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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별 님의 서재입니다.

딸 대신 용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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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별
작품등록일 :
2021.04.06 18:39
최근연재일 :
2021.04.21 19:45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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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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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0,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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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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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7)

DUMMY

드완이 마른 침을 삼켜 넘겼다.

아끼던 부하기사와 검을 맞대야 하는 불편한 상황.


인간으로서의 정이 그를 망설이게 했지만, 기사란 해야 할 일 앞에서 흔들려서는 안 되는 법이기에 마음을 다잡았다.


여전히 알딘은 정신이 나간 듯한 얼굴로, 백작을 지키고 서 있었다.


"드완 경...."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던 때, 입을 연 것은 의외로 알딘이었다.


"머릿속이 너무 시끄럽습니다. 마족들이 제게 자꾸 명령을 합니다. 백작님을 따르라고, 경을 공격하라고 말입니다."


멍하던 알딘의 눈빛엔 슬픔이 서려 있었다.


"언젠가 경께서 말씀하셨죠. 참된 기사는 항상 정의의 편에 서야 한다고.... 저는 참된 기사가 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자네는 잘못한 것이 없네."

"알딘 경. 지금 경의 말은 이 몸 앞에서 하기엔 부적절한 것 같은데? 어차피 내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으니 이번엔 넘어가 주겠지만 다음부턴 입을 조심하도록. 자, 이제 그만 떠들고 제압해."

"크윽... 아아아!"


백작의 명에, 비명을 지르던 알딘의 눈이 다시 공허해졌다.

그리고는 무언가에 홀린 듯, 공격해왔다.


"크흡!"


역시 훈련 때와는 들어오는 힘 자체가 다르다.

공격을 받아낸 드완이 빈 공간으로 검을 찔러넣었지만, 순식간에 따라온 알딘의 검이 막아섰다.


이어지는 검격을 회피한 드완이 다시 반격했지만, 알딘은 무리 없이 흘려냈다.


'역시 만만치 않아.'


두 기사는 계속해서 검을 주고받았다.


신참의 기세가 매서웠지만, 베테랑 기사는 쌓아온 실력과 경험을 발휘해 대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금씩 드완이 밀리기 시작했다.

알딘의 실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약 때문인가? 검을 부딪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군!'


일직선으로 날카롭게 찌르며 들어오는 검 끝.


그것을 쳐내고 빠르게 몸을 회전시킨 드완이, 그대로 힘을 실어 상대를 노렸다.


허나 이번엔 알딘이 몸을 돌려 회피하고는 응수했다.


"큭!"


드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금이라도 방어가 늦었다면, 혹은 힘이 부족했다면 그대로 갑옷 사이를 찔렸을 것이다.


'여기까진가.'


베테랑 기사는 자신이 신참에게 따라잡히는 시기가 결국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사실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알딘은 아직 자르고처럼 마족으로 변신하지도 않은 상태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어지는 상황은 드완의 예상과 달랐다.

분명 상대는 점점 강해지는데 어째서인지, 이전보다 수비하기가 수월했다.


'온다!'


알딘의 칼날이 공기를 가르며 쇄도한다.

허나 노리는 곳엔 이미 드완의 검이 있었기에 쉽게 막히고 말았다.


'뭐지?'


손끝에 느껴지는 위화감.

그것은 직후에 또다시 찾아왔다.


이어지는 검격이 드완의 검으로 날아와 부딪힌 것이다.


'검로가 단순해져서 읽기가 쉬워졌다. ...그게 아니야!'


일부러 막기 쉬운 곳을 노리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드완의 눈에 알딘의 얼굴이 들어왔다.


슬픔과 절망이 뒤섞여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


그 순간, 눈에 보인 또 다른 것은 알딘이 검을 크게 휘두르는 탓에 생긴 빈 공간이었다.


지금의 알딘이라면, 아니 약을 먹지 않은 평소의 알딘이라도 결코 보일리 없는 허술한 움직임.


드완은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일부러 빈틈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알딘 경!'


어린 기사는 저항하고 있었다.

인간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백작이 약하다며 비웃던 정신력으로 처절하게 싸우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내주면서까지 기사로서의 신념을 지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뜻 검이 나가지 않는다.

마족이 되는 약을 먹었다 해도, 상대는 지금까지 함께 해온 동료이기에.


그러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았고, 결단을 내려야 했다.


찰나의 망설임을 접고, 결국 드완의 검이 움직였다.


갑옷의 이음쇠 사이로 칼날이 깊숙이 파고들고, 알딘의 옆구리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커헉! 드, 드완 경...."

"...알딘 경."

"저는... 참된 기사가 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인간으로 남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자네는 정의를 져버리지 않았어. 자네야말로 참된 기사야."

"고맙... 습니다."


알딘이 쓰러졌다.


먹먹함이 차올라 가슴을 쑤셔온다.

하지만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만 있을 시간은 없었다.


백작이 반대쪽 문으로 달아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드완의 시선이 옆으로 옮겨갔다.


놀 인간이 된 자르고와 로먼이 전투를 하는 중이었다.


'도와야 하나? 아니야. 율네스를 잡아야 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로먼이라면 걱정할 것 없다. 그렇게 판단한 드완은 백작을 쫓기 시작했다.



#



"뒤져! 뒤지라고!"


거침없이 맹공을 퍼부어대는 자르고.

맥없이 막혔던 처음과 다르게 그는 서서히 로먼을 밀어붙이는 중이었다.


'약의 힘이 거짓말은 아닌가 보군.'


로먼은 쉬지 않고 날아드는 도끼날을 그레이트소드 형태의 성검으로 받아내는 중이었지만, 반격의 틈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검붉은 털에 뒤덮인 거대한 팔뚝에 어울리게 자르고의 도끼가 강하고 빨라서였다.


로먼의 성검 역시 크기와 무게에 비하면 신속했지만, 약의 힘으로 강력해진 자르고의 속도를 따라가기엔 다소 모자랐다.


'실험체를 죽여서 강해지지 않았다면 진작에 당했을지도 모르겠어.'


그렇다고 속도를 올리기 위해 원래의 성검으로 맞서자니, 평범한 롱소드로 저 거대한 도끼를 맞받아치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놀 우두머리와의 전투를 떠올려보면, 적의 몸에 칼자국 하나 못낼 가능성도 있었다.


"하하! 뭐하냐! 반격하지 않고!"


사람 몸통보다 큰 도끼가 머리 위로 떨어진다.


성검을 들어 올려 막아냈지만, 공세로 전환할 틈은 없다.

이미 다른 방향으로 들어오려는 도끼를 따라 검을 옮겨 방어해야 한다.


그렇게 두 번째 공격을 막고 나면 벌써 반대쪽으로 도끼날이 날아오기 시작해, 상체를 숙여 피한다.


물론 그다음도 여태까지와 같다. 또 방어를 하거나 회피한다.


'점점 힘도 속도도 강해지고 있다. 빨리 끝내야 해.'


휘몰아치는 도끼로부터 몸을 지키며 해법을 고민하던 로먼의 눈이 번뜩였다.


'...한 번 해볼까.'


지금까지와 같이 자르고의 도끼를 로먼의 성검이 막아낸 순간이었다.


'막아도 소용없다, 잔챙아!'


자르고가 빠르게 도끼를 옮겨 다시 공격을 하려던 때.


촤아악!


공중으로 검붉은 핏방울이 튀었다.


"아니!"


당황한 자르고가 뒤로 물러났다.


원래라면 로먼은 이쪽의 속도를 따라오느라 바빠서 반격할 틈도 없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의 가슴팍은 일자로 그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상황 파악이 안 된 자르고는 고통을 억누른 채, 다시 달려들었다.


그런데 결과는 똑같았다.

도끼가 검에 막힌 뒤, 빠르게 연타를 날리려는데 가슴에 칼로 썰리는 격통이 몰려왔다.


"커허억!"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순간 검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건가!?'


"이 망할 새끼가!"


포기를 모르고 덤벼들었지만,


"끄아악!"


가슴에 칼자국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었다.


"이런 젠장!"


'검이 사라진 게 아니야! 형태가 바뀐 거다!'


좀전의 로먼은 도끼 공격을 성검으로 받아내자마자, 그레이트소드에서 롱소드로 변환시켰다.


그리고 가벼워진 성검을 빠르게 상대의 빈틈으로 휘둘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검날이 자르고의 몸에 닿기 직전에, 그레이트소드 형태로 다시 변형시켰다.


무거운 도끼는 그레이트소드로 막아내고, 검을 움직일 땐 롱소드로 되돌려 빠른 속도와 세심한 움직임을 챙긴다.

또한 공격이 들어갈 때에 맞춰 그레이트소드로 바꾸어 파괴력을 극대화한다.


모습이 바뀌는 성검의 특징을 최대로 활용한 전략이었다.


이 일련의 과정이 순식간에 일어났으니, 자르고가 검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고 착각을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카앙!


자신의 무기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소리.

이번엔 로먼이 아닌 자르고에게서 난 것이었다.


반격을 하기 위해, 자르고의 팔뚝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이미 위치를 바꾼 로먼의 그레이트소드가 자르고의 옆구리를 베어버렸다.


"끄아악!"


자르고가 고통을 참고 도끼질을 하는데, 벌써 이동한 그레이트소드가 막아선다.

그리곤 곧바로 시야에서 사라지는가 싶더니 반대쪽 옆구리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망할, 개 같은 새끼가!"


'저 검! 저 망할 검이 문제야!'


자르고가 도끼를 한 손으로 쥐고, 다른 손에 벽에 걸린 다른 도끼를 집어 들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두 손으로도 들기 힘든 대형 도끼를 두 개나 든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애송이!"


거대한 도끼날 두 개가 번갈아가며 로먼을 덮친다.


그레이트소드로 침착하게 수비하지만, 무기가 배로 늘어난 만큼 공세도 빨라져 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로먼은 침착하게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음?'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상대가 기술적으로 빈 곳을 노려오던 전과 달리, 막혀도 상관없다는 듯 무식하게 검을 때려대기만 하는 것 같은 기분.


'성검을 부러뜨리려는 건가?'


로먼의 추측은 정답이었다.


"하하하! 얼마든지 막아봐라! 그 검부터 박살 내줄 테니까!"


어떤 무기든 내구도가 존재해서, 꾸준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


특히 검은 사용하다 보면 날이 닳거나 이가 나가고, 날에 피로가 쌓이면 부러지기까지 한다.


자르고가 집요하게 성검을 때려댄 이유였다.


지금까지 수십 번을 거대한 도끼와 부딪혔으니, 로먼의 검엔 상당한 충격이 누적되었을 터.


형태를 바꾸는 마법이 담긴 특별한 검이긴 하지만 문제없다.

하나의 무기에 두 가지 이상의 마법을 걸 수는 없으니, 내구도 강화 마법이 걸려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곧이다.

로먼이 무기를 잃고 살려달라 비는 모습을 볼 때가!


사악한 웃음을 띤 자르고와 상반되게 로먼은 여전히 덤덤했다.


적의 의도를 파악했으면,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하면 될 뿐이었다.


까앙!


한쪽 도끼를 막아낸 직후, 로먼이 한발 뒤로 빠지며 이어지는 후속타를 회피했다.

그의 손엔 그레이트소드가 아닌 해머가 들려있었다.


자르고는 개의치 않았다.

로먼의 해머도 큰 편이었지만 자신의 도끼만큼은 아니었기에.


"으랴!"


놀 인간이 양팔을 위로 들어 올렸다.


이를 본 로먼이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해머에 힘을 실었다.


모든 것을 부숴버릴 듯 맹렬하게 떨어지는 자르고의 쌍도끼와, 그것에 정면으로 맞서며 아래에서 위로 치고 올라가는 로먼의 해머.


'검만 부수면 끝이다!'


두 강력한 힘이 맞부딪히기 직전까지도 자르고는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상대의 무기는 마족의 정점인 마왕을 무찔렀던 전설의 검이었다.


그리고 로먼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성검의 날을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었다.


콰아앙!


성검이 지나치게 단단해서였다.

거대한 도끼 두 개를 가루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아, 아니!"


경악하는 자르고의 머리 위로 도끼 파편이 흩뿌려진다.


충격이 너무 컸는지, 자르고는 가슴팍에 날아오는 해머에 반응도 하지 못했다.


"쿠헥, 우웨엑!"


상반신이 쪼개지는 듯한 격통에 허리가 앞으로 굽고 헛구역질이 난다.


숙인 머리 위로 다가오는 죽음의 예감.


"사, 살려...."


꽈직!


자르고의 뒤통수가 해머에 찍혀 그대로 땅에 꽂혔다.

놀 우두머리와 같은 최후였다.


"후."


답지 않게 숨을 고른 로먼이 해머를 보니, 새것마냥 깨끗하다.


'성검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 경험치가 부족한가?'


근처에는 피에 젖은 자르고와 편한 얼굴로 잠든 알딘이 있었다.


'백작은 어딨지?'


그때, 어딘가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들려오기에 매우 작았지만, 예민한 로먼의 귀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



허억! 허억!


급하게 헐떡이는 소리는 율네스 백작의 것이었다.


'망할! 왜 열쇠를 흘려가지고!'


지하실은 들어올 때도, 나갈 때도 열쇠가 필요하다.

그런데 언제 떨어뜨렸는지 보이지를 않았다.


일단은 몸이라도 숨겨야겠다 생각했건만, 뒤따라오는 드완이 워낙 빨라 그럴 수가 없었다.


백작이 넓고 복잡한 지하실의 구조를 훤히 꿰고 있지 못했다면 진작에 잡히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좀 전까지의 길이 유난히 꼬여있던 덕에, 꽤나 드완과 거리를 벌린 상황.


이대로 구석으로 들어가서 몸만 숨기면.


"쿠허억! 컥!"


갑자기 나타난 로먼의 손이 백작의 목을 잡아챘다.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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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붉은 띠 도적단 (1) +1 21.04.20 14 1 12쪽
16 영주, 도적단, 민머리 +1 21.04.19 21 2 11쪽
15 아탐브, 여관, 민머리 +1 21.04.18 26 1 13쪽
14 멜렌디츠의 점술가 (2) +1 21.04.17 27 1 13쪽
13 멜렌디츠의 점술가 (1) +1 21.04.16 60 1 14쪽
»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7) +1 21.04.15 65 1 13쪽
11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6) +1 21.04.14 46 1 15쪽
10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5) +1 21.04.13 49 1 14쪽
9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4) +2 21.04.12 57 2 13쪽
8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3) +1 21.04.11 63 2 14쪽
7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2) +1 21.04.10 47 1 13쪽
6 율네스 백작과 기사들 (1) +1 21.04.09 74 1 12쪽
5 진동 +1 21.04.08 81 2 14쪽
4 출발 +1 21.04.07 99 2 13쪽
3 구체화 +1 21.04.06 11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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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 21.04.06 186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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