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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님의 서재입니다.

관형찰색 觀形察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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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ren
작품등록일 :
2015.07.27 15:39
최근연재일 :
2016.02.15 16:17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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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8,643

작성
16.01.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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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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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
7쪽

향개

DUMMY

손을 들어 그를 끊은 적염창귀가 황일을 보며 물었다.


“그래, 아해야. 내가 뭘 하면 되는 게냐? 하도 정가놈이 닦달하기에 먼 길을 오긴 했다만.”


사마련의 군사인 사문약(邪文若) 정필(鄭弼)을 이르는 말이었다. 황일이 지체없이 설명을 했다.


“별 거 없습니다. 내일 밤, 저희가 최대한 전선을 넓혀 무림맹 놈들을 분산시킬 것입니다. 선배님께서는 그 사이 지부로 진입해 적의 수뇌부에 치명타를 가해 주시면 됩니다.”

“너무 뻔한 수작 아니더냐?”

“그를 위해 근 한 달여간 소모전을 펼쳐 왔습니다. 상대에 제아무리 신산(神算)의 귀재(鬼才)가 있다 한들 한 달 내내 똑같은 싸움만 반복하다 갑자기 이런 기습을 감행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겁니다. 적염창귀 선배님은 공식적인 직책이 없으신 터라 저들의 주의에서도 벗어나 있는 대상이고요.”


황일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자신들이 미끼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은 유환과 조영의 표정이 있는 대로 일그러졌지만, 적염창귀는 껄껄 웃으며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정필 녀석이 왜 자세한 얘기는 안 하고 가서 네 말만 들으면 된다고 했는지 이해가 가는구나. 눈치도 빠른데 말도 청산유수야. 심사도 독하고.”

“다 선배님이 오신다는 걸 알고 수립한 계획입니다.”


황일이 연신 허리를 굽신거렸다.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


“사마련의 공격입니다! 도왕단과 야왕단이 전부 몰려오고 있습니다!”

“...전부?”


기대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향개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갑자기 왜 총공세를? 오늘 끝장을 보자는 걸까요?”

“이런 식의 싸움이라면 저쪽도 희생이 클 텐데...왜 이렇게 무모한 짓을...”


두려운 기색이 역력한 향개와는 달리, 기대승은 의아함을 숨기지 못했다. 황일은 이렇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유형의 싸움을 즐기는 이가 아니었다. 물론 싸울 때는 지극히 잔혹하고 과감한 이였지만,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로서의 고죽검은 아주 냉정하고 심계가 깊은 이였다. 실제로 그가 사마련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단시간에 명성을 얻으며 낙양 지부장까지 고속 승진한 것은 무공보다도 그런 쪽으로의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서였다.

반면 심방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차라리 잘됐군요. 화끈하게 한 판 붙는 게 차라리 속이 시원합니다. 정면 대결이라면 자신 있습니다.”


물론 숫자는 중요했지만, 무림의 싸움은 머릿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확보한 고수의 수가 얼마나 되느냐가 더욱 중요했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현검대의 평균적인 무력은 야왕단이나 도왕단에 비해 월등했다. 막을 곳이 너무 많고 사람은 부족한 게 문제였지, 정면으로 맞붙어 끝장을 본다면 최후의 한 명은 현검대에서 나올 확률이 훨씬 높았다.

심방의 말에 기대승도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정리했다. 바로 앞까지 적이 몰려오고 있었다. 현장 지휘를 맡고 있는 그가 손발을 놓고 있어서는 곤란했다. 심방의 말처럼 지금은 싸워야 할 때였다.


“적은 어느 쪽에서?”

“도왕단은 북쪽 관청 앞의 대로를 통해 오고 있고, 야왕단은 남서쪽으로 성벽을 따라 크게 우회하고 있습니다. 아마 앞뒤로 저희를 둘러싸려는 심산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사의 보고에 기대승이 심방을 돌아봤다.


“대주님. 현검대 중 두 개 대로 야왕단을 막으실 수 있겠습니까.”


현검대는 총 세 개의 균일한 무력 부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심방이 고개를 끄덕이자, 기대승이 말을 이어갔다.


“전 나머지 한 개 대와 낙양 지부의 무사 일부를 데리고 도왕단 쪽을 막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수 차이가 엄청날 텐데요.”

“걱정 마십시오. 낙양은 제 터전입니다. 절대로 물러설 생각은 없습니다.”


단호하게 답한 기대승이 향개를 돌아봤다.


“자네는 여기를 지키고 있게.”

“...전 빠지는 겁니까?”

“혹시나 적의 양동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지부를 지키는 사람도 있어야지. 이곳을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현검대와 지부 무사들이 어설프게 섞여 있으면 오히려 움직임에 방해가 되고. 방심하지 말고 철저히 사방을 경계해라.”

“알겠습니다.”


향개가 냉큼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 노골적으로 안도하는 듯한 기색이 보였다. 눈살을 찌푸리는 것도 잠시, 기대승은 다시 심방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혹시나 상대가 물러나면 대치만 하시고, 너무 깊게 뒤쫓지는 마십시오. 황일은 심계가 깊기로 유명한 자입니다. 도왕단과 야왕단이 다 몰려 나왔다니 매복이 있을 확률은 낮지만, 그래도 조심하고 또 조심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지부장께서도 무리하지 말고 잘 버텨 주시오. 적을 물리치면 바로 지원을 갈 테니.”


심방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승이 검을 빼들며 주변에 명령을 내렸다.


“서둘러라! 적들이 오고 있다!”


그의 명령에 낙양 지부와 현검대의 무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곧 기대승과 심방이 각각의 부대를 이끌고 사마련의 부대를 요격하기 위해 지부의 문을 나섰다. 뒤에 남겨진 향개는 안도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당장이라도 누워 잠을 청할 듯 늘어지는 그를 보며 지부의 무사들이 쭈빗거렸다.


“향, 향개님...”

“왜?”

“너무...여유로우신 것 아닙니까? 바깥에서는 전쟁 중입니다.”


얼핏 들으면 추궁하거나 힐난하는 듯 들릴 수도 있었지만, 지부의 무사들이 부지부장인 향개에게 감히 그러기는 힘들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불안함의 발로였다. 우세한 전력의 상대가 지부를 목표로 총공세를 감행해 오는 중이었다. 아무리 숙련된 무사라 한들 평정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향개가 피식거렸다.


“긴장 풀어라. 어차피 우리 순서는 아니다. 나중에 일이 생기면 그때 눈에 힘 꽉 주고 나가도 늦지 않아.”

“하지만 지부장님께서는 여기가 공격당할 수도 있으니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다른 부하의 말에 향개가 어깨를 으쓱였다.


“말 그대로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말이다. 도왕단이고 야왕단이고 전부 현검대와 지부장님이 막으러 나갔는데 여길 칠 여력이 어디 있다고.”

“...”

“우리의 역할은 예비대다. 요격을 하러 나간 현검대가 지쳤을 때, 혹은 생각보다 상대의 공세가 강해 희생이 늘어나고 빈틈이 생길 때. 지원을 나가고 빈틈을 메우기 위한. 그러려면 지금 푹 쉬어두는 게 좋아. 쓸데없이 긴장하고 있다가는 정작 중요할 때 기력이 빠져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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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부단주 +4 16.02.01 1,559 5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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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향개 +5 16.01.18 2,402 66 7쪽
51 향개, 적염창귀 +4 16.01.15 1,899 63 7쪽
50 적염창귀 +3 16.01.11 1,750 65 7쪽
» 향개 +1 16.01.08 1,899 68 7쪽
48 적염창귀 +1 16.01.04 1,984 73 7쪽
47 낙양의 전황 +3 16.01.01 2,212 7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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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1 15.12.25 2,203 134 7쪽
44 이름난 무인 +2 15.12.21 2,370 8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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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의식 회복 +1 15.12.11 2,545 8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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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흑호와 이후 +5 15.11.30 2,092 86 7쪽
37 흑호 도착 +4 15.11.27 2,112 87 7쪽
36 류와 원호 +4 15.11.23 2,295 8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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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추격(2) +3 15.11.16 2,233 83 7쪽
33 추격 +2 15.11.13 2,286 89 7쪽
32 회심의 일격 +2 15.11.09 2,350 9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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