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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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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11.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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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주목받는 남자.

DUMMY

제13인간계는 한때 그 위치상의 절묘함 때문에 차원을 장악하기 위한 상위 차원들 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각축장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흔하디흔한 중간 차원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 제13인간계의 차원 방어를 맡은 조직이 나라별로 하나씩 존재해 국가의 흥망성쇠와 운명을 같이했는데, 나라가 끼어 있다 보니 저마다의 이익을 중시하는 건 당연했다.

현대에 이르러서야 다른 차원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자 이러다간 쫄딱 망하겠다 싶은 위기감에 겨우 뭉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이유에 은원 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히고 얽혀 통합 조직의 이름을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로 학을 뗀 사람들은 결국 의미를 부여하는 게 더 힘든 0과라는 차원을 방어하는 조직치곤 단순하고 볼품없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숫자가 0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0이냐고 따지던 이들이 없던 건 아니지만, 고작 이름 하나 정하는 거로 벌어진 치열한 신경전과 눈치 싸움에 질린 이들의 살벌한 시선에 조용히 찌그러지며 제13인간계를 수호하는 수호조직 0과가 만들어졌다.

그런 0과 중 하나인 대한민국의 0과 회의실. 관련 책임자들이 전부 모인 가운데 엘리트의 표본을 보여 주듯 세련된 정장 차림의 한 남자가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향해 브리핑을 진행 중이었다.

“현재 호황의 딸 나비렌이 호인계에서 몸을 피해 망명을 위해 저희 제13인간계에 왔음을 확인했습니다.”

“아무리 호황의 딸이라지만 아직 호군급도 못 될 텐데 마계의 추적을 어떻게 피한 거지?”

“요정계 제7지파인 엘족의 조력이 있었습니다.”

“엘족? 엘프를 말하는 건가?”

“예. 허가받지 않은 게이트의 파동을 해석한 결과 하이엘프 트리시아의 고유 파동임을 감지했습니다.”

“악몽의 정원사가 붙어 있다면 마계도 애를 먹겠군.”

“호인계의 내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인다고 하더라.”

“반란 세력이 마계의 지원을 받았다는 게 사실로 드러났으니까.”

“어느 나란지 모르겠지만 골치 아프겠어. 망명 신청을 받아들이면 마계와 사이가 틀어지고, 거부하자니 엘족의 하이엘프가 걸리고.”

“그 골치 아픈 문제가 저희에게 일어났습니다.”

“…….”

브리핑을 하던 남자의 말에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던 회의실 분위기가 싸늘하게 변했다.

“……호황의 딸과 하이엘프가 한국에 있다고?”

“그렇습니다!”

“그걸 이제 말하는 어떡하는가! 마계 놈들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데!”

0과를 양분하는 두 세력 중 하나의 수장인 참모장이 잘 걸렸다는 듯 브리핑하는 사무장을 노려보며 따졌다.

“아니! 그보다 망명 신청을 했다면 어째서 우리에게 보고가 올라오지 않은 거지? 그리고 대체 누가 승인한 거야!”

“그 점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호황의 딸과 하이엘프는 대한민국이 아닌 한 개인에게 보호를 요청했습니다.”

“개인? 국가급 세력을 가진 곳이라면 권문이나 상계뿐인데 아무리 그 작자들이라도 마계와 척지는 모험은 할 리 없을 텐데? 그리고 최소한 우리에게 알려는 줬어야지!”

“그랬다면 일 처리가 참 편해졌겠죠.”

작게 한숨을 내쉰 사무장은 화면에 비친 맹하니 졸린 눈에 귀찮음이 묻어 나오는 표정을 한 남자의 사진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말했다.

“성명 김준영.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군 입대. 유능하단 평가 속에 부사관에 지원. 최우수 부사관으로 임관했습니다.”

“잠깐. 내가 아는 얼굴인데? 아! 몇 년 전 실종된 룰 브레이커 아닌가?”

참모장이 준영을 알아보자 사무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군 사격 대회의 우승을 계기로 스킬 보유자로 판단. 흑운대로 전출 명령을 내렸습니다. 배후 조사를 위한 철저한 이력 조회를 통해 이상 없다 판단. 관례대로 사흘간의 휴가 뒤 부대로 복귀해 정식으로 흑운대에 입대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라졌지.”

참모장은 불편한 표정으로 말했다. 0과가 사용할 수 있는 무력 부대 중 하나가 전멸한 사건이니 모를 리가 없다.

“예. 휴가 기간 중 비익계에서 발생한 반란 진압을 위해 출동한 흑운대가 전멸해 버려 바로 전역 조치하고 철저한 재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김준영 중사는 휴가 기간 중 만화방에서만 지냈는데, 그 기간 동안 접촉한 인물들과의 대화, 만진 책장, 책, 권수, 책을 되돌려 놓는 행동 등등 모든 행위를 암호와 접선 체계로 간주하고 해독하기 위해 아르고스의 눈이 모든 자원을 집중했다가 결국 과부하를 견디지 못해 퍼져 버렸고, 아르고스의 눈이 휴식을 취할 동안 요원을 파견해 영입하려 했으나, 이미 아프리카로 출국한 뒤 사라졌습니다.”

“그래, 기억나는군. 흑운대로 모자라 아르고스의 눈이 가진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니까.”

“백업 플랜도 없이 아르고스의 눈에만 너무 의존한 우리 잘못이지.”

“뭐. 덕분에 비상 관리 체계를 다시 설계했으니 손해만은 아니지.”

참모장과 사무장의 공방을 지켜보던 0과장 직속의 이사진은 속닥거렸다. 만약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적이 이용했더라면 치명적인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흑운대의 전멸은 싸게 먹힌 거다.

그런 이사진의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참모장은 사무장을 향해 소리쳤다.

“좋아할 일이 아니잖은가! 해외로 빠져나간 뒤 사라졌다는 건 흑운대의 전멸과도 관계가 있단 뜻인데!”

“아르고스의 눈이 우연이 겹친 결과일 뿐 흑운대의 전멸과는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걸 아실 텐데요?”

“아르고스의 눈이 뻗어 버린 뒤로 아르고스의 눈과 현장 요원의 더블 체크를 주장한 건 사무장 아닌가? 실종된 놈이 다시 나타났으니 직접 불러다 확인해 봐야지.”

“……그건 저도 말릴 생각 없습니다. 이왕이면 직접 심문하는 걸 저도 구경하고 싶군요.”

“흥! 그딴 놈에게 내가 휘둘릴 거 같은가?”

“예.”

“뭐야!”

사무장과 참모장이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며 분위기가 과열되자 이사진은 또 시작이다 싶어 한숨을 내쉬었다.

“아르고스의 눈이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면 그런 거겠지. 하지만 실종 상태라고 해서 손 놓고 있었을 린 없을 텐데 다른 0과들에게 협조 요청을 해서라도 흔적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회의실 가장 상석에 앉아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으로 한가하게 찻물을 들이켜며 묵묵히 회의 내용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대한민국의 0과를 총괄 지휘하는 0과장의 말에 말다툼을 벌이던 사무장과 참모장의 입이 뚝 닫혔다.

사무장은 자꾸 딴지를 걸며 회의를 진행 못 하게 방해하는 참모장을 노려보다 말했다.

“분하지만 저희의 힘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으나 어째서 타국의 0과들이 비협조적인 걸 넘어 은밀히 방해를 했는지 최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야 그 썩을 것들이 룰 브레이커 하나 낚아채려고 그런 거겠지.”

사무장의 말에 참모장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0과의 힘은 국력과 비례한다. 강대국일수록 0과의 힘 또한 강력하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의 0과는 순위로 따지면 간신히 중위권을 유지할 정도다.

“아닙니다. 그간 김준영 중사의 행적은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0과들도 꾸준히 찾고 있었는데, 저희 차원뿐만 아니라 교류하고 있던 모든 차원에서 단서조차 수집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지워진 상태였습니다.”

“우리면 몰라도 다른 0과들이 그렇게 집착할 이유가 있는가?”

0과장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차원의 업무가 바빠 본진이라 할 수 있는 0과의 일은 보고만 받는 입장이다. 그건 다른 0과들도 다 마찬가지기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인재 빼 가기야 너도나도 하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노골적인 움직임으로 관계가 불편해지면 결국 제 살 깎아 먹기라는 걸 다 알기에 한번 실패하면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트리시아가 김준영 중사에게 보호를 요청한 이유이자 강대국들이 저희에게 정보를 숨기고 김준영 중사를 포섭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김준영 중사가 보유한 스킬 때문입니다.”

“그야 총기관련 스킬이 흔한 게 아니니 눈독을 드리는 건 이해가 간다만…….”

“그 정도가 아닙니다. 김준영 중사는 건 마스터 스킬 보유자로 예상됩니다.”

“말도 안 돼!”

브리핑하는 남자의 말에 참모장과 이사진은 물론 0과장도 놀란 듯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나의 스킬을 보유하는 것도 10만 분의 1 확률이다. 그중에서 쓸 만한 스킬을 보유한 자들을 거르면 확률은 더 줄어든다.

“잘해 봤자 비기너, 운 좋으면 플레이어라 생각했는데 랭커도 아니고 마스터급이라고? 다른 0과들이 필사적으로 정보를 숨기면서 포섭하려 한 건 이해가 가는군.”

참모장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납득이 간다는 듯 중얼거렸다. 자신이라도 이 정보를 알면 손에 꼭 쥐고 있으면서 어떻게든 끌어들이려고 했을 테니까.

룰 브레이커의 등급은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비기너, 유저, 플레이어, 랭커, 마스터. 룰 브레이커의 대부분이 유저나 비기너, 플레이어급이고 랭커만 되어도 어딜 가든지 특사 대접을 받는 전략 무기급이다.

물론 노력하면 단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그 노력이라는 거 자체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욕 나오는 난이도였지만 뭐 일단 노력하면 된다.

그러니 스킬 마스터급쯤 되면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전쟁억지력을 발휘하고 그만큼 각국이 보유한 마스터의 수는 나라별로 두세 명을 넘지 않는다.

인구 대국인 중국, 러시아, 미국, 인도, 유럽연합 정도가 두세 명을 보유해 상위 5개국으로 0과의 방향을 주도했고, 나머지 나라들은 아예 없는 나라가 대부분이며 간신히 한 명을 보유한 나라나 어느 정도 명함을 내밀 수 있었다.

이 나라도 개인 세력인 권문의 태상 문주인 아쳐 마스터가 있기에 그나마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얻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체면 유지하는 수준이다.

그러니 시작부터 마스터 등급이라는 건 핵무기가 탄두 크기를 늘려 나가는 것과 똑같다. 실제로 러시아는 아이스 마스터 덕분에 저물어 가는 옛 영광을 다시 되살렸을 정도니까.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나! 위치도 파악됐는데 뭐 하는 건가? 어서 빨리 끌어들여야지!”

이사진 중 한 사람의 외침에 사무장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각국 0과는 일절 개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뭐! 방관한다고! 어째서! 네가 그러고도 이 나라를 위한다고 할 수 있는 거야! 이 나라의 국민인 이상…….”

“룰 브레이커는 자동적으로 국적이 말소됨을 아실 텐데요?”

“흠흠. 그래도 이 나라에서 태어났으니…….”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군에 재직하고 있을 당시를 노려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김준영 중사는 몇 년간 실종 상태였다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다른 차원을 경계할 수밖에 없겠군.”

“요즘에야 뜸하다지만 방심할 순 없으니까요.”

다른 차원을 무너트리는 데 너도나도 즐겨 쓰는 방법은 내부에서부터 무너트리는 거다. 잘되면 차원 하나 공짜로 얻는 거고 실패해도 힘을 깎아먹을 수 있으니까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그러면 오히려 접촉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사진 중 한 사람의 말에 사무장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마스터급 스킬 보유자는 어느 차원을 가든 차원 관리자와 동급으로 대우받는다는 거 아시죠? 재수 없이 끼어들었다간 0과가 괴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저자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설마 감시마저 포기한 건 아닐 테고.”

참모장의 물음에 사무장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한차례 심호흡을 한 후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준영 중사는 출처 불명의 자금을 사용해 강남에 건물을 하나 구입한 후 1층에 직접 까페를 차렸습니다.”

그 말에 다들 표정이 해괴하게 변했다.

“……까페?”

“아니, 그보다 출처 불명의 자금이 무슨 소리지? 0과의 힘으로도 밝혀내지 못한 자금이 있다는 건가?”

“마이너스 그룹이 운영하는 은행을 통해 이체된 자금이라 저희가 조사할 방법이 없습니다.”

전 차원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인 마이너스 그룹이 언급되자 다들 앓는 소리를 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이너스 그룹은 0과 전체도 아니고 한 국가의 0과론 감히 건드리기도 어려운 갑 오브 갑이다. 그런 마이너스 그룹이 운영하는 은행이니, 예금주의 정보를 알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강남에 건물을 살 정도면 한두 푼이 아닐 텐데?”

“그래서 섣불리 개입할 수가 없는 겁니다. 저희 측의 조사에 의하면 건물 구입에 들어간 비용이 200억 원가량, 그리고 까페를 차리는 데 들어간 비용이 대략 100억 원가량 들어갔습니다.”

“뭐? 고작 까페 하나 차리는 데 100억이나 쏟아부었다고? 눈탱이를 얼마나 맞으면 그런 가격이 나오는 거지?”

참모장의 황당하단 외침에 모두들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인을 고용해 손님으로 위장시켜 까페 내부를 정찰한 영상을 분석해 본 결과입니다. 가장 싼 의자 하나가 10만 달러짜립니다.”

“10만 달러짜리가 가장 싸다고?”

“그나마 돈으로 살 수 있는 양산품들 중엔 최고가 제품입니다. 나머지 가구들은 돈이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구입할 수 없는 장인들이 손수 제작한 핸드메이드 제품들입니다. 마이너스 상단이 까페 내부를 채울 물품의 공급을 맡은 기록이 있습니다.”

사무장의 말에 이사진 중 한 명이 허탈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300억이면 내 평생 연봉보다 큰데…….”

“자금의 출처를 밝히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 까페로 위장한 꿍꿍이를 밝혀내는 게 우선이겠군. 설마 침략 거점을 건설하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크겠군요. 까페를 권역으로 삼고 게이트를 열면 아르고스의 눈도 탐지하지 못합니다.”

“확실히 터무니없는 자금을 버리다시피 할 정도의 자금력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요.”

참모장을 비롯한 이사진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논의할 때 사무장은 망설이고 망설이다 한숨을 푹 내쉬곤 말했다.

“까페를 연 이유는 별거 없을 겁니다.”

“음? 그게 무슨 소린가?”

“그게…… 성격이 좀 특이해서…… 아마 진짜 까페를 하고 싶어서 한 것일 뿐 다른 목적은 없을 겁니다. 물론 자금의 출처와 실종 당시의 행적에 대해선 조사를 해야겠지만요.”

“룰 브레이커들이 개성적이란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엔 너무 중대한 일이다.”

“정정하죠. 성격이 많이 특이합니다.”

“하지만 트리시아가 보호를 요청한 이상 언제 마계가 분탕질을 쳐 댈지 모르는데 손 놓고 구경만 하자고?”

참모장이 따지고 들자 사무장은 딱 잘라 말했다.

“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

“말씀드렸다시피 건 마스터에 관해선 감시만 하기로 0과들은 동의했습니다. 아니, 그보단 강요당했죠. 까페를 열 동안 그 어떤 0과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부끄럽게도 안방에서 벌어진 일도 모르고 있던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면 누가 알려 준 거지?”

“우연히 권문 소속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일반인이 보호 요청을 한 트리시아의 미모에 혹해 달라붙었다가 요정의 장난에 당했고, 권문에서 신원 불명의 요정을 추적하다 까페를 개업한 김준영 중사. 아니 전역했으니 그렇게 부를수도 없군요. 건 마스터를 확인하고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그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전에 권문은 해당 정보를 모든 0과에게 팔아먹었고요.”

“그 빌어먹을 것들…….”

참모장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0과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개인이나 조직은 많았다. 그중엔 0과와 비등하거나 더 큰 세력을 자랑하는 조직도 있었는데, 대한민국에선 권문과 상계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상계가 0과와 협조적인 관계라면, 권문은 다른 차원의 범죄 조직들로부터 뒷골목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이라 0과와는 서로 경원시하는 사이였다.

“건 마스터는 현재 유지 중인 힘의 역학 관계를 무너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위 5개국의 주도로 건 마스터의 영입을 위한 모든 행위를 금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게 가능은 한 건가?”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보물 상자다.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어떻게든 이용해 먹으려는 놈들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무작정 금지하기보단 관계가 있는 지인에 한해 접근을 허가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상위 5개국은 저희가 모르는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게 확실한 거 같습니다. 단순히 건 마스터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요.”

사무장의 말에 다들 울분 섞인 표정으로 한숨만 터트렸다. 국력이 곧 0과의 힘이다. 하지만 0과는 나라의 일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고 간접적인 개입 또한 제약이 많다. 그러니 나라꼴이 잘 돌아가면 상관없지만 엉망이면 0과의 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방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도 상위 5개국 미국, 러시아, 인도, 유럽연합, 중국의 결정이면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어쩌랴, 나라에 힘이 없는데.

사무장은 사람들의 표정이 암울해지자 쓴웃음을 지었다. 분통 터지는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결국 건 마스터는 상위 5개국이 서로 차지하려고 하겠군. 우리는 고래들 등쌀에 시달려야 하고.”

이사진 중 한 명이 한탄하듯 말하자 사무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장담하건데 그 양반이 누구 밑에서 일할 성격은 아니니까요. 귀찮은 거 싫어하고 다른 사람과 눈으로 보고 머리로 받아들이는 거 자체가 다릅니다. 무슨 상황이 벌어지건 아무렴 어때라며 흘려 넘기는 성격이죠.”

“어째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듯한 말투군.”

참모장의 물음에 사무장은 우울한 표정으로 참모장을 향해 원망 섞인 시선으로 노려보며 대꾸했다.

“제가 말씀 안 드렸습니까? 저 양반 군에 있을 때 제가 소대원으로 있었습니다.”

사무장은 순간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던져 주는 동정 섞인 시선에 왠지 울컥해졌다.


작가의말

전 여러분의 머리 꼭대기에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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