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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핑핑이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천재는 성좌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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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핑핑이
작품등록일 :
2022.05.22 17:24
최근연재일 :
2022.07.19 14:41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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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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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글자수 :
185,170

작성
22.06.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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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오히려 좋아!

DUMMY

14. 오히려 좋아!





헤라클레스.

네메아의 사자의 가죽을 벗기고, 히드라를 죽인 영웅.


하지만 그 끝은 비참했다.

아내가 준 맹독 발린 옷을 의심 없이 입는 바람에, 불길에 뛰어들어 타죽었으니 말이다.


성경에 나오는 삼손 역시 마찬가지.

곤히 잠든 사이에 힘의 원천인 머리카락이 잘려, 영웅에서 비참한 노예로 전락했다. 두 눈이 뽑힌 그를 해방시켜준 것은 역시나 죽음이었지.



“크아아아악!! 크억, 헉...”

“의료진! 의료진!!”



첫 희생자였다.

파티모집이 시작된지 불과 5분.


최강자 한 명만 뽑는 선별전에, 변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한스 데이레이는 12가문까진 아니어도, 제법 이름있는 집안의 이름있는 천재였다.

디아나보다는 한 수 아래지만, 1:1 무투전에서 당할자가 없는 강자.



―끼익, 쿵!



하지만 쏜살같이 달려온 의료진의 들것에 실려갈 뿐이었다.

입에 녹색 거품을 문 것으로 보아 독에 당한 것 같은데...



‘...역시 아무 말도 안 해주는군.’



사고 경위, 증상 규명, 어떤 것도 말이다.

그저 강당 문을 닫고, 후보생들의 시간이 계속 되도록 배려할 뿐.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약자에겐 기회를. 영웅에겐 시련을.



약자에게만 불합리했던 시험은 강자에게도 불합리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정도는 뚫어야 특례다, 이건가.




***




“...시바.”



하지만 내 주변에는 개미새끼 하나 오지 않았다.



“테미르님이시죠?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저희 파티에 들어오실 생각은 없나요?”

“당신!! 내 완드에 뭔 짓 한거 아냐???”



이상하다. 나 제법 쎈 사람인데.



“죄송합니다, 좀 지나갈게요~”

“······.”



뭐지 이 서운함은?

딱히 관종은 아닌데...



아무튼 지금 강당을 돌아다니는 부류는 크게 둘.

1차 선별전 미궁전을 대비해 유능한 파티원을 스카웃하는 부류와.

2차 선별전 무투전을 대비해 못 이길 적을 은밀히 제거하려는 부류였다.


협력해도 강한 놈과 협력하고, 제거해도 강한 놈을 제거하는 것이 이득이기에, 후보생이 몰린 곳은 단연 ‘강자의 주변’이었다.


그중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으라고 하면...



“디아나님, 저희 파티에 모실 수 있는 영광을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저희한테 오세요 아가씨! 평균 A급 파티입니다!”

“언니 너무 예뻐요! 목도 좀 축여가면서 하세요!”



역시 디아나 페리온이 있었다.


자수정빛 드레스를 고고하게 걸친 영애.

곱게 빗은 머리 위로 흐드러진 검은 리본.

치맛단 사이로 나온 매끄러운 다리가 오만하게 흔들린다.



“흐음. 너희에게 가면 내가 뭘 얻을 수 있단 말이냐?”

“손 하나 까딱 안하시도록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하지만 15층부터는 도움을...”

“디아나님! 저희는 16층부터!!”

“저희는 와주기만 해주세요!!”



눈동자가 느물느물 흐트러진 것이 이 상황을 200% 즐기는 모양이었다.

와. 저 녀석 진짜 잘나가네...

하지만 그 와중에 쏟아지는 개수작에도 칼같이 대처하고 있다.


파훼한 저주만 둘, 간파한 독은 하나.

내가 보고있는 동안만 해도 이 정도다.

자신의 왕국이 무너지는 게 싫어서 그냥 냅두는 거겠지.



이렇듯 저 정도로 강하면 수작이든 시련이든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에레밀다가 바라는 특례 역시 저런 괴물이다.



“멍청한 새끼들! 뭐가 좋다고 설설 기는 것이냐!”



하지만 용기있는 극단파는 어디에나 있는 법.



“어차피 쟤가 있는 한 선발될 가망은 없는데! 가산점같은 찌끄래기나 노리다니, 부끄럽지도 않냐!”

“오호.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


디아나 역시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근데 닭 때 같이 몰려온 너희가 부끄러움을 논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이참. 여린 소녀 하나 잡겠다고 이 무슨 불명예인지~”



귀여운 표정으로 빙글빙글 머리칼을 돌리는 디아나.


명백한 도발이었다.



“...이브가의 콜린이다. 주어진 기회를 이용하는 것뿐이니 너무 원망하지 마라.”



스릉.

긴장감이 고조된다.



“적당히 망가트릴 뿐. 죽이진 않아주마.”

“어머. 누가 할 소리.”



몰려온 인원은 여섯. 근접계 넷과 마법계 둘이다.

랭크도 평균 A급이고 밸런스도 나쁘지 않았다.

무투전에서 대적할 수 없는 강적을 미리 제거해두려는 생각이겠지.

보복 등, 외적인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말이다.



근데 상대가 너무 나빴다.



―콰아아앙!

“무, 무슨?!”



새로운 장난감을 찾은 고양이처럼, 디아나의 입가가 찢어지듯 올라간다.

손아귀에서 솟아난 두 개의 무구.



[「바람가시의 채찍」의 각인스킬을 시전합니다!]

[「각혈의 단도」의 각인스킬을 시전합니다!]


[이동속도 30% 증가 / 모든 공격에 출혈 누적 효과 발생!]



“마, 막아!!!!!”

―카아아앙!



순식간이었다.

디아나 딜러를 압살하기 1초 전. 방패 탱커가 전위에서 받아낸다.

동시에 후방에서 마법이 쇄도한다.

연계와 경직에 좋은 전격계!



[A급 전격마법 「굽이치는 뇌창」을 시전합니다!]

[B급 속성저주 「경직의 번개」를 시전합니다!]



파티의 정석같은 깔끔한 연계였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가 나빴다.

저런 건 디아나의 공간 도약 한 번이면 파훼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 근데 안 쓰네?’



그녀는 암기에 오러를 실어 궤도를 꺾을 뿐이었다. 쇠와 번개가 부딪히는 소리가 날카롭게 퍼진다. 스타일이 달라져 있었다.



화려한 변초로 일괄했다면, 지금 그녀가 집중하는 것은 숙달된 무기술 하나.

극한으로 끌어올린 만명지왕(萬兵之王)의 기본이었다.



“듬직한 방패로구나. 일단 너부터.”

―촤아아악!!



단검으로 시선을 빼앗고, 측면에서 채찍을 휘두른다.

철벽을 뱀처럼 휘감은 채찍이 탱커의 목을 할퀸다.

피에 맺힌 출혈의 붉은 오러.



[디아나 페리온이 각인마법 「폭혈」을 시전합니다!]


“크어억...!!”



방패가 휘청임과 동시에 단검이 쇄도한다.

가슴에 세 방, 다리에 네 방.

쏟아진 피가 후두둑 떨어진다.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는 거대한 탱커.



우선 한 놈.



“이 건방진 년이!!!”

“뒈져라!!!!”



하지만 탱커에게 너무 묶였던 것일까. 그녀는 이미 포위되었다.

포위망을 구축한 세 명의 딜러가 섬전처럼 디아나를 향해 날아든다.

검과 채찍이 얽히며 순식간에 오가는 수십 합.



―카가가가가가가강!!



하지만 10초 쯤 후. 딜러들은 일제히 비틀거렸다.

검을 나누던 공간에, 어느덧 뿌연 모래가 떠다녔던 것이다.

합을 나눌 때마다 디아나가 은밀히 흘렸던 독사(毒沙)였다.


“비, 비겁한...”

“어머? 때거지로 덤비는건 안 비겁하고?”



단검이 스타카토로 끊어진다.

팔, 다리, 허리!



―푸슛! 푸슛! 푸슛!



[디아나 페리온이 각인마법 「폭혈」을 시전합니다!]



피가 폭발하는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순식간에 셋이 쓰러진다.

이제 남은 것은 마법사 둘.



―우우우우웅!



그러나 전위에서 전투가 벌어질 동안, 마법사들은 놀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디아나를 한번에 보내버리기에 충분한 학살 마법이 완성되었―



[디아나 페리온이 전용스킬 「공간도약」을 시전합니다!]



―푸슛! 푸슛! 푸슛!

“······.”



그렇게 최후의 마법사 2인 마저 쓰러진다.



정말 끝이었다.

압도적인 학살에 순식간에 무거워지는 분위기.



“후우.”



나름 ‘선’을 지킨 모양인지, 덤벼들었던 녀석들은 하나같이 꿈틀거리며 생존을 알리고 있었다.

여섯 명의 패배자들을 치료하러 빼내는 의료진...



“미쳤다 진짜...”

“저게 디아나 페리온...”

“미궁도 혼자 다 씹어먹겠는데?”



과연 유력한 특례 후보다운 자태였다.

눈을 감자 도드라지는 긴 속눈썹... 가시투성이의 아름다운 모순에, 모두의 표정이 경외로 물든다.



그러나 당사자는 정작 불만으로 가득했다.



“결국 써버렸네...”



마법사들이 시전한 마법은 필중마법.

아무리 디아나라 해도,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 그런걸 맞았다간 돌이킬 수 없다.

때문에 공간도약으로 끊어버린 것이지만...



“조금 더 빨리 제압했다면...”



기본. 아득한 벽을 느끼고 있는 그녀였다.

고고한 자수정빛 머리를 휘날리며 자리로 돌아가는 디아나.

앞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패도를 열어주는 것은 흠모의 시선뿐―



“히, 히익!”



근데 패도의 당사자가 고양이처럼 펄쩍 뛴다.

갑자기 깨진 카리스마에 후보생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오른다.

동시에 누군가의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하는 디아나 페리온.



‘어... 나 때문에 그런가?’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딱 그 표정이었다. 너무 대놓고 구경했나?



부자연스럽게 꺾인 흑수정빛 눈동자는 이제 파르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자리로 돌아가는 걸음은 로봇처럼 뻣뻣함 그 자체였다.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앗...”

“디, 디아나님?”



다행히 인파에 둘러싸인 디아나는 안정을 되찾았다. 천연 시선 차단막이 형성되었거든.

그러나 주기적으로 내 쪽을 힐끔거린다... 이전에 보였던 여유는 온데간데 없다.



솔직히 이쯤되면 불쌍하다.



...그래. 내가 어지간히 불편했구나.

당한 게 있는데 불편한 게 당연하지...



“오히려 좋아.”



간만에 인사나 하러 가야겠다.

가슴 한켠이 산뜻해지는 기분이다.


디아나의 아낌없는 지원이 쏟아진 그날 이후, 무려 이틀만의 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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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낌없이 주는 디아나! +1 22.06.15 180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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