡아당겼다.

고작 세 명이서 문이 열리는 걸 막아내긴 힘들어 보였지만.


"지연!"


겁쟁이남이 스킬을 쓰자, 문이 열리다 멈췄다.


"이, 일단 문이 열리기 까지 시간이 걸릴 거야!"


겁쟁이남은 연거푸 지연 스킬을 문짝에 때려박았다.


"학생! 빨리 어떻게든 해 줘봐!"

"좀! 기다려 봐요!"


엉겹결에 들어오긴 했지만.

서진도 뾰족한 수가 있어서 들어온 건 아니었다.

당장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으니까.


"베란다로 나가는 수 밖에 없을 거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서진은 베란다 문을 드르륵 열었다.


밖을 빼꼼 내다봤지만, 다행히 벽에 붙어있는 슬라임은 없었다.

다행이다.

여기까진 슬라임도 오지 않았나보다.


“진짜 갈 생각이야? 여기로···?”

“위쪽에 철제 난간. 저길 촉수로 휘감은 다음에 로프처럼 타고 올라가는 수 밖에-”

“촉수로 타고 올라간다고?”


해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촉수가 미끄러워서 안 돼. 미끌미끌한···그런 게 발라져 있어서.”

“학생들! 아직 멀었니?! 지연 스킬이라고 만능이 아냐!”


소리 지르는 겁쟁이남.


해린이 결국 말을 바꿨다.


“···한 번 해볼게.”

“나이스. 정해린.”

“진짜 미끄럽다고 했다? 미끄러져도 책임 안 져?”

“일단 해 봐.”


해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촉수를 스르륵 꺼냈다.


해린의 의도대로 14층 난간에 걸치는 촉수.

이내, 철제 난간을 꽁꽁 휘감으며 최대한 단단하게 버티려 들었다.


촉수끼리 즉석에서 매듭을 묶어보려고도 했지만.

미끌미끌한 바람에 매듭은 금방 풀렸다.


“···고정이 안 돼. 세 명은 다 못 타. 한 명은 어찌저찌 될 거 같은데.”


쾅쾅!


“학생들! 어서!”

“정해린. 일단 먼저 올라가고, 위에서 우릴 끌어올려.”

“괜찮겠어?”

“다른 방법이 없잖아.”


문쪽의 상황을 확인하곤 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나 좀 잡아줘.”


서진의 손을 잡곤.

해린은 난간 위로 올라갔다.

1m정도의 높이라 난간을 올라가는 건 쉽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동그란 난간에 올라선 순간, 해린은 다리가 풀릴 뻔했다.

13층 높이에서 내려다 보는 바닥은 아찔하기 그지 없었다.


“미쳤어. 너 진짜 미쳤니. 서진.”

“살려면 뭔짓을 못 해.”

“너, 진짜-”


해린이 질린 눈으로 쳐다봤다.


“떨어지면 죽어. 진짜 죽일 거야.”

“안 떨어져. 안 떨어져. 위만 봐.”


서진은 위쪽 철제 난간을 가리켰다.


“고작해야 한 층이야. 빨리.”

“아으-”


촉수로 철제 난간은 단단히 고정된 상황.

해린은 눈을 질끈 감곤-

몸을 위쪽으로 끌어당겼다.


스르륵-


촉수의 힘에 이끌리며 위쪽으로 올라가는 해린.

찰나지만 영겁의 시간과도 같은 오름길이었다.


해린이 위쪽으로 올라간 걸 확인 후, 서진이 말했다.


“거기서 끌어당겨 줘!”

“서진, 너부터 빨리 와!”

“잠시만!”


서진은 겁쟁이남을 불렀다.


“아저씨! 아저씨도 빨리요!”

“그, 그래!”


겁쟁이남이 지연 스킬을 풀곤 서둘러 베란다 쪽으로 달려왔다.


“초, 촉수를 타고 간다고···?”


뒤늦게 상승 방법을 들은 아저씨의 눈이 사방으로 떨렸다.


그때, 옆집 베란다 창문이 와장창 깨졌다.


“미친! 옆에서도 와요!”


옆집 베란다 문을 통해, 슬라임들이 넘어오려 하고 있었다.


“정해린! 빨리!”

“움직이지 마봐!”


해린은 촉수로 열심히 서진을 끌어올렸다.


무사히 14층에 안착한 후, 해린이 겁쟁이남에게 촉수를 뻗었다.


“아저씨! 빨리요!”

“으으-”


엉거주춤 난간에 걸터앉으며.

겁쟁이남이 촉수에 다가갔다.


그때, 옆집에서 슬라임이 풀쩍 점프를 해오기 시작했다.


점프해오는 슬라임은 대부분 겁쟁이남에겐 닿지도 못 한채 1층으로 추락해내렸지만.

몇몇 슬라임은 난간에 팔 한쪽을 걸치곤 낑낑대며 올라왔다.


“히, 히익-”


겁쟁이남이 다급하게 촉수를 잡으려던 순간-

슬라임의 가시가 남자의 다리를 찔러들었다.


“끄아아악-”


비명과 함께 아저씨의 자세가 기울어졌고.

그 아저씨에게 여러 마리의 슬라임들이 달려들었다.


아저씨는 슬라임들과 함께 1층으로 추락했다.


콰직!


“아저씨!”


제길.


“···해린! 빨리!”


해린은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옥상까지 향했다.

촉수에 올라탄 그들은 손 쉽게 옥상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고요하네.”


옥상에 도착한 다른 사람은 없었다.


ㅣ잠시 후, 소독 방역을 실시합니다.


방역당국의 통화를 들으며, 서진은 옥상 계단을 살폈다.


“닫는다.”


슬라임이 혹여나 더 올라올 걸 우려해 옥상문을 닫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다급하게 계단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학생! 학생! 나도! 기다려주게!”


경비 아저씨였다.

그를 바라본 서진의 눈이 차게 식었다.


쾅!


서진은 주저 없이 옥상문을 닫았다.


“하, 학생? 장난치지 말고! 이 문 열어줘!”

“싫은데요?”


경비 아저씨는 연신 옥상문을 두드렸다.

어찌나 다급하게 두드리는지, 하마터면 서진조차 속을 뻔했다.


“경비 아저씨. 다른 사람들은요?”

“다 죽었어!”

“전부요?”

“그래!”

“경비 아저씨는 어떻게 살고요?”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경비 아저씨는 침울하게 말했다.


“다른 이들이 먹히는 사이, 몰래 올라올 수 밖에 없었네.”

“아~ 그렇게 살아남아서 올라오셨다~?”

“그렇다네, 학생. 이제 그만 장난은 그만하고 열어주겠나? 괴물들이 언제 올라올 지 몰라! 어서!”

“싫은데요?”


해린도 의아해서 서진을 쳐다봤다.


“서진?”


해린은 입만 뻥끗거리며 왜? 왜? 라고 물었다.


왜긴.


“슬라임이야.”

“뭐?”


서진은 방금 전 주차장에서, 경비 아저씨의 스킬을 확인한 바 있다.

경비 아저씨의 스킬은 ‘선동’.


한 번 더블 클릭으로 확인하게 되면, 푸른 창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대상의 머리 위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경비 아저씨의 머리 위에는.

없다.

푸른 창이 없다.


말인즉슨.

경비 아저씨는 다른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

그게 서진이 내린 결론이었다.


“슬라임이잖아요. 경비 아저씨.”

“학생, 그게 무슨 소리-”

“뭐라 말해도 문은 안 열어줄거에요.”

“절대로 안 열어준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계속 짖어보시던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저씨의 입에서 호쾌한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떻게 안 거지? 학생.”

“그냥 알아요.”


한 방 먹었다는 듯이, 슬라임이 경비의 입을 빌려 말했다.


“방역당국이 뭔가 수를 썼구나. 그렇지?”

“······.”

“아쉽구나. 내가 이리도 빨리 퇴장하게 될 줄은.”


ㅣ소독 방역을 실시합니다. 5···4···


“방역당국이 언제까지고 너흴 지켜주진 못 할 거다. 그때가 되면···기대해도 좋아. 학생.”

“······.”


ㅣ소독.


휴대폰 음성과 함께-

아래층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렸다.


끼아아아-


서진과 해린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귀를 틀어막았다.

비명 소리를 견디는 서진의 머리 위로 푸른 색 텍스트창이 떠올랐다.


+--------------------------------------+

클릭 LV.2 -> LV.3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 스킬이 해금되었습니다.

+--------------------------------------+


작가의말

오늘은 분량이 조금 기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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