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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땡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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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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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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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안은 감사하지만

DUMMY

[26화]




“조회수 백만이라.... 푸하하 확실히 대단하긴 하구만.”


대표실 의자에 앉아 흥미롭다는 듯 휴대폰으로 영상 하나를 바라보고 있는 ‘오한식’.

그리고 그 영상 속에는 한 소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중이었다.


- 새장 속에 갇힌 새는 그리워하네. 더 이상 볼 수 없는 숲과 강과 구름을. 늘 함께했던 애틋한 친구들을.


앳되고 투명한 목소리였음에도 어딘가 모르게 슬픈 느낌을 주는 목소리.


소녀의 정체는 바로 스타의 탄생의 우승자이자, 오한식이 속한 원엔터 소속 연예인인 강유이.

그리고 해당 영상은 바로 강유이가 최근 유행중인 ‘그리움 챌린지’에 참여하며 업로드한 영상이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오한식의 앞에 서 있던 비서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분명 모든 행동은 회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교육하긴 했는데... 제가 이번 기회에 다시 따끔하게 말해두겠습니다.”

“괜찮아. 어쨌든 이 조회수는 확실히 의미가 있는 숫자니까. 이렇게 본인 스스로 홍보를 해준다면 우리로서도 나쁠 건 없지. 다만...”


잠시 뜸을 들인 오한식이 미소를 지으며 비서를 바라보았다.


“만일 이번처럼 계속 회사의 방침을 어기려 든다면 나도 우리의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실히 전해야 할 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웃음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진의.


“...네, 명심하겠습니다.”


다시금 고개를 숙이는 비서를 뒤로한 채 오한식이 의자 등받이의 몸을 기대었다.


‘그건 그렇고 참 난 놈은 난 놈이구만.’


바로 최근 그의 레이더에 들어온 작곡가 2han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번 곡 하나로 그 신지아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꿔버린 것도 모자라,

이번엔 강유이를 비롯해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자신의 곡으로 챌린지를 하게 만드는 작곡가라니.


고작 단 두 곡만으로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건, 확실히 요즘 세상엔 보기 드문 재능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신민찬 그 녀석까지 끌어내다니... 확실히 놀라워.’


한 번의 성공은 우연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두 번째 부터는 실력이라 봐야 할터.

그렇기에 오한식은 당장이라도 이 2han이라는 녀석을 손에 넣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분명 이 2han이라는 친구에게 연락은 해둔 거겠지?”


오한식의 물음에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미 회사 메일로 이미 영입제안을 보냈습니다. 그 강유이의 앨범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고 했으니 분명 그쪽에서도 거절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 잘했어.”


오한식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아무리 번듯한 이상을 들이민다 하더라도 이곳은 결국 돈과 유명세에 미친 녀석들이 모이는 업계.

그리고 원 엔터테인먼트에서 보낸 메일은, 그 두 가지를 전부 가져다 줄 수 있는 급행열차의 티켓과도 같을 터였다.


만일 2han이라는 녀석이 바보가 아니라면, 다른 수많은 이들이 그랬듯 분명 오한식의 손을 잡게 되리라.


그때였다.


똑! 똑!


다급한 노크와 함께 들어온 건 또 다른 직원이었다.


“무슨 일이야?”

“대표님, 그 2han에게서 답장이 왔습니다.”

“오 그래?”


기다렸던 소식이라는 듯 순간 오한식의 화색이 밝아졌다.


“그래, 언제쯤 시간이 괜찮대? 아니 가만 있어봐, 차라리 오늘 저녁에 보자고 해. 이번엔 내가 직접 만나보고 싶으니까 말이야.”

“저기 대표님 그게...”


잠시 뜸을 들이던 직원이 이내 눈을 꼭 감으며 말을 이었다.


“...그쪽에서 거절 메일이 왔습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자기는 선약이 있다고....”

“...뭐?”


여유로운 미소가 가득하던 오한식의 얼굴이 오늘 처음으로 일그러지던 순간이었다.



* * *



JS엔터의 1층 로비.


“선배 여기야!”


저 멀리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신지아.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거렸다.


“뭐야? 너가 왜 여기 있어?”

“왜긴? 오늘 회의 있잖아. 그래서 선배 길 잃을까봐 안내해주려고 왔지. 어때? 고맙지?”

“....”


오늘 JS엔터에서 있을 하예리의 데뷔 관련 회의에 대한 이야기인 모양이었다.

김진성 대표 말로는 1층 로비에 기다리고 있으면 안내직원이 올 거라고 했는데 그게 바로 신지아인듯 했다.


“오늘 회의실은 이쪽이야, 따라와.”


신지아가 안내한 곳은 지난번에 계약하면서 방문했던 곳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저번이랑은 달리 이번에는 기획실팀원들까지 회의에 들어오거든. 그래서 일부러 큰 회의실을 준비해놨지.”

“그렇군.”


준비해두는 걸 보니, 다행히 김진성 대표 입장에서도 하예리의 데뷔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실제로 지금껏 하예리가 JS에 들어가면서부터 받았던 다양한 분야의 레슨들을 생각해보면 이제 와서 믿지 못하는 것도 이상할 터였다.


‘무엇보다 보컬레슨을 이 녀석이 맡아주기까지 했으니까...’


오래 알고 지낸 탓에 비록 내 눈에는 우스워 보이는 녀석이지만, 신지아는 나름 국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여가수가 아니던가?

그런 녀석이 직접 도맡아 가르쳤으니 그만큼 하예리의 실력이 늘었음은 인지상정일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앞장서서 걷던 신지아가 나를 보며 장난스레 웃어보였다.


“다시 유명해진 기분이 어때? 요새 그리움 챌린지 장난이 아니더만. 나도 스케줄만 아니었으면 참여했을 텐데 아쉽다.”


신지아의 질문에 내가 한숨을 쉬며 고개 절레절레 저었다.


“...말도 마,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요새 우울하니까.”

“왜? 그걸로 선배 몸값 많이 오르지 않았어? 여기저기서 연락 많이 왔을 텐데?”

“연락이야 오긴 왔지....”


내 원곡을 자신들의 광고영상에 삽입해도 되냐는 제안부터, 직접 행사장에 와서 라이브로 공연을 해달라는 부탁까지.

그러나 나는 그 제안들을 전부 거절한 상태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내 부끄러운 목소리가 들어간 음원이 더 퍼지는 건 원치 않았으니까.

음원의 원본이야 챌린지를 한다며 이미 퍼질 만큼 퍼진 상항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앞장서서 퍼트리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었다.


‘거기다 어젯밤에는 원 엔터에서도 연락이 왔었지...?’


이번에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 강유이의 앨범 작업에 공식 작곡가로 영입하고 싶다는 내용.


그러나 이후, 곧바로 김진성 대표에게서 하예리의 데뷔 관련 기획회의에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받았기에 곧바로 거절 메일을 보낸 참이었다.


나에겐 언제나 하에리가 우선이기도 했고, 또 현재 원 엔터의 대표인 오한식을 굳이 만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딱히 별 일은 없었지만, 예전에 함께 가수로 활동했을 때부터 어딘가 모르게 싸한 느낌이 드는 인간이랄까?


아무튼 여러모로 더 이상 그리움 챌린지에 대한 생각은 하고 싶지 않은 상황.


내가 이내 화제를 바꾸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넌 안 바쁘냐? 무슨 대표 연예인이라는 애가 길 안내까지 맡아?”

“겸사겸사지. 오늘 회의 나도 같이 들어가는 걸?”

“...뭐 진짜?”

“그럼, 당연한 거 아니야? 선배가 잘 모르나본데 나 이 회사 이사야. 우리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첫 신인인데 나도 당연히 참여해야지. 거기다가...”


내 반응에 발끈하며 목소리를 높이던 신지아가 이내 씨익 미소 지었다.


“예리는 이제 내 친동생이나 마찬가지인걸? 그런 아이가 데뷔한다는데 당연히 언니인 내가 신경 써줘야 하지 않겠어?”

“...언니라고?”


순간 내 입가에 절로 비웃음이 번졌다.


그럴 수밖에.

언니라고 칭하기엔 하예리의 엄마인 서현아와 신지아는 한 살 밖에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았으니까.


“어휴, 양심도 없는 새끼.”

“시발 너 지금 뭐랬냐?”


그렇게 나와 신지아가 투덕거리며 복도를 걷던 그때였다.


“삼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한 씨. 어서 안으로 드시시죠.”


어느새 회의실에 자리를 잡고 있던 김진성과 하예리가, 직원들과 함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회의의 분위기는 금세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우선 하예리 양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 친숙한 여고생 컨셉으로 가면 어떨까요? 분명히 수요가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반대예요. 예리 양도 내년이면 성인인데 얼마 오래가지 못할 컨셉이라 생각합니다. 좀 더 오래갈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해요.”

“아니면 여기 이한 씨도 있으니 예전 송곳니의 사연을 써보는건요? 확실히 스토리가 괜찮지 않을까요?”

“그건 안돼요. 단기간에는 마케팅적 효과를 누릴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본인의 능력을 증명하기 전엔 오히려 스토리에 먹힐 위험이 커요.”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차라리 신지아 이사님처럼 청순가련을 컨셉으로... ”


회사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상황이기에 참여한 직원들 모두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는 그때.


‘...으아, 긴장 돼.’


동그란 원탁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하예리는 조금은 주눅이 든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문득 하예리의 뇌리에 과거의 기억들이 순차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예전 처음으로 송곳니의 음악을 들으며 남몰래 가수의 꿈을 키웠던 일.

스타의 탄생에 나가 처음으로 악평을 듣고 절망했던 일.

그리고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한을 만나 음악을 받고 본격적으로 기획사에 들어오게 된 일까지.


살면서 언제나 바래왔던 일이 현실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예리의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작은 불안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박이한과 신지아는 물론이고 얼마 전 잠적을 깨고 모습을 드러난 신민찬.

그리고 스타의 탄생에서 우승하며 단숨에 두각을 나타낸 같은 나이대의 강유이까지.

어쩌면 그런 이들에 비하면 본인이 가진 재능의 크기는 너무나도 작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토론을 이어가는 이들의 노력이 전부 헛된 것이 되어버릴까봐 두려운 마음이었다.


‘후우...’


속으로 심호흡을 내쉰 하예리의 시선이 맞은편에 앉아있는 박이한에게 가닿았다.


“....”


자신처럼 침묵을 지키며 그저 차분한 눈빛으로 회의를 관조하는 박이한


‘삼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하예리가 박이한의 눈치를 살피던 그때였다.


“혹시 박이한 작곡가님께서는 어떤 의견이신지 궁금하네요.”


질문을 던진 건 회의를 주관하고 있던 김진성 대표였다.


“작곡가님께서는 여기 있는 사람들 중 하예리 양을 가장 오래 지켜봐온 분이시니 분명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실 것 같군요.”

“아...”

“혹시 이번 앨범으로 생각해두셨던 컨셉이 있으시다면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그와 동시에 약속이나 한 듯 박이한을 향해 꽃히는 시선들.


그때였다.


“다들 뭔가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것 같군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박이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애초에 대표님의 질문은 잘못됐습니다. 아니 그것보다는 질문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야겠군요.”

“...제 질문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요?”

“네, 그 질문에 제일 먼저 답해야 하는 건 제가 아니라...”


잠시 말을 멈춘 박이한이 맞은편에 있는 하예리를 가리켰다.


“여기 있는 하예리 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뭐래도 결국 이 노래를 부르는 건 가수일 테니까요.”


박이한의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러나 박이한은 그런 말 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하예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예리, 너는 이번에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


무슨 선택을 하든 자신을 믿어주고 뒤에 있어주겠다고 말하는 것 같은 포근한 눈빛.


그리고 이번엔 하예리가 용기를 낼 차례였다.


하예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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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그냥 죽을까...? +7 24.04.15 12,806 26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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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하던 대로만 해 +6 24.04.11 12,899 250 13쪽
20 적당히 할 생각 없으니까 +7 24.04.10 12,928 262 15쪽
19 이런 미친놈 +10 24.04.09 13,029 24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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