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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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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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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5,429

작성
18.02.0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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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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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시험 22 섬광.

DUMMY

섬뜩하다.


이 경기를 하면서 서이현이 이가온에게 품은 감정이다.

경기 전에 그가 어떤 인간인지 말하라고 했다면 집안과 상황이 좋았을 뿐인 쓰레기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경기를 하며 생각했다. 이 녀석은 위험한 인간이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이 녀석의 정신은 꺾이지 않았다.


무기를 부러뜨려 둔 것을 처음에 숨기다가 검째로 베어드려던 것은 바로 끝장내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실패하더라고 겁을 줄 셈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정신력은 꺾이지 않은채 오히려 목덜미에 큰 상처를 남기고 여기저기에 타박상까지 입혔다. 주술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주술을 쓰는 자를 상대로.


평범한 인간이 불곰에게 타박상을 입힌 거나 다름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이건만.

그렇게 싸우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 놈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것과. 또한 자신이 이가온이란 인간에게 겁을 먹었다는 사실을.

가온이 목덜미를 물어뜯고 타박상을 입힐 동안 서이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적어도 가온의 부상이 더 심하다는 것만은 명백했다. 갈비뼈를 떄렸을 때 손맛이 있었으니 어딘가 부러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투지를 꺼뜨리지 않는다.


게다가 방금 전 느껴졌던 꺼림칙함.

협박했던 후배 소녀가 나타나기 전까지 이가온이란 인간에게서 피어올랐던 그 이질적인 기운.


압도적인 포식자에 선 약자가 된 것 같은 느낌에 서이현의 몸은 저절로 굳으며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까 그건 대체 뭐였지?'


그 한번도 느껴본적 없는 불길한 기운 탓에 겁을 먹고 더 이상 설 힘도 없어보이던 이가온을 바로 공격하지 않고 조심조심 다가가게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옳은 판단이었다.

지금 눈앞에서 투지를 전혀 꺼뜨리지 않은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가온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말이다.


이가온이 어떤 반격을 할지 몰라 조심스럽게 다가간 면도 있었지만 강한 자존심도 외면하지 못하게 하는 진실. 이가온이 뿜는 어떤 기운에 공포를 느꼈다는 사실이 서이현에게 더 이상 물러설 곳을 없게 만들었다.


'나는. 깔보이지 않겠어.'


앳된 얼굴. 하지만 그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포악한 성정은 어릴적부터 서이현을 고립되게 만들었다.


학교에서 주먹꺠나 쓰는 녀석들의 노리개나 되는 신세. 처음에는 맞서 싸웠으나 수를 앞세운 폭력에 서이현은 꺾일 뻔 했었다.


그런 그를 일으켜세워준 것이 바로 이준형 일행이었다.

중학교에서부터 만난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서이현이 괴롭힘당하면서도 반항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문답무용으로 괴롭히던 녀석들을 쓰러뜨렸다.


나중에 물었다. 왜 자신을 도왔느냐고.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심플했다.


"뭘. 강한 마음과 재능을 가진 이를 별볼일 없는 쓰레기들이 더럽히려 하는 걸 볼 수 없었을 뿐이다."


사실 그 날 또 진다면 그냥 복종하려 했었던 서이현은. 그 말에 고마움을 느끼는 동시에 커다란 창피함을 느꼈다.

그날부터 이준형은 서이현의 목표였다. 최종목표는 정부 공인 순위권자 호운처럼 되는 것이었으나 어떤 인간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당연 이준형처럼 되고 싶다 했을 것이다.


그런 존재를 눈앞의 녀석이 쓰러뜨렸고 이준형을 절망시킨 녀석에게 공포를 느꼈다는 사실이 서이현을 참을 수 없게 했다.


그래서 무기를 전력으로 휘두를 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 이 자세로 휘두르면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여기서 죽인다.'


포악한 성정이지만 적이 아니거나 자신의 목적에 이용할 녀석이 아닌 이상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서이현이었다. 살인 따위는 당연 해본적도 없다.

하지만 이 순간. 이가온에게 느낀 위험한 무언가는 서이현의 어떤 사고를 끊어버렸고 그 결과 위험한 자세를 취하게 만들었다. 스스로에게 놀랄만큼 망설임은 없었다.

이 정도로 망설일 거라면 애초 가온을 반병신으로 만들려는 생각은 진작에 접었을 것이다.


'하지만. 뭘 하려는 거지?'


상대를 죽일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망설임은 없었으나 가온의 자세엔 망설임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피하려는가 싶더니 오른 주먹에 주술을 소량 두르더니 자신이 공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주술을 사용하면 몸이 끓어올라 고통스러울 텐데도 주술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이젠 저것밖에 방법이 없는 걸까.


'그런 거겠지. 하지만 어리석어. 그 오른손으로 내 도끼를 잡아보기라도 할 셈이냐?'


어쩌면 손잡이 부분을 잡아보려고 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자세로 휘두르는 스피드는 상상 이상일 것이기에 그건 불가능할 거다.


[두 선수. 대치한 채 가만히 있습니다. 일촉즉발...그 말이 딱 어울립니다.]


임이나의 말이 조용한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누구나가 다음 순간 이 경기의 결말이 정해질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절대다수는 서이현이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 공정한 해설을 해야할 임이나조차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이가온이 역전할 방법은 없다고.


그리고 그런 그녀의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김류열이 나서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칼집이 들이밀어졌다.


"뭐 하는 짓이오?"

"내가 묻고 싶은데. 경기를 중지시키기라도 하려고?"

"그럴 셈입니다만. 이러다가 둘중 하나는 크게 다쳐요."

"내버려둬."

"아니. 뭘 내버려둡니까? 누님답지 않게 왜 이래요?"

"여기서 움직인다면. 날 적으로 만들 각오를 해."

"좋수다."


하지만 김류열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를 적으로 돌리더라도 가온이 크게 다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


"부탁이야."


하지만 가람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애절하게 말하자 김류열도 흔들렸다.

그녀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인 게 너무나 의외였다. 김류열이 아는 한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인적은 한 번 밖에 없었으니까.


가람은 대체 뭐에 정신이 팔린 건지 가온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녀석. 무슨 생각으로?"


이가은이 초조한지 엄지를 꺠물었다. 지금이라도 경기를 중단시켜야 하지 않을까.


"뭔가 생각해 둔 게 있는 모양인데.....저 공격을 막으려면 도끼가 완전히 휘둘러지기 전에 손잡이를 잡는 수밖에 없겠지만 너무 위험해."


거기다 모르긴 몰라도 손잡이를 잡아 저지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서이현의 공격은 강력해 보였다.


"지금이라도 중지하는 걸 추천하는데."

"으윽."


그러나 이미 늦었다. 서이현은 공격준비를 마쳤다.


'안이한 생각을 한 자신을 저주해라.'


생각이 끝난 직후. 서이현의 몸이 폭발적으로 앞으로 튕겨나갔고 도끼는 커다란 선을 그리며 가온에게로 쇄도해갔다.

주술과 육체의 강력함이 더해진 기술은 어찌나 강력했던지 휘두르는 풍압으로 옷자락이 휘날릴 지경이었다. 거기다가 손잡이를 잡기에는 이미 너무도 늦어 이미 뭉툭한 도끼날이 금방이라도 가온을 파괴할 것 같았다.


가온은 그제야 주먹을 들어올렸고 서이현은 그를 비웃었다.


'늦어!'


기술을 쓰자마자 움직였어도 손잡이를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을 건데 너무 늦었다. 그만큼 서이현의 기술은 대단한 스피드를 자랑했다. 그런데.


'뭐 하는 거지?'


서이현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가온의 오른손은 주먹을 쥐었던 것이다. 뭔가를 붙잡으려는 게 아닌. 마치 휘두르려는 듯이.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해 주먹이 날아온다. 다름 아닌 도끼날로.

경악했던 서이현은 비웃음을 흘렸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무모한. 그야말로 어리석음에 극치.


적어도 이가온의 오른팔이 박살나는 건 이로써 확정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서이현의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도끼날이 닿을 것 같은 이 상황. 신기하게도 모든 움직임이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고 그 덕에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거 주마등인가 하는거랑 비슷한 건 아니겠지?'


재수없는 생각은 그만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인 후. 가온은 정신을 집중했다.

서이현이 힘을 모으고 있는 사이에 가온도 놀고만 있던게 아니다. 정의의 펀치의 최적의 루트를 생각해내고 있었다.


전에 붉은 커튼으로 이 기술을 썼을때 이론같은 건 하나도 모르고 실전에서 성공시켰었다. 그게 지금도 가능할까.


'아니. 가능만 해선 뒤쳐져.'


그때보다 더욱 강력하게. 더욱 완벽하게 기술을 발동해야 한다.

조금 무리를 해 오른손에 두른 주술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고 주먹이 향하는 경로에도 주술을 흩뿌린다. 휘둘러지는 주먹과 주먹이 휘둘러지는 경로의 마찰. 어느 부분에서 힘을 주며 어떻게 마찰시켜야 하는지가 이 기술의 위력에 관건.....


'아.'


그러다가 문득 생각했다. 이 기술이 그것만일리가 없다고.

정말로 주먹과 그 경로에만 주술이 사용된 걸까? 어떻게 하면 더 강하게 마찰시킬 수 있을까.


가온은 처음부터 당연히 해야 했을 의문을 품었다.

어떻게 해야 주먹이 강력하게 휘둘러질까? 팔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어깨의 힘. 온 몸의 힘을 쓰면 쓸수록 주먹은 강력해진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가온은 망설이지 않았다. 곧바로 평소라면 쓰지 않을 근육에 주술을 흘려넣는다. 그와 동시에 약효때문에 고통에 몸이 끓어오른다.


'이거 성공 가능성이 엄청 낮겠는데.'


그렇지 않아도 잘 모르는 기술에 약에 당한 몸까지 혹사시켜 미지의 영역까지 더하다니.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까지 더한다. 변명할 수 없는 미친 짓이었다.


그럼에도 실패할 거란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았다.


어떻게 팔을 움직이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수없이 많은 근육들이 노력한 결과로서 팔이 움직인다. 의식하지 못했던 그것들을 의식한다.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근육의 움직임에 세세하게 주술을 흘려넣으며 주먹을 휘두른다.


'아 그래서구나.'


왜 세상이 슬로우 모션처럼 변했는지 이해했다. 이 기술을 발동할 타이밍을 알려주기 위한. 육체의 선물이었다.


몸에 주술을 흘려놓고서야 깨달은 것이 있다.

이 경로에서. 더욱 가속도를 붙인다. 여기서는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인다. 그런 세세한 움직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제일 눈에 띄는것은 주먹을 휘두를 때 생기는 희미한 빛남.

착각인가 했지만 빛이 점점 강해져 불처럼 되어감에 따라 깨달았다. 이제 진짜 정의의 펀치라고.


수없이 많은 생각끝에 도달한 빛. 이 순간 가온의 머릿속에 서이현이 휘두르는 도끼라거나 지켜보는 관중이라거나 승리라거나 이자견이라거나 재무진등. 그리고 커튼놈들에 대한 생각까지 전부 사라졌다.


있는 것은 삼촌이 보여주었던 그 자세. 그리고. 끝은 찾아왔다. 주먹과 도끼가 부딪혔다.


관중들이 놀란 함성을 지른 바로 그 순간. 서이현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내가 이겼!....?!"


그리고 서이현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목도했다. 이가온이 정의의 펀치라고 중얼거린 것까지는 보였다. 문제는 그 다음.

환한 낮이긴 했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눈이 아플 정도의 빛이 서이현의 시야를 전부 가렸다. 그리고. 번쩍.


지켜보던 관중들은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냥 한순간 빛이 번쩍였다는 감상밖에 없었다.


쩌저저저적.

콰장창.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으로 도끼가 부셔지는 것까지는 이해했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해했다. 그리고 직후 세상이 빛에 삼켜지는 것 같은 광경이 보였고 그 다음순간 몸이 조각조각 나는 것 같은 고통을 맛보았다.


"부쿠헉?!"


튕겨 날아간 서이현은 경기장을 벗어나 바닥을 아무렇게나 뒹굴었고 입에서 믿을 수 없는 양의 피를 토해냈다.


"크허어어어억."


가슴이 패였다. 누구 보더라도 위험한 부상을 입은 서이현이었지만 누구도 곧바로 서이현에게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경기장에서 주먹을 휘두른 자세로 멍하니 서 있는 소년을 볼 뿐이었다.


단상 위에서 그를 지켜보던 김류열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날 말린게...저걸 보고 싶어서였어?"


저 기술은 잘 안다. 자신의 친구가. 누구보다 재능있고 정의로웠던 친구가 제일 즐겨 사용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고난이도의 기술이며 친구가 죽은 지금 그 기술을 쓰는 건 한명 정도 밖에 없는. 최강의 기술. 친구는 본 기술의 이름이 오글거린다며 정의의 펀치라는 더 오글거리는 기술명을 붙였었다.


가람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퇴마 이씨 가문의 절기중에서도 최고 난이도의...섬광."


떨리는 목소리엔 숨길 수 없는 환의가 묻어나왔다.


작가의말

내일 못 올리게 되어 오늘 미리 올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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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의외의 이름 1 +6 18.02.06 393 12 12쪽
141 시험 종료 +4 18.02.05 363 11 12쪽
» 시험 22 섬광. +4 18.02.01 408 11 13쪽
139 시험 21 +2 18.02.01 370 11 16쪽
138 시험 20 +4 18.01.31 358 12 14쪽
137 시험 19 +4 18.01.30 386 11 16쪽
136 시험 18 +2 18.01.29 418 10 10쪽
135 시험 17 +8 18.01.26 390 11 11쪽
134 시험 16 +4 18.01.25 379 12 13쪽
133 시험 15 +4 18.01.22 386 12 12쪽
132 시험 14 +5 18.01.19 381 11 13쪽
131 시험 13 +4 18.01.18 371 11 10쪽
130 시험 12 +6 18.01.16 359 10 13쪽
129 시험 11 +4 18.01.16 354 8 12쪽
128 시험 10 +4 18.01.15 364 10 15쪽
127 시험 9 +4 18.01.12 374 10 16쪽
126 시험 8 +2 18.01.11 376 9 10쪽
125 시험 7 +2 18.01.10 369 8 12쪽
124 시험 6 +3 18.01.09 352 9 10쪽
123 시험 5 +5 18.01.08 422 9 11쪽
122 시험 4 +2 18.01.05 382 10 12쪽
121 시험 3 +3 18.01.04 405 6 12쪽
120 시험 2 +2 18.01.03 380 8 10쪽
119 시험 1 +4 18.01.02 410 10 10쪽
118 주목 6 +7 17.12.29 443 8 10쪽
117 주목 5 +2 17.12.28 366 9 9쪽
116 주목 4 +5 17.12.28 376 10 11쪽
115 주목 3 +6 17.12.26 533 9 11쪽
114 주목 2 +4 17.12.25 478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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