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먹고땡 님의 서재입니다.

회사 잘린 김에 음악천재 합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새글

먹고땡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3.21 15:59
최근연재일 :
2024.05.08 08:2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95,792
추천수 :
11,969
글자수 :
288,147

작성
24.04.09 08:20
조회
13,110
추천
249
글자
16쪽

이런 미친놈

DUMMY

[19화]




“NG!”


촬영현장에 울려 퍼지는 ‘양현준’ 감독의 외침.


잠시 뒤.


“···하아 일단 좀 쉬었다갑시다.”


양현준의 말에 여기저기에서 일제히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수밖에.


방금 똑같은 장면으로 벌써 일곱 번 째 테이크를 돌리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의 표정을 지어보이는 주연배우를 보며 양현준이 헛웃음을 지었다.


‘인마, 나라고 뭐 이러고 싶은 줄 아냐?’


현재 이들이 찍고 있는 장면은 드라마의 ‘죽어도 당신 편’ 중반부인 위기 부분.


지금껏 수많은 재활훈련에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게 된 주인공 ‘마영탁’이, 연인인 ‘한세아’에게 화를 내며 가시돋힌 말을 쏟아내는 장면이었다.

이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 주연을 포함한 조연들도 쉽사리 감정을 잡기 어려워하는 상황.


그리고 답답한 건 양현준도 마찬가지였다.


배우가 감정을 잡지 못하니 감독이 디렉팅으로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양현준 역시 대본 속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이럴 때 대본을 쓴 작가에게 물어 볼수 있기나 하면 좋겠지만, 그 역시 여러모로 요원한 일이었다.

이 실패한 프로젝트에 투입된 것이 너무나 치욕스러웠는지, 원고를 훌훌 털어버린 메인작가는 그 길로 휴대폰을 정지한 채 해외로 훌렁 떠나버렸으니까.


한 마디로 이 프로젝트의 총 책임을 맡은 양현준이 어떻게든 이 모든 난장판을 수습해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프로그램이라지만, 그럼에도 공중파인 이상 남들 눈에는 그래도 그럴싸하게는 보이게는 만들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지금 양현준은 도저히 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허허, 여기가 결국 내 지랄 맞은 커리어의 무덤인 모양이구만.


순간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애욕의 회사생활.

그러나 그것의 끝이 결국 정해져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모든 번뇌를 끊어낸 부처의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그렇게 양현준이 모든 것에 해탈한 듯 너털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던 그때였다.


“...저기 감독님.”


작은 목소리로 양현준을 부르는 조연출.

좋지 않은 현장 분위기 탓에 조금은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그래, 또 무슨 일이야?”


해탈한 양현준이 인자한 불상 같은 미소를 지으며 조감독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배우들이 보이콧이라도 한다니?”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 곡이 왔습니다.”

“곡?”

“네. 그 저번에 말씀하셨던 ost요. 가이드 버전 완성했으니 한 번 들어봐 달라고 하는데요?”


ost라.


동시에 양현준의 뇌리에 지난 번 보았던 한 사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명색이 미팅이었음에도 후줄근한 모습으로 현장을 들락거리던 백수 같은 인간.

생긴 것만 봐서는, 작업하다 금새 꽁무니를 빼고 도망갈 거라 생각했는데 용케 완성을 해서 보내온 모양이었다.


“...어떻게 파일 지금 보내드릴까요? 아니면 바쁘시다면 이따가......”


어쩔까?


양현준의 시선이 천천히 촬영현장을 향했다.


이미 배우들은 각자 자신의 벤에 타서 화를 식히고 있는 상태.

그리고 스탭들은 조금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야. 지금 들어보자꾸나.”


이미 방금 전 휴식을 선언했기에 당장 할 일도 크게 없는 상황.


“네, 그럼 틀어보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조심스레 재생버튼을 누르는 조감독.


그리고 들려온 건...


지이이이이이잉!


어딘가 모르게 강렬한 일렉기타 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강렬한 드럼소리가 멜로디를 타고 이어졌다.


‘...껄껄, 이런 미친놈.’


곡을 듣고 있던 양현준의 입에서 자연스레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조감독의 휴대폰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의 장르는


‘로맨스 드라마 ost로 이딴 걸 들고 왔네.’


명색이 로맨스 물인 ‘죽어도 당신 편’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락 발라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 정도면 우주의 기운이 이 드라마가 망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야. 고작 개미만한 인간의 힘으로 막을 일이 아닌 거지.’


그렇게 양현준이 번뇌를 끊고 깨달음의 경지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려던 그때였다.


- 전하지 못한 말이 있어.


강렬한 전주가 잦아들고 난 뒤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해탈한 듯 한 미소가, 양현준의 얼굴에서 사라진 건 그때였다.


- 너무 부끄러워서. 네 앞에 설 자신이 없어서. 그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고 말았지.


마치 화를 내듯 몰아치는 악기들의 사운드 속에서도 그저 담담하게 흘러나오는 노랫말.

언뜻 보면 절대로 어울리지 않을 조합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마치 소년처럼 가녀리면서도 진중한 목소리가 너무나도 담담하게 표현해내고 있는 중이었다.


‘분명 가이드 버전이라고 했는데...?’


모르는 이가 들었다면 마치 정식 녹음 버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퀄리티.


- 가시 돋친 내 말에 울고 있는 너를 보며, 용기가 없는 나는 말없이 돌아서고 말았어.


점차 곡이 진행되면 될수록 양현준은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의 귓가에 울려 퍼지고 있는 이 가사는 바로 누군가의 독백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건 다름 아닌...


‘...주인공 마영탁의 독백.’


재활에 실패해 미래가 불투명해진 자신의 곁을, 언제나 변함없이 지켜주는 애인 한세아에게 전하고 싶은 말.

그러나 면목이 없어 차마 하지 못한 그 진심들이, 노래의 힘을 빌려 흘러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면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순간 양현준의 머릿속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연출방향.

곡을 다 듣고 난 양현준이 다급한 표정으로 조감독을 바라보았다.


“너 이 작곡가랑 직접 연락한다고 했지?”

“네? 아 네 맞습니다.”

“그럼 번호 좀 줘봐. 아 양반이랑 직접 통화하고 싶으니까.”


곡을 만든 작곡가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쩌면 주인공 마영탁의 심리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아무런 근거도 없는 소리였지만 알 수 없는 확신이 온 몸을 휘감고 있었다.


“감독님 여기요.”

“그래, 땡큐.”


잠시 뒤 조감독에게 연락처를 받은 양현준의 고개가 사선으로 기울었다.


‘이름이 박이한이라고...?’


지난 번 얼굴을 봤을 때 느껴졌던 것과 비슷한 알 수 없는 기시감.


그러나


‘지금 이런 사소한 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양현준이 서둘러 통화버튼을 눌렀다.


얼굴에는 아까 전 해탈의 경지까지 갔던 모습은 씻은 듯 사라진 후였다.



* * *



그 시각.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머리끝까지 차오른 수치심으로 인해 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중이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얼마 전 의뢰 받아 완성했던 드라마 ost 곡에, 내 목소리로 가이드를 녹음해서 보냈기 때문이었다.


곡 작업을 하며 며칠 밤을 새서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았다면.

그리고 마감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느껴지는 다급함이 없었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그럴 수밖에.


어릴 적 보육시설에서 자라면서부터 목소리가 재수 없다며 수많은 괴롭힘을 당했던 나였다.

거기다 머릿속에 있는 멜로디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빈약함 탓에 언제나 열등감의 대상이었던 상황.


물론 예전에 딱 한 번, 하석훈이 내 목소리가 좋다고 칭찬 한 적이 있긴 했지만...


‘...그건 녀석이 워낙 착했으니까 그런 거고.’


아무튼 지금껏 살면 이래저래 한 번도 목소리의 덕을 보고 산 적이 없었다고나 할까?

그랬던 내가 직접 가이드를 불렀으니 분명 저쪽에서도 황당해하고 있을게 틀림없었다.


‘분명 거절당하겠지...?’


되든 안 되든 나로서는 딱히 아쉬울 게 없는 일.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며칠간 고생한 결과물이 물거품이 되는 건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위이이이잉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벨 소리.


모르는 번호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내가 이내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 실례합니다. 혹시 박이한 작곡가님이십니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건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걸걸한 중년사내의 목소리였다.


“네 그런데요?”

- 반갑습니다. 나 양현준입니다.

“그게 누구...?”

- 피디입니다. ‘죽어도 당신 편’ 연출하고 있는...

“아!”


바쁘다는 이유로 저번에 현장에서 얼굴을 보지 못했던 그 피디인 모양이었다.


‘설마 왜 가이드를 그따위로 녹음했냐고 화를 내려 전화한 건가...?’


그렇게 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하던 그 순간.


양현준 피디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저기 박이한 씨, 혹시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세요.”

- 방금 저희한테 보내주신 곡 말입니다. 가사랑 구성이 굉장히 특이하더군요. 멜로 드라마의 ost라고는 쉽게 생각하기 어려울정도로요.

“그런가요?”

- 네, 그래서 그런데 혹시 이 곡을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시간낭비는 싫다는 듯 핵심만 꿰뚫는 말투.

조금은 진지하지만 그래도 화가 난 느낌은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게 가이드 문제로 뭐라고 하려는 것 같지는 않은 눈치였다.


“음 딱히 어떤 대단한 의도가 있어서 그렇게 만든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제 경험을 조금 녹였을 뿐이죠.”

- 경험이라면?

“피디님도 아시겠지만 살다보면 항상 마음에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주인공 마동탁 역시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래도록 자신을 지켜봐준 연인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래서 화가 난 걸 거라고요. 그게 전부입니다.”

- ...허.


내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작은 헛웃음.

그와 동시에 생각에 잠기기라도 한 듯 양현준 피디의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잠시 뒤.


- 이 가이드 버전 말입니다. ...혹시 박이한 씨가 직접 부른겁니까?


정적을 깨고 들려오는 양현준의 질문.


‘...드디어 올 것이 왔나?’


각오했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쉰 내가 서둘러 설명을 시작했다.


“네 그렇긴 합니다만, 진짜 가수가 부르면 분위기가 또 완전 다르...”

- 그럼 혹시


내 말을 자르며 양현준이 말을 이었다.


- 박이한 씨가 정식버전도 불러줄 순 없겠습니까?

“...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


“...농담이시죠?”

- 그럴 리가요. 전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한 씨 목소리가 이 곡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


농담이 아니라는 듯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한 목소리.


‘역시 이것이 공중파 피디의 처세술인건가...?’


하마터면 그대로 속아 넘어갈 뻔 했을 정도로 진중한 태도였다.


그러나 나 역시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몸.


사회인이 보통 하곤 하는 의례 하는 말에 쉽사리 넘어갈 정도로 어설프진 않았다.

거기다 무엇보다 내 목소리가 엉망이란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 ...정말 안됩니까?

“그럼요, 분명 전문가수를 쓰면 저보다 훨씬 더 잘 소화해 낼 테니까요.”


그렇게 몇 번을 더 이어지는 실랑이.


- 좋아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어쩔수 없군요.


양현준 피디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 혹시 그러면 이 곡을 만드시면서 염두 해두신 가수가 있으신가요? 저희로서는 최대한 작곡가님의 의향을 맞춰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아...”


염두 해 둔 가수라...


순간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누군가의 얼굴.

그리고 그건 이 곡을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해준 이의 얼굴이었다.


내가 수화기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딱 한 명... 생각해둔 사람이 있긴 합니다.”



* * *



같은 시각.


JS엔터 내부 회의실.


“자 그럼 일단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전략기획실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천히 일어서는 직원들.

책상 가운데에 앉아있던 신지아가 회의실을 나서는 직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먼저들 가세요. 전 오늘 나왔던 제안들 조금 더 고민하다 갈게요.”

“아 네, 그럼 이사님 고민해보시고 결정되면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수고하셨어요.”


직원들과 인사를 마친 신지아가 시선을 돌려 자신의 앞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았다.


연습생인 하예리를 제외하면, 현재 JS엔터 내 유일한 현역 연예인인 신지아의 다음 활동에 대한 기획안들이었다.

JS의 가장 큰 투자자이기도 하고 유일한 수입원인 신지아였기에, 전략기획실에도 최대한 다양한 방향으로 공을 들여 준비해둔 상황이었다.


그러나


‘흠, 딱히 맘에 차는 게 없단 말이지.’


신지아가 보고 있던 기획안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혀를 찼다.


정규 앨범을 내고 활동을 끝낸 지 몇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넥스트 스탭은 조금은 가벼운 일이었으면 하는 바람.

그러나 기획실에서 낸 기획안은 드라마 출연이나 바로 다음 앨범 준비 같은 전부 굵직한 활동들로 대부분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가벼운 것들은 또 너무 가볍단 말이지...?’


비록 가볍더라도, 최소한 국내 최고의 여성가수라는 본인의 이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것이 지금껏 신지아를 정상의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한 비결이었다.

물론 그런 고집을 부릴 만큼의 실력을 겸비한 건 두말 할 나위 없었고.


‘이런 타이밍에 그 인간이 딱하고 곡이라도 주면 얼마나 좋... 어?’


순간 속으로 불평을 이어가던 신지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럴 수밖에.


위이이이잉


휴대폰의 진동소리와 함께 액정에 뜬 건 다름 아닌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한 인물의 이름이었으니까.


“뭐... 뭐야? 갑자기 왜 전화했어?”


애써 당황하지 않은 듯 목을 가다듬는 신지아.

동시에 수화기 너머에서 박이한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곡 하나 만들어봤는데 너 이거 불러볼래?


앞 뒤 자르고 훅 들어오는 본론.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짐짓 무심한 투로 신지아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갑자기? 무슨 곡인데?”

- 내가 최근에 드라마 ost 작업한 게 있거든. 그런데 이거 네가 부르면 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ost...?”


박이한이 ost를?

처음 듣는 이야기에 신지아의 고개 자연스레 사선으로 기울었다.


“드라마 제목이 뭔데?”

- 죽어도 당신 편. MBS드라마고 지금 촬영 중인데 곧 나올 거래.

“...뭐?


순간 신지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최근 이어진 여러번의 기획 회의를 통해, 완벽히는 아니라도 방송국 돌아가는 사정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신지아였다.

그런 그녀가 MBS 같은 지상파 드라마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건, 분명 경쟁사의 대작과 정면승부를 피하기 위한 땜빵용 드라마라는 뜻이었으니까.


“이 인간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어이가 없다는 듯 신지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랑 자주 보다보니 막 친근해 보이나 본데, 나 신지아야! 선배가 막 아무 일이나 부탁하고 그럴 수 있는 사람 아니라고!”


이미 얼마 전 박이한의 가이드 녹음을 맡은 시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말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국민가수로서 남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물러날 수 없는 일종의 선 같은 거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박이한과 조금의 언쟁을 벌이더라도 신지아는 자신의 위치를 납득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 역시 그렇겠지...?


예상과는 다르게 순순히 인정하는 목소리.


‘어 이게 아닌데...?’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신지아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떠올랐다.


- 그래 그럼 바쁜데 방해해서 미안하다. 딴 사람으로 알아볼게. 그럼 이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 박이한이 사과하며 막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자...잠깐!”


신지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박이한을 붙잡았다.


- 응? 왜?

“그 곡....”


잠시 뜸을 들이던 신지아가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들어는 볼게.”


신지아가 지키고 있던 국민가수로서의 자존심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사 잘린 김에 음악천재 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오전 8시 20분에 업로드 됩니다:) +1 24.03.22 12,160 0 -
47 조금 도발해볼까? NEW +21 16시간 전 5,008 174 14쪽
46 용기를 내보기로 했으니까 +8 24.05.07 7,217 197 14쪽
45 저도 함께 +8 24.05.06 7,975 217 11쪽
44 꽤 비싸거든 +14 24.05.04 9,286 251 13쪽
43 이런 기분이었군요 +16 24.05.03 9,666 255 13쪽
42 이토록 사소한 +12 24.05.02 10,086 256 13쪽
41 경찰을 부를까? +7 24.05.01 10,572 253 14쪽
40 물이 들어오고 있어 +5 24.04.30 10,921 259 12쪽
39 직접 만나야겠어 +7 24.04.29 11,177 265 12쪽
38 남 보는 것 같지가 않아 +9 24.04.28 11,157 258 12쪽
37 왜 이렇게 했지? +6 24.04.27 11,183 244 15쪽
36 기대한다고 말해줬어 +6 24.04.26 11,399 255 12쪽
35 언제까지 모른 척 하실겁니까? +6 24.04.25 11,372 240 12쪽
34 그댄 어디 있나요? +12 24.04.24 11,406 238 11쪽
33 별처럼 빛나고 있는 건 +8 24.04.23 11,421 252 11쪽
32 핵폭탄 +6 24.04.22 11,615 249 13쪽
31 과거에 제가 그랬던 것처럼 +10 24.04.21 11,864 241 16쪽
30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러워? +5 24.04.20 11,889 238 16쪽
29 JS엔터의 미래 +5 24.04.19 12,265 248 16쪽
28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5 24.04.18 12,370 243 13쪽
27 역시 존나 멋있다니까 +10 24.04.17 12,605 243 13쪽
26 제안은 감사하지만 +10 24.04.16 12,752 252 12쪽
25 그냥 죽을까...? +7 24.04.15 12,883 260 13쪽
24 사실 이런 건 너랑 같이 +6 24.04.14 12,878 261 13쪽
23 그 뒤에 있는 녀석 +8 24.04.13 12,893 265 14쪽
22 노래 진짜 좋네 +8 24.04.12 13,006 245 14쪽
21 하던 대로만 해 +6 24.04.11 12,977 250 13쪽
20 적당히 할 생각 없으니까 +7 24.04.10 13,008 262 15쪽
» 이런 미친놈 +10 24.04.09 13,111 249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