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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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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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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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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11.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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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알바를 구하다 2.

DUMMY

“캬악! 난 암컷이 아니다!”

털을 바짝 세우고 캭캭거리는 고양이 얼굴을 보다 여인에게 고개를 돌린 준영이 물었다.

“보아하니 손님은 아니고 날 찾아온 거 같은데 왜 왔어요?”

“······.”

준영의 물음에 여인은 정신을 차리곤 공손히 답했다.

“전 요정계 제7지파인 엘족을 다스리는 하이엘프 트리시아라고 합니다. 반란이 일어난 호인계의 요청에 응해 호황의 혈육이신 나비렌 님과 함께 내란이 진정될 때까지 머무를 곳을 찾던 중 호황님께서 준영 님이라면 도와줄 거라 하셔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도와준다고, 내가?”

“예.”

“그 호황이란 사람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아니다! 아바마마께서 그러셨다! 준영이란 자를 찾아가면 분명 도와준다고! 아바마마에게 약속했다고 했다!”

“내가?”

“그렇다!”

“언제?”

“마계의 꼬임에 넘어가 협정을 위반한 12호선 중 하나를 처단하려 아바마마께서 직접 이 세계에 현신하셨을 때 만났다고 하셨다!”

고양이 얼굴의 말에 내가 언제 그런 놈을 만난 적이 있나 고개를 갸웃거리던 준영은 아무렴 어떠랴 싶어 여인을 향해 말했다.

“그러니까 숙식 제공의 일자리를 원한다는 거네요?”

“예? 으음······.”

준영의 말에 의미 전달이 잘못됐나, 고민하던 트리시아를 바라볼 때 준영도 고민했다.

솔직히 한가한 까페라 사람을 고용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 보니 알바를 하나 고용하면 가끔씩 오는 손님들도 상대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다. 거기다 관상용으로 놔둔 커피머신마저 쓸 줄 안다.

소파에 앉아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따스한 햇살을 즐기면서 여유롭게 독서를 하는 준영의 머릿속에 박혀 있는 이미지. 지금까진 커피 내리기도 귀찮아 불가능했지만 알바가 있으면 가능해진다.

“한 달 200에 숙식 제공. 어때요, 일할래요?”

“예? 그, 그야 준영 님의 보호를 받으려면 곁에 있는 게 제일 안전하긴 하지만······.”

“그럼 내일부터 일해요. 자는 건 대충 소파 몇 개 이어붙이면 될 거예요.”

“예?”

트리시아의 두 눈이 황당함으로 물들 때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일단의 무리가 까페 안으로 들이닥쳤다.

“흐흐흐. 도망친다는 데가 겨우 여기냐?”

“야랑대!”

트시리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끈질긴 추적자들을 피하기 위해 그토록 조심했는데 결국은 들통나고 말았다.

“우리를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니 섭섭한데? 그런데 고작 도망친 데가 이런 데라니 실망이군.”

“타르찬!”

트리시아는 들이닥친 무리의 앞으로 나선 청년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야랑대의 대주가 직접 나설 줄이야. 나비렌이 캬악거리며 타르찬을 향해 달려들려는 걸 간신히 막았다.

“흐흐흐. 얌전히 따라오라고.”

“이익! 어림없는 소리! 내가 죽어도 네놈은 따라가지 않을 것이야!”

트리시아의 품 안에서 바동거리는 나비렌의 외침에 타르찬을 비롯한 야랑대가 낄낄거리며 비웃었다.

“흐흐흐. 싸우자는 거냐? 기꺼이 받아들이지. 우리야 싸움에 미친 광견들이니까.”

우드득!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주둥이가 길어지고 털이 숭숭 나는 그로테스크한 광경에 준영은 그제야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과연. 멀쩡한 문 놔두고 창문을 깨며 들이닥치기에 뭐 하는 미친놈들인가 했는데 미친개라면 이해가 가는 행동이다.

그러자 문득 옛 격언이 하나 생각났다. 정말 미친개한텐 매가 약일까?

준영은 자신이 굳이 귀찮게 나서서 치료해 줄 필요가 있나 고민했지만, 저 미친개들이 얌전히 어질러 놓은 거 깨끗이 청소하진 않을 거 같고, 직접 몸을 움직이긴 귀찮으니 치료해서 제정신으로 돌려놔 청소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결심한 준영은 수령이 100년은 넘은 흑단나무를 통째로 세공해 만든 테이블의 다리 하나를 쑥 뽑아 들었다.

다리 부분은 둥글고 테이블과 조립되는 부분은 사각형에 길이도 적당하면서 두껍고 튼실한 게 과연 패는 맛은 있을 거 같았다.

“크크크! 뭐지? 고작 그런 몽둥이 하나로 우리에게 대항하려고? 가소롭구나, 인간아. 운 좋은 줄 알아라. 페널티가 귀찮아서 그냥 넘어가 주마. 얌전히 엎드려 있어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타르찬의 말에 준영은 과연 제대로 미쳤구나 싶어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야랑대주 타르찬을 비롯한 야랑대 십여 명은 그날 완치됐다.


* * *


역시 옛 사람들의 지혜는 참고할 만했다. 준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피와 살점이 덕지덕지 묻은 흑단나무 테이블 다리를 대충 닦아 도로 집어넣고는 한쪽 구석에서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트리시아와 나비렌을 향해 물었다.

“혹시 사채 썼어요?”

도리도리.

맹렬하게 돌아가는 두 사람의 고갯짓에 준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고개를 갸웃거렸다.

“빚진 것도 없는데 왜 쫓기는 거예요?”

두려움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트리시아와는 달리 나비렌은 준영의 위세를 등에 업고 기세등등해졌는지 배를 깔고 넙죽 드러누운 야랑대를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다.

“저놈들은 마계의 의뢰를 받고 우리를 잡으러 온 놈들이다!”

“크윽! 이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꼬맹이가······.”

타르찬이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노려보자, 나비렌은 화들짝 놀라 펄쩍 뛰며 트리시아의 품으로 쏙 달려 들어갔다.

준영은 과연 미친놈들의 대빵답게 집중 치료를 했는데도 약발이 잘 안 듣는구나 싶어 다시 두꺼운 테이블 다리를 뽑아 들었다.

“아이고, 형님! 잘못했습니다!”

준영이 허리를 숙여 몽둥이를 다시 들려고 하자마자 눈치 빠르게 달려와 넙죽 배를 깔고 엎드린 타르찬은 헥헥거리며 눈살 찌푸려질 정도로 과도하게 애교를 부렸다.

그 모습에 준영은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 처참하게 깨진 유리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청소해.”

“옙!”

준영의 말에 타르찬을 비롯한 야랑대원들은 벌떡 일어나 고통에 낑낑거리면서도 준영의 눈치를 살피며 잔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감히 청소 도구를 달라 요구할 용기도 없어 야랑대원들은 동료의 꼬리를 빗자루 삼아 유리 조각 하나 놓칠까 봐 세심하게 치우기 시작했다.

그사이 준영은 오랜만에 움직여서 그런지 졸린 눈으로 소파에 몸을 파묻었고 트리시아와 나비렌이 슬금슬금 준영의 눈치를 살피며 다가왔다.

“혹시 나한테 의뢰하러 온 거예요?”

“아닙니다. 호황께선 절대 준영님과 엮이지······ 아니, 준영 님을 불편하게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뭔가 중간에 황급히 말을 바꾼 기색이지만 뭐 아무렴 어떠랴. 의뢰를 하러 온 것만 아니면 됐다. 이 세상엔 돈 줄 테니까 닥치고 의뢰나 수행하라는 식으로 행동하는 고용주들이 꽤 많았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그런 놈들은 싹 사라지고 제발 의뢰를 받아 달라고 굽실굽실 사정하는 자들만 있던데 왜 그런 걸까? 하긴, 그땐 동료들이 의뢰를 물어 왔으니 알아서 걸렀겠지.

잠깐 옛 추억을 되새기던 준영은 대장답게 가장 열정적으로 청소하는 타르찬을 불렀다.

“똥개야.”

“예, 형님! 부르셨습니까!”

준영은 음성이 들리자마자 번개 같은 속도로 달려와 발치에 앉아 맹렬하게 꼬리를 흔들어 대는 타르찬을 향해 물었다.

“너 용병이냐?”

“비슷합니다 형님. 야랑대 대주 타르찬입니다.”

헤헤거리며 고개를 조아리는 타르찬을 바라보며 준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랑대? 얼핏 들어본거 같기도 하고······”

잠깐 기억을 더듬던 준영은 이내 포기했다. 아무렴 어떠랴. 주변 돌아가는 사정에 신경써본적 없는 자신이 얼핏 들어본거 같기만 해도 꽤 유명한 팀이란 뜻이다.

“야랑대는 추적에 특화된 부대입니다. 한번 목표를 잡으면 끝까지 쫒는걸로 유명하죠. 다만 마계의 의뢰를 주로 받는지라 동맹진영에 속한 이곳 제13 인간계에선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겁니다.”

준영은 트리시아의 말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노는 물이 다르다는 거네.”

뭔가 맞는 듯하면서도 틀린 것 같은 준영의 결론에 트리시아가 보충 설명을 해야 할까 고민할 때 갑자기 ‘콰광!’ 하는 폭음과 함께 창가에 배치한 테이블과 의자들은 물론, 야랑대가 모아 놓은 유리들이 폭풍에 휩쓸린 것처럼 까페 내부를 휘저어 버렸다.

“······.”

준영은 바람이 멎고 발생한 까페의 참사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바닥에 엉망으로 널브러진 테이블과 의자의 잔해는 물론이고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게 했던 벽면에 빼곡히 들어차 있던 만화책과 소설책이 바람의 힘을 못 이기고 갈기갈기 찢겨 나가 있었다.

“멍청한 똥개 새끼들이 찾았으면 냉큼 보고할 것이지 감히 배신을 해?”

준영은 음산한 목소리와 함께 창틀만 남은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검은 망토를 이불처럼 둘둘 감고 창백한 안색에 눈깔이 시뻘건 게 과연 정상은 아닌 듯했다.

“쟨 누구냐?”

준영의 물음에 타르찬이 냉큼 답했다.

“나비렌의 추적을 의뢰했던 자입니다. 마계 대공 중 하나인 블러드 대공의 직계인 뱀파이어 일족의 마계 백작······.”

“사람이 아니란 거네?”

“······예.”

뭔가 거창하게 설명하려는 타르찬의 말을 자른 준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과연. 사람 출입 금지라고 했더니 이렇게 사람이 아닌 것들이 몰려든다. 앞으론 절대 사람 출입 금지를 쓰면 안 되겠다.

잠깐 반성한 준영은 남자의 창백한 피부를 보고 있자니 많이 맞으면 푸르뎅뎅한 피멍이 든다는데, 과연 처음부터 창백한 놈은 저거보다 더 푸르뎅뎅해질지 아니면 혈액 순환이 잘되어 핏기가 돌지 궁금해졌다.

“히익!”

준영이 일어나 두꺼운 흑단목 테이블 다리를 다시 뽑아 들자 트리시아와 나비렌은 물론 야랑대까지 사이좋게 구석으로 몰려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벌벌 떨기 시작했다.

“하! 가소롭구나, 인간. 고작 그런 몽둥이 하나로 이 몸에게 대항하려는 것이냐? 페널티 덕분에 안전할거라 생각하는 거냐?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얌전히 엎드려 있어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 주마.”

준영은 어째 비슷한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 거 같아 이게 바로 데자뷔 현상이구나 싶어 신기해하며 뱀파이어의 창백한 피부에 화사한 혈색이 돌게 만들어 줬다.


* * *


“야.”

“예! 하명하소서!”

준영은 야랑대원들과 함께 열심히 청소하다가 자신의 한마디에 냉큼 달려오는 얼굴에 혈색이 화사한 남자를 보며 다시 한 번 데자뷔를 느끼곤 요즘 몸이 허한가 고민했다.

“청소 끝나면 유리창이랑 부서진 가구들이랑 망가진 책장 다시 복구해 놔라.”

“예! 알겠습니다!”

주군에게 명령을 받은 충성스러운 신하처럼 넙죽 허리를 숙이며 똑 부러지게 대꾸하는 남자를 멀뚱히 바라보던 준영은 한차례 하품을 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잔다.”

“편히 주무십시오!”

“······.”

카운터 옆에 마련된 작은 골방으로 준영이 들어가고 문이 닫히자 까페 내부엔 어색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마계 대공 중 하나인 블라드의 직계로 마계 백작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볼라바드는 허리를 숙인 상태 그대로 가만히 있다가 준영이 다시 나올 기색이 없자 서서히 일어섰다.

움찔!

볼라바드의 시선에 트리시아는 볼라바드를 경계했고, 나비렌은 트리시아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어 볼라바드를 향해 하악거렸다.


작가의말

그리고 꿈은 꿈일뿐. 현실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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