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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또 다시 찜질방 피서...

날마다 역대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둘째 놈은 에어컨 아래에서 티브이를 보던지 아니면 휴대폰 게임만 하려고 지 엄마에게 온갖 애교와 교태를 부린다.

무더위 아래에서 돌아다니는 것도 곤욕이고, 어딘지 모를 실내로 이동하는 과정조차도 육수 칠갑할 내 모습이 상상되어 피곤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또다시 찜질방.

입장료 사만 원에 네 가족이 종일 몸을 의탁할 수 있으니, 싼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장점으로는 무료 와이파이와 사우나를 비롯한 찜질, 취침을 종일 할 수 있고, 돈을 내면 식사도 가능하다. 둘째 놈 같은 경우는 또래 아이들이 언제나 우글거리니 밥 먹을 때나 코빼기를 보일까 온종일 보기 힘든 상황이 연출된다. 부모에게 칭얼대지 않고 어울려 놀기에는 그만이다. 큰놈도 역시 핸드폰 들고 어딘가로 사라지면 찜질방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니지 않으면 역시 보기 힘들어진다.

결국 집사람과 내가 졸다가 깨다가 찜질하다가 졸았다가하는 한가함과 뇌 활동이 정지되는 시간의 연속이다. 신혼 초에는 돈 내고 찜질하는 이유도, 돈을 내고 와야 하는 이유도 몰랐지만 이제는 나도 아내 못지않은 찜질 마니아가 되어버렸다. 심지어는 내가 먼저 찜질방을 가자고 조를 정도이다.

"치킨은 싫고 돈가스 먹을래?"

가동 중단되었던 뇌가 메뉴 선정에 다시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육개장 먹을래. 왠지 얼큰하고 속이 풀릴 것 같아."

"그럼 애들은 돈가스 하나 사서 나눠 멕이고, 나는 제육덮밥 먹을래."

아이들의 밥통이 생각보다 작은 관계로 세 개의 메뉴를 시켜놓고, 정육면체로 반듯하게 잘라놓은 노오란 단무지와 먹기 좋게 잘게 잘라놓은 김치를 두 칸으로 나뉜 반찬 그릇에 담아 수저와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너머에 오십 대를 넘겨 보이는 아저씨가 홀로 찜질방을 찾은 모양인데, 만화책을 잔뜩 쌓아놓고 새끼손가락으로 페이지를 고정하고 라면을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양반이 하필 매트 깔고 쉬는 자리도 내 옆이었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졸다 깨다를 만화책 더미 속에서 반복하셨다. 만화책에 무슨 미련이 그리 남았는지 꾸벅꾸벅 조는 와중에도 보던 페이지 사이를 손가락으로 쿡 찔러 넣고 만화책이 쉬이 덮이지 않게 애쓰는 모습이 가련하다. 집사람과 내가 누운 곳 바로 앞에는 돌을 넘긴 것 같은 쌍둥이 둘이 찜질복 윗도리를 원피스 삼아 다니는 모습이 몹시도 귀엽다. 그마저도 흘러내릴까 봐 목덜미를 노란 고무줄로 나란히 묶어 놓았다. 아이들이 서로 손잡고 아장아장 돌아다니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예쁜지 찜질방 안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아이들을 따라다닌다. 가히 살인적인 귀여움과 천진난만의 발산이었다.

이렇듯 주말을 보내는 십인십색의 얼굴들과 낮잠 혹은 멍하니 앉거나 누워 목적 없이 시선을 던지는 망중한 그리고 뛰노는 아이들 속에서 주말 평화가 느껴진다...


댓글 2

  • 001. Personacon [탈퇴계정]

    19.09.02 13:13

    아, 저도 찜질방 가봤는데 참 좋았어요.
    주변에 없어서 아쉬워요.

  • 002. Lv.45 유나파파

    19.09.02 19:24

    저도 집 가까운 곳에는 찜질방이 안보여서 원정다니고 그럽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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