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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별 님의 서재입니다.

딸 대신 용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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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별
작품등록일 :
2021.04.06 18:39
최근연재일 :
2021.04.21 19:4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218
추천수 :
24
글자수 :
100,896

작성
21.04.2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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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붉은 띠 도적단 (2)

DUMMY

성검이 타이스를 노린다.


그러나 여유롭게 웃으며 어느새 위치를 바꾼 타이스가 로먼의 뒤에서 웃어댔다.


"신기하지? 내가 배운 유일하지만 유용한 마법이야."


이번엔 타이스가 던진 단검을 로먼이 성검으로 쳐냈다.


"...."

"먼저 공격하라고? 원하는 대로!"


또다시 날아오는 단검을 성검으로 막아낸 순간, 한쪽 벽에서 단검 여러 개가 로먼에게 쇄도했다.


타이스만이 발동시킬 수 있는 함정인 듯했다.


"큿!"


날아오는 방향으로 가까스로 성검을 옮겨 그레이트 소드 형태로 바꾼다.


단검들이 성검의 넓어진 검신에 막혀 후두둑 떨어졌고, 타이스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워우... 저번에도 봤지만 신기한 검이네. 돈 좀 썼겠어?"

"...."


화를 돋우려는 듯, 눈앞의 도적이 쉴 새 없이 떠들어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로먼.


날아오는 단검을 쳐내니, 다른 단검이 얼굴을 노려온다.


몸을 뒤로 빼서 회피하고 롱소드로 되돌린 성검을 빠르게 휘둘렀더니, 이번엔 상대가 뒤로 드러눕듯 피하며 발차기를 해왔다.


발목을 잡은 뒤, 가슴에 칼을 꽂으려는데 타이스가 또 사라지면서 거리를 벌렸다.


'나름 두목이라고 만만한 녀석은 아니군.'


형식 없이 자유분방한 싸움 방식. 그때그때의 상황마다 판단하고 움직이는 로먼의 방식과 닮아있다.


거기에 도적 특유의 기민함과 유연함이 더해지니, 공격을 성공시키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반면 진지한 로먼과 달리, 상대는 여유가 넘쳤다.


'이 정도의 실력은 흔치 않은데. 그래도 나만큼은 아니지.'


허리에 찬 주머니에 손을 가져가는 타이스.


꺼낸 것은 지금까지와 같은 단검, 허나 로먼은 자세히는 몰라도 거기에 미세한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다시 간다!"


타이스가 돌진해온다.


공격을 대비하는데, 어느 정도 거리에서 멈춰 서더니, 숨겨놨던 모래를 뿌렸다.


로먼은 성검을 크게 만들어 얼굴로 튀는 모래를 막아내자마자, 다시 롱소드로 바꾼 뒤 적의 위치를 예상해 칼날을 뻗었다.


"어이쿠!"


허나, 도적의 반응 속도는 놀라울 만큼 빨랐다.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엉덩이를 쭉 빼니, 나아가던 성검의 끝이 타이스의 배 앞에서 멈추었다.


'이번엔 좀 위험했네.'


바로 그때.


'응?'


그레이트 소드로 변하는 성검.


원래라면 두 배가 넘게 길어진 칼날에 타이스의 배가 꿰뚤려야 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았다.


타이스가 아슬아슬하게 마법으로 위치를 바꾼 것이다.


"이야, 그건 생각 못 했네. 잔재주도 부릴 줄 알았어?"


작게 혀를 차는 로먼.


살기를 피해 약간 고개를 기울이자, 그 옆으로 단검이 찌르고 들어왔다.


가까이서 단검을 본 로먼은 느끼고 있던 차이가 뭔지 깨달았다.


'단검 끝에 무언가를 발라놨군.'


"오오, 이제 봤어? 우리 도적단 특제 독이야. 한 번 찔리면 전신이 마비되고, 아무리 길어도 십 분이면 안녕이라고."


둘의 공방전은 계속됐다.


두 사람은 집요하게 서로의 빈틈을 노리면서도, 상대에겐 공격의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꼼꼼하게 움직였다.


타이스가 공격하면 로먼이 받아내고, 로먼이 반격하면 타이스 쪽이 되받아친다.


마침내 로먼의 검이 들어가겠다 싶으면, 타이스가 마법으로 빠져나가며 싸움을 이어갔다.


여전히 로먼은 침착했지만, 상대가 일개 도적단의 두목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실력자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덩치에 맞게 체력도 좋네. 슬슬 지칠 때 안 됐어?"


타이스는 여전했다.


헤실 거리는 얼굴로 쉬지 않고 말을 걸며, 로먼이라는 바위를 단검으로 몇 번이고 두들겨댔다.


바위는 흔들림 없이 단단했지만, 타이스는 전혀 조급하지 않았다.


'깨지지 않는다면 깨질 때까지 두드리면 되는 법이지.'


전투 경험이 풍부한 그는 집중력을 요하는 장기전에 자신이 넘쳤다.


'약간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이 독에 바로 뒤지는 거야.'


로먼 역시 전생의 경험 덕에 장기전은 문제없었지만, 이대로 가면 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과감함이 필요하겠군.'


날아드는 단검과, 몸을 노리는 또 다른 단검을 연이어 피하고 바로 성검을 휘두른다.


이번에도 가볍게 피해낸 타이스의 눈이 번뜩였다.


방금 로먼의 공격엔 여태까지와 달리 힘이 가득 실려있었고, 검이 빗나가니 자연스레 빈틈이 발생한 것이다.


'새끼, 조급했네. 싸움은 결국 멘탈 강한 놈이 이기는 거야!'


벌처럼 날아드는 타이스의 단검이 로먼의 옆구리를 파고들어 피를 머금었다.


'나이스! 끝이다!'


이제 상대는 즉시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시간이 경과되면 그대로 죽게 된다.


이제 싸움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으니, 상대가 힘을 잃고 주저앉으면 어떻게 해줄지 생각해본다.


'일단은 귓방망이를 한 대 날려줄까.'


라고 생각한 순간.


'엇!?'


갑자기 나타나 시야를 집어삼키는 무언가.


그것이 로먼의 손이라는 사실을, 타이스가 깨닫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말도 안 돼! 독에 찔렸는데 움직인다고!?'


악력이 너무 세서 얼굴이 터질 것만 같다.


맹수의 입처럼 타이스의 얼굴을 삼킨 손이 타이스를 그대로 벽에 처박아버렸다.


"커하악! 아아악!"


비명과 함께 벽면에 선혈이 퍼진다.

타이스가 고통에 떨며 팔을 휘젓지만, 손 때문에 보이질 않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게 세 번을 더 벽에 처박히고 나니, 붉은 띠 도적단의 두목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손이 벌어지자, 이미 숨이 끊어진 몸뚱이가 널브러진다.


로먼은 어지러움과 구역질이 날 것 같은 감각을 억눌렀다.


일부러 단검에 찔리고, 방심한 상대를 붙잡는 것이 그가 생각한 과감한 수였다.


단검의 독이 상대의 허풍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독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 것은 더욱 아니었다.


다만, 왠지 모르게 단검에 찔려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어쩌면 정도가 아니라 아주 강하게.


"...빨리. 빨리 나가야겠군."


타이스의 시체에서 루비를 챙기고 일어서는데, 어지러움이 더 심해진다.


감기려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고, 풀릴 듯한 근육을 다그친다.


'그래도 이 정도면 움직일 만해.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빠져나가야겠군.'


그런 생각과 함께 문 쪽으로 향하려던 로먼이 멈춰 섰다.


우웅! 우우웅!


'뭔가 있는 건가.'


성검을 들어 올리는데, 독 때문에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무겁게 느껴진다.


진동이 강해지는 쪽은 타이스 때문에 가지 못 했던 장물 창고 통로였다.


좁은 길을 통과한 곳은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었다.


다양한 빛깔의 보석은 물론, 특이하게 생긴 갑옷이나 무기, 장신구 등이 가득하다.


그중에 성검의 관심을 끄는 것은 벽 한쪽에 걸려있는 붉은 색의 망토였다.


후드가 달려있고, 로먼이 걸쳐도 정강이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다.


둔해진 손으로 망토를 집어 들고 나서야 잠잠해지는 성검.


'...이왕 온 김에 다른 물건도 좀 챙겨볼까.'


라는 생각도 잠시, 갑작스레 덮쳐 온 어지러움이 덮쳐왔다.


몸이 휘청거려 균형을 잡기 위해 벽을 짚는데, 손으로 누른 부분이 쑤욱 들어가는 바람에 오히려 넘어질 뻔했다.


이상한 벽에 욕을 할 법도 했지만, 로먼은 그러지 않았다.


그 덕분에 벽에 숨어있던 또 다른 문이 열렸으니까.


문 너머를 보니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도적단 소굴의 최하층에 숨겨진 계단이라면.


'...비밀 통로?'


로먼은 망토를 든 채로, 계단 쪽으로 움직였다.


다른 챙기지 못한 물건들이 아쉬웠지만, 어지러움이 더 심해지기 전에 여길 벗어나야 했다.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계단을 끈질기게 오르자, 숲의 밤공기가 반겨준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아도, 독이 강하기 때문인지 몸의 힘은 점점 빠져나가고 있었다.


"크흡."


'다른 놈들한테 들키기 전에 빨리 벗어나야 해.'


진흙탕 위를 걷는 듯 발 한 번 한 번 떼는 것도 숨이 차다.

그래도 의지 하나로 점차 어두워지는 시야 속을 억지로 나아간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 정도면 많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로먼은 깊은 잠에 빠졌다.



#



"...오! 일어났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로먼이 눈을 떴다.


천장을 보니 익숙한 장소, 아탐브 여관의 방이었다.


"역시 내 극진한 간호가 효과가 있었어!"


숲에 있었을 땐 깨질 것 같던 머릿속이 숙취라도 끝난 것처럼 상쾌하다.


"이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주머니에 손을 넣어본다.

다행히 루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야!"


'...시끄럽군.'


로먼은 옆에서 나는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이 다름 아닌 붉은 띠 도적단의 민머리였기 때문이었다.


"시끄럽다. 입 좀 다물어라."


힘든 일을 겪은 뒤 눈을 떴을 때 옆을 지켜준 사람이 엘레나였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뭐라고? 지금 생명의 은인한테 무슨 소리냐! 내가 널 숲에서 여기까지 옮겨왔다고."


그 말대로, 로먼이 여관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민머리 덕분이었다.


자신을 쫓던 도적들을 따돌린 뒤에 뭘 해야 할 지 몰라 숲을 서성이던 중, 쓰러진 로먼을 발견한 것이다.


"너무 무거워서 그냥 던져버릴까 싶었지만, 참고 데려온 거야. 넌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야 해."


노골적으로 자기 공을 자랑해대는 게 뭘 원하는지 뻔히 보인다.


로먼은 금화 여러 개를 꺼내 건넸다.


"자, 이제 그만 가봐."

"오오! 고마워! 참고로 네 옆구리의 상처도 내가 약초를 직접 발라준 거야. 고마워하라고."

"그렇군. 독도 네가 치료해준 건가?"


같은 도적단 출신이라면 해독 방법을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독이라니, 무슨 독?"

"네 두목이 쓰는 독 말이다."

"대장의 독에 맞았다고? 말도 안 돼! 그건 치료가 불가능한 독이야!"


로먼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분명 자신은 독을 바른 단검에 옆구리를 찔렸다.

미칠 듯한 어지러움과 구토감도 느꼈다.


그것은 결코 착각이라 할 수 없는 강렬한 감각이었다.


'아.'


멜렌디츠로 가던 길, 왕 철퇴 바스를 죽였을 때가 떠오른다.


성검이 빛나고 그 빛을 흡수했었지만,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아직도 모르는 상태.


'그게 설마?'


그런 의심을 하니, 어둠 속에서 문을 열듯 시야가 새하얗게 변한다.


병상에 누워있는 엘레나.

그녀를 옆에서 지켜보던 의사가 말했다.


"스콜피온의 맹독은 퍼지는 속도가 빨라서 한 번 닿으면 끝입니다. 이렇게 살아있는 게 신기하군요. 몸에 쌓인 피로만 해소되면 바로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여관의 침대 위.

여전히 놀란 얼굴로 있는 민머리가 다시 눈에 들어오니 불쾌하다.


'어쨌든 몸에 독이 퍼져도 괜찮다고 이해하면 되겠지.'


그래도 기절까지 했던 걸 보면 완전한 내성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정보는 그때그때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속으로 그렇게 불평해봐도 성검과 대화가 가능한 게 아니니 의미가 없다.


"내가 얼마나 누워있었지?"

"네가 길드에 쳐들어가고 이틀 째야."


'그럼 내일까지가 기한인가. 바로 영주를 만나러 가야겠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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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띠 도적단 (2) 21.04.21 11 0 11쪽
17 붉은 띠 도적단 (1) +1 21.04.20 14 1 12쪽
16 영주, 도적단, 민머리 +1 21.04.19 21 2 11쪽
15 아탐브, 여관, 민머리 +1 21.04.18 26 1 13쪽
14 멜렌디츠의 점술가 (2) +1 21.04.17 27 1 13쪽
13 멜렌디츠의 점술가 (1) +1 21.04.16 60 1 14쪽
12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7) +1 21.04.15 65 1 13쪽
11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6) +1 21.04.14 46 1 15쪽
10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5) +1 21.04.13 49 1 14쪽
9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4) +2 21.04.12 57 2 13쪽
8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3) +1 21.04.11 63 2 14쪽
7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2) +1 21.04.10 47 1 13쪽
6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1) +1 21.04.09 74 1 12쪽
5 진동 +1 21.04.08 81 2 14쪽
4 출발 +1 21.04.07 99 2 13쪽
3 구체화 +1 21.04.06 116 1 12쪽
2 환생 +2 21.04.06 177 2 13쪽
1 프롤로그 +2 21.04.06 186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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