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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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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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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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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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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시험 12

DUMMY

상공위를 날고 있는. 누구봐도 평범한 조그마한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새에게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유심히 살펴보았다면 이상함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야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경기장을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었으니까.

그 새는 보통 새가 아닌 사역마였다.


'뭐. 이럴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리고 그 사역마의 주인. 이자견은 가온의 실력을 보고 그렇게 평가했다.

애초에 장 첸 같은 정부공인 순위권자 상대로도 한순간이라지만 밀리기는 커녕 오히려 당황시키는 모습을 보였었다. 학생레벨이 상대가 될 리가 없다.


한달의 시간을 준다고는 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명성을 쌓을 것 같았다.


'이왕이면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안 될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이자견을 의심해 감시망을 구축한 재무진인데 여기서 이자견이 가온을 만나러 갔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불보듯 뻔하다.


'그래도 잘 하고 있으니까.'


가온과 이준형의 공방전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하던 이자견은 다음 순간 이준형의 손에 있던 검이 저 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고 눈을 끔뻑댔다.


'으음...혹시나 하는 거지만. 저 사람. 자기 실력이 지금 어떤 수준인지 잘 모르는 건가?'


이자견도 가온이 어디까지 강한지는 잘 모른다. 허나 가온은 본인의 실력이면서도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긴. 맨날 최하위 연기하며 경쟁을 포기했으니 알 새가 없었나.'


그래서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진 거다. 굳어진 분위기의 경기장을 보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이자견은 흥미진진해했다.









"야...저거."

"진짜야?"


우수학생들이 수군거리는 가운데. 서이현이 입을 열었다.


"저런 거 우연인게 당연하잖아. 어쩌다가 럭키펀치가 터진 것 뿐이라고."

"그, 그치~?"


이강호도 옆에서 맞장구쳤다.

단상 위에 있던 김류열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대단한데?"

"응."


그런 류열에게 동조하는 가람. 그리고 그런 그들의 대화조차 듣지 못할 정도로 놀란 가은.


접근전에서만큼은 자신보다 뛰어난 이준형도 순간적으로 검을 놓쳤다. 자신이라고 다를까? 그만큼 방금 전 가온의 공격은 매서웠다.


"우연이겠지?"


그러나 이 학교의 누구보다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당사자인 이준형 이었다.


'지금. 무슨 일이?'


끝장을 내기 위해 달려들었고.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무기를 손에서 놓치고 있었다.

떨리는 얼굴로 눈앞의 상대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걸 직접 해낸 이가온은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기쁜 것 같기도 짜증나는 것 같기도 한.


'실망? 실망이란 감정인가?'


순간 분노가 용암처럼 샘솟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심판이 자신을 빤히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차! 무기를 너무 오래 놓고 있었어. 현장에서 이런다면 그것보다 얼간이 짓은 없을 터.'


한번 반격당했다고 벙쪄있는 자신을 보고 어떤 평가를 내렸을지는 뻔하다. 굴욕감을 삼킨 이준형은 곧바로 몸을 뒤로 빼 자신의 무기가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물러서면서도 가온을 주시하는 듯한 동작을 한 것은 물론이다.


단상에서 그런 이준형을 지켜보던 가람이 중얼거렸다.


"거기까지 가서도 우연이라 생각하고 품위를 중시하는 건가."



그런 가람의 말을 알리가 없는 이준형은 떨어진 검을 집어들고 심호흡했다.


'그래. 우연일 게 분명해. 그도 그럴게 넌 최하위 이가온이다. 지금 그 표정도 자신이 어떻게 그걸 해냈는지 기이해서 짓는 거겠지.'


그래도 신중해서 나쁠 건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준형은 이번엔 그저 끝내기 위해 대충 공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절기를 담았다.


"흡!"


한호흡에 상대 지척까지 다가간다. 그것까진 아까와 똑같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 현란한 검.


아까 전 세방의 공격을 한번에 했던 것처럼 보이게 하는 스피드보다 훨씬 빠른 스피드.

십수개의 참격이 사방에서 가온에게 쇄도한다.


그 참격은 일반 학생들에게도 눈에 띄일 정도로 선명했고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저런 재주가 있었다며 감탄했다.


그리고.


카앙.


[어? 어어?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뭔가 파바밧 휘둘러졌는데...이가온 선수. 막았습니다!!]


관중들의 마음을 대표하듯 임이나의 당황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


그런 절기를 간단히 막아내고 의아한 표정을 지은 가온을 보고. 마침내 이준형이 폭발했다.


"이 새끼!! 나랑 장난하자는 거냐아!!"


분노에 몸을 맡겨 미친듯이 검을 휘두르는 이준형. 가온은 그걸 황급히 피하고 막았다.

하지만 역시 너무 느렸다.


'머리...아니. 목이군.'


위에서 내려오는 참격이 슬로 모션처럼 보인다. 어디를 노리는지 사전에 이미 알 수 있었다.


'다음은 팔. 다리. 이번엔 페이크를 섞어서 다시 팔......'


페이크를 섞는순간 찌를수도 있었지만 가온은 그러지 않았다. 이게 이준형의 진짜 실력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아직도 긴가민가했기 떄문이다.


이렇게 분노한 모습을 보면 아마 진짜일 게 확실하지만.


'이게 전부야? 학교 최강자라던 놈의 실력이 이거냐고?'


아까 전 사방에서 날아오던 공격도 가온의 눈에는 대체 뭐 하는 건지 싶었다. 그렇게 잔상으로 보일 정도로 휘두를 수 있으면 그걸로 그냥 한방에 모든걸 담아 휘두르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서. 물론 그렇게 휘둘러도 별 다른 위협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느리다 못해 하품까지 나오는 공격들을 이제 검으로 막지도 않고 몸으로 슥슥 피해내는 가온은 기가 막혔다.


'얕보고 있어. 이 개새끼.'


이준형은 열불이 터질것 같았다. 이젠 검으로 막지도 않고 슥슥 피해내는 가온을 보고 그는 생각을 바꿨다.


눈앞의 놈이 최하위의 쓰레기일리가 없다. 단기간에 실력에 는 건지 지금껏 이빨을 감추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놈은 강하다.


그걸 인정한 이준형의 몸이 푸른 기가 띄었다. 심판의 미간이 꿈틀했다.


[이준형 선수의 몸이 푸르게 빛나네요?! 저게 뭐죠?!]


임이나가 옆에 앉아있던 분대장에게 묻자 그가 조용히 대답했다.


"주술을 응용해 몸의 신체스팩을 올린 겁니다. 커튼 사냥꾼을 물론이고 수련생이나 학생들도 조금이나마 다들 할줄 아는 기본 중 기본이지만. 저 정도로 빛난다는 것은 그 수준이 매우 뛰어나단 것입니다."


매우 뛰어나다는 말을 증명하듯 검이 아닌 발이 스쳐지나간 바닥에 부셔지고 검으 휘두를 때마다 폭발하는 것처럼 펑펑 소리가 났다.

그 살벌한 맹공에 가온은 속수무책으로 밀리기만 했다. 이제 한끗 차이로 피하면 공기가 터져 그것만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기에 몸을 크게 뒤틀며 피하고 있었다.

검으로 막자 그대로 주우욱 밀려난다.


그 모든 공방을 보던 김류열은 놀라고 있었다.


"저 나이에 저렇게까지 하다니. 역시 수재구만."

"네 주먹에 맺힌 빛도 저거랑 같은 맥락이잖아? 넌 언제부터 저거 할 수 있었더라?"

"에이. 나도 저 나이때는 이미 할 수 있었수. 저렇게 자연스럽게는 못했지만......역시 뛰어난 인재란 말이야. 커튼 사냥꾼이 된다고 하면 좋을텐데 그런 생각은 없어 보이니 아쉬워."


그러나 옆에 서 있던 가은은 그렇게 태평이 있을 수 없었다.


"시, 시합 중지시켜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러다간."

"응? 저러다가 뭐?"


진심으로 의아한 듯이 되묻는 가람에게 가은이 빽 소리질렀다.


"저라다간 크게 다칠 게 분명하잖아요!"

"헤에~가은이 너 오빠 싫어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구나?"

"그런 게 지금 무슨 상관이에요!"

"그야 냉정했다면 지금 누가 유리한지 한눈에 알았을 테니까."

"네?"

"잘 봐봐. 네 오빠가 정말로 너나 이준형보다 약하다고 생각해?"


가람의 여유로운 미소를 보고 가은이 다시 경기장을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시종일관 밀리고 있지만 유효타는 하나도 없다. 아니. 내줄 것 같지가 않다. 가온은 호흡 하나 흐트러져 있지 않았다.


'왜냐! 왜야!'


이 주술의 폭발은 이준형의 비장의 한 수. 나중에 이강호나 서이현등의 강자들을 상대할 때 사용하기 위해 아껴둔 것이었다.

이 비기를 사용한다면 프로 커튼 사냥꾼. 더 나아가 정부 공인 순위권자라도 쉽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아직도 그렇게 여유롭지? 대체 뭐냐?'


크게 몸을 틀며 피하는 가온이었지만 이준형은 알았다. 놈에게 현재 위기감은 없다. 자신은 놈에게 압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아니! 연기일 게 뻔하다! 학생 레벨에서 이것에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놈이 있을쏘냐!'


이젠 연기따위 전부 집어치운지 오래다. 사력을 다해 이가온을 이기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이준형.그런 그를 보던 가온은 멍하니 생각했다.


'어떻게 무승부를 할까?'


지금 가온의 눈에 이준형이 너무나 약해보이긴 했지만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가면 그가 압도적 강자라고 가온은 잘 알았다.


지금 그가 사용한 주술의 폭발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는 자신이 괴물이라고 가온은 생각했다.


'자뻑이지만. 그게 사실이군.'


지금의 자신은 괴물이다. 커튼화가 아니더라도.

주술을 폭발시켜 맹공을 퍼붓는 이준형에게 조금의 위협도 느끼지 못한다. 그래. 자신은 이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들을 봤던 것이다.


김류열이나 호운에 비하면 이건 어린애 장난보다 못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악몽같았던 적. 상어이빨에 비하면......


'하지만 이런 걸 쉽게 이겨버리면 나에게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있겠지.'


재무진을 떠올리고 본가에서 자신을 비웃고 있을 '그 여자' 와 다른 녀석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1회전에서 지면 모양이 빠질테니 무승부인 방향으로 가고 싶었다.

현재 서로 유효타가 없으니 0점인 상황. 제한시간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무승부를 어떻게 낼까.


'아. 좋은 방법이 있잖아?'


아까전 무기를 튕겨 날려버렸을 때 심판이 노려보던 것을 기억해냈다. 무기는 곧 생명. 그게 부셔진다면......


'설마 주먹다짐을 하라고 하진 않겠지 뭐.'


하지만 서로의 무기가 더 이상 휘두를 수 없을 정도로 파손시킨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쪽만 파괴시킨다면 모를까.


'그래도 지금의 내 수준이라면.'


자신의 힘을 믿은 가온은 기회를 노렸다.

가온의 눈빛을 보고 뭔가를 노리고 있다고 안 이준형은 더더욱 광분했다.


"그래!! 어디 이것도 막아봐라!!"


그의 검에 푸른빛이 맺혔다.


[검에도 푸른 빛이 맺힙니다! 저게 대관절 뭘까요?!]


옆에 있던 분대장도 놀랐다.


"설마 주술을 무기에 옳길 수 있는 경지까지......"


자신의 것인 몸과 무기물에 주술을 응용하는 건 엄청난 난이도 차이가 있다. 그걸 해내다니. 하지만 동시에 걱정되었다. 시합을 중지시켜야 한다.

저것에 맞으면 날이 있든간에 얼마나 가볍게 했건간에 즉사다.

분대장이 일어난 순간. 가온이 공격 자세를 잡았다.


이 경기에서 가온이 처음으로 명확하게 취한 자세에 중지시키려고 일어났던 분대장은 못막힌 듯 멈췄다. 그가 무슨 공격을 할지 기대되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일을 그르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이협의 아들 이가온. 그리고 이현수의 조카 이가온이 어떤 수단으로 맞설지 알고 싶었다.


모두의 기대속에 이가온이 취한건. 그저 힘껏 휘두르기.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학생들이나 웬만한 수준의 프로 커튼 사냥꾼들도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은 알았다.


저 공격의 수준을.


김류열과 가람의 두 눈이 크게 팽창했고 옥상에서 지켜보단 아이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서걱.


경기장에 울린 것은 그런 둔탁한 소리였다. 누군가가 베인듯한 선명한 소리에 경기장은 완전침묵에 빠져들었고.


땡그랑. 땡강.


바닥에 굴러다니는 무언가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몇 사람이 그게 부러진 칼날이란 걸 깨달았을 때엔. 이미 결판이 나 있었다.


"아......"


이준형의 허망한 소리와 시선끝에는 검날이 깔끔하게 잘려나간 검이 들려 있었다.

망연자실한 이준형이 주저앉음과 동시에 가온이 생각했다.


'......어라? 이 정도면 될줄 알았는데.'


아직도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을 잡지 못했던 가온은 심판이 자신을 승자라고 칭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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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시험 16 +4 18.01.25 379 12 13쪽
133 시험 15 +4 18.01.22 386 12 12쪽
132 시험 14 +5 18.01.19 381 11 13쪽
131 시험 13 +4 18.01.18 371 11 10쪽
» 시험 12 +6 18.01.16 360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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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시험 9 +4 18.01.12 374 10 16쪽
126 시험 8 +2 18.01.11 376 9 10쪽
125 시험 7 +2 18.01.10 369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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