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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님의 서재입니다.

지갑으로 키운 딸이 방송 천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온리원.
작품등록일 :
2021.07.30 08:00
최근연재일 :
2021.09.14 08: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16,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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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5
글자수 :
247,349

작성
21.08.2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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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21. 구독 꾹! 좋아요 꾹! 알림 설정 띠링띠링!

DUMMY

“평생 남아서 리내가 모르는 사람도 리내를 알아볼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아?”


다소 극단적인 예시를 들긴 했지만, 지우지 않는 한평생 남는 것도 맞고, 길 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알아보는 것도 맞으니까.

리내는 나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빠는 리내가 아니요 했으면 좋겠어요?”

“음, 그런 건 아닌데······.”


답정너를 하려던 건 아닌데, 약간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빠는 걱정이 돼서.”

“모르는 사람이 리내 알아봐서요?”

“위험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리내가 너무 귀여워서 데리고 가려고 할 수도 있잖아.”

“왜요? 귀여운데 왜 데리고 가요?”

“귀여우니까······?”

“리내는 아빠랑 있어야 귀여운 건데.”


이 사랑스러운 생명체를 어떡하면 좋을까.

여기저기 이 사랑스러움을 알리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나만 알고 싶었다.


“아빠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


호칭을 뭐라고 할지 잠시 고민했다.

오빠라고 하기에는 나랑 별로 차이도 안 나고, 뭔가 오빠라고 불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는 리내가 누군가를 오빠라고 부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아빠 도와주는 삼촌이 있는데. 그 삼촌이 만든 거거든?”

나는 리내에게 선호가 편집한 영상을 보여줬다.

15분 내외의 영상이라서 5살 아이 집중력 기준으로, 길다면 길고, 적당하다면 적당했다.

리내는 자기 얼굴이 나오는 게 신기한지 헤 웃으며 봤다.

보여주면서 나도 한 번 더 봤는데, 리내 목소리가 나오긴 해도 이걸로 리내를 알아보긴 힘들 것 같았다.

영상이 끝나고, 스마트폰 스크린에 우리 얼굴이 비쳤다.

리내가 영상을 다 보고 남긴 감상은 놀랍게도······.


“아빠 진짜 못 해요.”


였다.

다시 봐도 역시나 게임을 못 한다는 의미 같았다.

동의하는 바라서 반성의 뜻으로 가만히 있었다.


“리내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아빠 깜짝 놀랐잖아.”

“그냥 알아요.”


저 의기양양한 표정과 잔뜩 치솟은 어깨!

리내와 처음 만났을 때는 예상도 못 한 태도였다.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도 돼요.”

“네, 항상 물어보겠습니다.”


리내는 꺄르르 웃었다.


“그럼 오늘 우리 게임 해요. 아빠 게임.”

“해 보고 싶어?”

“네!”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될 걸 안 건 아니지만, 리내가 조금 더 크면 같이 해 보고 싶은 게임은 하나 있었다.

리내는 내 허락에 기분이 좋은지 폴짝폴짝 뛰었다.

아래층 층간소음이 아주 살짝 걱정될 만큼이었다.

대낮인 데다가 가벼워서 그렇게까지 아래층에 쿵쿵 소리가 크게 들리지는 않겠지만.


“일단은 우리 저녁 뭐 먹을지부터 정해볼까? 리내 먹고 싶은 거 있어?”

“고모랑 먹었던 거요.”

“만두?”

“네!”


리내가 먹고 싶다는 게 등장한 건 좋은 일이지만, 그 식당은 아마 오늘 가면 미어터질 게 뻔했다.

오며 가며 차도 막힐 것 같았고.


‘그래도 리내가 먹고 싶은 걸 처음 말한 날인데······.’


사람에 치이는 게 뭔지 알려줄 기회일지, 아니면 그냥 만두와의 즐거운 추억을 남겨두기 위해 다른 걸 먹어야 하는 타이밍일지.

나로서는 결정이 쉽지 않았다.

깊은 고민 끝에, 나는······.


“아빠가 좋은 생각이 있어.”

“뭔데요?”

“전에 고모랑 먹은 건 중국 만두거든. 리내, 중국이 어디 있는지 알아?”


도리도리.


“고모가 조금 얘기해줬던 거 같은데. 바다 너머에 나라가 있다고.”

“네! 우리나라는 바다가 세 개 있어요!”


아마 삼면이 바다라는 걸 얘기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응, 그중에 하나를 넘어가면 거기 다른 나라가 있어.”

“오······.”


이렇게 설명해도 되나 싶긴 한데, 지금 중요한 건 중국이 아니니까.


“그때 먹은 건 중국 만두고, 우리는 지금부터 한국 만두를 먹을 거야.”


리내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갸웃하면서 ‘중국?’ 하고, 왼쪽으로 갸웃하면서 ‘한국?’ 했다.

이래서 당연히 알고 있는 걸 잘 설명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니까.

한참 리내 눈만 바라보던 나는 설명을 포기했다.


“아빠가 알려주고 싶은데, 잘 못 하겠어. 미안해. 더 공부하고 알려줄게.”

“네! 괜찮아요!”

“오늘은 저번에 먹은 거랑 어떤 게 다른지만 비교해 보자.”

“네!”


아이를 키울 줄 알았으면, 진작에 맛집 투어 같은 것도 해줬겠지만······.


‘나도 나름 나만의 지식이 있다고.’


만두가 중국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

나는 편의점에 입고된 모든 냉동 만두를 먹어본 사람이었다.

그런 나의 추천 만두를 먹을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나 할까?

나는 리내를 훠이훠이 방으로 몰았다.


“옷 갈아입고 만두 사러 가자.”


중식당의 수제 만두들에 비하면 덜 맛있긴 하겠지만, 냉동 만두에는 냉동 만두만의 매력이 있는 법이었다.


* * *


“그렇게 맛있어?”


리내는 입안 가득 만두를 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휴지로 리내 입가를 닦아주었다.

다 흘리고 먹어도, 편식하지 않는 것 하나만으로 감사했다.

먹는 속도가 조금 느려진 것도 다행이었고.

리내는 마트 냉동 만두 코너를 처음 본 것도 아니면서 ‘이게 다 만두예요?’ 하고 놀라더니, 만두 그림을 보며 열심히 만두를 골랐다.

내가 먹어 봐서 확실히 아는, 맛없는 만두를 몇 개 제외하고, 나머지는 리내가 고른 대로 다 샀다.

군만두, 물만두, 찐만두······.

살면서 냉동만두를 이렇게 많이 사본 건 처음이었는데, 계산해주시는 분도 미묘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한참 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내는 들떠서 콧노래를 다 불렀고.


“안 매워?”


도리도리.

김치만두도 사겠다고 해서 샀는데, 잘 먹었다.

불닭 만두는 닭 그림을 보고 사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사긴 했는데 뜯지는 않았다.

나중에 선이 녀석이 놀러 오면 선물로 주거나 할 생각이었다.

리내가 먹으면 100% 배가 아플 테니까.

혹은 맵다고 울거나.

지이잉.

리내가 잘 안 먹는 걸 위주로 먹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울렸다.


-선호 : 예약 걸었어요^^

-선호 : 다음에 리내랑 인트로 새로 찌ㅇ거요!

-선호 : 찍어요!


뭐가 그렇게 급한지 오타까지 내면서 보냈다.

오늘은 다시 보기 올리는 날이 아니지만, 일종의 번외 영상이니까.

나는 읽씹했다.

이번에 새로 인트로를 찍게 된다면, 필시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의 삼단 콤보를 말해야만 할 테니까.

그게 싫어서 지금껏 필사적으로 새로운 인트로 제작을 막고 있는데, 그걸 심지어 리내와 함께 하게 된다면······.

물론, 리내는 뭘 하든 귀여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나는 귀엽지 않다.

내 스트리머 소속사는 그걸 해야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늘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마 나의 구독자들은 그걸 보는 순간 뒤로 가기를 연타할 게 뻔했다.

그리고 ‘맴매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사람이 변했네?’ 같은 댓글이나 쓸 터였다.

돈의 노예지만, 그건 정말 안 될 일이었다.

돈의 노예도 지켜야 하는 마지막 자존심이 있는 법이었다.


“아빠?”

“응? 왜?”

“안 먹어요?”

“아니, 먹고 있어. 리내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불러서 그러지.”

“리내 먹는 거 안 봐요.”

“아니야, 보고 있었어.”


착한 거짓말은 통하지 않았다.

리내는 그 순수한 눈으로 나를 보다가 다시 만두를 먹었다.


“닭고기 만두가 없어요.”

“닭고기 만두 먹고 싶었어?”

“아까 아빠랑 샀어요.”

“그랬나?”


나는 딴청을 피웠다.

리내가 찾는 ‘닭고기 만두’가 뭘 말하는 건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으니까.


“샀어요!”

“배부르지 않아? 내일 먹자.”

“안 배불러요!”


난처한 일이었다.


“엄청엄청 맵다니까?”

“아빠 거짓말했어요.”

“매워서 리내가 먹고 아플까 봐 아빠가 없는 척한 거야.”


후우.

타일러 봐야 턱도 없을 것 같은 낌새라, 나는 결국, 내 손으로 리내를 울리고야 말 그 음식을 만들러 일어났다.


“자, 그럼 리내 아빠랑 약속해.”

“뭘요?”

“먹고 울지 않기.”

“약속!”


리내는 너무 쉽게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러나 분명 한 입 먹고 뱉은 뒤 울 것이었다.


“아빠 동영상 찍는다.”

“네!”


나는 정말로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눌렀다.


“자, 리내 씨, 아빠가 이 만두는 맵다고 얘기했습니다.”

“네!”

“먹고 맵다고 울지 않습니다.”

“안 울어요!”


이번에도 리내는 쉽게 손가락을 걸었다.

나는 거치대에 폰을 올렸다.

각도가 좀 그랬지만, 뭐, 어디 올릴 영상도 아니니까.

냉동실에서 불닭 만두를 꺼낸 나는 설명서 대로 전자렌지에 돌렸다.

나 하나, 리내 하나.

띵!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매운 만두가 완성됐다.

색은 김치만두와 비교해서 그다지 붉지 않았지만, 무슨 맛인지 알아서 그런지 나는 침이 고였다.

식욕이 당겨서가 아니라, 그 있지 않나, 매운 거 앞에 두면 미리 침 고이는 거.


“진짜 먹을 거야?”

“네!”


리내는 겁도 없이 포크로 만두를 찍었고, 나는 긴장하며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아, 뜨뜨······.”


씹지는 않았는지 뜨겁다면서 1차 시도는 실패했다.


“후후 불어서 먹어야지.”

“후!”


온 힘을 다해 리내가 만두를 불었다.

나는 물과 오렌지 주스, 우유를 옆에 한 잔씩 따라두고 기다렸다.

기호에 따라 마시라는 배려였다.

한참 만두에 바람을 불던 리내는 2차 시도를 거행했다.

우물우물.

나는 속으로 숫자를 셌다.

셋, 둘, 하나······.

리내는 귀까지 새빨갛게 변했는데도 안 뱉었다.

전투적으로 씹더니 이윽고 삼키기까지 했다.


“괘, 괜찮아······?”


다 내 탓이었다.

아빠면서 애를 너무 몰아붙였다.

나는 주스와 우유를 손에 들고 쭉 내밀었다.

리내는 힐끔 보더니, 오렌지 주스 컵을 잡았다.

여전히 말은 없었다.

꿀꺽꿀꺽 주스 마시는 소리만 들리고······.


“아빠.”

“으응?”

“먹었어요.”


리내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고모가 준 거랑 달라요. 그래도 먹었어요.”


맛있다는 말은 안 했다.

맵다는 말도 안 했고.


“안 울어요.”

“그래, 리내 멋지다. 근데 정말 배 안 아파? 아빠는 우유도 먹었으면 좋겠는데.”

“우유, 끅, 먹어요.”


역시나 매웠다.


‘안 매울 리가 없지.’


딸꾹질하는 리내의 등을 토닥이며 나는 물부터 건넸다.


“아빠 비법인데, 코를 막고 물을 마시면 딸꾹질이 멈춰.”

“끅, 히끅, 진짜, 끅, 진짜요?”

“응, 아빠 믿고 해 보자.”


코를 막고 물 한 컵을 다 마신 리내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진짜로 딸꾹질이 멈추자, 신기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지?”


나는 이어서 우유도 먹였다.

먹기 전에 마시게 하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이미 먹은 걸 어쩌겠는가.


“고모랑 먹은 닭고기 만두인 줄 알았어?”

“네!”


내가 보기에는 캐릭터가 전혀 닭처럼 안 생겼고, 빨갛고 불이 막 그려져 있는 게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애들이 보기에는 안 그런 모양이었다.


“다음에 고모랑 또 가자. 오늘은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그랬어.”

“맛있어요!”


매운 게 벌써 가셨는지 리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하나 남았는데 더 먹을래?”


왜 나는 리내가 저렇게 웃으면 꼭 이렇게 장난을 치고 싶은 걸까?

먹겠다고 해도 안 먹일 생각이긴 했는데, 리내가 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빠한테 양보할래요!”


나는 우유부터 크게 한 컵 마셨다.

매운 걸 잘 먹는 편은 아니지만, 아빠로서 리내한테 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동영상 촬영이 아직 진행 중이었다는 건, 불닭 만두를 먹고 물을 한 사발 들이마신 뒤에야 기억해냈다.


‘딸 키우기 쉽지 않네.’


매운 걸 탐닉하다가 나중에는 선이 녀석처럼 넹글 돌아버려서 아주 매운 맛만 찾아다니면 어떡하지?

걱정과 염려를 안고, 나는 동영상 촬영 종료를 눌렀다.

찍힌 영상에는, 매워하는 나를 보며 해맑게 웃고 있는 리내 얼굴이 가득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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