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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은은 님의 서재입니다.

딸깍 한 번으로 아포칼립스 제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은은은은
작품등록일 :
2024.02.26 01:36
최근연재일 :
2024.03.25 21: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858
추천수 :
50
글자수 :
122,560

작성
24.03.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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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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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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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월 23일(2)

DUMMY

4월 23일(2)


정다정이 공중에 떠 있었다.

시간이 정지된 채.


‘죽었어? 아니지. 불이익이라고 했잖아. 그럼 죽은 건 아닌가?’


그녀의 생사 여부를 서진이 알 순 없었다.


다만, 서진이 알 수 있는 건.

격리 장소를 무단으로 벗어나면 시간을 정지당한다는 것.

그것 하나는 확실했다.


“흐윽, 다정아-”

“얘들아, 창밖도 이상해. 다들 정지해 있어.”


뒤늦게 창밖을 확인한 아이들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야, 전화도 안 돼···.”

“전파가 터지겠냐? 지금 밖이 저 꼬라진데?”


아이들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한 학생이 의자를 창문에 던져봤으나.

애먼 유리만 잔뜩 깨질 뿐이었다.

깨진 유리는 밖으로 튀어나가다 공중에 정지했다.


“하, 시발 돌겠네. 창문도 못 나가.”

“우리 갇힌 거야?”

“야, 불길한 소리 하지마. 안 그래도 미치겠는데.”


혼란이 커져만 갔다.


서진은 혼란스러운 교실 속에서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려 했다.


‘진정해. 냉정하게 판단하자.’


수업 시간 때 수없이 많은 망상 시뮬레이션을 돌렸던 덕분일까.

비정상적인 일들이 하나둘 현실로 넘어오는 지금,

서진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지금 상황에 적응하고 있었다.


서진은 유튜브 영상들을 떠올렸다.


‘다른 국가들도 똑같이 격리 절차를 겪었어. 그리고 빠져나온 사람도 있을 거고. 그니까 유튜브에 격리의 존재가 알려졌겠지.’


격리 장소를 빠져나갈 방법은 있다.

서진은 그렇게 믿었다.


‘지금 중요한 건 두 가지. 격리 공간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것, 그리고 카드를 고르는 것.’


서진은 황금 카드를 쳐다봤다.


‘노란색 카드.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머릿 속에 떠오르는 가능성은 세 가지였다.


1. 벙커 아저씨가 의도적으로 황금 카드의 존재를 숨겼을 가능성.

이 경우, 황금 카드는 숨기고 싶을 만큼 좋은 카드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2. 벙커 아저씨가 황금 카드의 존재조차 몰랐을 가능성.

이 경우, 황금 카드는 그만큼 희귀한 카드라는 반증이 되었다.


그 증거로 빨강 카드는 반에서 한 명만 가지고 있지 않던가.

희귀도가 높을 수록 등급이 높다면.

서진의 황금 카드 역시 등급이 높다는 반증이 되었다.

어쩌면 빨강 카드보다 훨씬 더.


3. 벙커 아저씨의 말이 전부 틀렸거나 거짓일 가능성.

이 경우엔 어차피 어떤 카드를 고르든 순전히 서진 본인의 직감만을 따라야 했다.


그리고 서진의 직감은 이렇게 외쳤다.

이 황금 카드를 가져가라고.


‘어차피 벙커 아저씨도 남들보다 겨우 한 발짝 앞선 것뿐. 무조건 진리는 아냐.’


서진은 황금 카드를 굳게 움켜쥐었다.


‘노란 카드 그대로 가져가자.’


직후, 안내 스피커가 울렸다.


ㅣ카드가 확정되었습니다. 각자 카드를 확인해 주세요.


그와 동시에 카드의 여백에 글씨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

클릭 - LV.1 (유일 등급)


에테르 1,000 / 1,000


좌클릭 - 액티브

더블 클릭

드래그 (LV.2 도달 시 해금)


우클릭 - 액티브

(좌클릭 스킬을 선행 개방해야 합니다)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

호환성 문제 해결

엑세스 권한 부여

복사

붙여넣기

잘라내기 

.

.

.

+--------------------------------------+


‘유일 등급! 한국에서 하나 뿐이라는 건가? 아니, 어쩌면 세계에서 하나뿐일지도.’


서진은 다른 아이들의 반응을 빠르게 살폈다.


“뭐야, 등급이 있었어? 미친. 일반 등급 에반데.”

“이걸로 뭐 어쩌라는 거지?”

“파란 색은 고급 등급이네. 해린아 너는?”

“나는 극상 등급···이라고 적혀 있어···.”


주변 반응을 확인한 서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빨간 카드는 극상. 유일 등급이 극상보다 더 희귀하잖아.’


희귀도만큼은 그 어떤 카드보다 서진이 우위에 있었다.


서진은 카드의 텍스트를 확인했다.

적혀있는 스킬이 꽤나 많았다.


‘복사, 붙여넣기, 잘라내기··· 설마 이거 말 그대로의 내용인가?’


‘복사’라고 써져 있는 텍스트를 클릭해봤더니 ‘특정 스킬 레벨 달성 시 순차적 해금’ 이라는 문자가 새로 등장했다.


‘그럼 스킬 레벨만 오르면 쓸 수 있다는 거잖아.’


서진은 생각했다.


‘돈 복사도 가능한 거 아냐? 아, 일련 번호가 같잖아. 그럼 금 같은 걸 복사한 뒤 녹여 팔아야 하나? 괴물 죽일거면 총을 복사해도 되고. 설마 핵미사일도 복사할 수 있나? 사람은?’


상상했다.

온갖 총기로 무장한 채 괴물들을 가차 없이 쓸어버리는 자신의 모습을.

금을 무한히 복사하여, 세계 최고의 부자로 발돋움하는 자신의 모습을.


‘잘라내기는 설마 그건가? 신체 부위를 쓱싹 잘라버리는?’


상상했다.

서울 전역에 깔린 괴물들을 클릭 한 번에 동강내는 광경을.

괴물을 자른 걸로 모자라, 뒤에 있는 건물들까지 가로로 잘라버리는 미래를.


‘미친. 그런 거면 진짜 대박인데.’


이 격리 공간을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그리고 스킬 레벨을 올리기만 한다면.


계속해서 새로운 능력이 차차 개방되리라 상상하며.

서진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런데···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은 뭐지? 엑세스 권한 부여는 또 뭐고?’


카드 스킬 중엔 서진이 이해할 수 없는 스킬도 몇몇 껴있었다.


‘요런 건 일단 스킬이 열려봐야 알겠네.’


어차피 지금은 잠겨 있는 스킬이었다.

당장은 스킬 목록을 확인한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쓸 수 있는 스킬부터 확인해보자. 그런데 스킬은 어떻게 쓰는 거지?’


서진이 의문을 품은 순간.

황금색 카드가 마우스로 변했다.

집에서 쓰던 마우스와 똑같이 생긴 물건이었다.


“···뭔가 많이 본 건데.”


익숙한 손놀림으로 서진은 마우스를 쥐어잡았다.


그러자 허공에 하얀색 화살표 커서가 떠올랐다.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이게 내 스킬.’


서진은 마우스를 움직여 커서를 조종했다.

커서는 곧잘 서진의 뜻대로 움직였다.


십 년을 넘게 해왔던 동작이었다.

익숙해지는 데엔 수 초면 충분했다.


화살표 커서는 이리저리 교실을 날아다녔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커서는 나한테만 보이나 보네.’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서진은 본격적으로 자신이 쓸 수 있는 스킬을 확인했다.


‘지금 쓸 수 있는 스킬은 딱 하나. 더블 클릭.’


서진이 가진 유일한 액티브 스킬.


서진은 근처에 있는 친구를 더블 클릭해보려다 멈칫했다.


‘공격 스킬이면 어떡하지?’


더블 클릭은 보통 컴퓨터 파일을 열 때 쓰인다.

만약 친구를 더블클릭했는데 친구의 몸이 팍, 하고 열려버린다면?


친구의 내용물을 뒤집어쓰는 상상을 하며 서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대참사야.’


친구 대신, 교실 칠판에 대고 ‘더블 클릭’을 사용했다.


+--------------------------------------+

에테르가 100 소모되었습니다.

에테르 900 / 1,000

+--------------------------------------+


에테르 소모 메세지와 함께, 칠판 위에 텍스트 창이 떠올랐다.


+--------------------------------------+

교실 칠판 - (녹색)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칠판이다.

오른쪽 구석에 낙서가 그려져 있다.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지우자.

+--------------------------------------+


‘아, 이건 상대방의 정보를 확인하는 용도구나.’


고작 칠판 정보에 에테르를 쓰다니.

아까웠다.


어차피 정보 확인만 하는 용도라면.

다른 학생들의 정보를 확인하거나.

괴물의 정보를 읽는 편이 훨씬 나았을 터였다.


‘아냐, 신중해서 나쁠 건 없어. 사람에게 스킬을 시험해봤는데 만약 공격 스킬이었으면 대참사야.’


똑같은 오판을 반복하지 않으면 될 뿐이다.


‘필요한 곳에만 더블 클릭을 하자.’


서진은 주변을 흘끔 봤다.

몇몇은 스킬을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몇몇은 아직도 현실을 부정하며 빠져나갈 길을 찾거나 교실 문앞에서 울고 있었다.


허공에 떠있는 큼지막한 텍스트 창을 신경 쓰는 학생은 없었다.


‘텍스트 창도 나한테만 보이는 구나.’


서진은 자신의 스킬을 차근차근 확인했다.


그와 달리, 반장 정해린은 빨간 카드를 쥐어든 채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서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무슨 스킬이길래?’


정해린은 극상 등급의 빨간 카드를 얻었음에도 그리 기뻐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순간 그녀의 빨간 카드를 더블 클릭으로 확인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참았다.


‘그냥 물어보면 되지. 에테르는 아끼자.’


서진은 스킬을 쓰는 대신,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반장-”

“히꺅!”


갑작스레 들려온 남정네의 목소리.

정해린은 깜짝 놀라 짧은 비명을 질렀다.


왜 이리 놀래?


“뭐, 뭐, 뭐야 서진? 왜?”

“아니, 그냥 스킬이 뭔지 물어보려 했지.”

“···내 스킬?”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표정을 감추려는 듯이.


“미안, 그게 좀.”


공개는 싫다 이건가.


서진도 이해는 했다.

자신도 누군가 물어본다면 카드의 정체를 숨기려 할 테니까.


‘그래도 듣고 싶은데.’


벙커 아저씨의 말이 옳다는 가정 하에,

빨간 카드는 서진의 황금색 카드를 제외하고 가장 좋은 카드였다.


마침 빨간 카드의 소유자가 눈 앞에 있는 지금, 미리 확인해두고 싶었다.

빨간 카드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만 더 말해볼까.’


서진은 넌지시 말했다.


“안내스피커가 말했잖아. 이계의 존재들이 침입한다고.”

“유튜브 괴물 말하는 거야?”

“그런 걸 수도 있고. 다른 괴물일 수도 있고. 어쨌든, 괴물을 상대해야 할 텐데. 같은 반애들 스킬 정도는 확인해두는 편이 좋잖아. 극상 등급 스킬이면 더더욱.”

“······.”


정해린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괴물이 나오면 숨길 수도 없겠네.”


정해린이 귀 좀 빌려달라며 손짓했다.


“귀.”


그녀가 귀에 대고.


“내 스킬은-”


속삭였다.


“-초, 촉수야.”


서진은 눈을 크게 떴다.


“촉-!”


서진의 입이 채떨어지기도 전에 정해린이 입을 틀어막았다.


“야! 크게 말하지 마!”


홍당무가 되어버린 정해린.

고양이눈매 속 동공이 사방으로 흔들렸다.


서진은 그제야 이해했다.

그녀가 왜 이리 스킬을 감추고 싶었는지.


‘촉수 스킬이라니.’


서진의 망상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 촉수 스킬로 수많은 괴물들을 휘감아서 죽이는 정해린.

그런데 어느 날, 촉수가 정해린의 명령을 듣지 않기 시작한다.

정해린은 촉수의 주도권을 되찾으려고 하지만, 촉수는 오히려 그녀를- /


“호, 혹시라도 이상한 상상 하지 마. 원해서 이런 능력 고른 거 아니니까···.”


망상을 깨뜨리는 정해린의 한 마디.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정해린은 한숨 쉬며 서진의 입에서 손을 뗐다.


그 순간, 안내 스피커가 울렸다.


ㅣ이계의 존재가 침입합니다.

ㅣ격리하세요.

ㅣ격리 실패 시, 침식을 막기 위해 해당 공간은 소멸 절차에 돌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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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3일(2) 24.03.05 16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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