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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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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56,559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8.05.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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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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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이변 (4)

DUMMY

“와아아아~!”


사람들은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쉰 촌장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이는 것은 기뻐하는 사람들. 그뿐이었다. 탑의 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동물들은 아직 마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말에 화답하듯 문 뒤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입구라고 인식한 후였기에 문이 닫혔음에도 계속 밀고 들어오려 하는 것이다.


“대형동물들이 밀고 들어오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잠시간의 시간만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부상자들을 돌보고, 마을의 온갖 것들을 이용해 화살을 만들어라. 그리고 벽 위에서 창으로 적들을 견제해라.”


촌장의 명령에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명령의 처음부터 기분 좋은 착오가 생겼다. 부상자들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이다. 중상을 입은 사람은 아직 쓰러져 있지만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있다.


“어찌 된 일이지?”


“방금 전 탑의 빛이 터진 후로 몸의 상처들이 빠르게 나아졌습니다.”


그 말에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둘러봤다. 신경 쓰지 않아서 몰랐지만 살펴보니 찢어진 옷 밑에 있어야 할 상처들이 모두 사라져 있다.


“게다가 상처만이 아니라 체력도 엄청나게 회복되었습니다.”


전방에 있던 사람들은 승리에 취해 몰랐지만, 후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것을 확실히 느꼈다.


“전 빛이 터지기 전에 손에 힘도 안 들어갈 정도로 지쳐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한 대원은 그것을 증명하듯 손에 힘을 불끈 쥐었다.


모두가 평소보다 고조되어있다. 승리의 여운이라기엔 너무 눈에 띄는 큰 변화였다. 상태를 천천히 살펴보니 오히려 전투 전보다도 몸에 힘이 넘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동물들을 밀어낸 건 단순히 빛이 눈부셔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군.”


확실히 방금 전 촌장 본인이 쏘아낸 투창부터가 평소보다 확연하게 강했다. 최소 톤 단위는 되어 보이는 동물을 투창으로 뒤로 날려 보냈으니까. 평소라면 생각도 못할 힘이었다.


“헹. 탑이 빛나기 시작하면서부터 동물들이 몰려오길래 재앙의 씨앗인 줄 알았더니.”


“그래. 희망의 빛이었나 보다.”


아직 탑의 빛과 동물들의 확실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었지만 영향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탑이 자신들에게 힘을 준다면 자못 다행이었다.


걱정되는 것은.


“하지만 그 빛이 우리에게만 힘을 준 걸까?”


“뭐?”


“동물들에게도 힘을 줬을 수도 있지 않은가?”


“확실히.”


탑은 이제 고요하다. 아니 주변이 모두 고요했다.


“왜 조용하지?”


이상했다. 이제 문을 두드리는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경비대장이 주위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이봐! 밖은 어떻지? 왜 이리 조용해?”


벽 위에서 밖을 감시하고 있던 대원이 그에 답한다.


“동물들이 이상합니다. 아까와 다르게 서로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동족들로 이루어진 것처럼 마을로 다가왔던 동물들은 이제 없다. 언제나의 동물들만이 있을 뿐.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평소의 천적들이 가득했다.


촌장과 경비대장도 벽 위로 올라와 그 모습을 보았다.


“뭐야? 이것들 또 왜 이래? 오늘 하루 상황 변화가 왜 이리 다채로워?”


“확실한 것은 저들은 힘을 별로 못 받았군.”


문 앞에서 격전을 치렀던 동물들은 아직 상처가 가득하다. 틈새로 나온 빛을 받은 동물들은 그나마 상처가 나았지만, 거의 대부분은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빛이 탑 밑동에서 터져서 다행이군. 혹시라도 탑 윗부분에서 터졌다면···”


벽을 넘어서 주변의 모든 동물들이 회복, 혹은 강화되었을지도 모른다.


평소라면 생각도 못할, 입 밖으로 내놓는다면 옛날 전설에 빠져 사는 망상가라고 욕먹을 정도의 일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믿지 못하는 놈이 지진아다. 너무나 확실한 결과가 바로 자신들에게 있으니까.


밖의 상황은 일촉즉발이다. 아예 기억이 없는 건 아닌 듯 마을에 들어오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주변에서 피어나는 살기의 향에 모두가 제지되고 있다. 그 살기를 혈향이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그 모습에 오히려 방금보다 더 큰 압박감을 느낀다. 야생의 살기가 너무 짙어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아예 눈으로만 경계를 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린다. 그것이 사방으로 퍼져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


캬아아악!


사방을 향해 울부짖는다. 동물들이 너무 뒤죽박죽 섞여있다 보니 본능적으로 울부짖어 서로의 동족을 찾고 있다. 하지만 칼끝처럼 섬뜩한 긴장 속에서 그런 행동은 오히려 주변의 공격성을 부추겼다.


콰직!


한 맹수가 옆에서 소리 내고 있는 초식동물의 목을 물어뜯음으로써 전투는 시작되었다. 정열적인 피의 광란이 눈 앞에 펼쳐진다.


“우와아···”


대지에 하늘이 투영된다. 시체는 구름처럼 쌓이고, 색깔은 노을보다도 붉으며, 살점과 피의 비가 뿌려지고 있다.


사방에 짙은 혈향이 더욱 퍼진다. 동물들은 더욱 미쳐 날뛰고 있다. 마침내 동족들끼리 만나는 데 성공한 동물들은 힘을 합쳐 그들끼리 사방의 적들을 물리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노리는 이 상황에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표범이다! 표범이 벽을 타고 올라온다!”


나무나 벽을 잘 타는 동물들이 전투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방금 전처럼 단순히 마을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자신들의 특기를 살리고 있다.


마을을 공격할 때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제정신이 아니었던 동물들이 이제 와서야 확실히 제정신을 차린 것처럼 보인다. 단순한 움직임만을 반복했던 방금 전이 아니다. 인간과 생존경쟁을 벌이던, 가장 큰 숙적의 모습. 그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이제는 한 마리 한 마리가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막아라! 모두 벽 위로 올라가서 기어올라오는 동물들을 막아!”


그 사이에 재빠른 동물들은 이미 벽을 넘어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표범 같은 경우는 전투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마을로 흩어지기 전에 재빨리 처리해야 한다. 저런 강력한 맹수가 마을 안을 활보하기 시작하면, 어떠한 사람이라도 안전할 수 없다.


“자네는 저쪽을 맡게.”


그에 촌장과 경비대장은 양쪽으로 흩어진다.


벽을 오르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상당한 수의 동물들이 안전을 찾아서 벽을 오르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발작적으로 벽을 향해 달려들었던 대부분의 동물들은, 벽을 넘지 못하고 떨어지거나 마을 사람들의 손에 처리되었다.


화살 제작에 투입되었던 사람들도 모두 벽으로 투입되었다. 아까보다 동물들의 힘의 집중은 덜했지만, 마을 외곽 전체로 전선이 펼쳐져서 집단전보다는 개인전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오히려 아까보다 개인에게 전해지는 압박감은 훨씬 거세어졌다.


“말이다! 말이 달려오고 있다!”


“뭔 시답잖은 소리야! 지금 말만 보이냐! 그딴 소리 할 시간 있으면 전투에 집중해!”


벽을 넘어온 동물들을 다 처리한 경비대장이 핀잔을 준다.


“그냥 말이 아닙니다! 엄청 거대한 말입니다! 다른 말들보다 배는 큰 것 같습니다! 게다가 등에 혹이 세 개 있습니다!”


말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큰 동물이다. 다른 동물들 중에서 말보다 큰 동물은 적어도 남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그것보다 배는 크다니? 비록 정신이 없어서 과장을 한다 치더라도 쉽게 넘길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계속 달려옵니다! 엄청 빠릅니다! 곧 다른 동물들이 있는 곳에 도착. 헉!”


“무슨 일이야?”


“다른 동물들을 다 깔아뭉개면서 달려오고 있습니다! 앗. 뛰었다.”


그 말과 동시에 그림자 하나가 땅을 수놓았다. 사람과 동물들 모두 갑자기 땅에 드리워진 어둠에 깜짝 놀라 하늘을 쳐다볼 정도로 거대한 그림자였다.


방금 들었던 말처럼 거대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이 벽을 그대로 뛰어넘어오고 있다. 아니, 저것을 도약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걸까? 몇십 미터 밖에서부터 날아오고 있던 저것을?


말이 내려오면서 엄청난 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거대한 말은 자기의 속도에 못 이겨서 집이고 뭐고 다 부수면서 착지하고 있었다.


“으악! 저런 미친!”


그리고 그 집 중에서는 경비대장의 집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전투를 계속하도록. 나와 경비대장이 가겠다.”


촌장은 말 쪽으로 달려 나가는 경비대장을 보며 주변에 지시를 내린 다음에 그 뒤를 따랐다. 가장 큰 전력인 둘의 이탈은 상당한 손해지만, 저런 말을 그대로 무시할 수도 없다. 저 앞의 전장에서 저 말보다 강한 적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으악! 우리 집이!”


집이 무너져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경비대장은 통곡했다.


“원통한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지 않은가.”


“그래. 망아지 자식. 전투 후의 만찬은 너로 정했다. 오늘 승전 축제는 말고기로 한다! 가자!”


다시금 걸음을 재촉한다. 말이 향한 방향은 너무나 확실했다. 죄다 때려 부수고 땅도 갈아버리며 나아갔기에 흔적이 너무나 뚜렷하게 남아있다. 무엇보다 그 큰 덩치를 숨길 수도 없었다.


말은 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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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순찰 (5) 18.05.04 771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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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순찰 (3) 18.05.03 787 3 10쪽
10 순찰 (2) 18.04.28 794 4 9쪽
9 순찰 (1) 18.04.28 806 5 8쪽
8 순찰대 결성 18.04.27 853 3 8쪽
7 농경지 마을 (5) 18.04.26 971 4 16쪽
6 농경지 마을 (4) 18.04.25 990 4 10쪽
5 농경지 마을 (3) 18.04.23 1,020 4 16쪽
4 농경지 마을 (2) 18.04.22 1,11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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