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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쌍룡사 불화(佛畵) 그리고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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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윈드윙

부처님, 그리고 당산할아버지·할머니…
불교와 민족신앙이 공존하고 있는 전국 유일의 사찰,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쌍룡사.

투박하고 다양한 장식과 조각은 물론 빛깔 고운 꽃들이 사방에 넘실거리는 곳으로 계절의 아름다움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중 하나이다.

저벅저벅…
어느 한적한 오후, 모처럼 만에 시내나들이를 갔다온 쌍룡사 주지 법성스님.

입구 쪽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려오기 무섭게 곳곳에서 고양이들이 한 마리씩 기어 나온다.

나무 위, 마루 밑, 창고 문틈 등 나오는 방향도 가지각색이다.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스님의 얼굴에 온화한 표정이 채 그려지기도 전에 후다닥 달려들어 정신 없이 울어대는 고양이들이다.

"허허허…알았다. 알았어. 아까 밥 먹고 또 배가 고픈 모양이구나?"

머리를 비비고 발톱을 세워 옷깃에 매달리고 하는 통에 깨끗한 옷 여기저기에 고양이털이 덕지덕지 묻었지만 스님은 그저 즐거운 모습이다.

"이놈들. 이러다가 모두 돼지 되면 어쩔려고"

음식이 담긴 조그만 양푼에 서로 머리를 들이밀기 바쁜 고양이들의 옆으로 스님이 조용히 쭈그려 앉는다.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를 보기만 해도 거부감이 든다는데 나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절 안에서 고양이들을 만지면서 자라서 그런지 잠시라도 눈에 안보이면 허전할 정도라니까. 허헛…"

스님이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근래 들어 주변에서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예뻐하는 사람은 엄청 예뻐하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들은 또 무지하게 싫어하는게 고양이라는 동물이지. 감정이 풍부한 녀석인지라 조금만 심사가 뒤틀리면 말짓도 서슴치 않고 시시때때로 자주 바뀌는 눈동자에 아기소리를 연상케 하는 울음소리 때문에 으스스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하나는 고양이는 개와 더불어 우리하고 가장 친숙한 동물이라는 것이야"

쥐를 잡아먹는 사냥꾼의 역할을 크게 인정받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인가 근처에서 쥐의 숫자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도둑고양이가 급증한 것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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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윈드윙

조선후기의 화가인 김득신이 그린 민속화 중에 야묘도추(野猫盜雛)'라는 작품이 있다.

들고양이가 병아리를 훔쳐 가는 장면을 그린 그림으로 병아리를 물고 달아나는 고양이와 깜짝 놀란 어미 닭, 곰방대를 들고 허둥지둥 뒤를 쫓는 사람의 모습이 마치 카메라로 순간포착 하듯 실감나게 잘 표현되어있는 작품이다.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파고 들어있는 친숙한 동물이면서도 말썽이라는 단어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고양이의 변할 수 없는 숙명에 피식 실소가 배어져 나온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선물로 달라고 해서 지금은 네 마리밖에 남지 않았지만 벌써 두 마리나 새끼를 배었으니 사찰 가득히 우글우글 해질 날도 멀지 않았어. 쫑긋 세운 귀에 엉큼한 눈, 구부러진 긴 꼬리, 얼마나 귀여워. 이러다가 득도한 고양이라도 한 마리 나올까 싶어 걱정이라니까. 허허헛…"

양쪽 어깨에 올라탄 고양이들을 가볍게 감싸쥐고 사찰 곳곳을 산보하는 스님의 노안에는 좀처럼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쌍룡사 주변으로 석양이 깔리기 시작할 즈음 스님과 고양이들의 모습은 어느덧 잘 그려진 한폭의 불화(佛畵)가 되어 있었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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