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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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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56,560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8.04.25 06:00
조회
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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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농경지 마을 (4)

DUMMY

“아무래도 더 이상은 무리인 거 같군요. 저도 끼어들겠습니다.”


이미 대원들, 특히 1열의 대원들은 모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겼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한스처럼 위기를 맞을 것이다. 지금도 많이 늦은 참전이었다.


“카를형! 위험해요!”


말롬은 카를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적이 카를에게 공격하는 것을 보았다. 이대로라면 아까의 한스와 같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자신에게 더 이상 도울 무기가 없다.


하지만 한스와 카를은 크게 달랐다.


카를은 자신의 목을 덮쳐오는 손톱을 아주 가볍게 피해냈다. 그리고는 적을 검으로 유유하게 찌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적의 가죽에 막혀 검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 뭐야? 이 체격에 이런 방어력이라니? 가죽도 별로 안 두꺼운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러지?”


“형! 그 녀석들의 몸에 피가 안 나는-”


한스는 자신이 알아낸 바를 다시 말하려 했다. 카를이 뒤에 있느라 못 들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러지 않았다면 그가 상처가 거의 없는 곳을 공격할 리가 없다. 적에 대한 확실한 대처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렇지만 그 말보다 다른 소리가 먼저 튀어나오려 한다. 카를의 공격을 이겨낸 적이 더욱 가까이 붙어 카를의 목에 이빨을 박아 넣으려 하는 것이다. 한스는 놀란 마음에 그에게 위험을 알리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한스는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다물지도 못한 채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푸확!


카를이 어느새 꺼낸 창이 적을 꿰뚫었다.


“어?”


뒤에 있던 말롬도 그것을 보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물론 적을 쓰러뜨린 것 자체는 주변의 다른 실력자들도 충분히 해낸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카를처럼 일격에 쓰러뜨린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말롬은 카를이 공격에 성공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적이 가까이 붙는 바람에 창을 뻗을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니 창이 아니라 검을 찌르기에도 간격이 너무 짧았다. 그런데 적의 등 뒤로 갑자기 창이 튀어나왔다. 정말 거짓말 같은 광경이었다.


“부대를 뒤로 물러주십시오.”


“그래. 더 이상 경험 따위를 따질 정도는 아닌 것 같군! 모두 방어하면서 뒤로 물러나라! 휩쓸려서 죽기 싫다면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서 적들을 뿌리쳐!”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부대를 점점 뒤로 물린다. 하지만, 적들이 끈질기다. 뒤로 물러나는 것을 허락지 않겠다는 듯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어디서 계속 더러운 앞발을 들이미는 거야.”


카를은 자신에게 들어온 공격을 손으로 잡아버렸다.


“끼끼!”


적은 잡힌 앞발을 어떻게든 빼려 노력했지만 꿈쩍도 안 한다. 그러자 반사적으로 뒷발로 카를을 걷어차려 한다. 들려오는 바람소리가 발차기에 담긴 힘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평범한 사람이 맞으면 뼈가 단번에 부서질만한 힘이다.


“흥.”


하지만 카를은 그것을 가소롭다는 듯 비웃고, 앞발을 잡은 손목을 가볍게 회전시켜 뒤틀어버렸다.


우두두둑.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앞발이 뒤틀린다. 어찌나 힘이 강한지, 앞발이 전부 뒤틀리고, 회전이 어깨를 지났을 때는 적의 몸 또한 반 바퀴 돌아간 상태였다.


적이 시도한 뒷발차기는 의도와는 다르게 카를의 머리 위를 스쳐가 버렸다.


“끼아아 아!”


엄청난 고통에 적이 비명을 지른다. 한쪽 발의 뼈가 산산조각이 났으니 당연하다. 조각난 뼈가 근육에 파고들었으니, 아마 여기서 살아난다고 해도 다시는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시끄러.”


물론 살아남지도 못하겠지만.


펑!


카를은 허공에서 울부짖고 있는 적을 냅다 앞으로 걷어차버렸다. 적은 가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뒤에 있는 동족들과 뒤엉켜 날아간다. 걷어 차인 가슴이 기괴하게 파여있는 것을 보니, 뒤엉키기도 전에 즉사했을 것이다.


차원이 다른 전투에 한스와 말롬은 카를을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카를이 적들의 진형에 구멍을 뚫었지만, 적은 아직도 많다. 방금 전의 공격이 무색하게 구멍은 재빨리 메워진다.


“흠···”


그 모습을 보고, 주변을 잠시 둘러본다. 아직 아군이 적들을 떼어내지 못하고 후퇴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다행히 신입들의 근처에는 모두 실력자들이 같이 있어서 누군가 죽는 상황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한스와 말롬이 가장 위험한 상태였지만, 그들은 카를 바로 뒤에서 멍청할 정도로 멍하니 있다.


이에 카를은 결심한다. 뒤의 놈 둘을 정신 차리게 하고, 후퇴의 발판을 마련하기로. 발은 아직 적을 찬 상태 그대로 허공에 있다.


“우선 다른 사람들을 피하게 해볼··· 까!”


그리고 발을 내리나 싶더니 냅다 땅을 구른다.


쾅!


카를이 가격한 땅이 그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가며 사방으로 돌과 흙을 흩뿌렸다. 그 후, 대지를 뒤흔드는 진동에 적들보다 아군이 놀란다. 적들은 미친 것이 확실한지 예상한 격렬한 반응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반응과는 반대로 중심이 흐트러질 정도의 진동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적들이었다. 제대로 진형을 잡고 자세를 낮게 하고 있던 인간 쪽은 그다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미친 듯 마구잡이로 날뛰고 있던 적들은 잠시 균형을 잃고 땅에 쓰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어차피 네발로도 다니는 놈들이라 금세 균형을 회복하고 일어섰지만, 경비대가 강하게 적을 뿌리치며 뒤로 빠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일반 대원들은 여기서 방어 진형을 짜고 적들을 막아라!”


어느 정도 적들에게서 벗어나 조금은 안전해졌다고 판단한 지휘관은 그 말과 함께 앞으로 튀어나갔다. 지휘관만이 아니다. 부관 및 간부들처럼 경비대의 이름난 실력자들이 앞으로 나가 카를을 돕기 시작했다. 단, 그들이 완전하게 카를에게 합류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카를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에서 자신들끼리 진을 짜 적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대단해···”


그 모습을 본 말롬은 감탄했다.


그는 무기를 모두 잃은 탓에 한스의 창을 빌려 쓰고 있다. 하지만 직감했다. 이번 전투가 끝날 때까지 그 창을 쓸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하··· 하하··· 나름 실력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앞의 전투를 본 그는 깨달았다. 간부진들이 다른 사람들을 지켜주며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기에 피해가 이 정도에 그쳤다는 것을. 왜 카를이 늦게 참전했는지를. 그 증거로 그들끼리 합을 맞추자 적들이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쓰러지고 있다.


“저분들은 그렇다 치고··· 저 형은 도대체 뭐야···?”


사실 그들의 전투력은 이해할 수 있다. 평생의 반, 아니 대부분을 전투와 함께 지내오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강하지 않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다. 하지만 카를의 전투력은 그런 이해를 뛰어넘고 있다.


적을 베면 몸통채로 날려버리고, 창을 찌르면 한 번에 두, 세 놈씩 꼬치가 되어버린다. 놀라운 것은 무기술만이 아니었다. 발을 구를 때마다 땅이 터져나가고, 발차기를 하면 수 마리가 같이 나뒹굴며 날아간다. 손으로 잡고 던져 버릴 때는 얼마나 높이 올려 보냈는지, 몇 초 뒤에 떨어진다. 그것이 짐승을 넘어서는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폭풍이었다.


“난··· 단 한 놈도 제대로 찌르지 못했는데··· 하···”


자신과 나이차가 10살도 안 나는, 아직 20대 중반인 그가 저런 말도 안 되는 무력의 소유자라는 게 잘 믿기지가 않는다. 그가 아군인 것과 상관없이, 마음이 꺾일 정도로 너무나 큰 힘의 차이가 그에게서 느껴진다.


“저것이··· 최강···”


한스 또한 카를의 전투를 눈이 빠져라 보고 있다. 처음에는 간부들이 왜 카를과 같이 싸우지 않나 이상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알 수 있다.


‘우리가 저분들과 다른 급이듯, 저분들도 카를형과 합을 맞출 수 없는 거야···’


마을에서 손에 꼽히는 실력자인 그들도 카를의 전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강해질 수 있을까?’


저 정도의 힘이면 자신의 새로운 가족들을, 마을을 지킬 수 있다. 그의 마음에서 들불처럼, 하나의 감정이 번져간다.


같은 전투를 바라본 두 동기는 서로 상반된 마음을 품었다. 말롬은 절대 따라잡지 못할 것 같다는 좌절감을. 한스는 인간도 저렇게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그리고 그들이 무슨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는 상관없다는 듯, 전투는 끝이 나고 있다.




콰직!


마지막 적이 카를에게 잡혀서 목이 부러지며 절명하는 것을 끝으로 모든 적이 침묵했다.


“... 흠···”


주변에는 지금까지 싸웠던 적의 모든 사체가 있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


‘이상한데···’


“카를.”


간부들이 카를에게 다가온다.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그들도 이상한 점을 깨달은 것이다.


“그놈은 일부러 그렇게 죽인 것인가?”


지휘관은 카를의 손에서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는 사체를 가리키며 물었다.


“네. 무기들이 모두 부서진 김에.”


“... 그래. 어찌 되었든 다행이군. 그 정도로 깨끗하게 죽인 놈이 없어서 말이야.”


지휘관은 주변을 둘러보고, 부대의 상태를 체크하더니 다시 말을 꺼냈다.


“... 아무래도 이 사체들을 모두 가져가기에는 무리인 것 같군. 부대 상태도 완벽하지 않고. 몇 마리만 수거하고 돌아가서 조사를 해봐야겠어. 아무래도 너무 이상해.”


“네. 저도 동감입니다.”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부대에 명했다.


“사체는 신경 쓰지 말고 수거한 농작물만 정리하라! 마을로 귀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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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순찰 (2) 18.04.28 794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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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경지 마을 (4) 18.04.25 991 4 10쪽
5 농경지 마을 (3) 18.04.23 1,020 4 16쪽
4 농경지 마을 (2) 18.04.22 1,11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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