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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은은 님의 서재입니다.

딸깍 한 번으로 아포칼립스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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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은은
작품등록일 :
2024.02.26 01:36
최근연재일 :
2024.03.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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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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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월 23일(14)

DUMMY

4월 23일(14)


ㅣ방역당국에서 알립니다.

ㅣ귀하는 현재, 감염 위험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ㅣ금빛 아파트 위생점검을 실시할 예정이오니 모두 아파트에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ㅣ위생점검을 거부할 경우,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기계음 목소리.

수화기 너머 상대방은 위 네 마디를 반복해서 말할 뿐이었다.


통화 내용은 계속 반복되었지만 서진은 전화를 끊진 않았다.

혹시 또 다른 내용이 들려올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한 쪽 귀에 폰을 갖다댄 채 서진은 생각했다.


‘위생점검은 또 뭔데. 그리고, 모두 아파트에서 나오라고?’


서진은 농성 중이던 아파트 주민들을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다들 얼굴이 새파래져있었다.


“나가, 나가라는데요?”

“나가서 어딜 가라고?”

“그런 얘기는 없었는데···.”

“하 씨 돌겠네 진짜.”

“그냥 무시하면-”

“불이익 받는다잖아요. 불이익.”


불이익이라는 단어를 서진이 처음 들었던 건 오늘 아침이었다.

그의 학급 친구 다정이가 시간 정지 되던 순간.

안내 스피커가 불이익이라는 단어를 내뱉었었다.


‘거부하면 시간 정지라는 건가.’


서진은 뒤쪽으로 고개를 돌려봤다.

뒤쪽엔 흑백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파트와 그 앞에 있는 네모난 주차장까지가 격리 범위였다.


‘생각보단 넓네.’


실외에서 격리를 당한 건 처음이었다.

항상 실내에서만 격리가 벌어졌었으니까.


한편, 서진이 격리 범위를 체크하는 동안 아파트 주민들은 욕짓거리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1층에 있던 주민들이 가장 먼저 실외로 나왔고.

그 다음은 낮은 층, 옥상 순이었다.


“104호 형씨~ 안 나와요?”

“지금 나갑니다.”


끼익-


어두운 얼굴로 집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들.

입주민들은 한숨을 푹푹 쉬며 계단을 내려왔다.


“설마 매일 이래야 하는 건 아니겠죠?”

“왜 우리 아파트가 감염 위험 지역이야. 우리 아파트만큼 안전한 곳이 어딨다고.”


아파트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수근거리던 그들은 위생점검 원인을 추측하기 시작했다.


의심의 대상은 단연 서진과 해린이었다.


“그러고보니 저 애들이 오고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그럼 쟤네가 진짜?”

“괴물이라고 결정난 건 아니잖아요. 아직 학생들인데 무턱대고 단정 짓는 건···.”

“저 눈 시퍼렇게 뜬 것 좀 봐.”


1층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한 번씩 서진과 해린을 보며 지나쳤다.


둘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고.

인상을 찌푸리는 자들도 있었다.

경계하거나 두려워하는 자들도 있었다.


‘완전히 괴물 취급이네.’


주차장에서도 구역이 자연스레 나뉘어지고 있었다.

서진과 해린이 있는 구역과 입주민들이 있는 구역으로.


몇몇은 서진과 해린이 괴물이 아닐 거라 믿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그럼에도 선뜻 둘이 있는 구역으로 넘어오진 못 했다.


슬라임들의 무서운 점은, 인류가 평생에 걸쳐 쌓아온 사회라는 신뢰 구조를 고작 하루 만에 금 가게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운 좋게 입주민 동맹이 실현된 모양이지만.

서진은 이 입주민 동맹이 얼마 가지 못 할 거라 확신했다.


서진은 새삼 깨달았다.

자신들에게 닥친 종말은 사회의 종말이라는 걸.


타다닷.


옥상에 있던 빨간 모자 아저씨를 끝으로 더 이상 아파트에서 나오는 이들은 없었다.


“606호 아가씨 있습니까?”

“저 여깄어요-”

“아, 알겠습니다.”


빨간 모자 아저씨는 손에 든 체크리스트를 까딱까딱거리며 빠진 인원이 있나 체크했다.

얼굴이 익숙하다 싶어 자세히 보니 경비 아저씨였다.


‘인원 체크···.’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진이 경비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경비 아저씨.”

“음?”

“805호 사람은 거기 없어요?”

“805호? 805호, 805호··· 미안하다. 없구나.”


그때, 한 남자가 소리쳤다.


“거 가까이 가지 마쇼! 위험하니까!”

“허허···아직 어린 학생들한테 너무 그러지 마시지요. 제가 보기엔 충분히 사람같아 보입디다.”

“거 외모로는 구분이 안 간다니까!”


남자의 성난 언성이 높아질 즈음.

휴대폰 너머에서 다른 말이 들려왔다.


ㅣ위생점검을 시작합니다.

ㅣ집문을 열어 확진자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ㅣ위생점검 대상은 아파트 내 모든 집입니다.


“으음···.”


입주민들 모두 서로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래서 문은 누가 열래? 라는 질문에 그 누구도 선뜻 답을 제시하지 못 했다.


다들 불편한 눈치로 서로를 쳐다보다가, 이내 한 곳으로 시선이 수렴했다.

서진과 해린 쪽으로.


게임에서 정치질 당한 게 어디 한 두번인가.

게임 서렌이 나오기 전, 욕받이를 찾는 그 타이밍.

서진은 지금이 그 타이밍이라 느꼈다.


‘시발, 이거 가만 있으면 정치질 당한다.’


서진이 입을 열려던 순간.

경비 아저씨가 박수를 치며 주의를 끌었다.


짝!


“자자, 여러분. 이렇게 합시다.”


경비는 살짝 뜸을 들였다.

입주민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볼 때까지.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각자 자신의 집을 확인하는 겁니다. 101호 사람은 101호 집을 확인하고, 102호는 102호 사람이 집을 확인하는 식으로. 어떻습니까?”


각자 자신의 집을 확인하기.

다들 자신의 집만큼은 안전하다 믿고 있었기에,

대부분은 경비의 제안을 마음에 들어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저도 찬성이에요.”

“그렇게 할까요?”

“난 반대요.”


하지만 모두가 찬성한 건 아니었다.

아까부터 서진과 해린을 탐탁지 않게 보던 남자가 콧김을 내뿜었다.


“왜 우리가 가야 하는데? 거 가장 의심받는 사람이 가면 되잖아.”


남자는 서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 아저씨가 진짜.’


서진 역시 가만 있지는 않았다.


“수상한 건 아저씨가 더 수상한데요.”

“뭐?”

“자기 집을 확인하는 게 무서운 가봐요? 안에 괴물이라도 키우시나?”

“이 새끼가-”


화난 남자가 서진을 향해 검정 카드를 꺼내들려던 그때.

서진이 먼저 권총을 뽑아들었다.


“카드 버려.”


서진은 존댓말을 버렸다.


“얼굴에 구멍 하나 더 만들기 전에.”

“흥. 어차피 가짜 총일게-”

“시험해보던가. 경찰서에서 막 가져온 신상인데.”


철컥-


서진은 일부로 소리 나게 노리쇠를 당겼다.

옆에서 엉거주춤하게 총을 겨누는 해린에게도 말했다.


“정해린. 카드 꺼내려는 사람부터 쏴.”

“···응.”


블러핑이었다.

해린의 총에는 총알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위협용.


하지만 효과는 충분했다.

해린의 총구가 입주민들을 향하자, 다들 움찔거리며 카드 꺼내던 손을 멈췄다.


“카드 버려.”

“쏴 봐, 그깟 장난감 총-”


탕------


허공을 향해 쏘아진 한 발.

화약이 터지며 날카로운 비명이 공기를 찢어발겼다.


‘미친, 반동 존나 쎄.’


팔목이 얼얼했다.

하지만 그걸 티낼 순 없었다.

서진은 대수롭지 않은 척 아저씨에게 고했다.


“카드 버려. 마지막 경고야.”

“그, 어···.”


아저씨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아저씨는 얌전히 검정 카드를 바닥에 떨궜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머리 위에 손을 올리기까지.


총소리는 참으로 신묘했다.

불만에 찬 수많은 눈초리들이, 총소리 한 번에 사그라들었다.


쥐죽은 듯이 고요해진 주차장.


서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도 찬성이에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총구를 들이밀었다.


“각자 자신의 집 확인하기.”

“······.”

“······.”

“······.”


위생점검 방법이 정해진 순간이었다.


‘이 방법도 완벽한 건 아니지만···적어도 내가 정치질 당하는 것보단 나아.’


그 후에는 일사천리였다.


서진과 해린이 입주민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동안.

경비 아저씨는 입주민 리스트를 체크하며 1층 위생 점검 인원들을 호명했다.


“백목희 씨?”

“네.”

“박석한 씨?”

“예-”


그렇게 호명된 여섯 명의 입주민들.


“105호랑 106호는 어떡합니까? 이 집 사람들은 못 돌아왔는데.”

“그 집은 해당 층의 인원이 같이 확인하는 걸로 합시다.”


계획은 이러했다.


1. 낮은 숫자의 집부터 위생 점검을 실시한다. 101호, 102호, 103호 순서대로.

2. 빈집의 경우엔 해당 층의 모든 인원이 함께 들어가 체크한다.

3. 집에 괴물이 있으면 해당 층의 모든 인원이 힘을 합쳐 괴물을 막는다. 

4. 집에 괴물이 없으면 다음 집으로 넘어간다. 


‘생각해 보니.’


이 계획에서 가장 안전한 사람이 누굴까?

서진은 경비 아저씨를 조용히 쳐다봤다.


‘경비 아저씨는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모든 집을 확인할 수 있네.’


경비 아저씨의 인자한 미소 뒤에 숨겨진 철저히 계산적인 플랜.

몇몇은 경비 아저씨의 속내를 눈치채곤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선뜻 불만을 표시하진 못 했다.


서진과 해린이 총구를 겨누고 있었으므로.


‘어쩌다 도와준 셈이 되버린 건가. 경비 아저씰.’


서진은 경비 아저씨의 스킬을 확인했다.


+--------------------------------------+

강한일

금빛 아파트의 경비를 맡고 있다.


액티브 스킬

선동

+--------------------------------------+


‘선동···.’


서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경비 아저씨는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아파트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자, 그럼 위생점검인지 뭐시기. 한 번 시작해봅시다. 괜찮습니다. 무사히 끝날 겁니다.”


1층 사람들은 각자의 집문 앞에 섰다.


“그럼, 101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백목희 씨, 열어주세요.”


잠금 장치를 풀지도 않았는데 문고리에 손을 갖다대자 저절로 문이 열렸다.

백목희 아주머니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러려니 했다.

문 잠금 장치를 푸는 일 따위, 그 ‘방역당국’이 벌인 일들에 비하면 사소한 수준이었으니까.


끼익-


이윽고 백목희 아주머니가 불 꺼진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길 2분 여, 아주머니는 도로 밖으로 나오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없어요.”

“확실하게 뒤져본 거 맞아요?”

“그럼요. 집 안을 싹싹 뒤졌어요.”


그때, 휴대폰 너머에서 기계음 목소리가 나왔다.


ㅣ101호의 위생 점검을 마쳤습니다.

ㅣ다른 집문을 열어 확진자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ㅣ위생점검 대상은 아파트 내 모든 집입니다.


“들었죠?”

“으음, 그렇네요.”


101호의 위생 점검이 끝난 후.

102호, 103호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ㅣ102호의 위생 점검을 마쳤습니다.

ㅣ103호의 위생 점검을 마쳤습니다.


각자 자신의 집을 확인한 후, 1층 사람들은 남은 빈집 앞에 모였다.

105호와 106호.


“으음, 빨리 확인하고 끝냅시다.”


떨떠름하게 문 앞에 선 사람들이 문고리를 잡았다.


끼익-


문은 아무런 저항 없이 열렸다.


꿀꺽.


침을 한 번 삼킨 후, 사람들이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여러 사람이 들어가서일까.

105호와 106호는 오히려 다른 집보다 빨리 위생 점검을 끝낼 수 있었다.


“없습니다.”

“여기도 없어요.”


ㅣ105호의 위생 점검을 마쳤습니다.

ㅣ106호의 위생 점검을 마쳤습니다.


1층의 위생 점검이 무사히 끝나자, 주차장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네요.”

“다른 집도 어서 끝내죠.”


1층에서 위생 점검을 마친 사람들은 그대로 1층에서 대기.


2층 입주민들은 각자의 집문 앞에 섰다.


“그럼 201호 분부터.”

“알아요, 알아.”


201호 남자가 그만 좀 말하라며 손사래쳤다.


“어차피 내 집에 괴물 따윈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남자가 문을 열자-

문 앞에 슬라임이 떡 하니 있었다.


“···어?”


푸슉-


벙찐 남자의 입이 무언가를 말하려 하기 전, 슬라임은 남자의 온몸에 가시를 찔러넣었다.

목이며 가슴이며 중요 부위를 찔린 남성은 비명 한 번 못 지른 채 그대로 집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쾅!


201호의 문이 거세게 닫힘과 동시에.

휴대폰 너머의 방역당국이 입을 열었다.


ㅣ방역당국에서 알립니다.

ㅣ확진자 발생을 확인하였습니다.

ㅣ금빛 아파트를 대상으로 소독 방역을 진행할 예정이니, 옥상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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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4월 23일(2) 24.03.05 168 3 11쪽
1 4월 23일(1) 24.03.04 24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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