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56,429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9.01.14 22:47
조회
181
추천
2
글자
9쪽

예정된 죽음 (2)

DUMMY

우리는 계속해서 카를을 찾아 나섰다. 우리가 출발한 지 벌써 30분이 지나고 있다. 초조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다.


카를은 당장이라도 붕괴돼도 이상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를 찾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있다. 정말 다행인 것은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다.


“이 멍청이! 어디까지 간 거야!?”


문제는 아직도 그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또 막혔군! 이번에는 어디로 간 것인가!?”


이곳은 막다른 곳. 주변에 다른 흔적이 없다. 분명 나무를 넘어서는 도약을 했기 때문이다. 그에 퇴기는 웅이를 쳐다보았지만.


“크웅···”


웅이가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계속 냄새로 카를을 찾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힘들다. 그 이유를 나는 알고 있다.


“희미해지고 있어···”


그렇다. 가장 큰 문제는 카를의 흔적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은 카를의 자연력이다. 그것이 처음 보았을 때보다 희미해져 있다. 혼탁해졌다고도 할 수 있고, 희석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웅이의 반응을 보건대, 냄새마저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다.


“살아있긴 한 거야? 지금까지 오면서 살점들이 장난 아니게 많이 떨어져 있던데. 솔직히 해골이 달리고 있는 거라고 해도 믿겠어.”


“어떻게든 카를이 버티고 있다고 봐야지···”


“크하하하! 그런 몸을 하고서도 버티고 있다니! 과연 대단하군! 그런 사내의 삶이 끝나서는 안되지! 웅이야, 나를 도와라!”


퇴기를 따라서 웅이가 엘르에게 다가선다.


“에? 에?”


퇴기가 웅이와 힘을 합쳐 다짜고짜 엘르를 하늘로 집어던졌다.


“꺄악!”


“크하하하! 잘 봐라! 어디로 길이 이어져있는지!”


“그럼 미리 말을 하고 던져야 할 거 아냐!”


미처 대비를 하지 못했던 엘르는, 추락하기 직전에야 가까스로 나무를 붙잡았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나무 꼭대기에 선 엘르가 주변을 둘러본다.


“발견! 동쪽에 새로운 길이 있어!”


“크하하하! 효과적이군! 그럼 다시 출발하지!”


“그래. 빨리 따라잡자.”


나는 가장 먼저 앞으로 달렸다. 카를의 상태는 악화일로다. 최대한 그를 빨리 찾아야 한다.




나는 멈췄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있다.


‘얼마나 이동한 거지?’


정말 최선을 다해서 그들에게서 멀어졌지만, 절대 효율적인 것은 아니었다. 직선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계속 이리저리 움직였으니까.


‘이제 걷지도 못하겠군.’


두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 뼈가 부러져 허벅지를 통해 튀어나온 것을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다리만 비정상이 아니다. 온몸의 뼈가 제자리인 곳이 없다. 아니, 없었다.


‘내가 봐도 기이하군.’


부러졌던 뼈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달려오면서도 이런 광경을 몇 번이나 보아왔다. 아까도 달려오는 그대로 넘어져서 쇄골이 부러졌었다. 그 때문에 팔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어느새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다.


지금도 통증은 남아있지만, 뼈가 부러지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활동이 가능한 것 자체가 놀라웠다. 근데 그 놀라운 대상이 바로 내 몸이라는 것이 더 놀랍다. 아주 어렸을 때 말고는 다쳐본 적이 없었기에 몰랐다.


‘난 회복력도 뛰어났던 모양이네. 이거 참, 이래서야 진짜 인간이라고 할 수 없겠어.’


숲에서 봤던 트롤보다는 덜한 것 같지만, 이미 평범한 인간들이랑은 궤를 달리하는 회복력이다. 이제 정말 누가 나를 괴물이라고 해도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 회복력도 이번에는 한계를 맞이한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자 다리뼈가 회복되어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안 된다.


‘하긴 이게 오히려 정상이지.’


온몸의 뼈들과 근육들이 모조리 제자리를 한 번씩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하게 뒤틀렸었다. 회복된 지금도 통증이 남아있어, 일어서려 하자 온 몸에서 비명을 지른다.


피부는 찢어지고 회복을 반복하는 와중에 벗겨지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에 와서는 내가 1시간 전에 가지고 있던 피부가 없을 정도다. 피부만이 아니라 그 아래의 근육까지 뭉텅이로 떨어져 나간 곳도 많았다.


‘마치 내가 아닌 것 같군.’


사람은 보통 자기 냄새를 못 맡는다 했는데, 이 정도가 되니 내가 내 냄새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어제까지 가지고 있던 내 냄새가 아니었기에 구별이 가능해졌다.


‘이제 정말 끝인가.’


몸의 상태는 이제 한계를 맞이했다. 어떻게든 멀리 떨어진다는 일념 하에 조각나는 몸을 유지했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 그것도 끝이다. 여기가 내 무덤이 될 것이다.


“후우··· 이럴 때 볼 수 있는 광경이 겨우 저딴 거라니.”


내 목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갈라진 소리가 나온다. 그 소리는 하늘을 향한 원망을 가지고 있다. 시야가 마치 명멸하듯 자연력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그에 대한 환각인지 저 높다란 하늘마저도 지금에 와서는 지붕처럼 보인다. 정말 짜증 나는 시야다.


자연력에 너무나도 뚜렷해졌던 감각은 이미 희미하기 짝이 없다. 자연력뿐만이 아니다. 내 눈에 보이는 저 하늘, 내 등을 받치고 있는 땅, 나를 감싸는 따뜻함, 그리고 바람의 소리마저 점점 희미해진다. 세계에서 지워지는 것 같은 이 감각. 그리고 그것과는 반대로 심장은 터지기 직전이다. 내 자연력도···


이 곳은 구덩이. 내가 착지하는 바람에 생겨난 구덩이다. 그 어느 쪽으로도 길은 없다. 하늘의 지붕. 그리고 땅의 구덩이. 그 어느 때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광경이다.


“하지만 관이라고 하면 또 어울-”


“누구 마음대로 관 타령이냐?”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놀랐다. 그 거친 숨소리에 다시금 세계가 돌아온다. 절대 다시 듣고 싶지 않았던 목소리다. 그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도주였으니까.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스트···!”




‘겨우 따라잡았다!’


필사의 추격이었다. 카를이 죽으면 세계도 죽는다. 이보다 필사라는 말이 어울릴 수가 없다.


“하스트···!”


카를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와 함께 뒤에서 일행이 다가온다.


“너희들까지··· 도대체 왜···! 왜 나를 따라온 거야!? 다 죽고 싶어!?”


카를의 목소리에는 원망이 담겨있다. 카를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는 안다. 하지만 그것에 어울려 줄 수는 없다. 지금만큼은 카를을 위해, 카를의 의견을 배제한다.


“확실히 파괴자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지. 네가 죽던지 자연화를 하면 그것만으로 재앙이 펼쳐질지도 몰라. 아니, 확실히 펼쳐지겠지. 그리고 넌 지금도 자연화하기 직전이고 말이야. 그 재앙은 파괴자처럼 극도의 흡수력을 가진 자만이 제어할 수 있는 것이지. 정령에게마저 위험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이야.”


카를에게 다가서며, 각자에게 지시한다. 오면서 이미 설명은 끝난 상태. 이제 실행만이 남았다.


“그런데 왜?”


카를의 질문에 난 미소를 짓는다. 각자가 자리를 잡는다. 카를을 중심으로 삼각형이 배치된다.


웅이는 아직 영물이 아니기에, 우리처럼 섬세하게 자연력을 조절할 수 없다. 그에게는 수호를 명했다.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자연력을 따라 수많은 동물들이 흥미를 느끼고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는 움직일 수 없다. 그때는 웅이만이 희망이다.


“파괴자는 너를 몰랐던 것처럼, 나를 잘 몰랐어. 파괴자의 그딴 의견은, 모두 내가 없다는 가정하의 망언이야. 네 존재는 스승님조차 몰랐던 것이지. 하지만 나야말로 너를 뛰어넘는, 스승님이 인정한 불세출의 천재다! 그 따위 망언쯤 모두 없앨 수 있는 천재! 그리고 난 지금 여기에 있다! 여기가 관이라고? 누구 마음대로 죽냐! 아직 내 부탁은 끝나지 않았어! 네가 싫다고 해도, 난 널 끌고 가서 세계를 구해야겠다!”


난 내 앞에 회색의 구체를 띄웠다. 그것의 크기를 점점 키운다. 엘르와 퇴기는 내 힘에 동조하며 내가 부탁한 작업을 시작한다.


예언의 아이들, 우리의 목적과 임무는 파괴자를 잠재우기 위한 술식 그 자체다. 그것을 위한 예언의 아이들이다. 내 술식을 기본으로 각자가 맡은 속성과 특성을 이용한 증폭과 안정, 그리고 제어. 지금 예언의 아이들, 그 술법이 최초로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것조차 넘어선 것. 확언할 수 있다. 이는 내 생애, 두 번째로 놀라운 작업이 될 것이다.


작가의말

 추천수 100.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령의 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2 행방불명 (9) 19.02.01 111 1 10쪽
121 행방불명 (8) 19.01.31 96 1 7쪽
120 행방불명 (7) 19.01.30 97 1 9쪽
119 행방불명 (6) 19.01.29 102 1 12쪽
118 행방불명 (5) 19.01.28 121 1 10쪽
117 행방불명 (4) 19.01.26 110 1 11쪽
116 행방불명 (3) 19.01.25 117 1 11쪽
115 행방불명 (2) 19.01.24 113 2 10쪽
114 행방불명 (1) 19.01.23 163 2 10쪽
113 이상하고 아름다운? (5) 19.01.22 157 2 14쪽
112 위대한 방관자 19.01.21 147 2 9쪽
111 예정된 죽음 (7) 19.01.19 163 2 13쪽
110 예정된 죽음 (6) 19.01.18 138 2 13쪽
109 예정된 죽음 (5) 19.01.17 153 2 13쪽
108 예정된 죽음 (4) 19.01.16 205 2 13쪽
107 예정된 죽음 (3) 19.01.15 157 1 12쪽
» 예정된 죽음 (2) 19.01.14 182 2 9쪽
105 예정된 죽음 (1) 19.01.12 169 2 13쪽
104 두려움 (11) 19.01.11 141 1 11쪽
103 두려움 (10) 19.01.10 152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