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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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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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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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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083

작성
17.11.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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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알바를 구하다 1.

DUMMY

용병 생활도 그리 나쁘지는 않구나 싶었지만 사람 죽이고 다니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돈도 평생 먹고살 만큼 모았겠다, 그만하자 싶어 별로 그립지는 않은 고국으로 돌아왔다.

까페를 열 생각이던 준영은 가장 여유로운 직업이 자기 건물을 가진 자영업자란 기억을 떠올리곤 머물 집도 있어야 해서 건물을 한 채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아무 건물이나 살 생각이었는데 문득 어릴 적 아버지가 그토록 노래를 부르던 강남에 빌딩 한 채만 있으면 먹고살 걱정은 없다는 소리가 떠올랐고, 역시 재테크는 부동산이다 싶어 땅값 비싼 강남의 적당한 매물을 알아보았다.

4층의 강남치고는 작지만 평수는 백여 평 정도 되는 그 건물은 등하불명의 고사성어처럼 엄청난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강남대로에서 딱 한 발짝 비켜나 있을 뿐인데도 사람들이 잘 오가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면서도 건물은 강남 상권이라고 오지게 비쌌지만, 준영은 뭐든지 돈이면 다 된다는 옛 동료 용병의 조언을 떠올리며 건물 매입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돈 주고 사람을 사서 시켰다.

그 와중에 준영의 돈만 먹고 튀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지만 준영의 따뜻한 손길 한 번이면 일이 제대로 돌아갔다.

그렇게 나름 아버지의 유언을 이룬 거 같아 뿌듯해하며 북 까페를 1층에 오픈하기로 마음먹었다. 북 까페인지 만화방인지 분간이 안 가는 준영의 콘셉트에 인테리어 업자는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역시 돈이면 다 된다.

오로지 만화책과 장르 소설책으로만 책장을 채우고 비싼 게 비싼 값을 한다는 동료 용병의 조언을 떠올리며, 준영은 무려 1억 원이 넘는 최고가 커피머신을 이태리에서 직수입하고 마찬가지로 주방을 전문가급 시설로 만들고 백여 평이 넘는 매장은 무조건 비싼 의자와 테이블로 채웠다.

전문 인테리어 업자와 가구 업자, 내장 시설 시공 업자의 공통된 미친놈이 돈지랄을 하는구나란 심정이 고스란히 들어간 뻥튀기된 청구서를 군말 없이 지불해, ‘재신이라 불리고 호구라 기억하리라!’란 뜻이 담긴 감사의 인사와 명함을 받으며 마지막으로 간판 업자를 부른 준영은 평소 그동안 생각해 둔 이름으로 당연히 최고급의 자재를 사용해 간판을 설치했다.

‘까페 출입 금지’. 그 옆엔 떡하니 빨간색 원에 대각선 하나가 그려진 출입 금지 마크도 곁들였다.

이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이 건물은 내 거, 까페도 내 거, 그러니까 내가 오지 말란 놈들은 출입 금지다.

건물주의 포스가 고스란히 녹아난 심혈을 기울인 이름에 간판 업자는 대놓고 미친놈이라 욕하며 멋들어진 간판을 만들어 줬다.

그렇게 까페를 오픈하고 나서 흔히 신장개업 때 하는 내레이터 누나들도 부르고 이벤트도 하면서 손님들을 끌어모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아무렴 어떠랴, 내 건물인데.

손님이 알아서 찾아와야지 굳이 건물주인 자신이 와 달라고 굽실거릴 필요가 없단 생각에 준영은 그 어떠한 오픈 행사도 없이 조용히 까페를 열었다.

특이한 이름 덕분일까? 처음엔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좀 찾아왔는데 이내 화를 내며 돌아가 오픈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매상은 제로였다.

시설이 최고급이면 뭐 하나. 초고가 커피머신을 옆에 두고도 사용할 줄도 모르고 귀찮다고 스틱커피나 타 먹는 게 준영이다.

그러니 손님이 와도 팔 게 없다. 손님이 와서 메뉴판을 달라 해서 인스턴트커피밖에 없는데 그거라도 드실래요? 물어보면 대부분 어처구니없어하며 나갔지만 아무렴 어떠랴. 주인이 난데 뭔 상관인가. 푹신한 소파에 앉아 만화책을 보며 시간을 때우니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싶었다.


* * *


까페가 문 여는 시간은 준영이 일어나 씻고 밥 먹고 TV 좀 보다가 슬슬 문 열러 갈까 하며 일어나는 때가 오픈 시간이었지만, 아무렴 어떠랴 까페 주인이 준영인데.

준영은 까페의 출입문에 달려 있는 작은 칠판에 그날그날 출입 금지 대상을 적어 놓았다.

흡연자 출입 금지, 비흡연자 출입 금지, 남자 출입 금지, 여자 출입 금지, 아이 출입 금지, 노인 출입 금지 등등 써먹을 만한 건 전부 써먹어 더 이상 기발한 생각이 나지 않자 잠시 고민하던 준영은 사람 출입 금지라고 적어 놓곤 까페를 열었다.

확실히 효과가 있는지 그날 까페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정확히 따지자면 일주일 전부터 배달부를 제외하곤 찾아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아무렴 어떠랴. 내 세상인걸.

그렇게 까페에서 책 좀 보다 인터넷 좀 하고 밥 먹다가 만화책 좀 보고 달콤한 낮잠을 저녁에 즐기는데 따랑! 하는 출입문 열리는 종소리에 눈을 떠 바라보니 후드를 깊게 눌러쓴 호리호리한 몸매의 여인과, 여인의 손을 꼭 잡은 똑같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꼬맹이가 보였다.

근 일주일 만의 손님이지만 아무렴 어떠랴. 자다 깨서 그런지 계속 자고 싶은 준영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사람은 출입 금지예요.”

“다행이네요. 혹시 사람이 있으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걱정했는데.”

준영이 맑고 고운 여인의 음성에 내 말을 이해 못 했나 하고 바라보니 여인은 후드를 벗었다. TV에서 보던 여자 연예인과는 수준이 다른 미모를 지닌 아름다운 여인이 크고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며 준영을 마주 보기에 다시 말했다.

“사람은 출입 금지라니까요.”

“…….”

“우린 인간이 아니다.”

준영의 말에 여인이 당황한 듯 어찌할 줄 몰라 우물쭈물하는 사이 꼬맹이가 후드를 벗으며 말했고, 준영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꼬맹이를 바라보았다.

복슬복슬 털이 난 아기 고양이 얼굴에 삼각형의 고양이귀, 슬쩍 다리 뒤를 보니 꼬리가 살랑거리는 게 확실히 사람은 아닌 거 같았다.

사람 출입 금지라고 했는데 사람이 아닌 게 왔다. 그러니 손님이다. 머릿속에서 간단한 계산을 끝낸 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영업시간 끝났는데요.”

“…….”









# 알바를 구하다











영업시간을 빌미로 불청객을 쫓아낸 준영은 문을 잠그고 집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방 구석 골방으로 들어갔다. 뭔가 할 말이 있는지 문을 두들기며 소리치는 게 들렸지만 아무렴 어떠랴. 영업시간 끝났는데.

하지만 막상 제대로 자려고 누우니 되레 잠이 달아난 준영은 투덜거리며 바닥을 뒹굴며 읽다 만 만화책을 마저 보다가 갑자기 출출해져 왔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 오랜만에 배달 음식 말고 나가서 먹자 싶어 옷가지를 챙겨 나가려던 준영은 까페의 출입구 앞에 쪼그리고 앉은 두 사람을 발견했다.

쌀쌀한 날씨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부둥켜안은 채 덜덜 떠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왜 딴 데 안 가고 불편하게 문 앞에 있는지 이상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싶어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려왔다.

“혹시 먹을 거 남은 거 있는가?”

“죄송해요. 이 세상의 화폐를 구하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아니다. 참을 수 있다.”

“조금만 참으세요. 날이 밝으면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정말 그자가 우리를 도울 수 있는가? 아까 우리를 보고도 내쫓지 않았는가?”

“호황의 말씀이니 분명 도와줄 거예요.”

“하긴 우릴 보고 영업시간 끝났다고 내쫓을 땐 솔직히 당황했다.”

그 경험이 재미있었는지 키득거리던 고양이 얼굴이 침울해졌다.

“아바마마와 어마마아는 어떻게 되셨을까…….”

“……분명 안전히 몸을 피하셨을 거예요.”

“그런가? 자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두 사람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훔쳐 들은 준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하다 문을 열었다.

“아! 혹시 영업 시작하시는 건가요?”

등 뒤의 문이 열리자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고 준영임을 확인하자 기대 어린 표정으로 묻는 여인을 향해 대꾸했다.

“밥 먹으러 나왔는데요?”

꿀꺽!

밥이란 소리에 고양이 얼굴이 침을 꿀꺽 삼키며 준영을 올려다봤다.

“나, 나도 데리고 가라.”

“왜?”

진심으로 이유를 모르겠단 표정으로 묻는 준영을 향해 고양이 얼굴이 연신 침을 삼키며 말했다.

“아바마마께서 그랬다. 그대를 찾아가면 밥은 먹여 준다고.”

“내가?”

“그렇다.”

고양이 얼굴의 말에 준영은 팔짱을 끼며 기억을 돌이켜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양이한테 밥을 먹여 주겠다고 한 기억은 없다.

아무렴 어떠랴. 고양이 얼굴이 입을 헤벌린 채 침을 뚝뚝 흘리는데 그래도 맹수족이라고 날카롭게 번뜩이는 송곳니를 보고 있자니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고기나 먹을까?”

“고, 고기! 정말인가!”

준영의 말에 고양이 얼굴이 눈을 반짝이며 꼬리를 바짝 세웠다.

“저……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지금 저희가 사람들에게 정체를 드러내는 건…….”

“그, 그런가. 괜찮다. 난 참을 수 있다.”

여인의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제법 의연하게 대처하는 고양이 얼굴의 태도에 준영도 딴 걸 먹을까 싶었지만, 한번 먹고 싶은 게 생기니 딱히 다른 메뉴가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밥이나 먹자.”


* * *


“고, 고기다! 고기!”

세계인의 부러움을 받는 선진화된 배달 시스템은 고기조차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가끔 고기가 구워 먹고 싶을 때 이용하던 배달 업체에 전화해 삼겹살을 주문한 준영이 요금을 지불하고 배달부에게서 고기와 밑반찬, 전기 그릴이 담겨 있는 상자를 가져오자 고양이 얼굴은 금방이라도 달려들듯 상자를 노려보았다.

돈 걱정 없는 준영이라 실컷 먹고 남을 정도로 많은 양을 시켰는데 금세 없어졌다. 고양이 얼굴은 만족한 듯 통 튀어 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배부른 고양이처럼 나른한 표정으로 늘어졌고, 얻어먹은 게 미안한 듯 자리를 정리하는 여인에게 준영이 물었다.

“커피라도 한잔하실래요? 스틱커피밖에 없지만.”

“아! 제가 할게요!”

여인은 준영의 말에 황급히 정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돈질로 구색을 맞춘 부엌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 구비가 돼 있지만, 준영은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는데, 여인은 능숙하게 찬장을 뒤져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응? 우리 가게에 원두도 있었나?”

가게에 뭐가 있는지, 뭐가 부족한지도 모르는 준영은 사용 방법조차 몰라 관상용으로 놔둔 커피머신을 능숙하게 다루며 찬장에서 잔을 꺼내고 커피를 내리는 여인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원두가 좀 오래되긴 했지만 그래도 마실 만할 거예요.”

여인이 뭔가 알 수 없는 전문 용어를 말하며 머신의 상태가 어떻고 원두의 원산지가 어떻고 로스팅이 어쩌고 했지만 준영에겐 그저 커피일 뿐이다.

아무렴 어떠랴. 기분 좋은 커피향을 맡으니 이건 이거대로 좋구나 싶었다. 홀짝이며 몇 모금 마신 준영은 배부른 고양이처럼 널브러져 있는 고양이 얼굴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넌 암컷이냐? 수컷이냐?”

준영의 물음에 여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고 고양이 얼굴은 발딱 일어나 털을 세우며 캬악거렸다.

“감히! 본인은 호인계의 지배자인 호황의 딸이다!”

꽤 극단적인 반응에 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암컷이군.”


작가의말

물론 원고가 여유롭게 있다는 꿈같은 상황에서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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