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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님의 서재입니다.

관형찰색 觀形察色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pioren
작품등록일 :
2015.07.27 15:39
최근연재일 :
2016.02.15 16:17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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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185
추천수 :
5,608
글자수 :
188,643

작성
15.11.30 10:24
조회
2,089
추천
86
글자
7쪽

흑호와 이후

DUMMY

흑호의 말대로 이후는 누가 보기에도 심각한 상태였다. 몸에 걸친 옷은 호심갑을 걸친 부분을 제외하면 너덜너덜 짖어졌고, 그 사이를 메우고 있는 것은 피가 번져 나온 크고 작은 상처였다. 특히 류에게 당한 왼쪽 옆구리 주변의 살은 시커멓게 탄 상태였고 원호의 일격을 맞은 왼쪽 팔은 툭 치면 떨어져 나갈 것처럼 덜렁거리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당장 고통에 까무러쳐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너 같은 녀석 하나 죽이는 것 정도는 충분하다.”


이후가 검을 고쳐 잡았다. 흑호가 휘파람을 불었다.


“역시 무림의 고수. 나 같은 뒷골목의 삼류 잡배 정도는 언제든 충분하다 이건가.”

“말귀는 잘 알아 듣는군.”

“그러면...나 역시 마음껏 싸워도 되겠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흑호가 땅을 박찼다. 기세 좋게 맞부딪친 이후였지만, 채 열 번의 공방도 지나지 않아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이 녀석...강하다!’


비록 그가 평소의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아직 공력도 남아 있었고 무기를 다루는 오른팔도 멀쩡했다. 하지만 흑호는 어렵지 않게 이후의 공세를 피해 내고 있었다. 그것도 맨손으로, 상대 검의 간격 안에 들어온 초근접전. 어지간한 배짱과 몸놀림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거대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속도였다.

게다가 그런 초근접전 상황에도 흑호는 매우 여유롭고 냉정했다. 검을 든 손을 피해 계속 이후의 왼쪽으로 돌면서 주먹과 발차기를 날리는데,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위협적인 분위기만 조성할 뿐 무리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그를 노리고 뒤늦게 따라붙은 이후의 검은 매번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그렇게 공방이 계속 반복되자 이후의 다리가 점차 무거워졌고,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그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변했다.


‘이대로는 진다.’

“이제 슬슬 본 실력을 발휘하시지 그래? 무림의 고수님.”


계속 몸을 놀리며 흑호가 빙글거렸다. 이후와는 반대로 그의 이마에는 땀 한 방울 맺혀 있지 않았고 호흡 역시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몇 수 아래라고 생각한 상대에게 밀리면서 놀림까지 당하자 이후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감히!”


노성과 함께 이후가 남은 공력을 끌어 올렸다. 조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강맹하고 빠른 검격이 흑호를 향해 쏟아졌다. 사나운 기세에 흑호는 감히 맞설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공세를 멈추고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


“잠깐, 잠깐. 진정하고 말로 하자고.”

“감히, 감히. 네 놈 같은 잡배가 감히...!”


이후가 연신 공격을 퍼부었다. 거칠게 이어지는 그의 공세를 보며 류가 중얼거렸다.


“끝났네...이건.”


얼핏 이후의 일방적인 우세로 보이는 장면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후의 현재 몸 상태는 저런 빠른 움직임을 펼치기 힘들었고 공력의 소모도 심했다. 극도로 흥분한 탓에 거의 잠력을 격발시키는 수준으로 온몸의 힘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고, 기의 흐름에 민감한 류는 그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었다.

게다가 그렇게 마지막 힘을 끌어내고 있었음에도 흑호에게 전혀 유효타를 먹이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검의 유효거리 안에서 여유로이 몸을 놀리던 흑호는 지금은 아예 뒤로 물러나면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고 반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옆과 뒤로 멀리 빠지는 그를 따라 붙으려다 보니 이후의 힘 소모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거의 일 각 정도를 도망다녔을까. 드디어 이후의 발놀림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검을 내려치는 속도도 점차 느려졌다. 그와 동시에 계속 피하기만 하던 흑호도 다시 접근해 공세를 펼쳤다. 이번에는 치고 빠지면서 몸을 사리는 식이 아닌, 말 그대로 박투에 가까운 공방전이었다. 유효타가 점점 늘어가며 이후의 몸이 휘청거렸다.

화가 극에 달했는지 이후가 검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고, 괴성과 함께 아래로 그것을 내리 그었다. 적중한다면 무쇠조차도 베어버릴 듯한 참격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너무 사전 동작도 컸고 빈틈도 많았다. 지금까지의 흑호의 몸놀림을 감안하면 일부러 맞으려고 해도 맞기 힘든 수준의 공격이었다.

슬적 몸을 피한 흑호가 이후의 텅 빈 오른쪽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지금까지의 가벼운 공격과는 전혀 다른, 체중을 실어 올려친 강타였다.


“커, 커헉...”


균형을 잃은 이후의 몸이 휘청거리는 사이, 흑호는 빠르게 뒤로 돌아 이번에는 왼쪽 옆구리를 후려쳤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이후의 입에서 피가 튀어 나왔다. 이후의 너덜너덜한 왼팔을 잡은 흑호는 심호흡을 한 후, 기합과 함께 힘을 가했다. 삐걱거리는 기묘한 소리가 나면서 이후의 팔이 흔들리더니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니,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 것뿐이었다. 이미 원호의 일격에 의해 너덜너덜해져 덜렁거리고 있던 팔은 흑호의 당기는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끊어져 나갔다.

무서운 괴력이었다. 생으로 팔이 뽑히는 고통에 이후가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아악!”


땅에 쓰러진 이후가 입에서 피거품을 쏟아내며 버둥거렸다. 뜯어낸 팔을 보며 흑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던질 생각이었는데...실수했군.”


류의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직접 본 흑호의 모습은 그 짐작을 훨씬 상회했다. 아무리 중상을 입었다지만 이후 정도의 무인을 상대로 이렇게 일방적인 결과를 연출하는 건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불가능했다. 게다가 지금조차고 얼굴의 여유는 사라지지 않았고 호흡도 차분했다. 여력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얘기였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꼬맹이. 그럼...슬슬 끝내 볼까.”


조금은 질린 표정을 하고 있는 류를 힐끗 본 후, 흑호는 허리에 찬 칼을 뽑아 들었다. 아직도 바닥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이후의 앞까지 다가간 그가 칼을 거꾸로 치켜들었다. 공포에 질린 이후의 눈을 보며 흑호가 빙긋 웃었다.


“그럼 다음 생에서 보자고.”


푹.

날이 몸에 꽂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흑호의 거구가 휘청거리다가, 모래성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이후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땅에 엎어져 꿈틀거리는 흑호를 보며 이후가 땅에 침을 뱉었다. 그의 손에 조그만 원통이 들려 있었고, 그 입구에서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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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경화공주 +4 15.12.18 2,163 84 7쪽
42 검은 머리 +4 15.12.14 2,132 95 7쪽
41 의식 회복 +1 15.12.11 2,544 8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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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호와 이후 +5 15.11.30 2,090 86 7쪽
37 흑호 도착 +4 15.11.27 2,111 87 7쪽
36 류와 원호 +4 15.11.23 2,294 89 7쪽
35 추궁 +3 15.11.20 2,343 87 7쪽
34 추격(2) +3 15.11.16 2,232 83 7쪽
33 추격 +2 15.11.13 2,285 89 7쪽
32 회심의 일격 +2 15.11.09 2,349 9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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