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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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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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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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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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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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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험 11

DUMMY

이준형은 굉장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몇 번이고 이쪽에서 일부러 다가가 고마운 제안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시껄렁한. 하잘 것 없는 자존심 따위로 그걸 거부하는 이가온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배들의 유지를 잇는다? 고리타분한 소리.'


확실히 정말로 옛날. 아직 주술도 미흡하고 무기도 제대로 되지 않은 인간이 커튼에게 정진정명 학살당하던 그 때라면 선배들의 유지를 이어 커튼에 맞서겠다는 이야기를 훌륭하게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인류의 천적이던 커튼들은 여전히 위협적이며 인간에게 있어 유일한 천적이라 불리울 만 하긴 하지만 놈들이 해오는 공격 따위 지금껏 이뤄온 인류의 과학과 적들에 대해 모아온 정보와 대응방법으로 얼마든지 물리칠 수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사상 초유의 사태라던 여왕의 강림도 훌륭히 막아내지 않았는가?


비약적으로 오른 생존율을 생각해보면 이가온이 뭔가 원하는 게 있어 핑계를 대는 거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가온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지만 이준형에게 있어 그건 이해가 가지 않는 생각이었고 뭔가 타산적인 계산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날 불쾌하게 하는군.'


처음엔 공방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일단 조금 아픈 맛을 보게 하여. 선배에 대한 예우를 기억나게 해 줘야겠군.'


이준형은 찌르기 자세를 잡았다.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기술중 하나. 이걸 명치부근에 먹여 정신이 번쯕 들게 할 셈이었다.


옥상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아이나는 성격이 나쁘다며 미간을 모았다.

그녀가 숙지한 룰로는 팔 다리. 또는 머리를 제외한 부위는 1점. 팔다리를 정확히 노릴 솜씨가 있어 보이는데 지금 노리는 곳은 몸통 부근으로 보인다.


시험에 관계없이 감정이 실린 공격이다.


'죽을 만큼 아프긴 하겠네.'


자신이라면 어렵지 않게 대응하는 건 물론이고 반격으로 곧바로 역습을 가할수도 있겠지만 보통 사냥꾼. 그것도 학생이라면 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1분은 버티길 바랬는데 저래서야 곧바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준형이 움직였다.


지면을 강력하게 차 순식간에 이동해 명치 부근을 노리고 날없는 검을 찔러온다.

날이 없고 가볍게 했다지만 커튼용 무기. 이걸 맞았다간 무사하진 못할 것이다. 적어도 경기장에 1분 동안은 꼴사납게 뒹굴어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관중들에게 네가 이렇게 약할줄은 몰랐다는 어필이라도 할까.'


여유만만한 생각을 하며 찌르는 이준형. 예상대로 가온은 약했다.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한 채 눈만 크게 뜨고 있다. 전에 이준형이 쏘아보낸 기운을 떨쳐낸 것으로 봐서 어느정도 실력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결국 그것뿐. 이준형에게 대응할만한 실력은 없었던 것이다.


이젠 더 이상 검을 피하지 못할게 분명한 거리까지 도달하자 이준형의 여유로운 웃음은 더욱 짙어졌고. 그리고.....


카앙!!


"음?"


경악이 아닌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한 의문스러운 신음. 이준형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해지 못했다.


'막았...어?'


대체 어떻게? 검은 명치에 서 몇센티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 순간에 검을 휘둘러 막아냈다고?

종이 한 장 차이라 막았다고 표현해야 할 만큼.간신히. 그리고 그 표정엔 당혹함이 어려 있는 것으로 보아 우연내지. 아니면 정말 사력을 다해 간신히 막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일격이 막힌 것에 찜찜함이 남았던 이준형은 다시 한번 뒤로 물러나 찌르기 자세를 잡았다.


"잘 막아냈군."

"......그렇게 잘 보이고 싶은 겁니까?"


가온의 내뱉듯한 말에 이준형은 순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미소지었다.

자신을 한방에 쓰러트려 관중들에게 잘 보이고 싶냐는 소리인 것이다.


"물론이지. 그렇지 않으면 이런 대회에서 열심히 할 의미가 없지 않...나!!"


말끝에 또 다시 돌진. 이번엔 아까보다도 빠르게. 더욱 정확하게 노렸고. 그리고.


"....."


이번엔 막아낸 게 아니마 몸을 틀어 피해버렸다. 이번에도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하게

회피한 가온. 한 번이라면 우연이겠지만 두 번은 아니다.


'어째서 최하위로 있던 거지?'


이걸 막거나 피할 실력이 있다면 적어도 1학년에선 최상위의 실력을 유지했어야 정상일 것인데.

1학년에 우수학생이던 심기현이나 퇴마 김씨 가문의 현재 입원해 있는 김현미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그들도 뛰어나긴 했지만 지금의 가온만큼의 대응력은 보여주지 못했었다.


'뭐 됐어. 그래봤자 내 우위인건 변하지 않아.'


격렬한 싸움을 연기해야 하는 것에서 진짜로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을 뿐이다.

이가온의 실력이 꽤 상당하다는 점이 오히려 기꺼웠다. 지금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자들에게 멋진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좋다.


"제법이군 가온군. 역시 그때 내 기운을 흘려넘긴 게 우연은 아니었던 모양이야."

"........."


대답하지 않고 이준형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가온.


'내 움직임을 놓치지 않겠다? 어디 한 번 그래보시지!'


이젠 더 이상 연기할 필요더 없겠다 냅다 달려든 준형은 또 명치를 노리는 척 하다가 오른쪽 팔꿈치를 노렸다.


카앙!


이번에도 종이 한 장 차이로 검을 튕겨냈으나 튕겨낸 반동을 이용해 몸을 빙글 돌며 왼쪽 팔꿈치를 노린다. 그걸 피해내는 가온을 쫒아 왼 다리. 오른다리. 다시 명치.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그걸 아슬하게 피해내고 검으로 쳐내는 가온. 심판마저도 학생레벨이 전혀 아닌 높은 수준에 넋을 잃고 두 사람의 공방을 바라보았다.


학교안에서 가온을 비웃거나 몇초 안에 끝날지 내기하던 학생들은 입을 딱 벌렸다.


"야...이가온 제법이지 않냐?"

"제법...정도가 아니라 대단한데? 너 지금 이준형이 어딜 노리고 휘두르는지 보여?"

"그러게. 난 저거에 대응 못 할 건데."


학교에 남아있던 학생들은 물론이고 밖에서 구경하던 우수학생들의 경악은 더 컸다.

실제로 눈앞에서 행해지는 만큼 이가온의 대응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기에.


"야. 쟤 최하위라며? 아니었어?"


이강호의 얼떨떨한 말에 서이현과 이유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경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이유나가 입을 열었다.


"그래봤자 준형이에겐 안 돼. 지금 겨우 버티고 있을 뿐이잖아?"

"그렇긴 한데...1학년에 저 정도라니. 진짜 제법이잖아."


세 사람 사이에서 학생회장이 불쑥 입을 열었다.


"쟤. 아직도 숨기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그건 과대평가야 회장."


서이현의 내뱉듯는한 거친 말투에도 회장은 아랑곳않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공방전을 보았다.


학생들만이 아닌 교사진들도 감탄 일색. 단상위의 귀빈들도 수군대고 있었다.


"수준이 매우 높군요."

"이준형군에 관해선 이전부터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지금보니 이가온군도 대단하군요?"

"만년 최하위의 성적이라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헛소문이었는지....."


그런 그들의 수군거림에 가장 얼떨떨해 하던 것은 다름아닌 가은이었다.

자신의 오빠가 저 정도 수준일지 전혀 몰랐던 가은은 이 기쁜 오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저 정도라면. 어쩌면 본가에서도.'


그만큼 지금의 공방전은 훌륭했다. 이준형의 공격이라면 가은도 저렇게 전부 대응해 낼자신은 없었다. 자신이라면 접근전을 허락치 않고 주술로 날려버리거나 할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전부 대응해내다니.

정부공인 순위권자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궁금했던 가은은 옆의 두 사람. 김류열과 가람을 보았다.


'어?'


그런데 두 사람의 표정이 자못 심각했고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기..두 분?"


가은이 조심히 그들을 불러봤지만 전혀 들리지 않는듯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대응해내고 있다...처럼 보이지만. 뭔가 다른데?'

'저건 마치.....'


김류열과 가람의 생각 와중에도 정신없는 공방전은 이어지고 있었다.

넋놓고 그걸 바라보던 임이나는 지금 자신이 뭘 하고 있었는지를 떠올리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뭐 하는 거야! 해설해야지!'


프로의식을 불태운 임이나의 크게 외쳤다.


[두 선수!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공방전을 보입니다! 이준형 선수의 폭풍처럼 몰아치는 공격에 대응해내는 이가온 선수!!]


임이나의 해설이 시작됨과 동시에 학교에서 탄성이 새어나왔다.

심드렁하던 분위기가 단숨에 열띤 것으로 바뀌었다.

최하위의 학생이 최상위의 학생에게 맞서는 동화같은 그림에.


그리고 그걸 직접 해내고 있는 이가온은 누구보다 더한 당혹감을 맛보고 있었다.


'이게 대채 뭐야?'


페인트를 섞어가며 상대가 식겁하도록 코앞까지 검을 휘둘렀다가 다른 곳으로 표적을 변경하는 이준형. 그 부위가 하나같이 맞으면 꽤 고통스러울 부위라는 것에서 그의 성격나쁨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런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게 뭐야?'


정신없이 찔러지는 찌르기. 그걸 한끗 차이로 간신히 피해내며 뺨에 식은땀이 맺혔다.


"슬슬 한계인가? 가온군!!"


신나게 검을 휘두르는 이준형을 보며. 이가온은 다시금 생각했다.


'이게 대체 뭐냐고?'


보통 학생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정확한 솜씨와 스피드. 그와 격렬한 공방전을 나누며 겨우 이기는 그림을 만들어 내자고 생각했던 가온.


그건 매우 힘들 일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가온은 그런 자신의 생각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지금 인식했다.


평범한 이가 본다면 한번에 세 군데를 노렸다고 생각할 만큼 빠른 공격을 몸을 틀어 회피하며 가온은 이를 악물었다.


'이건...이건...너무...약하잖아?!'


그랬다.

현재 가온은 이준형의 강함에 놀란 것이 아니라 그가 생각보다 약함에 깜짝 놀라고 있었다.

의문은 처음 시작부터였다.

도발을 할 대로 했으니 처음부터 강하게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그가 한 거라고는 그저 단순한 찌르기. 그것도 상당히 느린 찌르기다.


이렇게 도발했는데도 냉정한 사람이구나 싶어 그냥 막아냈고 도발이 먹히지 않음에 따라 가온이 물었던 것이다.


그렇게 잘 보이고 싶은 겁니까? 라고.

그건 자신과의 경기를 질질 끌어 멋지게 보이고 싶은 거냐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방을 나누며 깨달았다. 이준형은 지금 힘을 전부 내지는 않았을지언정 진심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그런 가온의 심정을 파악하고 있던 안내 시스템이 불쑥 말했다.


[에메라님이 그러셨었죠. 저번에 가족분들과 나누셨던 대화때. 마스터가 분발할리가 없다고.]

"........."


에메라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이가온의 수준은 붉은 커튼이라는 괴물이 아니더라도 학생 따위로는 쫒아올 수 없는 레벨에 있다는 것을.


이준형은 확실히 강하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프로의 세계에 가서도 당장 1인분은 할 것이다. 하지만 가온에겐 너무나 느리고 약해보였다.


'이렇게 되면. 분투를 벌이며 올라간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냐?'


몇년동안 최하위 행세를 했지만 대부분 압도적으로 져 주거나 했던 게 전부라 어떻게 하면 격렬한 싸움으로 보일지는 전혀 모르던 가온은 솔직히 이준형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 모양이어서야.


하지만 아직이다. 아직 이준형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주술을 쓰지 않았다.

그가 진심을 다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가온은 공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부러 빈틈을 보이자 이준형이 곧바로 찔러 들어온다. 역시나 수재다운 대응이다.


"자. 끝이다!"


머리를 노려오는 공격. 이제 끝을 낼때가 됐다고 생각한 것일까. 가온은 그 착각을 바로잡기 위해 대충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카앙!


"........."


순식간에 회장에 조용해졌다.

이준형은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고 입을 조금 벌린 채 가온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 있던 검은 훙훙 날아가 하늘을 활공하더니 이내 바닥에 땡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어?"

'어는 무슨 어야 이 허접새끼야!!'


가온은 속으로 열불을 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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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시험 15 +4 18.01.22 386 12 12쪽
132 시험 14 +5 18.01.19 381 11 13쪽
131 시험 13 +4 18.01.18 371 11 10쪽
130 시험 12 +6 18.01.16 359 10 13쪽
» 시험 11 +4 18.01.16 35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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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시험 9 +4 18.01.12 374 10 16쪽
126 시험 8 +2 18.01.11 376 9 10쪽
125 시험 7 +2 18.01.10 369 8 12쪽
124 시험 6 +3 18.01.09 352 9 10쪽
123 시험 5 +5 18.01.08 422 9 11쪽
122 시험 4 +2 18.01.05 382 10 12쪽
121 시험 3 +3 18.01.04 405 6 12쪽
120 시험 2 +2 18.01.03 379 8 10쪽
119 시험 1 +4 18.01.02 410 10 10쪽
118 주목 6 +7 17.12.29 443 8 10쪽
117 주목 5 +2 17.12.28 366 9 9쪽
116 주목 4 +5 17.12.28 376 10 11쪽
115 주목 3 +6 17.12.26 533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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