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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은은 님의 서재입니다.

딸깍 한 번으로 아포칼립스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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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은은
작품등록일 :
2024.02.26 01:36
최근연재일 :
2024.03.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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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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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9)

DUMMY

4월 23일(9)


‘추가 보상?’


서진의 눈 앞에 새로운 텍스트 창들이 떠올랐다.


+--------------------------------------+

긴급 방역 추가 보상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1. 에테르 +500

2. 스킬 경험치 +150

3. 방역 점수 +1,500 

+--------------------------------------+


“으음...”


하나만 선택하라니.


서진은 잔여 에테르를 확인했다.


+--------------------------------------+

에테르 1,600 / 2,700

+--------------------------------------+


‘절반 넘게 남았네.’


에테르 500이 쓸모 없는 선택지는 아니었지만.

당장 급할 정도는 아니었다.


‘방역 점수도 그닥.’


+--------------------------------------+

현재 나의 방역 점수 = 10,500 (상위 2%)

+--------------------------------------+


어느덧 1만을 돌파해버린 방역 점수.


‘벌써 상위 2%기도 하고. 어드밴티지는 받는 것도 자정이 되어서야 준다고 하니. 당장은···굳이.’


스킬 경험치 쪽이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였다.

무엇보다, LV.3가 되었을 때 열릴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 스킬이 궁금하기도 했고.


‘격리 권한과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결심했다.


‘스킬 경험치를 선택해서 빠르게 레벨업을 노리자.’


고개를 끄덕이며 스킬 경험치를 골랐다.


+--------------------------------------+

스킬 경험치 150을 추가로 지급합니다.

+--------------------------------------+


아쉽게도 레벨업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레벨업까진 아직 부족한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카트로 돌아가려던 순간.

서진은 아차했다.


‘아 맞다! 카트!’


슬라임을 잡는데 집중한 나머지 카트를 잠시 소흘히 했다.


‘미친! 거기에 웨하스도 들어있었는데!’


서진은 급하게 정해린에게 외쳤다.


“정해린! 카트! 빨리 카트 쪽으로-”

“내가 챙겼어.”


해린이 뒤편에 주차해둔 카트를 보여주었다.


“배터리 뺏기면 안 되니까.”


아.

카트 끌고 왔었구나.


천만 다행이었다.


‘미친, 정해린 아니었으면 꼼짝 없이 털렸다. 방금.’


서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도 이쪽을 슬쩍슬쩍 쳐다보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조질 뻔 했네. 물건 챙겨서 빨리 나가자.”


카트 안 물건들은 두 손으로 안고 다니기엔 너무 거추장스러웠다.

주변에서 배낭을 찾기로 하며 서진은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서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를 지켜보던 수많은 시선들.

그 사람들이 서진을 어떤 기분으로 쳐다보고 있었는지.


“정말 저 학생들이 잡은 거야?”


놀람.


“괴물년, 그냥 죽일 수도 있었구나···.”


감탄.


“저정도면 내 딸 또랜데.”


질투.


인간이 만들어낸 갖가지 감정들이 서진과 해린을 스치듯 지나갔다.

수많은 시선이 둘에게 꽂힌다.


목을 잘라도, 심장을 찔러도 죽지 않던 슬라임이.

오직 격리로만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던 그 슬라임이.

지금 이 순간, 모두의 앞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서진은 모두에게 보여준 것이다.

슬라임은 죽일 수 있다는 걸.


“대박, 방금 꺼 찍었어?”

“응···.”


휴대폰으로 방금 전투를 녹화한 여성이 멍하니 손을 내렸다.


“다 찍었어···.”


녹화된 영상 속에선, 서진이 슬라임을 잡아내는 순간이 반복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여성은 홀린듯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이 영상이 향후 어떠한 파장을 가져올 지는-

미처 생각지 못한 채.


한편, 서진은 주변을 돌아다닌 끝에 가방을 멘 시체를 찾았다.

조심스레 가방을 살펴봤다.


“···아직 쓸만하네.”


아까 슬라임에게 푹푹 찔려서 일까.

가방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긴 했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쓸만한 가방이었다.


“서진.”

“어.”

“···아냐. 아무 것도.”


해린은 무언가를 말하려다 고개를 돌렸다.


“?”


왜 저런대.


서진은 의아해하며 시체에게서 가방을 벗겼다.

가방에 물건을 담았다.


보조배터리 두 개는 넣지 않았는데, 두 개는 각각 서진과 해린의 아이폰에 꽂았다.


마트 안내 스피커가 시끄럽게 울렸다.


ㅣ현재 격리 절차 1단계 진행 중입니다.

ㅣ이계 존재 확산에 따른 추가 조치를 안내 드립니다.

ㅣ확진자 발견 시 주저 없이 저희에게 신고해주십시오.

ㅣ개인위생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해주시기 바랍니다.


“······.”

“······.”


스피커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걸 들으며 둘은 마트 입구 쪽으로 향했다.


입구 쪽엔 여전히 몇몇 사람들이 정지해있었다.

서진과 해린은 그들을 조심스레 지나쳤다.


해린은 휴대폰 잔량을 수시로 확인하며 서진의 옆을 나란히 달렸다.


서진은 방금 전 마트에서 있었던 일을 상기했다.


‘그 슬라임 새끼. 분명 나를 경계하고 있었어.’


사람을 구분한다.

그 정도의 지능이 있다.


‘아직 그렇게 지능이 있어보이진 않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


만약 지능이 인간만큼 발달한 슬라임이 등장하게 된다면.

그래서 슬라임과 인간을 구분할 수 없는 시점이 온다면.

인류는 어떻게 되는 걸까.


/ 군 간부들이 감염되어 군 정보망을 의도적으로 망가뜨리거나-

민간인 대피소에다 박격포를 날린다면? /


혹은.


/ 만약 슬라임이 국회의원의 신체를 빼앗는다면?

의결권을 가진 인원들 중 과반수가 슬라임에게 지배당한다면? /


혹은.


/ 슬라임이 대통령의 신체를 빼앗는다면?

그게 북한의 통수권자라면?

전세계를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한다면? /


오싹.


서진은 ‘유일 등급’ 클릭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슬라임을 구분할 수 있는 스킬을 가진 사람이 나뿐이라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서진만이 슬라임을 구분할 수 있다면?

다른 이들은 슬라임을 구분할 수 없다면?


서진이 그런 상상을 하며 빨간불 신호등을 건너던 순간.


“서진, 들려?”


거친 프로펠러 소리가 들렸다.


투두두두-


서진과 해린은 위를 올려다봤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흐리게 눈을 떴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헬기의 동체가 보였다.


투두두두-


서진은 ‘여기에요!’라며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도 태워줘!’


소리를 지르진 않았다.


헬기가 있는 저 높은 위치까지 목소리가 닿지도 않을 테고.

프로펠러 소리에 묻히는 건 당연지사.

괜히 소리를 내서 슬라임을 불러모을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서진과 해린이 할 수 있는 건 헬기를 향해 두 손을 마구 휘젓는 것뿐.

물론 헬기가 그걸 볼 리 만무했다.


헬기는 둘을 지나치며 방향을 꺾어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 쳐다보지조차 않네.”

“···그러게.”


더러운 세상!

서진은 헬기에 탄 인물이 분명 부자일거라 생각했다.


‘아까 벤츠도 그렇고, 헬기들도 그렇고. 돈 많은 새끼들은 살 방법도 많네.’


세상이 망해도 죽는 건 서민들뿐인가.

서진은 쓴맛을 삼켰다.


“정해린. 그냥 빨리 이동하자.”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려던 찰나.

서진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보였다.


“···어?”


거리에 깔려있는 몇몇 슬라임들.

그것들이-

돌연 서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에 자동차 크기로 불어나버린 슬라임.


합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거리를 돌아다니던 인간형 슬라임들이 타다닷 달려와 슬라임에게 삼켜졌다.

건물 옥상에서 다이빙 하며 슬라임에게 흡수되는 인간도 여럿 보였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몸을 강탈한 슬라임들 역시 마찬가지.


끼잉 끼잉-

야아아옹-


울음소리를 내며 거대한 슬라임의 일부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어어? 저거 왜 저래 시발.”


서진은 마우스를 들어올렸다.


+--------------------------------------+

슬라임 - (이동형)

슬라임의 기본 형태.

뭉칠수록 커진다.


액티브 스킬

가시

강탈

환청

침식

관통

대기

결정

교감

행복

.

.

.

+--------------------------------------+


이윽고 완성된 거대 슬라임.

붉은 점액질 속에 수많은 살점들이 기괴하게 뭉쳐진 형태였다.

뭉쳐지고 나니 작은 건물 크기만했다.


하지만 서진이 놀란 부분은 따로 있었다.


‘미친. 액티브 스킬이 몇 개야···.’


수십 개가 넘어가는 액티브 스킬들의 향연.


‘흡수한 사람들의 스킬을 전부 쓸 수 있는 건가?’


슬라임의 핵의 갯수는 언뜻 봐도 백 개는 되보였다.


꿀꺽.


서진의 침이 절로 넘어갔다.


거대 슬라임의 위쪽 부분에 동그란 구멍이 생겼다.

서진은 그걸 보며, 저기가 녀석의 주둥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거대 슬라임의 주둥이가 잠시 우물우물거리는듯 꿈틀거리더니-

이내 퉤! 하고 하늘을 향해 거대한 가시를 뱉었다.


“!!”


노리는 건 하늘에서 바삐 도망가는 중인 헬기.


헬기는 혼비백산하며 서둘러 조종간을 꺾었다.


슈유욱-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첫 타.


그러나 뒤이어 뱉어진 두 번째 가시는 피하지 못 했다.


쩌저적-!


가시를 맞은 직후, 헬기는 순식간에 거대한 얼음덩이로 변해버렸다.


동력을 잃은 헬기가 맥없이 추락해내렸다.

주변 빌딩의 유리란 유리는 죄다 부수며-

바닥에 추락해내리는 헬기.


이윽고 얼음 깨지는 소리가 콰장창 들렸다.


헬기를 파리 잡듯 잡아버리고선.

거대 슬라임은 입이 찢어져라 웃기 시작했다.


“하- 하- 하- 하-”


뭘 쪼개 시발.


서진은 욕짓거리가 튀어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거대 슬라임의 몸에서 수백 개의 붉은 손 같은 것이 돋아나더니.

거리에 남아있는 시민들에게 뻗치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도망가는 시민들.

허나, 슬라임의 손이 한 발 빨랐다.


가까이 있던 시민들부터 차례대로 슬라임의 손에 잡혀들어가기 시작했다.


“히익! 살려, 살려주세요!”


남성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대 슬라임은 거대한 아가리를 쫘악 벌렸다가-

다시 닫았다.


꿀꺽.


붉은 손의 갯수가 늘어날수록, 거대 슬라임의 등치도 한층 커져갔다.


주변 사람을 전부 삼켜버린 녀석은 다른 먹잇감을 찾아 도로를 헤메기 시작했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씨발년아!”


차량에 다리가 깔린 여성이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소리쳤다.


두 손으로 전복된 차량을 밀어내보려고 하지만,

연약한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내 붉은 손이 새로이 돋아나는 걸 보곤-

여성은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들었다.


“소멸!”


다급하게 소멸 카드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일순간 하늘에 일렁임이 생기는가 싶더니-

차량이 납작하게 짓눌렸다.


“꺄아아악!”


짓눌린 건 차량뿐만이 아니었다.

깔린 여성의 다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리가 사라져버린 덕에, 도망칠 기회 역시 생길 수 있었다.

여성은 가느다란 두 팔로 힘겹게 몸을 밀었다.


“흐으윽- 씨발, 씨발···다 죽여버릴거야.”


여성은 붉은 줄을 남기며 좁은 골목길 안으로 사라졌다.

거대 슬라임의 붉은 손이 그녀를 따라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서진이 말했다.


“도망치자.”


격리 공간에 밀어넣을 수 있는가?

불가능.


드래그 스킬로 죽일 수 있는가?

슬라임 핵이 백 개가 넘는다. 에테르가 먼저 바닥 난다. 고로 불가능.


전략적 후퇴!


너 나중에 다시 봐.


“어어? 서진?”


판단은 빨랐다.


서진이 먼저 옆쪽 샛길쪽으로 달리자 해린은 그를 따라 엉겹결에 뒤따라 달렸다.

좁은 코스를 지그재그로 꺾어가며 거대 슬라임이 쫓아오기 힘들게 동선을 꼬았다.


“허억, 허억.”


숨이 차올랐지만.

지금은 생각할 여유 따윈 없었다.


그렇게 달리길 오분 여.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을 무렵.

정해린이 다급하게 서진을 멈춰세웠다.


“잠깐! 잠깐만 멈춰 봐 서진!”


이정도면 따돌렸겠지?


거대 슬라임과의 거리는 충분히 벌렸다.

해린의 말을 듣곤 서진은 잠시 멈춰서 천천히 숨을 골랐다.


“하아, 하아···야, 진짜 뛰다 뒤지겠다.”

“여기.”


해린이 거친 숨을 토해내며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눈 앞에 있는 건물은.


“파파의 경찰서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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