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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님의 서재입니다.

통 큰 만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갱본
작품등록일 :
2021.08.14 07:55
최근연재일 :
2022.02.11 05:58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8,054
추천수 :
206
글자수 :
604,752

작성
21.12.23 04:29
조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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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90> 폭풍 속으로.

...




DUMMY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다. 뒤통수를 맞아도 아주 된통 맞았다.

저들은 강철민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이대로 목숨을 바쳐야 하는 것인가?

이대로 목을 저들에게 내 줘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살길을 찾아야 하는 것인가.


몸이 고장 난 것보다 마음에 입은 상처가 훨씬 강철민을 괴롭게 만들었다.

몸 고통보다 마음의 고통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리첸을 쳐다봤다.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리첸이 죽은 송장처럼 누워있다.


저 리첸은 어쩌란 말인가.

저 자를 저렇게 죽게 만들어야 하는가.


강철민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리첸을 저렇게 죽게 만들 수 없다.

리첸을 살려야 한다.


그러려면 강철민 자신도 살아야 한다.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통증이 몰려왔다.

통증이 몰려오면서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강철민은 기절하듯 다시 잠이 들었다.



***



대전지검 안태섭 검사는 부장검사에게 달려가기 전에 생각을 정리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반태오의 처 서현진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교통사고의 운전자는 과실이 인정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물론 합의가 되어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그런데 사고 유발 트럭에서 면장갑이 발견되었다.

그 장갑에서 채취한 유전자가 있다.


지금 반태오 후보는 프랑스에 있다.

프랑스에서 여러 차례 테러를 당했다고 했다.

그 테러범의 유전자와 지문을 채취했고, 그걸 한국으로 보내왔다.


서현진 사망 교통사고 유발 트럭에서 발견된 면장갑에서 채취한 유전자와 프랑스에서 보내온 반태오 테러범의 유전자가 동일하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서현진의 교통사고 사망 사건이 고의에 의한 사고라는 것 아닌가.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살인이라는 것 아닌가.


선거 이전에, 반태오 후보가 몰락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구인가.

대통령으로 당선자 된 자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을 통치하고 있는 현 대통령 아닌가.


그렇다면 현 대통령이 반태오 후보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트럭이 해외로 나가지 못하게 하려면 압수를 해야 한다.

압수하려면 수사를 개시해야 하고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부장검사의 결재가 필요하다.


안태섭 검사는 방을 나섰다.


부장검사실 앞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문을 두드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안태섭 검사는 정두만 부장검사에게 그동안의 경과를 보고했다.

느긋하게 풀어져서 안태섭 검사의 보고를 듣고 있던 정두만 부장의 얼굴이 천천히 굳어져 갔다.


“안 검사 말은 반태오 후보의 부인이 계획적으로 살해되었다, 그런 말인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말이지요.”


“트럭에서 장갑이 발견된 것만으로 그 장갑의 주인이 트럭을 운전하여 사고를 냈다고 할 수 없지 않는가?”


“물론 그렇습니다. 과학수사대 직원이 트럭 핸들과 운전석에서 유전자를 채취하기로 하였습니다.”


“운전석과 핸들에서 면장갑 주인의 유전자가 나오면 그 면장갑 주인이 반태오 후보 부인을 살해했다?”


“그렇게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당시 트럭 운전자는 실형이 확정되었지? 지금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지 않는가?”


“합의가 되어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그래? 그러면 다 끝난 사건 아닌가?”


“조작일 수 있지요.”


“으흠······.”


정두만 부장은 입술을 굳게 오므린 채 고개를 까딱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네. 자칫 잘못했다가는 다칠 수가 있어.”


“다칠 수 있다는 말씀은?”


“확정된 사건이야. 게다가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 죽은 사건이야. 그걸 다시 조사하겠다고 하면 100퍼센트 확신이 서지 않으면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 그 말이야. 잘못하면 옷을 벗어야 할 수도 있어.”


“옷을요?”


안태섭은 뜨끔했다.


“이게 보통 사건은 아니지 않는가. 단 1퍼센트라도 오류가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지.”


“하지만 부장님, 이거 너무 의심스럽지 않습니까. 부장님 안 그렇습니까?”


“······.”


정두만 부장은 대답은 안하고 고개를 까닥까닥하면서 생각에 골몰했다.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


“어떻게 말입니까?”


“정식으로 입건해서 사건번호를 따는 것보다는 내사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어때? 나중에 공식적으로 입건해서 사건번호를 따면 그때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고 말이야. 대신 수출업자 등에 연락을 해서 선적을 좀 연기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안 될까?”


안태섭 검사가 경험한 정두만 부장검사는 유순하지만 비교적 합리적인 사람이다. 정의감만 더 갖춘다면 검사로서 손색이 없는 사람이다.

어쨌든 정두만 부장도 고심해서 짜낸 방안일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하는 김에 집행유예로 풀려 난 교통사고 유발 피의자를 조사해서 진술을 얻어내면 더 확고할 것 같은데, 어떤가?”


그렇게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교통사고를 유발했다고 인정하는 트럭 운전사가 자기는 운전하지 않았다고만 하면 게임 끝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다.


“한번 불러서 떠보겠습니다.”


안태섭은 일단 트럭의 선적일자가 언제인지 알아야 내 선적 연기를 부탁해야 했다.


(아, 트럭요? 배만 들어오면 선적이 될 것 같은데요.)


“배는 언제 들어옵니까?”


(이번 달 말에 들어올 거예요.)


이번 달 말이면 거의 보름가량 남았다.

보름 가지고는 부족하다.

보름간 어떻게 더 유력한 증거를 확보하고 또 어떻게 유력한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


시간이 더 필요하거나 아니면 정식으로 입건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압수절차를 밟을 수 있다.


“좀 연기는 안 될까요?”


(연기요? 그러면 손해가 발생하는데, 그걸 보충해준다면 모를까, 연기가 되겠습니까? 받는 쪽에서도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만약 안 되면 보상이라도 해야지요.”


(보상이 된다면 한번 이야기는 해보겠습니다.)


그 보상금을 국가에서 물어줄 수는 없다.

순전히 안태섭의 사비로 지출해야 할 돈이다.

안태섭은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부탁했다.


다음날이다.

정두만 부장검사가 안태섭 검사를 방으로 불렀다.

정두만은 몹시 우울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안 검사······.”


정두만이 축 처진 목소리로 안태섭을 불렀다.

안태섭은 물끄러미 정두만 부장을 쳐다봤다.


“미안하지만 말이야, 그 사건······ 덮을 수 없을까?”


“······.”


안태섭은 정두만이 어떤 사건을 말하는지 얼른 이해되지 않았다.


“어떤 사건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안 검사가 어제 말했던 그 트럭 말이야.”


“예? 그······ 사건을요?”


정두만이 어두운 표정을 풀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덮으라니요?”


“덮으라는 말을 몰라서 그러는가?”


정두만이 눈을 치켜뜨며 목소리를 약간 높여 되물었다.


“······.”


안태섭은 정두만의 눈을 피해 눈길을 떨어뜨렸다.


“부장님,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누가 하지 말라고 합니까?”


“누가 그랬겠는가?”


정두만도 누군가에게 불만인지 안태섭은 보지 않고 목소리 톤을 높였다.


“검사장님입니까?”


“하여튼 더 이상 파지 말게.”


“압수수색 영장은 부장님 결재만으로도 청구할 수 있지 않습니까?”


“야, 나도 좀 살자, 안 검사.”


정두만은 동곳을 박듯 말을 뱉었다.

정두만의 표정에서 곤혹스러움이 묻어났다.


“나도 안 검사에게 이런 말 하는 거······, 착잡하기 이를 데 없어.”


안태섭은 목소리를 높여 정두만에게 누가 그랬는지, 누가 그런 부당한 지시를 했는지, 그런 지시가 있다고 해도 거부하고 바른 길을 찾아나가야 하지 않는 것인지, 따져야 했다.


“예······, 알겠습니다.”


안태섭은 정두만에게 목례를 하고 방을 나와버렸다.

맥이 탁 풀렸다.


안태섭은 천천히 복도를 걸어왔다.

걸어오면서 힘이 풀렸지만 어느새 다른 뭔가가 서서히 안태섭의 머리에 차올랐다.


‘이건 보통 사건이 아니다! 뭔가 있다! 뭔가 커다란 음모가 있다!’


안태섭은 방으로 들어간 뒤 혼자 쓰는 직무실로 문을 닫고 들어갔다.


“수고하십니다. 안태섭 검사입니다.”


안태섭은 프랑스 파리 대사관의 강종화 검사에게 전화를 넣었다.


(아, 예. 수고 많으십니다. 다른 특별한 소식 있나요?)


“조금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안타까운 소식요?)


“트럭을 압수하려면 사건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이걸 위에서 막는 것 같아요.”


(저런······. 뭔가가 있군요? 누가 막는 것입니까?)


“부장님에게 말씀을 드렸는데, 검사장님이 막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뭔가가 있군요?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미안하기도 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뭔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확보할 수 있는 증거는 확보를 하려고 합니다.)


(안태섭 검사님, 괜찮으시겠습니까?)


강종화 검사는 안태섭이 걱정되는 것이다.

윗사람들 눈 밖에 나면 검사로서 출세 길은 꽉 막히는 법이다.


“만약 강종화 검사님이 저와 같은 경우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음······. 안 검사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지만, 저는 하겠습니다.)


“하하하. 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가 그래요? 당연한 것 아닙니까? 강 검사님도 저도 대한민국 검사입니다. 당연히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지요. 그게 검사의 길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역시 믿을 만한 분입니다. 엄지척 해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제가 전화를 드린 이유는요. 저에게 보내준 유전자와 지문의 소유자의 얼굴 사진이나 전신사진을 좀 보내 주십사하고요.”


(아, 그래요. 예, 알겠습니다. 여기 경찰에 연락해서 안 검사님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트럭의 동선을 확인해서 CCTV를 전부 까봐야 할 것 같아요.”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아직 트럭 운전석과 핸들에서 유전자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바로 과학수사 경찰관에게 부탁을 할 예정입니다.”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저녁식사 멋지게 한번 사겠습니다. 아니, 반태오 선배님께 말씀드려서 같이 저녁을 먹어야겠네요. 허허허.)


“예, 감사합니다. 허허허.”


안태섭은 강종화와 전화통화를 끝내고, 중고 트럭 수출업자에게 전화하여 선적을 미뤄달라고 다시 부탁했고, 그 미뤄진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안태섭은 다시 과학수사대 경찰에게 전화를 넣었다.


“조금 서둘러서 트럭 작업을 해주셨으면 해서요.”


(하긴 해야지요. 그런데 이게 공식적인 사건이 아니라서 평일에는 힘드네요. 허허허.)


“아, 그러게요.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따로 출장비를 드리겠습니다.”


(아, 뭐, 그렇게까지······. 허허허.)


“아닙니다. 과외로 하시는 건데요, 뭐. 저하고 주말에 같이 시간을 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예. 뭐······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하는 김에 트럭이 사고를 내던 일자에 그 트럭의 동선을 확인해봤으면 해서요.”


(트럭의 동선까지요?)


“아무래도 트럭에서 나온 면장갑의 유전자 주인공이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주말에 만나면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러지요, 뭐. 그런데 공식적으로 CCTV 확인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아, 그래요?”


CCTV 확인은 나중에 정식으로 요청하면 된다.

주말에 만나자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앉아 있는데 몸에 한기가 든 듯 전율이 몰려왔다.

안태섭 검사는 폭풍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다음회인 <91화>는 25일(토요일) 아침에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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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8> 모르겠습니다. 22.01.08 41 1 12쪽
97 <97> 최고지도자가 되었군요. 22.01.06 63 1 12쪽
96 <96> 어떻게 이런 일이. 22.01.04 40 1 12쪽
95 <95> 눈이 하얗게 덮인다. 22.01.02 36 1 12쪽
94 <94> 사악한 악행이 없었다면. 21.12.31 33 1 12쪽
93 <93> 함께 하겠습니다. 21.12.29 38 2 11쪽
92 <92> 증언을 들었다. 21.12.27 43 1 12쪽
91 <91> 큰일을 하고 있어. 21.12.25 42 1 12쪽
» <90> 폭풍 속으로. 21.12.23 48 1 12쪽
89 <89> 대한민국에서 버렸다. 21.12.21 48 1 12쪽
88 <88> 직접 가보세요. 21.12.19 46 1 11쪽
87 <87> 계획된 죽음이었다. 21.12.18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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