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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승 님의 서재입니다.

만수의 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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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승
작품등록일 :
2019.11.14 17:46
최근연재일 :
2019.11.26 19:42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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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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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19

작성
19.11.2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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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치매환자의 갈등 2

아침이 행복하면 하루가 즐겁습니다.




DUMMY

6, 그런 것도 모르면 죽어야지



잔인하고 무서운 것이 치매

절대로 걸려서는 안 되는 질병,

행복했던 삶을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짓밟는 치매,

요즘엔 30, 40대에도 걸린다는 무서운 질병이 치매다.

사전 예방하는 것이 최상의 치료이자 방법이다.


1, 원인

치매는 중추신경의 만성적인 퇴행성질환이다.

치매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뇌세포가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손상을 받아, 그러니까 뇌가 정상기능을 못 하는 상태로서 중추신경의 만성적인 퇴행성질환을 말한다.


2. 증상

기억력, 사고력, 이해력, 판단력, 자제력, 계산능력, 언어능력, 인지능력, 시간개념, 공간개념 등이 상실 또는 저하되고 도덕성이 파괴되어 의식이 없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참으로 무서운 질병이다.


3. 외적인 증상

어린애 같은 순한 표정, 별안간 표정이 굳어지고, 자세가 구부정하고, 종종걸음으로 다니고, 말이 없고. 동문서답을 한다.


4. 예방

일반적으로 동물성 지방섭취를 제한하고 해조류, 야채, 견과류, 콩, 깨 등을 섭취하며, 고혈압, 당뇨병 관리를 잘해야 하며, 유산소 운동, 긍정적인 사고, 매사에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친교를 하며, 지적인 두뇌 활동 등을 계속적이고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5. 예방을 위해 꼭 실천해야 할 사항들

1). 활동, 즉 일을 안 하고 편안한 생활을 지속하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2). 연령에 관계없이 성차별하지 말고, 폭넓은 교우 관계를 맺어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

3). 시간을 내서 취미활동을 하여 즐겁게 생활한다.

4). 자원봉사 등 활동으로 보람과 만족감을 느끼고, 부부간, 남녀 간에 많은 대화를 한다.

5). 걷기 운동은 뇌를 자극하는 가장 좋은 예방 운동이다.

6). 즐거운 외출, 여행, 모임에 참가하여 즐겁게 지낸다.

7). 노인이라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으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8). 책을 많이 읽고 컴퓨터 등을 해서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게임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다.

9). 늙었다는 생각을 버리고 즐겁고, 젊게 생활하며, 남녀의 교제, 아름다운 사랑을 하여 삶의 질을 높인다.

10).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 한다.

11). 손을 많이 움직여라, 뇌 자극이 된다.

12). 물을 많이 마신다.

13). 기름진 음식, 과식, 과로, 과욕을 피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라.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생활을 한다.


치매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아셨습니까?


한날 나는 집에 혼자 있었다.

아니다, 큰딸이 옆에서 자고 있었다.

소변인지 대변인지 마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옆에서 자고 있는 여편네가 딸인지 시누이인지 시어머니인지 알아보질 못했다. 어찌 보면 시누이 같기도 하고 시어머니 같기도 했다. 딸 같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자는 사람을 깨우기가 싫었다. 깨우겠다는 생각조차 못 한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여편네의 머리맡으로 지나갔다. 지나간 것이 아니라 벽에 붙어서 자는 여편네의 얼굴을 넘어갔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편네가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조차도 인지를 못 한 것이지만,


“엄마! 쭉 지켜봤는데 내 얼굴을 넘어가더라, 사람이 자고 있으면 깨워야지 얼굴을 넘어가면 어떻게 해, 잘못해서 얼굴이라도 밟고 넘어지면 크게 다친다고 다쳐!”

여편네가 언성을 높였다.

“난 넘어가지 않았는데,”

“화장실 갔다가 왔잖아요. 아니 이 냄샌,”

“냄새는 무슨---?”

“어디 좀 봐요. 이그 엄마는,”


나는 자는 여편네를 조심스럽게 넘어가느라 변이 마렵다는 생각을 잊었다. 그때는 제정신이 들었었나? 암튼 그 바람에 시간을 지체하고 말았다. 결국은 변이 나올 때 화장실에 갔고 변을 옷에다가 쌌다.

그것을 딸이라는 여편네가 부랴부랴 씻겨서 새 옷으로 갈아 입혔다. 개운하고 좋아서 나는 여편네에게 ‘고마워요. 감사해요.’란 인사를 여러 번 반복해서 했다.


“엄마, 나 큰딸, 앞으론 옆에서 누가 자면 꼭 깨워요. 그래야 사람을 넘어가지도 않고 화장실에도 빨리 가지,”

“나 사람 안 넘어가는데--”

“내 얼굴을 넘어갔잖아요? 자는 사람 넘어 다니면 재수가 없대요. 이 딸이 재수가 없으면 좋겠어요.”

“그런 것도 모르면 죽어야지, 난 사람 안 넘어 다녀,”

‘이그, 우리 엄마, 어쩌나,’

여편네가 중얼거리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런 것도 모르면 죽어야지,

암만,




7, 걸신(乞神)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먹고 영양분을 섭취해야 산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라 음식을 먹어야 산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먹는 것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걸신들린 사람이라고 말 한다.


어쨌거나 걸신들린 사람들 중에 귀신에 씌었다는 사람도 봤고, 먹고 또 먹어대는 고도비만의 사람도 봤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인지하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인지도 못 한 채 마구 먹어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사람들은 치매 환자라 한다.


나는 먹는 것이 좋다.

단맛이 나는 것이면 더 좋다.

아니다.

먹는 것이면 무엇이든 잘 먹는다.

단 것이면 무조건 좋아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한날 어떤 여편네들이 집에 왔다.

한 여편네가 말로는 큰며느리라고 말했지만 도통 기억이 없는 것을 어쩌랴, 건성으로 ‘그려 잘 왔다. 애들은 잘 크고,’ 시원하게 대답했다. 여편네는 제 딴엔 자신을 알아본 줄 아는지 ‘예 잘 자라서 시집도 갔습니다. 그때 예식장에도 오셨다가 가셨잖아요.’라고 씨부렁거린다. 정말이지 뭔 말을 했는지 하나도 알아듣질 못했다. ‘그려, 그려,’ 대답은 했지만, 눈은 여편네가 싸 들고 온 보따리만 쳐다봤다.


“맛있는 거 갖고 왔냐?”

나는 짐을 푸는 다른 여편네를 흘끔거리면서 말했다.

“큰며느리가 엄마 먹으라고 맛있는 흑마늘을 또 가져왔네. 엄만 좋겠다. 흑마늘이 몸에도 좋다는데, 전에처럼 한꺼번에 다 먹으면 안 돼요.”

한때 흑마늘이 건강에 좋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마늘이 품귀현상까지 일어났었다는 그 흑마늘이었다.

“뭔 말여, 갖고 왔으면 먹게, 가져와 봐,”


큰며느리라는 여편네가 몇 개를 가져와 먹으라고 접시에 담아 놓는다. 몸에 좋대나 어쨌대나 끼니때마다 두세 알씩만 먹으란다. 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곤 흑마늘을 먹었다. 쪼꼬렛 맛이 나는 게 정말이지 맛이 좋았다. 그날 아주 모처럼 만에 맛난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


어쨌든 여편네들이 집에 왔다 하면 잔칫집 부럽지 않은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특히 여편네들이 이것저것 먹여주느라 난리를 친다. 그 바람에 배가 호강을 했지만 큰 것 작은 것 실수를 해서 큰며느리라는 여편네가 고생을 많이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것이다.

그날따라 막내아들이라는 젊은이와 둘이 집에 있었다. 50세인 막내지만 젊은 청년처럼 보인다. 암튼 젊은이의 시중을 받으며 점심을 배부르게 먹었다.

그렇게 먹고도 배가 고팠을까,

설거지를 끝낸 젊은이가 동화책을 펼쳐주곤 텔레비전을 켰다. 젊은이는 야군지 뭔지에 정신이 팔렸고, 나는 슬그머니 주방으로 가서 두 달에 나눠 먹어야 할 흑마늘을 한꺼번에 다 먹어치웠다. 뒤늦게 알아챈 젊은이가 기겁하여 여기저기 전화를 해댔다.


“‘엄마 때문에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형들하고 누나들이 온다니까 좀 가만 좀 계세요. 하여튼 엄마는 밥 한 그릇에 미역국도 한 그릇 다 드시고, 그 많은 흑마늘을 다 드셨단 말예요. 그러다 큰일 나면 어떻게 해요. 나만 형들한테 역정 듣지,”

“내가 안 먹었는데 난 몰라”


나는 두 달 동안 먹어야 할 건강식인 흑마늘을 걸신들린 사람처럼 먹어치웠다. 남이 봤으면 분명 걸신들린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실까지도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내가 안 먹었는데---”


정말 내가 먹었나?

걸신처럼---




8, 말하지 못하는 고통과 갈등



한 가정에 누구든 병자가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특히 중증환자가 있다면 그 가정에 불행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특히 최악의 질병인 치매 환자가 있다면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들에게도 그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그럼에도 아름답고 숭고한 가족 사랑을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중증환자에 있어서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인들은 환자 간호에 지극정성이다.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정신은 가히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숭고하다.


암튼 중증환자라면 인간이 생활하는 전반에 걸쳐 수발을 들어야 한다. 식사에서부터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까지, 그 무엇 하나 손이 안 가는 일은 없다. 그런데도 가족 중에 누군가는 그 일을 묵묵히 아니, 즐거운 맘으로 행한다.


오늘이 무슨 날이지?

나는 많은 사람들이 집에 찾아온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잠시지만 눈에 보인 현실에 어리둥절했다. 무슨 날만 되면 그러니까 명절 같은 날에만 모이던 사람들이 다 모인 것이다. 자기들 말로는 자식들이라는데 아무리 얼굴을 뜯어봐도 이름도 모르는 기억에도 없는 얼굴들이다. 게다가 내가 이렇게 큰 자식들을 낳았나, 상상도 되지 않았다.


암튼 자식을 낳았다니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했고, ‘그려, 그려, 니가 큰 딸이고 니가 막내딸이란 말이지, 저 양반들은 그려 아들, 늙었네.’ 대답은 잘도 했지만 금방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가족회의, 가정에 대소사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치러지는 회의가 특별한 일도 없는 날에 열렸다.

건넛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슬쩍 건너온 막내아들이라는 양반이 ‘가족회의를 한 대요.’ 말을 해줘서 알았지만, 그것도 이내 시끄러운 소리가 싸움질하는 소리로 들렸다.


잠깐인지 한참인지, 졸다가 깼을 때 큰딸이라는 여편네와 막내아들이라는 양반이 방으로 들어왔다. 표정이 심각한 건지, 울상인지 모호한 표정에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사실이지 대소변 정도는 그런대로 가렸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실수를 하게 되었고, 그 횟수가 많아지더니 일회용 기저귀를 차는 처지가 되었다.

그것도 1년이 넘도록---

게다가,

암튼 그동안 큰아들이라는 양반이 시중을 드는 것 같았는데 볼 때마다 사람이 틀려 보였다. 어떨 때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보이기도 했고, 오라버니처럼, 동생처럼, 아니 낯선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나는 내가 누군지 이름조차 모른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 것인지, 그것조차 알지 못하는 나는 치매라는 병에 걸린 늙은이다. 그 늙은이가 치매 환자가 그동안 누릴 것 다 누리며 정말이지 호의호식하고 살았다.

자식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음을 모른 채 말이다.


뭐가 필요한지 척척 알아서 해주는 자식들 때문에 그동안 편하고 좋기만 했다. 그래도 어쩌다 짜증이 날 때도 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이 맘대로 움직일 수 없을 때, 잠깐 인지능력이 좋아졌을 때, 그리고 자식들을 고생시킨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때였다. 그때만큼은 자신이 한심스럽고 죽어야지 살아서 뭐하나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잠깐동안이었고 금방 아기 같은 사고방식으로 행동했다.


“엄마, 요양원에 가시면 친구들도 많고 편하고 좋대요.”


여편네가 내 손을 잡더니 조용히 말했다.

요양원도 친구도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집을 떠나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그 생각도 잠깐 들었을 뿐이었다.


“밥 먹자, 맛있는 거 갖고 왔수!”

“엄마! 또, 왜 그래요.”

젊은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뭔 일 있수, 어디 아프신가?”

그냥 중얼거리듯 말했다.



가족회의는 끝이 난 모양이었다.

여럿의 자식들 중에 마음 편한 자식이 있을까, 아마도 마음 편한 자식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들의 생각 차이는 있었을 것이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과 아픔을 느낀 자식도 있었을 것이고, 오히려 이번 결정이 잘된 일이라고 편하게 생각한 자식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불효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이지 치매에 걸린 부모를 모신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가족들도 할 짓이 아닐 것이다. 특히 부모님을 모실 형편조차 없었던 자식의 맘은 오죽했을까, 짐작되었다. 아마도 자식들 나름으로는 정말이지 많은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각자 다른 생각과 갈등들이겠지만 부모를 어떻게 하면 편히 모실까 하는 생각들은 같았을 것이었다.


“심사해서 등급을 받아야, 된다면서요?”

“알아보니까 해당이 된다고, 요양병원 알아보라더라.”

“어쩔 수 없지, 제기랄,”

“아, 맘이 참말로 거지 같네,”


요양원에 들어가는 것도 무슨 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것이 뭔 말인지 알지는 못했지만, 나에 관한 얘기라는 것은 그냥 눈치로 알아차렸다.

그 사실까지도 이내 잊어버렸지만 말이다.

인지능력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까?

아마도 더 힘들었을 것이다.


‘암만, 내 고통과 갈등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자식들 고통과 맘 쓰는 갈등은 누가 해소를 시켜 주지? 불쌍한 내 새끼들,’


아주 순식간이었지만,

자식들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이내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 끝

1(12)[1].jpg

2용서[1].jpg




건강은 큰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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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환자의 갈등 2 19.11.26 146 0 14쪽
4 치매환자의 갈등 1 19.11.25 174 0 20쪽
3 총각 장가 보내기 19.11.16 198 0 3쪽
2 평범한 일상 19.11.15 202 2 3쪽
1 만수의 재혼 19.11.14 360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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