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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굴속 님의 서재입니다.

살활(殺活)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깊은굴속
작품등록일 :
2015.10.19 21:16
최근연재일 :
2015.12.04 16:2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27,045
추천수 :
201
글자수 :
218,427

작성
15.11.30 19:44
조회
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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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의뢰(18)

DUMMY

말의 소리가 가까워 졌다. 빨리.. 빨리 벗어나야 한다.


"아.."


발에 걷어차인 경비병이 건에게 차인 곳을 문질러 대다가 상황을 깨닫고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자신의 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말에 올라탄 후에 건을 뒤따랐다.


활활~


다급하게 움직이느라 미처 끄지 못한 불만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장작들을 집어 삼키면서 말이다.


두두두..


현진이 탄 말이 거친 숨을 내쉬며 달리고 있었다. 경사가 제법 있었음에도 말은 달리는 자신의 다리를 멈추지 않는다.


현진은 말을 탄 상태로 어두컴컴 하기만 한 숲을 매서운 눈초리로 주시했다. 분명히 이 근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걸 보았었다. 이제 곧 그 씹어먹을 녀석을 만날 수 있을 터였다. 유모에게 독을 먹인 그 자식을 말이다.


이히힝~!


숲속에서 말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랴~!"


현진이 지쳐가고 있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 허리춤에 있는 검을 빼어들고..


두두두..


"쳇..."


건이 뒤를 돌아보더니 표정을 인정사정 없이 구겼다. 현진이다. 자신의 일을 그르친 장본인이다.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녀석이지만 절대 자신의 힘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 잡히는 순간 번뜩이는 검날에 두동강이 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두두두..


한참 휴식을 취하다 달리기 시작해서 그런지 속력이 붙지 않았다. 건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이대로 계속가게 되면 현진에게 따라 잡힌다. 무슨 수라도 써야했다.


'그래..'


건이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는 경비병을 보곤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스릉..


검을 뽑아들어 높이 치켜 들었다.


"무슨..?!"


경비병이 번뜩이는 건의 검을 보며 자신의 눈을 크게 치켜떴다.


촤아악..!


건의 검이 경비병의 말의 목을 내리 그었다. 말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비틀..


말이 중심을 잡지 못하더니 달리던 그 자세 그대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말이 달리던 속도 때문에 뿌연 먼지를 잔뜩 일으키며 몇 바퀴나 구르곤 멈췄다.


"크..."


경비병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멀어져 가고 있는 건의 뒷모습을 보았다. 저 사내에게 당한 것이 너무나 분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쿨럭.."


피를 토하면서도 멀어져 가는 건의 뒷모습을 끝까지 노려보았다.


'젠장..젠장!!!'


복수하고 싶었다. 허나 자신에게는 아무 힘도 없었다. 그것이 너무 분했다. 피가 눈을 타고 들어왔는지 시야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사방이 깜깜한 어둠으로 변했다.


까득..


현진이 말을 멈춰 세우고는 자신의 입을 세게 다물었다. 이따위 짓거리를 하다니..


푸륵..푸르르..


현진이 탔던 말이 이제야 숨을 고를 수가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현진이 쉴새없이 몰아부쳤던 터라 말이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


현진이 말의 상태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분하지만 더 이상 쫒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달려와 준 것만 해도 한계를 넘어선 상태다. 재촉 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얼마 가지 못해 탈진할 것이 분명했다.


히힝..


말의 지친 울음소리에 쥐고 있던 고삐를 손에서 놓고는 말 위에서 아래로 뛰어 내렸다. 그리곤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경비병에게 다가갔다. 현진이 사내의 코끝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미약한 숨이 느껴졌다. 아직..살아 있었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미약한 숨이었지만 이렇게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그래서 사내를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건과 사내가 야영을 하고 있던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숲속에서의 긴박한 추격전이 끝이 났다.


그 시간


화련이 잠에서 깨어났다.


"아.."


머리가 어지러운 듯 자신의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얼마 동안이나 잠들어 있었을까? 이미 주위는 깊은 어둠에 묻혀 있었다.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건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유모.."


그러다 문득 유모가 자신의 머리속에 떠올랐다. 유모의 비명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 했다.


스르르..


한동안 자리에 앉아 멍한 눈으로 유모를 생각하던 화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죽어선..죽어선 안돼..'


화련이 그런 생각을 하며 한쪽에 있던 작은 상자의 덮개를 작고 가느다란 손으로 열었다. 상자를 열자 그곳에서 약 냄새가 확 풍겨 올라왔다. 자신의 병을 치료 할 수 있는 약..몸이 조금 더 호전된 상태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쓰지 않고 놓아둔 것이었는데..이약이라면.. 유모를 고칠 수 있다. 순간 현진의 얼굴이 뇌리에 스치 듯 지나간다.


'다행이구나.. 화련아!'


약을 받아들고 어린아이와 같은 환한 미소를 짓던 그가 생각이 났다. 덮개를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이 미약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을 질끈 감는다.


주르륵..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미안해요..미안해요 현진..'


화련은 상자 안에 있던 약을 손에 쥐고 밖으로 나섰다. 어두컴컴한 어둠속으로 말이다.


--------------------------------------------------

"으아~! 좋다~!"


규가 환의 방에서 술을 쭈욱 들이 키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껏 의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던 술을 애써 참아왔던 터였다. 이제야 뭐 의뢰도 거의 끝이나서 술을 마셔도 괜찮다고 판단했기에 술판을 벌인 것이다.


"캬~!"


혜도 옆에서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먹지 않겠다고 했었지만 규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술잔을 집어 들었었던 터였다. 술 맛도 정말이지 기가 막혔다.


'어디서 이런 술을 구해 온 거지?'


혜가 약간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흔들며


'뭐 어떄~? 술맛만 좋으면 됐지..'


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환이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있었다. 술판을 벌이는건 좋은데.. 왜 자신의 방에 와서 술 잔치를 하는지는 의문이었다. 엄연히 여기는 환자들이 쉬는 공간이었고 자신은 환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자신이 환자라는 지각이 전혀 없는 듯 했다.


"후.."


마침내 환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들을 밖으로 보내고 수련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나가라고 해서 나갈 이들 이었다면 환자의 방에서 처음부터 술판을 벌이는 짓 따위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참기로 했다.


"아아! 환 너도 한잔해~!!"


규가 술병을 출렁이며 말했다. 환이 환자라는 사실은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 모양이다.


"야야! 뭐하는 짓이냐?! 환자한테?"


다행히 혜는 환이 환자라는 생각 정도는 하는 모양이었다.


"아 뭐 한잔 정도는 괜찮지 않나?!"


"그런가?"


처음에는 말리던 혜가 한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술잔을 건네는 규를 말리진 않았다. 사실 수련을 하던 환의 모습은 전혀 환자 같아 보이진 않았으니까 말이다. 환도 같이 끼여서 놀면 즐거울 것 같았다.


"..."


환이 눈을 감고 있다가 눈을 떠서 자신의 앞에 놓여진 술잔을 바라보았다. 술..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환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러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의뢰가 완전히 끝이 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칫..싱겁기는.."


규가 고개를 흔드는 환을 보며 말했다. 그리곤 자신의 손에 든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런데 규..아까 보니까 밖이 좀 소란 스럽던데 무슨 일 있었던 거냐?"


혜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규에게 물어보았다.


"..음..아아! 무슨일 있었지..! 저번에 내가 배가 고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얻어 먹고 있었는데..수상한 곳이 있더라고..그래서 무슨 집인가 싶어 오늘 아침에 알아볼 생각으로 다가 갔었는데.. 비명 소리가 들려 경비들을 떄려 눕히고.."


경비들을 때려 눕혔다는 대목에서 혜의 이마에 힘줄이 살짝 돋아났다. 규도 말을 계속 이어가다가 혜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채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가 아니라 살짝 바닥에 눕히고 들어갔는데.. 다 큰 사내가 중년 여인의 입을 붙잡고 있더라고 그래서 살짝..손봐줬지.."


규의 말에 혜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간신히 화를 참아내는 모습이었다.


"하.."


혜가 참기로 했는지 그저 이마를 짚었다. 저번 의뢰때에 규의 저 엉뚱한 행동 때문에 얼마나 큰 곤혹을 치뤘던가?! 하마터면 첩자로 오해 받아 인생 종칠 뻔 했던 것이다. 다행히 이번 건은 잘 넘어 가긴 한 것 같지만.. 아무튼 저 사내는 어찌보면 적보다 더 위험한 사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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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등 굽은 아이(3) 15.11.01 424 2 11쪽
24 등 굽은 아이(2) 15.10.31 554 2 9쪽
23 등 굽은 아이 15.10.30 540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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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의남매(義男妹)[3] 15.10.29 38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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