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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님의 서재입니다.

통 큰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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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작품등록일 :
2021.08.14 07:55
최근연재일 :
2022.02.11 05:58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8,052
추천수 :
206
글자수 :
604,752

작성
22.01.26 07:19
조회
32
추천
1
글자
12쪽

<107> 총을 맞은 것 같아요.

...




DUMMY

“당연히 있지요.”


“혹시······ 어디인지 알 수 있습니까?”

“사실 어디로 데려갈지는 몰라요.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는 것은 확실할 거예요.”


“다들 먼 거리를 오느라 피곤할 테니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둡시다. 새벽 2시에 일어나려면 피곤할 테니 말이요.”


“내일 새벽에 무산으로 넘어가면 하룻밤을 더 묵어야 할 텐데요.”


반태오는 북한의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른다.

아무래도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검문도 하고 그러겠지만, 여기는 외진 곳이라 그리 검문이 심하지 않아요. 국경만 잘 넘어가면 여관에서 묵을 수 있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걱정하는 반태오를 장복산이 달랬다.


반태오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마음이 따라가는 데로 움직이고 있지만 과연 옳은 행동인지 계산을 할 수 없다.


착잡하기도 하고 약간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 여러 감정들이 교차해서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이 들지는 않았다.


그러다 설핏 잠이 들었는데,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일어나 문을 열었다.

하동리가 방으로 들어왔다.


“벌써 2시에요?”

“아직 30분이 남았어요.”


“눈 좀 붙였어요?”

“잠이 오질 않아요. 당신은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긴장되네요.”


하동리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여러 가지로 착잡하겠어요?”

“그러게요. 내 나라를 들어가는데 이렇게 해야 하나 싶어 우울하기도 하고, 뭐 그래요.”

“그러게요.”


“하지만 나보다도 당신이 더 긴장하지 않을까 싶어요.”

“흠흠흠.”

“정말 고마워요.”


하동리는 반태오에게 다가와 반태오를 가볍게 안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을 지켜주고 싶어요.”


반태오는 하동리의 팔을 풀고 하동리의 얼굴을 본다.


“내가 당신을 지켜주는 게 아니고요?”

“내 나라에 들어가니까, 당연히 내가 당신을 지켜줘야지요. 흠흠흠.”

“하여튼 잘 해보자고요.”


반태오는 손을 내밀어 하동리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


“그래요.”


반태오는 창문을 열었다.

짙은 어둠 속에 싸인 밖은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여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두만강이 보였다.

철조망이 강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강폭은 좁았고 물은 얼어 있었다.


건너편에서 간간히 서치라이트 불빛이 강 위을 더듬고 있었지만 불빛의 간격은 한참 걸렸다.


“저 정도면 충분히 걸어서 건너갈 수 있겠지요?”

“예, 아주 간단하게 넘어갈 수 있을 거예요.”


“감시초소가 있지만 아주 삼엄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력 사정이 좋지 않으니까 서치라이트를 상시로 켜지는 못할 거예요.”


“미리 나갈까요?”

“예.”


마당에 세워둔 승합차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복도로 나가자 장복산과 로안은 이미 방 밖으로 나와 있다.

긴장한 표정들이 역력했다.


잠시 뒤에 여관 주인이 올라왔다.


“자, 출발하자고요.”


반태오는 준비한 봉투를 주인에게 내밀었다.

주인이 봉투를 받아 안을 살피더니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헤드라이트는 안 켜고 가는 게 좋아요. 이쪽에서 차가 이동하면 저쪽에서 수상하게 여기거든요.”


주인의 선택을 옳아보였다.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 차 안은 냉골이라 밖이나 별반 다른지 않았다.


일행이 탑승하자 곧 차는 출발하였다.

비포장도로였고, 이미 도로에 눈이 많이 쌓여 있었으므로 차는 천천히 전진했다.

가끔 차는 미끄러지기도 했다.

차 주인은 능숙하게 승합차를 운전했다.


덜컹거리기도 하고 조금씩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달리던 차는 조용히 시동을 껐다. 창고처럼 보이는 집이 있었다.


“저 창고 안에 들어가 있다가 상황을 봐서 넘어가면 될 거요.”

“저쪽 경비병 상태는 어떻습니까?”


장복산이 물었다.


“여기가 가장 허술해요. 가끔 서치라이트가 비치기는 하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아요.”


주인은 앞장서서 걸어가 창고 문을 열었다.


“이 안에 장작 난로가 있으니까 되게 추우면 불을 붙이시오. 하지만 불을 붙이는 것보다는 얼른 강을 건너는 게 더 좋을 거요. 무산으로 넘어가면 여관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만약 못 넘어가면 어떻게 다시 돌아올 수 있소?”


반태오는 주인에게 물었다.

동티나는 말을 하고 있다 싶었지만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지금 달려왔던 길을 걸어서 우리 여관으로 돌아와야지요.”


긴장한 표정으로 반태오가 하동리와 장복산, 로안을 돌아봤다.

그들도 반태오와 표정이 다르지 않았다.


“저 여자 분하고 여기 남자 분을 제외하고, 저쪽 두 분은 산전수전 다 겪은 것 같은데······. 흠흠흠.”


주인이 장복산과 로안을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너무 긴장들 하지 말아요. 자, 무운을 빌겠소.”


주인은 창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창문이 있었지만 내리는 눈과 먼지가 두텁게 눌러 붙어 있어 밖이 잘 보이지 않았다. 밖의 동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자, 출발합시다!”


대담하게 하동리가 먼저 나섰다.


네 사람은 천천히 창고를 벗어나 강가로 접근했다.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고 하늘은 구름으로 가려 어두웠지만, 새하얀 눈 탓에 걸어가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네 사람은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 뽀드득 뽀드득······.


잔뜩 긴장 된 분위기와 달리 발아래에서 눈 밟히는 소리가 상황에 맞지 않게 정겹게 들려왔다.



***



강과 주변은 온통 눈이 쌓여 있었으므로 어디부터 강이 시작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강폭은 좁아서 거의 수로가 짧은 하천 정도의 폭밖에 되지 않았고 그것마저 눈이 덮여 거의 들판이나 다름없었다.

양측에 제방이 있어 강이구나 싶을 정도였다.


제방 옆으로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어 이곳이 국경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눈이 밟히면서 뽀드득 소리가 났으므로 최대한 발을 가만가만 내딛었다.


강 건너편도 역시 눈이 쌓여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국경수비대의 초소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네 사람이 막 강 입구로 들어서기 전에 반태오가 손을 들었다.


“잠시만요.”


네 사람은 그 자리에서 살며시 몸을 낮췄다.


“네 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보다는 두 명씩 움직이는 게 어때요?”

“그렇게 하시지요.”


장복산이 대답했다.


반태오와 장복산이 먼저 건너가고 뒤에 하동리와 로안이 같이 건너오기로 계획을 짰다.


하동리와 로안은 강기슭에 몸을 낮춰 숨어 있고 먼저 반태오와 장복산이 몸을 움직였다.


철조망이 처져 있었지만 이미 여러 번 사람 손길이 닿았는지 손으로 제치자 쉽게 철조망 사이가 벌어졌다.


두 사람은 몸을 먹잇감을 노리는 살쾡이처럼 잔뜩 움츠리고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여 가며 강을 건넜다.


앞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숨소리마저 내지 않으려고 숨마저 참았다.


조심조심 또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 북한 땅에 닿았다.


강을 건너가자 역시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마치 통문처럼 문이 있었고 그것마저도 조금 열려 있었다.

통문을 슬며시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반태오는 건너편을 쳐다보면서 손짓을 했다.

건너와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강 건너편에서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아직까지 서치라이트가 켜지거나 하지 않았다.


하동리와 로안이 건너오는 동안만 불이 켜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앞선 사람이 덩치가 큰 것으로 봐서 로안이 앞장서고 하동리가 뒤에서 따라오는 모양이다.


두 사람이 강 중간에 다다랐을 때였다.


갑자기 강 쪽으로 서치라이트 불빛이 확 살아나더니 강바닥을 혀로 핥듯 쓰윽 비추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 타당! 타당!


갑자기 고요한 허공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큰 소리였다.


눈이 내리는 조용한 공간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는 더 공포스러웠다.

하동리와 로안을 향해 쏘는 총이었다.


두 사람은 냅다 뛰기 시작했다.

앞쪽이 아닌 뒤쪽이었다.

다시 중국 쪽으로 도망하는 것이다.


반태오와 장복산은 어쩔 줄 모르고 통문으로 들어가 두 사람이 도망하는 것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반태오는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하동리가 총을 맞으면 안된다.


- 탕! 타당!


강기슭으로 도망하던 두 사람이 동시에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총을 맞은 것일까.

하동리가 총을 맞은 것일까.


반태오는 가늠할 겨를 없이 반사적으로 강으로 달려 내려갔다.

반태오가 달려내려 가자 장복산도 반태오를 따라 내려왔다.


- 타다다당! 타다다당!


단발로 들려오던 총소리가 연발로 들리기 시작했다.


반태오는 하동리에게 달려갔고, 장복산은 로안에게 달려갔다.


“괜찮아요?”


반태오는 하동리에게 다가갔다.

하동리가 몸을 일으켰다.


“나는 괜찮아요. 로안이 총을 맞은 것 같아요.”


반태오가 얼른 로안 쪽을 돌아봤다.

장복산이 로안을 부축하고 있다.


“자, 얼른 저쪽으로 가요!”


반태오는 하동리에게 말하고 장복산과 로안에게 달려갔다.


하동리도 반태오를 따라왔다.

로안은 치명상을 입었는지 움직이지 못했다.


세 사람은 로안을 거의 끌다시피 하여 중국 땅으로 건너갔다.

북한 쪽에서 멀어지자 총소리는 머졌다.


장복산이 앞에서 로안의 양팔을 잡았고, 뒤에서 반태오와 하동리가 로안의 다리를 잡고 걸어서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로안! 로안!”


장복산이 로안을 불렀다.


숨을 쉬고 있었고 맥박도 뛰고 있었지만 거의 혼수상태였다.

복부에 총알이 관통하였는지 배부위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장복산 대위가 여관으로 달려가서 주인을 좀 불러와요!”


하동리가 다급하게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장복산이 문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여관까지 아무리 못 되어도 10킬로미터는 넘어 보이던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적어도 1시간은 달려가야 할 텐데 이거 큰일입니다.”


창고 안에는 응급치료를 위한 도구가 아무것도 없었다.

몸을 동여맬 헝겊쪼가리도 없었다.

안타까운 눈으로 로안만 바라보고 있었다.


“로안! 로안!”


이름을 부르는 것 이외 할 조치가 없었다.


“으으으······.”


로안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신음만 토해냈다.

고통스러워하는 로안을 바라만 볼 뿐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마음이 더 착잡했다.


1시간 반이 다 지나서야 밖에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

차가 멈춰서고 곧 장복산이 창고로 뛰어 들어왔다.


“이거 어떻게 된 것입니까?”


여관 주인도 함께 뛰어 들어오면서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네 사람은 로안을 승합차에 태웠다.


“여기서 병원까지는 얼마나 걸립니까?”

“허룽 시까지는 가야 병원이 있어요.”


“얼마나 걸립니까?”

“약 1시간 반은 달려가야 해요.”


“최대한 빨리 좀 갑시다.”


여관 주인은 다급하게 액셀을 밟았다.

차는 눈밭을 미끄러지다시피 하면서 달려 나갔다.


비포장도로를 차는 심하게 덜컹거리며 달려갔다.

차는 곧 길가로 미끄러져 전복될 것처럼 요동치면서 달려 나갔다.



***



“요즘은 이렇게 경계가 심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여관 주인은 자신이 소개해준 루트에서 사고가 나서 미안했던지 힐끔힐끔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는데 갑자기 불빛이 비치고 총소리가 났어요.”

“아, 정말 이상하네······.”


“혹시······.”


장복산이 세모눈을 뜨고 여관주인을 째려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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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9> 자, 어서 타시지오. 22.01.30 27 1 12쪽
108 <108> 얼른 응급조치를 해주시오! 22.01.28 26 1 12쪽
» <107> 총을 맞은 것 같아요. 22.01.26 33 1 12쪽
106 <106> 눈보라는 거칠었다. 22.01.24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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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90> 폭풍 속으로. 21.12.23 4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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