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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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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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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083

작성
17.11.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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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주목받는 남자 2.

DUMMY

회사원들이 많이 모여 있는 여의도의 저녁은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포장마차들과 간단하게 한잔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법 손맛이 좋아 손님이 끊이지 않는 포장마차 한구석에서 두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장난해요! 일이 어째서 그렇게 흘러가는 건데!”

영필이 벌컥 소리를 지르자 포장마차 내부엔 잠시 침묵이 감돌고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이 모였으나 곧 별거 아니라는 듯 관심을 끊었다. 술 취하고 언성 높아지는 거야 언제나 있는 일이니까.

“너만 꼬인 줄 아냐? 나도 꼬였다고.”

효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으르렁거리자 영필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매달릴 듯한 표정으로 하소연했다.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그 양반 끌어들이는 데 안면이 있다는 이유로 우리가 동원될 수 있으니까 다른 놈들한테 정보 팔아먹으라면서요? 그러면 서로 눈치 싸움 한다고 못 건든다고 했잖아요!”

“너도 동의한 일이잖아. 용돈벌이 쏠쏠하지 않았냐?”

“용돈치고는 제법 만졌죠.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째서 다시 우리 이름이 언급되는 거냐고요?”

영필의 물음에 인상을 찌푸리며 소주를 한입에 탁 털어 넣은 효성이 다시 빈 잔에 술을 채우며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정보가 있는 거 같아. 그 양반이 실종 기간 동안 어디서 무슨 짓을 했는지 상위 5개국의 반응이 장난이 아냐. 마스터 급 룰 브레이커 한 명 포섭하려는 수준을 뛰어넘었어.”

“그 정도요?”

“그래서 너랑 나뿐만 아니라 시영이도 불러들일 거 같다.”

“왜요? 현식이도 부르지?”

“방송 탈 일 있냐?”

“아니, 그 양반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돌아다녔기에 상위 5개국이 기를 쓰고 달려드는 겁니까?”

“그걸 모르니까 더 환장하는 거다.”

“그놈들이 우리가 순순히 접근하는 걸 보고만 있진 않을 텐데요?”

“홍보팀에서 접근 시나리오를 하나 짜 올리긴 했는데 내가 가서 한바탕 뒤집었다.”

“뭐 어떻기에요?”

“난 업무상 미팅하려고 까페에서 들렀다 우연히 만난다는 시나리오.”

“그 정도면 그럴듯하구먼.”

“넌 까페에 자릿세를 걷으러 간 양아치.”

툭 던진 효성의 한마디에 영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뭐요! 이 썅! 한번 해 보자는 거야, 뭐야!”

“진정해라.”

“진정하게 생겼수! 지금 날 암살하려는 거지! 그래, 0과가 권문이랑 한번 붙어 보자 이거지! 감히 권문 소문주인 이 몸을 암살하려고 해?”

“왜,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한번 떠들어 보지?”

효성의 한마디에 움찔하며 주위를 둘러본 영필은 자신에게 몰려 있는 눈동자들을 보곤 헤헤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동맹 길드가 갑자기 동맹 파기한다고 해서요.”

순간 영필을 향한 두려움 섞인 시선들이 일제히 한심함으로 물들었다. 영필은 그런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넘어진 의자를 일으켜 조심스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거 통하냐?”

효성이 신기하다는 듯이 묻자 영필은 투덜거리며 안주를 한 젓가락 집어 먹었다.

“이 동네가 좋은 점이 들켜도 게임 이야기라고 얼버무리면 다 통합디다, 부작용은 조금 있지만.”

“부작용?”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 술잔을 털어 넣으며 주변을 가리키자 효성은 자신도 영필과 똑같은 놈 취급 받고 있다는 걸 깨닫곤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래서. 진짜 우리가 가야 한다는 거유?”

“내가 아니라 너지.”

“뭐요!”

효성의 말에 다시 영필이 소리를 벌컥 지르자 주변에서 짜증 섞인 음성들이 들려왔다.

“거, 조용히 좀 합시다. 전세 낸 것도 아니고.”

“무슨 게임 이야기를 저렇게 진지하게 하는 거야? 게임에 목숨을 걸었네, 걸었어.”

영필이 엉거주춤 일어나 주위 사람들한테 죄송하다며 굽실거리곤 여유롭게 술과 안주를 즐기는 효성을 노려보았다.

“나 팔아먹고 술이 넘어가쇼?”

“팔아먹다니. 말하는 품새 하고는.”

“아니, 그럼 팔아먹는 게 아니면 뭔데요? 하자는 대로 했다가 나만 피 보게 생겼구먼.”

“나야 접근하고 싶어도 상위 5개국에서 막겠지만 넌 아니잖아. 거기다 문주님 귀에 그 양반 소식이 들어가면 가만히 있겠냐?”

그 말에 영필은 앓는 소리를 내며 테이블에 엎어졌다. 절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문주인 아처 마스터의 입장에서 보자면 준영은 비뚤어진 영필을 바로잡아 준 은인 중의 은인이다.

“인연이 있는 이들로 접근을 제한한 건 상위 5개국도 비벼 볼 놈들이 있다는 거다.”

효성의 말에 영필은 코웃음 쳤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당해 본 놈들만 알지.”

영필과 효성은 동시에 한숨을 터트렸다. 뭔가 말이 통하는 상대라면 건 마스터의 이름값도 있으니, 다른 놈들이 채 가기 전에 끌어들이려고 노력할 테지만 그 양반이 어떤 양반인지 알고 있는 이상 절대 엮이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싫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지.”


* * *


민식은 가구는 일종의 예술이라 주장하며 본인 스스로는 예술학도라 칭하고 다니지만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좋게 말하면 마니아. 비아냥거림을 섞어 말하면 오덕인 남자였다.

중세 바로크풍의 화려한 가구에서부터 모던한 디자인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까지. 가구에 관해서라면 전문가급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도 마실 겸 논현동 가구 거리를 둘러보고 친한 가구점 사장에게 차 한잔 얻어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한 가지 흥미로운 소문을 들었다.

“에이, 설마요. 그게 얼마짜린데 우리나라에 들어와요. 진짜 있다고 해도 짝퉁이겠죠.”

“아니라니까. 너 우리 매장에 전시용으로 있던 탁자 알지?”

“스틸 에 컴포트 거요?”

“그래, 그거! 필립 휘렐 컬렉션이랑 스틸 에 컴포트랑 비자비, 데클리크, 올리텍스 등에서 주문하고도 구매자가 원하는 수량을 채우지 못해 가구점이란 가구점은 싹 다 돌면서 모조리 끌어모았다고!”

“그러고 보니 정말 없네? 진짜예요?”

고작 까페 하나 차리면서 초고가의 가구로 매장을 채운 미친놈에 대한 소문은 가구 관련 업계 종사자와 인터넷상에 알음알음 퍼져 있었지만 도시 괴담 취급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제일 싼 게 3천은 우습게 넘는 가구들이다. 까페란 것도 도시 괴담이라 치부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보통 통일된 가구들로 배치하는 게 정석인데 디자인과 용도가 천차만별인 가구들을 그저 비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들여 까페를 장식할 미친놈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있다면 그건 정말 진정한 돈지랄을 보여 주는 거였다.

민식도 여태껏 그렇게 여겨 왔지만 때 탄다고 함부로 만지지도 못하게 하던 소심한 사장이 침을 튀겨 가며 설레발을 치는 걸 보니 정말인거 같았다.

“거기가 어디에요?”

“글쎄다? 강남 근처라고만 들었는데?”

다행히 멀지도 않다. 민식은 가구 촬영용으로 비싼 돈 주고 산 DSLR을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찾아보게?”

“그런 천국이 있으면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서요.”

“찾으면 연락해. 나도 한번 찾아가 보게.”


* * *


“으으…… 역시 소문이었나?”

벌써 5시간째. 보통의 끈기론 덕질이라 할 수 없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민식은 강남 바닥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쭉쭉 빵빵의 천연과 수정, 개조, 평범한 미녀들이 활개 치는 강남 한복판을 후덕한 몸매의 민식이 땀을 뻘뻘 흘리며 목에는 카메라를 건채 돌아다니는 건 상당히 부담 가는 일이었으나 그런 시선에 연연할 거면 덕질은 포기해야 한다.

잠시 숨을 가다듬은 민식은 마지막으로 1시간만 더 찾아보자 싶어 외진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응?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나?”

대로변과 가깝고 오가는 사람들이 훤히 보이는데, 딱 빌딩 두 개 정도의 거리를 두고 이쪽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신기하게 여기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민식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오오옷!”

근처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슬금슬금 멀어질 만한 괴성을 지르며 유리창에 찰싹 달라붙은 민식은 건물 안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이건 설마 한스 웨그너의 제품? 진짜? 에이, 짝퉁이겠지. 하지만…… 저 깔끔한 곡선과 디테일은 전문가 수준이야. 오옷! 저 모던한 디자인은 설마 장 프루베의 작품?”

혼자서 감탄하며 아는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를 중얼거리던 민식은 그냥 까페 형식으로 구성한 가구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휙 고개를 들어 간판을 쳐다보았다.

“……까페 출입 금지? 무슨 뜻이지?”

까페라고 하니 그제야 카운터와 커피머신과 찻잔 등이 눈에 들어온다. 거기다 벽면을 가득 메운 책들로 봐선 북까페 같은데 이름 참 이상하다 싶었다.

그래도 드디어 찾기는 찾았다. 값비싼 가구들로 도배한 까페. 역시 전설은 진짜였다! 민식은 전설의 엘도라도를 발견한 모험가처럼 감동 섞인 시선으로 까페 내부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곤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계산해 봤다.

그래도 까페니까 차를 마시는 공간이겠지. 이런 비싼 가구들을 배치한 까페의 음료 가격이 평범할 리 없다. 차 한 잔에 3만 원까진 가능하겠다며 마음속으로 마지노선을 정한 민식은 머뭇거리다 입구로 향했다.

“제일 싸구려 차 한 잔은 마실 수 있겠지.”

출입문에 걸린 작은 메모판에 적힌 개새끼 출입 금지란 말이 거슬렸지만, 무시하곤 크게 심호흡한 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카운터의 알바가 미소를 지으며 민식을 반겼다. 보통 사람이라면 여인의 미모에 해롱댈 테지만 이미 가구에 시선을 빼앗긴 민식의 눈에는 여인의 미모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 어디 앉으면 될까요?”

민식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여인이 상냥하게 말했다.

“원하시는 자리 아무 데나 앉으시면 됩니다.”

“지, 진짜요!”

여인의 말에 민식이 감격한 표정으로 되묻자 여인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민식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심정으로 어디에 앉을까 둘러보다 눈을 부릅떴다.

“오오! 설마 이건 17세기 이탈리아 귀족이 만들었다는 그 소파! 크리스털 경매장에서 경매가 150만 유로에 낙찰됐다는 전설의 그 물건! 에이, 아니겠지. 150만 유로면 돈이 얼만데. 하지만 짝퉁이라도 이 정도 디테일로 만들 정도면 가격이 보통이 아닐 텐데…….”

감히 인간 놈의 엉덩이로 소파 님의 옥체를 더럽히는 죄를 범해 송구하단 표정을 지으며 살포시 소파에 앉은 민식은 해탈한 표정으로 지으며 헤벌쭉 미소를 지었다.

“아앗! 이 테이블은! 재작년 월드 가구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폴 세쟌느의 작품! 아아! 행복해!”

사물이라 다행이지 살아 있는 대상이었다면 당장 포돌이를 불러야 할 정도로 괴상한 표정으로 숨을 헉헉대던 민식의 눈앞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종이컵이 놓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민식이 헛기침을 하며 계면쩍은 표정으로 테이블에서 얼굴을 떼곤 종이컵을 바라바보다 여인에게 물었다.

“저기…… 이건 뭐죠?”

설마 여긴 네 수준에 안 맞으니까 이거나 마시고 꺼지란 뜻인가 싶어 울상을 지으며 묻자 여인은 상냥한 미소로 말했다.

“사장님이 귀찮다고 재료를 안 사다 주셔서요. 지금 드릴 만한 게 이거밖에 없네요.”

“…….”


작가의말

무슨 헛소리냐고요?  비행기 타고 이동중이라는 거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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