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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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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제사날

오전부터 전을 굽고, 제기를 꺼내 닦았다.


줄였다고 했지만 제사상에는 열아홉 가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다. 몸이 기억하는대로 오체투지하듯 절을하고, 공손히 양손을 앞에 모으고 서있기를 반복했다.


구십육세까지 살다가 가신 할머니의 얼굴이 어렴풋하게 기억이났다. 좀 더 잘해드릴 것을 이야기라도 더 들어드리고 나눌것을 하는 후회가 물밀듯 몰려왔다.


축문을 읽고 절을 세번하고 창을 향해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나, 둘째놈이 나란이 서서 다시 절을 했다. 상 앞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나누면서 술을 들이켜니 케케묵은 옛날 얘기부터 따끈따끈한 근래의 얘기까지 창고대방출이라도 하듯 튀어나온다.


이제 연로하시지만 할머니께 잘해드리지 못했던 것을 부모님에게나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물씬든다.


댓글 2

  • 001. Lv.52 사마택

    19.11.16 06:20

    뭉클하네요. 형님. 항상 열정 넘치시고 그 뜨거운 열정 만큼이나 확고한 외길을 걸으시는 우리 형님. 진정 뜻한바를 반드시 취할진저.
    가족 모두가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잠못 이룬 새벽. 형님의 글벗이자 아우가.

  • 002. Lv.46 유나파파

    19.11.16 11:52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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