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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빨라도 얻어맞는 송은범, 느려도 농락하는 유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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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범은 150Km를 웃도는 강속구를 지녔지만, 타자들에게 쉽게 통타당한다. ⓒ 연합뉴스

투수에게 스피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강력한 힘과 정확성을 겸비한 타자들을 지나쳐 포수미트에 공을 꽂기 위해서는 온힘을 다해 빠른 볼을 던질 필요가 있다.

이를 입증하듯 KBO리그 역대 최고 투수로 거론되는 최동원·선동열·박찬호·류현진 등은 하나같이 불같은 강속구를 지녔다. 신인드래프트에서 대형 투수로 주목받는 선수들 또한 하나같이 150Km 안팎의 강속구를 자랑한다.

하지만 변수가 많은 야구에서 절대적이란 것은 없다. 빠른 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얻어맞기 바쁜 투수가 있는 반면, 평균 이하의 느린공으로도 타자들을 농락하는 투수도 존재했다. 강력한 타자들과의 진검승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속 외에도 제구, 공 끝의 움직임, 다양한 구종을 통한 수 싸움 등 다른 요소들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잘 입증하고 있는 투수가 바로 송은범(31·한화 이글스)과 유희관(29·두산 베어스)이다.

SK 와이번스 왕조 시절 송은범은 김광현과 더불어 토종 원투펀치로 불렸다. 한창 때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대포알 직구를 자랑했다. 강속구를 던지다 난데없는 타이밍에서 변화구를 뿌리면 타자들의 방망이는 맥없이 헛돌기 일쑤였다. 당시 팬들은 국내 최고 우완 선발투수로 윤석민(KIA)과 함께 이구동성으로 송은범의 이름을 언급했다.

하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KIA 타이거즈로 넘어온 이후 송은범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쟁쟁한 이름값과 달리 마운드에만 올라오면 타자들에게 통타당했다. 직구는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밋밋한 변화구는 툭하면 장타로 연결된다. 이는 자신의 은사인 김성근 감독이 취임한 한화 이글스로 가서도 계속되고 있다.

올 시즌 현재 송은범은 28.1이닝을 던져 1승 5패 평균자책점 6.99로 부진하다. 단순히 못 던지는 것을 떠나 한 번에 집중타를 얻어맞는 경우가 많아 이닝조차 제대로 소화해주지 못한다는 게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팀 동료들도 그를 믿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불펜 소모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부진의 원인을 알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송은범은 예전과 비교해서 구속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전광판에 최고 구속이 151Km까지 찍히는 등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은 여전하고 서클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큰 궤적을 그리며 휘어지고 떨어진다. 그의 공을 지켜보는 전문가들 역시 직구-변화구 모두 좋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경기에서는 얻어맞는다. 1~2이닝 정도는 잘 막아내다가도 한 타순 정도가 돌면 여지없이 통타당한다. 평균구속이 시속 140km대 후반대를 넘어서는 투수 중에 이정도로 부진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과거 엄정욱처럼 제구가 마구잡이로 흩날리는 것도 아니다. 경기 중 송은범은 한가운데로 묵직한 공을 겨냥해 정확히 던질 줄 아는 투수다.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과 팬들은 볼이 너무 깨끗하게 들어간다거나 투구 습관이 읽힌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또 포수와의 호흡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송은범의 부진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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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은 느린 공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제구력과 다양한 구질로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반면 수년째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 중 한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희관은 느린 볼로도 수많은 타자들을 가볍게 요리하고 있다.

유희관은 직구 최고 스피드가 시속 130km대 후반에 불과하다. 각 팀의 다른 선발자원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 이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11경기에서 7승 2패 평균자책점 3.27로 투수 주요 부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이닝소화 능력까지도 탁월하다.

공 반 개 차이로 스트라이크존을 들락날락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만큼 제구력이 좋은 유희관은 자신이 마음먹고 던진 해당 공에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지 않아도 비슷한 코스로 공을 다시 넣어버린다. 영점을 잡듯 조금씩 조절해가며 스스로 스트라이크존을 체크하는 것이다. 그렇게 스트라이크가 선언되면 상대 타자의 방망이는 결국 끌려 나올 수밖에 없다.

바깥쪽 코스는 유희관의 영역이다. 바깥쪽 코스를 못 던지는 투수는 없겠지만 유희관은 유달리 이쪽을 잘 활용한다. 능숙하게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걸치게 던지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은 방망이가 안 나올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기습적으로 몸 쪽으로 예상치 못한 공을 꽂아 넣으면 상대 타자들은 꼼짝 없이 당한다. 여기에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공은 타자들 눈에 스트라이크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타자들의 타이밍과 선구안은 슬금슬금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가끔 느린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나와도 타자들이 놓치는 이유다.

유희관의 장점은 바깥쪽을 살짝 걸치는 스트라이크에서 그치지 않는다. 특별히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을 제외하고 유희관이 던지는 대부분 바깥쪽 공은 낮은 쪽에서 형성된다. 구속을 떠나 바깥쪽 꽉 찬 공이 낮은 쪽으로 들어오면 쳐내기가 매우 어렵다. 어정쩡한 높이로 들어오면 밀어치기라도 할 텐데 낮은 쪽 공을 건드려도 안타가 나오기 쉽지 않다.

게다가 유희관은 낮은 쪽에서 직구-변화구에 모두 능하다. 아슬아슬하게 낮은 바깥쪽 스트라이크성 공을 던진 후 더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면 타자들의 방망이는 헛돌 수밖에 없다. 거기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 커브, 싱커 등 구질 역시 다양하다.

물론 유희관은 강속구가 없어 이정도로 제구가 되지 않는 날은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좌완이라는 이점이 있어도 구속이 빠르지 못해 필승 레퍼토리가 실패하는 날은 여지없이 난타 당한다.

때문에 유희관의 제구가 흔들리는 날은 철저히 변화구에 포커스를 맞추고 타자들이 덤빈다. 어차피 직구에 대한 부담이 덜해 변화구에 신경 쓰면서 직구는 커트해내면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유희관이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다.

문피아 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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