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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육포 건조장

이 정령사는 영혼이 두 개 입니다. : 레메게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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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육포
작품등록일 :
2020.07.05 17:34
최근연재일 :
2020.08.24 07:4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268
추천수 :
74
글자수 :
293,296

작성
20.07.07 08:10
조회
74
추천
2
글자
8쪽

Cahpt 04 - 두 뿔을 가진 암소2

DUMMY

“공자님, 일어나세요.

웬 일로 잠을 그리 깊이 주무셨습니까?

더 이상은 안 됩니다. 백작님께서 찾으십니다.”


이제는 나이가 지긋해진 가문의 집사.

집사가 그를 깨우러 들어온 것이 얼마 만인지,

자뷔시의 기억에는 13살 생일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 이었다.


숙취 때문인지 정신이 아직 아득하고 머릿속이 멍한 기분이 들었다.

전날 밤 아버지가 준 술이 독하긴 했지만, 그리 많은 양을 마신 것도 아닌데 말이다.


“웬일로 향초까지 태우셨습니까?

휘유! 얼마나 태우셨길래.......

아주 방 공기가 탁하다 못해 늙은 저로선 숨쉬기도 거북할 정도네요.

창문 좀 열겠습니다.”


“!!!!”


찬 공기가 그의 폐부로 들어 온 순간 정신이 들었다.

그 즉시 이불을 걷어 내고 한 손으로 왼 눈을 가려 보았다.


“공자님 왜 그러십니까?”


갑작스런 그의 움직임에 놀란 집사의 늙은 얼굴이 보였다.


“그럼 그렇지. 꿈이었어.”


안도감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자뷔시는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고,

때마침 대야를 가지고 방에 들어 온 시녀의 시중을 받으며 세안을 하였다.


세안을 마치고 나니 시녀가 그의 젖은 얼굴을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 주었다.

늦잠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부터는 평소의 아침과 같아지려는 순간이었다.


머리맡에 기분 나쁜 붉은 책이 눈에 띄었다.

피로 얼룩진 두 뿔 암소가 희미하지만 아직 남아 있었다.

기분 나쁜 느낌의 책! 꿈이 아니었다.


“집사, 이 책 그림 정말 이상하지 않아?”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자뷔시는 책을 들었고, 집사에게 물었다.


“아니 무슨 그림을 보여주시면서 말씀하셔야지,

아무것도 없는 가죽 표지만 보고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자자, 장난치실 시간이 없어요. 백작님께서 찾으신단 말입니다.”


“하하··· 그··· 그랬지?”


지뷔시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꿈이 아니다.

시녀를 채근하여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책을 든 채로방 밖으로 달려갔다.


“어엇~! 공자님 백작님이 ···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들으셨어요?”


뒤에서 집사가 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왜인지 자뷔시는 아버지가 어디에 계시는지 알 것 같았다.

단숨에 백작의 집무실로 달려갔다.


침실에서 집무실까지 거리가 꽤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기사들도 한 번은 그 높은 계단을 쉬었다 올라갈 정도였지만, 오늘 그에게는 그럴 여유 같은 것은 없었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지금 들어가는 곳이 아버지의 집무실이라는 것도 잊어버린 채 문을 벌컥 열어버렸다.


“노크는 잊은 게냐?

벌써 네 집무실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게로구나.”


“죄, 죄송합니다. 다시 나갔다가 들어오겠습니다.”


“그냥 있거라. 그래도 나보다는 낫구나.”


“네?”


“아니다. 반응을 보아하니 그녀를 만난 모양이군?”


“꿈 일리가 있겠느냐. 책은 읽어봤느냐?”


“어제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읽어보아라.”


아버지의 이야기에 자뷔시는 손에 들려 있던 책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언뜻 보이는 양뿔 암소의 검붉은 얼룩을 보니 몸이 떨려왔다.

그는 마른 침을 삼키며 책을 펼쳤다.


“한 명은 키가 작고 땅딸해 드워프로 착각할 정도였고···”


자뷔시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순간, 보더크 에르센 백작이 자뷔시를 툭 건드렸다.


“확실히 그 분을 만났군. 읽을 수 있게 되었구나.”


“네, 네? 하지만 이것은 제가 모르는 글자···?”


“그래 이 세상에 현재 존재하는 언어는 아니지.”


“그게 무슨···.”


“밤에 은밀하게 읽거라.

그리고 읽기 전 책에 다시 피를 뿌리거라.

그러면 그녀가 나타날 것이다.

자세한 것은 그녀가 이야기해줄 것이다.”


자비쉬는 영주의 집무실을 빠져 나온 후,

문 앞에서 한참을 손에 있는 책을 바라보았다.


표지에 얼룩으로 남은 암소가 살아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였고,

재단사와 어머니에게 몸을 맡긴 채 이곳 저곳 치수가 재어졌다.

도중에 몇 번인가 재단사의 바늘에 찔렸고 당황한 재단사가 울먹이며 사죄했던 것 같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이것저것.

평소에 할 법한 일들을 몇 가지는 했던 것 같다.

오라비가 평소와 다르다고 동행이 투덜거린 것도 같은데

사실 아무 것도 기억나지가 않았다.

단지 어서 해가 져서 그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뿐 이었다.


그 날의 저녁 정찬 자리만은 기억하는데,

주 요리는 당근과 함께 구워 낸 송아지의 등심 이였다.


"웁. 입맛이 없군요.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평소라면 남은 고기가 더 있는지 물어 볼 정도로 좋아하는 요리.

붉게 배어 나오는 핏물에 그날따라 입맛이 떨어졌다.

어머니가 붉은 포도주로 입가심할 것을 권했지만,

마실 수 있을 리 없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사랑하는 동생이 자뷔시가 걱정 된다며 요리장에게 특별히 부탁한 요리였다고 한다.

그가 떠난 뒤 우는 동생을 달래느라 백작 부부가 고생 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야 전해 들었다.

그렇게 식사를 먹는 둥 마는 둥 방으로 돌아왔다.


그날 더 이상 자뷔시 공자를 방해하는 것은 없었다.

그는 조용히 침실 문을 걸어 잠궜다.


책을 앞에 놓고 단도를 들었다.

날카로운 칼 날을 보자 괜스레 긴장감이 들어 마른 침을 삼켰다.


"크윽"


하인을 시켜 방에 고불쳐 둔 독한 술 한 병을 병 째 들이켰다.

용병들이나 마시는 술이라던데,

그저 호기심에 구해 둔 것을 이렇게 개시하게 될 줄이야.


시큼하고 약간 떫은 향이 끝에 남는 것이

아직 완전히 여물지 않은 와인과도 비슷했지만 그것의 풍미 같은 것은 없었다.

바로 취기가 오른다는 점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자뷔시는 오른 손에 든 단도를 왼 손 바닥에 길게 그었다.


서걱.


차카운 쇠가 손바닥을 스치는 감촉.

뼈를 가르지는 않았지만 왜인지 뼈까지 시린 기분이 든다.

잠시지만 술이 깨는 느낌이 들어, 애먼 빈 병을 다시 입에 가져다 대었다.


검은색에 가까운 피가 손바닥 위에서 부글거리며 피어 올랐다.

자비쉬가 손바닥을 기울이자 붉고 진한 핏줄기가 진득한 피 거품과 함께 책에 떨어졌다.


스륵.


피는 곧장 책에 스며들어갔다.

그리곤 표지에 새겨진 두 뿔의 암소 위에 몽글몽글 모여 들었다.

모여든 핏덩이가 차츰 반라의 풍만한 몸매를 가진 여성으로 변해갔다.

어제 밤 자뷔시의 침소에 나타났던 그녀였다.


“어맛? 애기가 많이 다쳤네? 이 피 좀 봐.”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나른한 목소리로 그에게 이야기 했다.


그리곤 자뷔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상처가 난 그의 손바닥을 잡고 그녀의 뺨에 가져갔다.


할짝. 할짝!


그리곤 농염한 미소를 띠며 상처 부위를 핥기 시작했다.

상처 부위에 그녀의 타액이 닿자, 아릿하면서 시원한 감촉이 들었다.

순간 그의 손을 연신 핥아대는 그녀의 모습이 주인의 손가락을 핥는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 으음."


어딘가 모를 야릇한 기분이 들어,

자뷔시는 그녀를 저지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드디어 그녀가 손바닥을 핥는 행위를 멈추고 자뷔시를 올려다보았다.

배시시 웃는 그녀를 멍하게 보던 자뷔시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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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령사는 영혼이 두 개 입니다. : 레메게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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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hapt 08 – 세상과 세상을 잇는 공간. - 2 20.07.09 41 1 14쪽
15 Chapt 08 – 세상과 세상을 잇는 공간. - 1 +1 20.07.09 41 2 14쪽
14 Cahpt 07 - 두 개의 영혼을 가진 몸. - 3 20.07.08 46 1 13쪽
13 Cahpt 07 - 두 개의 영혼을 가진 몸. - 2 20.07.08 104 2 13쪽
12 Cahpt 07 - 두 개의 영혼을 가진 몸. - 1 +2 20.07.08 60 4 15쪽
11 Cahpt 06 - 새 계약자. - 2 20.07.08 53 2 15쪽
10 Cahpt 06 - 새 계약자. - 1 20.07.08 58 2 16쪽
9 Cahpt 05 - 불완전한 마나 홀 - 2 20.07.07 58 2 12쪽
8 Cahpt 05 - 불완전한 마나 홀 - 1 20.07.07 66 2 16쪽
» Cahpt 04 - 두 뿔을 가진 암소2 20.07.07 75 2 8쪽
6 Cahpt 04 - 두 뿔을 가진 암소 - 1 +1 20.07.07 89 2 18쪽
5 Cahpt 03 - 무기 회수 - 2 +1 20.07.06 96 4 14쪽
4 Cahpt 03 - 무기 회수 - 1 20.07.06 108 2 15쪽
3 Chapt 01 – 노예 소년. 20.07.06 117 1 15쪽
2 Chapt 01 – 영지전 20.07.06 157 1 11쪽
1 Prolog1 – 타락한 왕을 반지에 가두다 +2 20.07.06 295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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