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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헤라

주먹 한방 최강 검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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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헤라
작품등록일 :
2022.10.27 17:34
최근연재일 :
2022.11.26 21:14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297
추천수 :
366
글자수 :
141,314

작성
22.11.0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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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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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01

DUMMY

#001


***[주인공]***


오늘은 점심 무렵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비는 오다 말다 하며 해가 저물기 전에 그쳤지만 하늘은 지금 당장이라도 물방울을 쏟을 것처럼 우중충했다.

내 마음도 그렇다.

하아, 인간은 어째서 돈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건가.

누구는 조상님이 알려준 번호로 로또에 당첨되었다고 하던데, 우리 집 조상님들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엄청난 돈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조금만이라도 상관없어.

약간이라도 돈의 여유를 원한다.

그러면 나도 이딴 회사 그만두고 다른 곳을 찾아볼 수 있을 텐데.

그런 하나 마나 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길게 한숨 쉬었다.

입사한 지 이 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사장이 메타라는 단어를 부르짖으며 이상한 걸 주장하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는 메타버스 같은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이다.

하지만 묘한 바람이 든 사장은 틈만 나면 미래가 어떻고 메타버스가 저떻고 떠들어대며 사람들을 들들 볶아댔다.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졌다거나 어딘가에서 투자받기 위해서 갑자기 저러는 거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진실이 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윗대가리를 괴롭히면 그 영향은 밑으로 내려온다.

사장에게 들들 볶인 부서장은 그 밑의 과장과 대리급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결재판을 집어던지거나 머리통을 결재판으로 두드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도미노처럼 그 밑의 사원에게 다시 영향을 미쳤다.

회사 전체가 안절부절, 언제 누가 희생양이 될지 두려워하며 숨죽이고 있다.

군대라면 모를까.

부하 머리를 두들기는 상사가 있다니, 누군가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할지도 모른다.

요즘 세상에 그런 상사가 어디 있느냐고.

나도 회사에 다니기 전에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행동을 하는 상사도, 그런 부당한 일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사원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막상 사회에 나가보면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불합리를 겪기도 하고, 구차한 일 더러운 일도 수없이 본다.

남의 돈 먹기가 그리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현재진행형으로.

뜬금없이 아버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버지도 이런 일을 겪으며 구차하게 돈 벌어 날 기르셨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버지도 그렇지만 나도 늙어 죽을 때까지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바라며 이런 식으로 살아야겠지.

앞날이 시커멓다.

애 하나 기르는데 1억 넘게 든다던데, 아니, 그전에 결혼이나 할 수 있으려나.

나, 지금 수입으로는 서울은커녕 경기도 변두리에 아파트 얻을 돈조차 모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응, 지금 아니라 십 년 이십 년 뒤에도 안 될 것 같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집을 살 만큼 모이지는 않을 것 같고, 기껏해야 대출받아 전세를 얻는 정도일 거다.

결혼은커녕 혼자 살 곳 마련하는 것조차 아무래도 아슬아슬 위험하다.

집값이 너무 비싸.

마음이 한없이 암울해졌다.


"...."


하아, 죽고 싶다.

어쨌든 나나 다른 직원들은 할 일도 없으면서 뭔가 부산해 보이도록 끊임없이 움직이고, 연일 밤늦게까지 의미 없는 야근을 했다.

야근 수당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 어쨌든 뭔가 열심히 하는 척해야 한다.

오늘은 회사 분위기가 더욱 나빴다.

모두가 날이 서 있다.

다른 때는 늦어도 9시 정도에는 회사를 나서는 우리 부서 과장도 퇴근하지 않은 채 오리처럼 꽥꽥거리며 여기저기에 출몰하고 있었다.

뭔가 위쪽에서만 아는 악재가 있었을지 모른다.

새해 첫 출근의 시무식에서, 사장은 사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올해는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거라고 겁을 주었다.

다른 직원에게서 그런 소리는 매년 되풀이하는 잔소리 같은 거니 신경 쓸 것 없다고 들었지만, 올해는 정말로 회사가 망하거나 적어도 월급이 늦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생긴다.

어쩌지.

한 달이라도 월급이 늦어지면 곤란하다.

월세도 내야 하지만, 신용카드 할부로 산 물건도 있다.

잘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버려.

걱정으로 위가 아프다.

과장은 계속 사람들을 괴롭히다, 밤 10시를 훌쩍 넘기고서 겨우 사무실을 나갔다.

평상시라면 대부분 퇴근했을 시간이지만, 다른 부서에도 여러 명 남아 있었다.

특히 재무부와 인사부 쪽은 거의 전원이 남은 모양이다.

정말로 회사가 위험한 건지도 모른다.


'실업자가 되면....'


그런 생각이 들어 저절로 어깨가 처졌다.

책상을 정리하는 동안 몇 명이 지친 것처럼 허리를 구부리고 퇴근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남아 있는 몇 명에게 인사하고 사무실에서 나간다.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다.

매일 상사의 눈치를 보고 늦게 퇴근하느라 피곤이 누적되어서 그런가, 발을 뗄 때마다 푹푹 발바닥이 땅에 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등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매달려 있는 것 같다.


"...."


좀 무섭다.

건물에서 나가자 기분 나쁜 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비는 내리지 않는데 공기가 축축하다.

시선을 위로 향하자 먹색으로 물든 하늘에는 별도 달도 보이지 않았다.

흐릿한 안개가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 같다.

평상시에는 느끼지 못하는 머리의 무게가 유난히 몸을 누른다.

인간은 머리가 무겁다던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목이 부러질 것처럼 무겁다.

이상해.

설마 진짜로 뭔가가 내 몸에 올라타 있는 건 아니겠지.

왠지 평상시와 다르다.

그러고 보니 낮에 동료가 말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지만 이 근처에서만 비가 내리고 있다고.

친구와 통화했는데 서울의 다른 동네는 해가 쨍쨍 내리쬐고 있다고 한다.

아까는 별생각 없이 그런가 하고 말았는데 안개 낀 밤거리에 서자 왠지 섬칫해졌다.

공기가 끈적끈적하게 몸에 붙어온다.

보이지 않는 점액이 몸에 감기는 느낌이었다.

나는 부르르 몸을 떨고 고개를 내렸다.

너무 피곤해서 감각이 이상해진 거겠지. 그래, 그게 분명하다.

어서 집에 가자.

지금 당장 기절하고 싶을 만큼 피곤하기도 하고, 왠지 이런 곳에 오래 있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 뒤에 뭔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누르며, 나는 을씨년스러운 밤거리로 걸음을 옮겼다.


평소에는 사람과 차가 별로 없어도 거리는 밝은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거리의 가로등이나 불빛이 흐리고 음산하게 보였다.

빛이 공기 중으로 퍼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보이지 않는 막에 가려져 있는 것 같다.

그 때문에 거리는 평소보다 훨씬 어둡다.

나는 어깨를 움츠리고 빠르게 걸었다.

공기 중의 습기가 바지에 달라붙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뭔가 걸음을 멈추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하다.

오늘은 정말 이상해.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다 문득 고개를 돌렸다.

어디에선가 목소리가 들린 것 같다.

하지만 소리가 들린 방향에는 아무도 없었다.

잘못 들은 걸까 생각하는 순간, 도로에 시선이 향했다.

너른 도로 한가운데에, 손바닥만 한 작은 생물이 우왕좌왕하며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반짝반짝 은빛으로 빛난다.

우중충한 밤거리에 작은 별이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 저거 뭐야?'


빛나는 것도 이상하지만 생김새도 처음 보는 것이다.

전체적인 모습은 악어나 도마뱀과 비슷한데 뾰족하게 솟은 귀가 있었다.

악어에 저런 귀는 없지, 아마?

아는 동물 중에는 도마뱀과 가장 비슷하지만 저건 초록색이 아니라 은색이고, 반짝거리고, 아무래도 이상하다.

날개만 있으면 드래곤 새끼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아마도 누군가가 희귀동물을 기르다 버렸거나 잃어버린 걸 거다.

어쩌면 애완동물 가게에서 도망쳐 나온 건지도 모르고.

잠시 멍청한 얼굴로 그 생물을 바라보는데 어디에선가 빠앙,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방이 조용하기 때문에 유난히 소리가 크다.

도마뱀인지 악어인지 모를 생물은 그 소리에 놀란 듯 그 자리에서 풀쩍 튀었다.

그리고 다시 우왕좌왕 이리로 저리로 몇 걸음 걸었다 멈추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간다.

어디로 갈지 몰라 허둥대는 것처럼 보였다.


'파충류는 좋아하지 않지만.'


한밤이라 차는 별로 없어도 저대로 두면 은빛 생물은 아마 99.99% 로드킬행이다.

죽을 줄 알면서 그냥 지나치는 것도 기분 좋지 않은 일이고, 나는 작게 한숨 쉬며 도로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당황했기 때문인지 한창 허둥대는 은빛 생물은 모르는 것 같다.

작은 머리와 귀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계속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큐큐 삐삐, 그렇게 들린다.

어린아이가 엄마를 잃어버리고 울고 있는 것처럼 보여, 왠지 조금 불쌍해졌다.

나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아무래도 맨손으로 만지는 건 조금 꺼려진다.

난폭하거나 위험해 보이지는 않지만 뱀이나 두꺼비처럼 독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보이지 않는 가시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게다가 나 파충류 별로 안 좋아하고.

나는 수건으로 생물을 덮으며 가느다란 몸통을 잡았다.

그 순간이었다.

은빛 생물에 접한 손바닥에서 찌릿한 감각이 치솟았다.

강렬한 번개가 손바닥을 찌른 것 같다.

폐가 순간적으로 쪼그라든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목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 어, 어떻게 하지... 길... 길 잃어버렸어... 문 없어졌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어, 어떻게 하면 좋아... 길 잃어버렸다... 어머니... 어머니... 도와주세요....]


아무래도 이상하지만, 소리를 내는 건 이 작은 도마뱀인지 악어인지... 같다. 아마도.


'너무 피곤해서 헛것이 들리는 건가.'


그래, 그런 거겠지.

강렬한 충격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잠깐 몸이 이상해졌던 것 같다.

....

그래, 분명히 그런 걸 거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도 그래서.

진짜로 들리는 건 아니다. 아마.

나는 계속해서 길 잃어버렸다고 중얼거리는 도마뱀인지 악어인지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몸을 일으켰다.

은빛 생물이 그제야 나를 알아챘는지 크게 소리쳤다.


[뭐! 인간? 너는 인간이구나! 어머니가 보낸 문인가! 너는 내 문이냐!]


아무래도 나한테 말하는 것 같다.

동물이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 내용도 이해할 수 없다.

어쩄든.


'나, 헛것이 들리는 게 아니라 그냥 미쳤나.'


어쩌지.

하지만 스스로 미쳤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 그게 과연 미친 건가.

잠시 그런 생각을 하는데, 손바닥 안에서 은빛 생물이 버둥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 이제 가자! 아무래도 너는 어머님이 불초한 아들을 위해 급히 준비해 주신 것 같다. 고맙다, 문! 너의 희생은 잊지 않겠다. 아니, 반드시 보상하자. 그래, 너에게는 내 가호를 주자. 다음 생에서는 반드시 오래, 길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외치는 동안에도, 도마뱀인지 악어인지는 계속 버둥거리고 있었다.

손수건 밖으로 작은 발과 꼬리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때마다 은빛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반딧불이처럼 반짝반짝 허공을 날았다.


"...."


그냥 이거 버리고 집으로 돌아갈까.

아무래도 나 미치기 직전인 것 같고, 이건 아마 진짜 동물이 아닐 거다.

내가 미쳤기 때문에 보이는 환상이겠지.

그래, 그런 게 분명하다.

버리고 돌아가자.

그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손에서 힘을 빼려는 순간 전신이 오싹해졌다.

허공으로 흩날리던 은색 불빛이 내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마치 그 빛에 구속된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미세한 거미줄에 꽁꽁 묶인 느낌이었다.

몸을 움직이기는커녕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우와, 이거 본격적으로 이상해졌다.

여기까지 오면 환상이건 미쳤건 일단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 뭔가 하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비틀며 벗어나려고 노력하는데, 가까운 곳에서 요란한 차 소리가 들려왔다.

부앙, 부앙, 엑셀 밟는 소리가 요란하다.

잘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돌리자 트럭이 돌진해오는 것이 보였다.

트럭을 운전하는 건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심장마비를 일으켜서 어쩔 수 없이 차가 굴러간다던가, 술 먹고 해롱거리는 상태라던가, 깜빡 졸음운전을 하고 있다던가, 그런 것이 아니다.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지만 제대로 나를 보고 돌진해오고 있었다.

이거 살인이지?

아니, 아니, 지금 그딴 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더 기가 막힌 게 있어.

나는 트럭 앞 유리창 위쪽에서 깜박이는 빛의 글자를 보았다.


[환생 트럭 급행! 곧바로 보내드립니다!]


어디로?

손바닥에 붙은 것처럼 잡혀있던 도마뱀인지 악어인지가 기쁜 듯 외쳤다.


"가자!"


그러니까, 어디로 가는데.

나는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에서 트럭 운전자의 시뻘건 눈을 쳐다보며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우와, 이거 안 돼.

확실하게 죽이겠다는 트럭 운전자의 강렬한 의지를 느끼며, 나는 도마뱀인지 악어인지를 손에 쥔 채 허공으로 붕 날아올랐다.

001.jpg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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