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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형찰색 觀形察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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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ren
작품등록일 :
2015.07.27 15:39
최근연재일 :
2016.02.1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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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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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43

작성
16.02.1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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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
7쪽

사마련 낙양지부

DUMMY

“그래서, 내가 정체를 숨긴 무림의 절대 고수라도 된다고 치지. 그걸 내가 왜 밝혀야 하나?”

“...”

“내가 숨겨진 신분이 있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어마어마한 실력을 감추고 있다 한들 그게 자네와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나는 흑호파의 두목이고 자네는 그에게 의뢰를 받는 살인청부업자일 뿐인데. 괜한 것을 파고들지 말게나. 알아서 좋을 일 하나도 없으니.”


묘하게 싸늘함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하지만 흑호의 말투는 이내 쾌활해졌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난 단순한 뒷골목 방파의 두목일 뿐일세. 그리고 자네가 정신을 잃어서 보지 못했을 뿐, 이후라는 자의 상태는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어. 이상한 걸로 치자면 자네와 그 꼬맹이가 우리 흑호파를 전멸시킬 정도의 고수를 단 둘만으로 그 상태까지 몰고 간 거겠지. 내가 아는 자네의 실력이라면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거든.”

“그건...”

“왜. 내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라도 있는가? 예를 들자면 누군가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거나...아니면 뭐 좋은 거라도 먹었다거나. 그도 아니면...자네의 그 특이한 조카가 실은 나 따위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엄청난 비밀을 가진 존재라거나.”


원호의 말문이 막혔다. 흑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거 보라고. 대답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잖나. 서로 선을 지키자고. 관심을 가져 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알겠습니다.”

“의뢰는 제대로 수행하라고. 여느 때와 똑같이, 자네 능력으로 감당하지 못할 만한 일은 아니야. 제대로만 하면 자네가 위험해지는 일도, 그리고 그 조카님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없을 걸세. 아주 간단한 일이야. 아주.”


원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흑호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럼 가보라고. 요새 낙양 분위기가 흉흉해. 누군가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아무리 한왕부가 철옹성이라 한들 거기까지 추격이 따라붙지 말란 법도 없을 거야. 괜히 집에 들른다거나 하는 식으로 꼬리를 늘어트리지 말라고.”


말을 마친 흑호가 눈을 감았다. 마치 그 흉흉한 분위기 같은 건 전혀 자신과 상관이 없다는 듯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그를 바라보던 원호는, 쪽지를 품에 갈무리하고 몸을 돌렸다. 그의 걸음이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


대승리를 거둔 이후로 근 사흘째 낙양의 사마련 지부는 축제 분위기였다. 상대의 지부를 박살내고 부지부장인 향개를 비롯해 수많은 무사들을 참살한 건 낙양에서 교전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전과였고, 근 수년간 정파와 사파간에 있었던 대립 중에서도 가장 일방적인 결과였다. 비록 그것이 적염창귀라는 한 고수의 활약에 의해서였건 아니건 상관은 없었다. 승리는 승리였다.

그 대승 이후로 무림맹은 위축된 듯 엉망진창이 된 지부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사마련은 기세를 타고 낙양의 주요 거점과 요소를 전부 장악할 수 있었다. 기세가 오른 사마련의 인물들은 총공격에 나서 완전히 낙양을 끝장내자는 의견을 냈지만 지휘관인 고죽검 황일은 그를 거부했다.

“전력을 온존시켜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무림맹이 이대로 당하기만 하고 물러설 리가 없을 터, 필시 가까운 시일 내에 제법 이름난 고수와 증원부대를 보내 올 겁니다. 지금 굳이 단단히 방비하고 있는 적의 근거지를 들이치는 것은 하책입니다.”

“우리에게는 적염창귀님이 계신데 뭐가 두렵단 말인가?”


몇몇 간부들은 황일의 말에 반발했지만, 정작 그 적염창귀가 창자루를 잡고 흔들면서 어르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말을 삼켰다.


“그냥 닥치고 기다리기나 해라. 멍청한 놈들. 감히 누구를 부려먹으려 드는 게냐.”


그래도 어쨌건 대승을 거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지라, 의견이 묵살당한 최고위 간부 몇몇을 제외하고는 지부와 도왕단, 야왕단 모두 잔뜩 사기가 올라 있었다. 황일 또한 그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휴식을 부여하고 술과 고기를 푸는 등 여러 가지로 애를 썼다.

그리고, 그렇게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사마련의 지부로 두 그림자가 접근중이었다.

타오르는 화톳불로 환하게 밝혀진 지부 정문, 그리고 그 안의 시끌벅적한 모습을 보며 의안의 사내, 828호가 휘파람을 불었다.


“아주 신났군.”

“그냥 다 쓸어버리죠? 저 정도면 수련관의 목각 인형 때려 부수는 것보다도 쉬울 겁니다.”


칼자국을 매만지며 911호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표정에 자신감이 넘쳤다. 828호 역시 생각 자체는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약간이나마 선배라 그런지 그에게는 이성이 있었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우리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탐색. 흔적이 나오면 힘은 그때 가서 써도 늦지 않아. 일단은 은밀하게 움직이도록 하지.”

“하지만...”

“부단장님의 엄명이다. 명을 거역할 셈인가?”


828호의 싸늘한 눈빛에 911호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에게 명령을 내린 청년, 부단장은 단원들에게 꽤나 너그럽고 온화한 성품이었지만, 그렇다고 명을 어기는 것까지 용서할 정도로 물러터진 인물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를 따르는 선배들의 충성심은 두터운 것을 넘어 맹목적으로 보일 때까지도 있을 정도라, 명을 어겼다가는 설령 부단장이 용서한다 해도 그들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 정도로 대단한 자 같지는 않은데. 무공이라면 되려 903호가...’


자신의 기수 중 최강의 존재였던 903호를 떠올리며 911호는 몸을 살짝 떨었다. 출관한 후에는 만사가 귀찮다는 듯 훈련도 게을리하고 숙소에 늘어져 있기를 일삼는 903호였지만, 교육관 안에서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오죽했으면 처음에는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죽고 죽이던 교육생들이, 나중에는 903호의 영역에서 떨어진 곳을 확보하려고 서로를 죽고 죽일 정도였다. 911호 자신도 일대 일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자부했지만, 903호만큼은 예외였다.


‘그놈이 비호한 탓에 982호, 그 허약해 빠진 놈도 건드릴 수가 없었지. 그때 녀석까지 잡았다면 내 평가도 더 올라갔을 테고, 지금 이렇게 낙양까지 귀찮게 올 일도 없었을 텐데.’


빌어먹을 놈의 색목인 꼬마. 류를 떠올리며 911호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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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련 낙양지부 +6 16.02.12 1,349 47 7쪽
58 비웃음 +4 16.02.08 1,560 58 7쪽
57 부단장(2) +6 16.02.05 1,287 50 7쪽
56 부단주 +4 16.02.01 1,558 59 7쪽
55 시장 +5 16.01.29 1,443 57 7쪽
54 이야기(2) +4 16.01.25 1,386 72 7쪽
53 이야기 +3 16.01.22 1,640 63 7쪽
52 향개 +5 16.01.18 2,401 66 7쪽
51 향개, 적염창귀 +4 16.01.15 1,897 63 7쪽
50 적염창귀 +3 16.01.11 1,749 65 7쪽
49 향개 +1 16.01.08 1,897 68 7쪽
48 적염창귀 +1 16.01.04 1,983 73 7쪽
47 낙양의 전황 +3 16.01.01 2,210 76 7쪽
46 류(2) +2 15.12.28 2,071 128 7쪽
45 +1 15.12.25 2,202 134 7쪽
44 이름난 무인 +2 15.12.21 2,369 82 7쪽
43 경화공주 +4 15.12.18 2,163 84 7쪽
42 검은 머리 +4 15.12.14 2,132 95 7쪽
41 의식 회복 +1 15.12.11 2,544 85 8쪽
40 의문의 혈겁 +2 15.12.07 2,233 85 7쪽
39 흑호와 이후(2) +2 15.12.04 2,083 84 7쪽
38 흑호와 이후 +5 15.11.30 2,089 86 7쪽
37 흑호 도착 +4 15.11.27 2,111 87 7쪽
36 류와 원호 +4 15.11.23 2,294 89 7쪽
35 추궁 +3 15.11.20 2,343 87 7쪽
34 추격(2) +3 15.11.16 2,232 83 7쪽
33 추격 +2 15.11.13 2,285 89 7쪽
32 회심의 일격 +2 15.11.09 2,349 9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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